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96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4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96화
#196화
“…….”
“…….”
“…….”
채찍을 휘두르는 세 신승의 입에서 알 수 없는 법문이 흘러나왔다.
나는 호신강기도 일으키지 않고 쇠구슬 달린 채찍의 무자비한 폭력을 감내했는데.
촤아아아아악-!
파괴력이 어찌나 살벌한지, 채찍이 몸에 감길 때마다 살갗이 터지고, 상의는 모두 찢어져 핏물이 자욱하게 번졌다.
‘…….’
내가 비록 고통에 꽤 익숙한 사람이지만…….
생살에 쇠구슬이 박히는 통증은 솔직히 아찔했다.
‘이러니 이걸 누가 버티겠냐고.’
하나, 그런데도 나는 버텼다.
촤르르르르, 파아악!
어느새 터진 살갗이 문드러지고, 핏물에 진물까지 섞여 쓰리다 못해 살이 썩어들어가는 기분.
촤아아아아악-!
그러나 나는 신음 한번 내뱉지 않고, 묵묵히 그 모진 매질을 참았다.
‘누가 이기나 어디 한번 해봅시다…….’
천하의 진소천이 고작 육신의 통증을 인내 못 해서 수련을 포기한다?
그런 일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
“더 세게 때려도 됩니다, 스승님들. 신공을 빨리 체득할 수 있다면, 그냥 반 죽어도 되니까 힘들 내시죠?”
왜냐면 나는 철혈의 의지, 불굴의 인내력, 고금제일의 배포를 가진 상남자 중의 상남자기 때문이다.
“허허…….”
“소천아. 자만하지 말거라.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까.”
“허……. 배짱 하나는 누구도 따를 수 없겠구나, 소천아.”
용기와 기백이 섞인 내 호언장담이 세 영감님의 귀에 만용으로 각인된 모양.
그들은 가소롭다는 웃으며 더 가열 차게 채찍을 휘둘렀고, 한 식경도 되지 않아 내 몸은 한계점에 다다랐다.
콰지지지직-!
‘에라……! 벌써 뼈가 부러지네.’
그렇다.
나는 살갗이 터진 걸로 모자라, 뼈가 깨질 때까지 신음 한번 지르지 않고 채찍질을 참은 것이다.
문득 인상을 찌푸리고 스승님들을 바라보니, 세 분의 눈빛이 기이하게 흔들렸다.
아마 속으로 ‘뭐 저런 독한 인간이 다 있어?’하고 기함