알파메일 19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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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5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92화
192화 처단과 회생(2)
병실이 심하게 파괴되어 있고, 특히 창문 쪽은 완전히 박살 나 있었다. 마치 전투가 있었던 것 같은 광경이었다.
“뭐야, 이건! 이러고도 전혀 몰랐다는 건가!”
“저, 전혀…….”
“관리가 대체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로버트는 역정 냈다.
그러나 화내고 있을 틈이 없다. 그는 미스터 로드의 상세를 확인하기 위해 재빨리 움직였다. 그가 죽기라도 했다면 그는 미국의, 아니 세계의 역적이 되고 만다.
“어서 확인해!”
“네!”
은밀하게 웃으며 보조의도 작업에 착수했다.
미스터 로드의 죽음을 확인하게 되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이런 시대다. 자신만이라도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으!”
그런데 보조의는 비명을 내질렀다.
로버트가 다급하게 되물었다.
“왜 그러지? 문제가 있나?”
“아, 아닙니다. 미스터 로드는…… 회복 중입니다.”
보조의가 두렵게 답했다.
로버트가 크게 기뻐하며 되물었다.
“회복 중이야?”
“네…….”
“어디.”
로버트가 보조의를 밀고 직접 미스터 로드의 상세를 살폈다. 긴장되기 시작했던 그의 표정이 금세 펴졌다. 보조의 말처럼 미스터 로드의 상세가 나아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강력한 헌터가 본래 지니고 있는 회복력이 이제는 작동하고 있었다.
“천만다행이군. 한데…….”
로버트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시선을 보조의에게 돌렸다.
조금 전 미스터 로드의 무사를 확인했을 때도 그렇고 오늘 있었던 일도 그렇고 반응이 많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
그런 로버트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보조의는 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쩔쩔매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분명히 오늘 이 자리에 오면 미스터 로드는 시체가 되어 있어야 할 텐데.
이렇게 되면 자칫 모든 죄를 자신이 뒤집어쓸 우려가 있었다.
“끄응…….”
그때 침상에서 소리가 났다.
로버트가 서둘러 미스터 로드를 바라봤다.
“로드, 정신을 차리셨습니까?”
“로버트…… 자네로군.”
미스터 로드가 희미하게 눈을 뜨고서 말했다.
거인이 죽음의 위기에서 무사히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
미스터 로드는 자신의 서재에 앉아 있었다.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닌 듯 피로한 기색이 엿보이는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성태와 오이겐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나?”
이제까지 어떤 일이 있었던지 두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은 미스터 로드는 한숨을 쉬었다. 깨어난 이후 연달아 이어지는 보고에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눈치챘었지만 설마 천계와 네오콘까지 개입되어 있었다니.
“짐작하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만…….”
“그들이 나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다는 정도는. 하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성태의 말에 미스터 로드는 쓴웃음을 보이며 답했다.
네오콘과 그의 대립은 아는 사람은 모두 안다.
미스터 로드는 이전과 같은 팽창주의를 거부하고 이제는 블록화된 세계 각국과의 공조 체제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반면, 네오콘은 다시금 미국이 패권을 쥐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미국이 현재 패권을 쥘 수 없는 것은 미스터 로드가 반대한다기보다는 세계적인 물류의 이동 자체가 막혀 버린 탓일 텐데 그들이 이렇게 나오다니.
성태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다소 자랑하듯이 말했다.
“뭐, 그것도 이제 옛날 일이지요. 전부 청소해 버렸으니.”
“두 사람에게 감사해야겠군.”
오이겐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감사 인사를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오히려 저는 당신을 죽이려 들었으니까요. 감사 인사는 성태 씨에게 하시죠.”
“뒤늦게라도 저를 돕기로 마음을 돌리신 것만 해도 감사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미스터 로드는 오이겐이 본래는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것도 이미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장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어 그는 성태 쪽을 보면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우선은…… 고맙네.”
“고마운 걸 안다면 우선은 됐습니다. 감사에 따른 대가는 나중에 받기로 하지요.”
“그러지. 그런데 무슨 수로?”
웃으며 성태가 하는 말에 미스터 로드는 고개를 끄덕여 답하고는 곧장 물었다. 그가 물은 것은 무슨 수로 오이겐을 설득했느냐는 것이다.
천계에 대해 그가 아는 것이 많지는 않지만 인간의 관료 조직은 우스울 정도로 상명하복의 구조가 단단하고 강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는데.
“후후, 강한 남자에겐 여러 가지 수단이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성태가 웃으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오이겐의 얼굴이 붉어졌다. 미스터 로드는 그런 둘의 반응을 보면서 퍼뜩 떠오르는 가정이 있었지만 이내 그 생각을 지웠다. 평범한 남녀 문제라면 가능하지만 오이겐은 천사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헛기침을 한 다음 미스터 로드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선 큰일은…… 이렇게 됐으니 천계의 의향을 이쪽에서 거절하게 됐다는 점이군.”
“네, 당장 우리는 미카엘 님의 의향을 거스르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이겐 역시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카엘…….”
그 이름 앞에서 두 사람은 함께 침묵했다.
신화 속의 존재이자 최상의 천사다.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할 때야 든든했지만 적으로 돌리게 된다 생각하면 두려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미 있는 적들, 데몬 프린스나 몬스터도 상대해야 한다.
미스터 로드는 진중한 얼굴로 물었다.
“이쪽에서 다시금 교섭에 나설 수는 없겠습니까?”
“교섭에 나선다 하심은?”
“네오콘이 죽은 이상, 천계의 뜻을 펼칠 수 있는 대리자는 우리밖에 남지 않았을 테니까. 서로 간에 다시 대화를 해 보면 어떻겠느냐 하는 겁니다.”
희망은 여기 남아 있었다.
미카엘의 대리자를 모조리 죽여 버리긴 했지만 그게 천계와의 완전한 적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협의하기에 따라서 다시 그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하지만 오이겐은 고개를 저었다.
“어려울 겁니다.”
“어째서?”
“그분은 불신자를 인정하지 않으십니다.”
“불신자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미스터 로드는 당혹스럽게 말했다.
그는 인류에게는 현재 공통된 적이 있느니만큼 그런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신앙의 문제를 해결하든가, 아니면 천계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지금은 믿지 않는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려 했다.
그러나 이어진 오이겐의 말이 그의 말문을 닫았다.
“아마 모든 이단을 죽이라 하시겠죠.”
“으음…….”
이단을 모두 죽이라니.
그런 건 아무리 미카엘의 힘이 간절하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다. 기독교든 천주교든 이슬람교든 야훼를 믿는 이는 전 세계 인구를 다 합쳐서 50%가 되지 않는다. 인류의 절반을 학살하라니…….
그건 또 다른 악마의 세력일 뿐 도저히 구원자가 아니다.
“애당초 미카엘께서 다소 사악하다고 할 수 있는 자들을 자신의 종으로 삼고자 했던 것은 바로 그들이 이 점에서 훨씬 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더러운 광신도로군.”
“그것이 대천사의 본분이기에.”
성태가 신랄하게 하는 말에 오이겐은 쓰라린 얼굴로 말했다.
“이러니까 광신도는 곤란하다는 거야.”
“……하지만 미카엘과 어떻게…….”
현재 상황에서 미카엘, 즉 천계와 싸울 수는 없다.
악마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전력이다. 만일 여기에 천계까지 같이 상대해야 한다면 상황은 정말로 곤란해진다.
성태가 제안했다.
“문을 열지 않으면 되는 거 아냐?”
오이겐이 고개를 저었다.
“당장의 시간벌이는 가능하겠지만 결국 시간문제입니다. 좌표가 완전히 넘어갔기 때문에 결국은 천국의 문은 열리게 될 것입니다.”
“적이 하나 더 늘어나는 꼴이 되고 만 것인가.”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천계와 척을 지는 걸 피할 길이 없어 보였기에 미스터 로드는 우울하게 한숨 쉬었다. 미카엘이 정말 한 치의 타협도 용인하지 않는다면 자칫 네오콘에 권력을 넘기는 게 나은 꼴이 될지도 몰랐다.
그때 성태가 코웃음 치며 가볍게 나섰다.
“뭘 두려워하는 거지? 그깟 천사 한 마리.”
“그깟 천사 한 마리라니? 그는 미카엘이야! 신화 속의 존재란 말이네!”
당연 미스터 로드는 즉각 반발했다.
성태는 여유로운 태도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그깟 천사 한 마리지. 미카엘은 강한 천사지만 그는 천계의 총의를 대표하는 게 아냐. 사기꾼이기도 하고.”
“아니라니?”
지금 성태의 말은 미스터 로드의 흥미를 강하게 끌었다.
미카엘이라면 천사 중의 천사다. 그런데 그의 의사가 천계의 총의가 아니라니. 그렇게 볼 근거가 있단 말인가?
이에 대한 성태의 답은 간단했다.
“가브리엘과 라파엘은 어디 있지?”
“그러고 보니…….”
미스터 로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탐색 이후 천계와의 교류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그들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됐다. 한데 미카엘 이외에 있어야 할 대표적인 두 천사의 이름이 나온 적이 없었다.
계시를 받들듯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입장이던 때야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것이지만 냉정하게 돌이켜 보면 이상하다. 그들 세 천사 사이에는 본디 위계가 없다.
답을 요청하듯 미스터 로드가 오이겐을 쳐다봤다.
“그분들은…… 유폐되었습니다.”
“천계에서도 권력 다툼이 있었단 말입니까?”
미스터 로드가 당혹스럽게 물었다.
그래서야 천사라고 잘난 척하지만 인간과 전혀 다를 게 없는 꼴이 아닌가!
“권력이라기보다는 천계의 방향성에 대한 대립이었습니다만…….”
“그게 그거지.”
성태가 코웃음 쳤다. 오이겐은 쓴웃음을 거두지 못한 채 침묵했다.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녀 역시도 성태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인간의 상위자라 잘난 척하지만 천계의 과거를 돌이키면 별반 잘난 척할 구석도 없다.
인간을 하등 생물로 보고 자기들끼리 반복했다. 그건 과거 인류가 인류에게 저질러온 잘못과 별 차이도 없는 것이다.
“믿기지 않는…… 일이군.”
“그런 만큼 내게 생각이 있습니다.”
성태가 손을 번쩍 들고 제안했다.
둘의 시선이 그에게 모였다.
성태가 이야기를 했다.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간단했기에 길지 않은 이야기였다. 성태의 이야기가 끝났고, 그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지금은…… 거기 걸 수밖에 없을 것 같군요.”
“하지만 정말 그런 게 가능한가?”
오이겐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미스터 로드는 부정적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작전 자체보다는 그 작전을 성립 가능하게 하는 여러 가지 가정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성태는 자신만만했다.
“가능하지.”
“그렇지만…….”
미스터 로드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성태의 제안이 성립하려면 그의 힘은 미스터 로드의 상상을 넘어선 곳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힘을 과연 인간이 가질 수나 있단 말인가?
오이겐이 말했다.
“그는 데몬 프린스를 삼십 초 안에 도륙 낼 수 있는 실력자입니다. 그런 만큼 승산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할 수 있겠지요.”
“강하다고 듣기는 했지만…….”
오이겐이 직접 보증한다면 부정할 도리도 없어서 미스터 로드는 그저 놀란 얼굴로 성태를 바라봤다. 성태는 자랑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씨익 웃어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미스터 로드는 고개를 저었다. 역시 믿기지 않았다.
오이겐의 말대로라면 성태의 힘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전성기 시절 대종사 이건을 초월하고 있는 것인데.
“확률이 높아 보이진 않지만…… 어쩔 수 없군.”
결국 미스터 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성태의 작전이 완벽하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다른 길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 즉각 추진하죠.”
미스터 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로 했다면 빨리 진행하는 게 좋다. 상대 쪽에서 묘한 기색을 눈치채지도 못하게 하는 쪽이 훨씬 나으니까.
거기서 이야기가 일단락되려는 찰나에 미스터 로드가 성태에게 물었다.
“음, 그런데 한 가지 물어봐도 좋겠나?”
“뭘?”
“자네, 정체가 뭐지?”
진지한 질문이었다.
사실 누구라도 성태에 대해 알게 된다면 첫 번째로 하게 될 질문이기도 하다. 그는 여러 가지 면에서 너무도 규격 외의 존재다.
성태는 씨익 웃으며 도리어 반문했다.
“뭘 거 같습니까?”
“도무지 모르겠군.”
“그러면 그걸로 족하지 않겠습니까?”
빙긋 웃으며 성태가 여유롭게 답하는 데 대해 미스터 로드는 불안하게 웃어 보이는 수밖에 없었다. 미카엘을 대표로 하는 천계를 적으로 돌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상황에서 성태와 같은 이가 아군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위안이 된다.
그러나 그 아군의 정체 역시 아직 알지 못하는 바가 많다는 것은 불안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알 수 없는 것만큼 믿기 힘든 것은 없으니까. 그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서인 듯 미스터 로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석훈은 자네에 대해 알고 있나?”
“제가 이 아가씨와 같이 여기 온 시점에서 추리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어리석은 질문을 했군.”
미스터 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해 보이던 그의 표정이 조금 편안해졌다. 이석훈이 중요한 임무의 선두로 보낼 정도라고 한다면 최소한의 신뢰는 확보된 상태라 보아도 될 것이다.
알파메일 19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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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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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웅,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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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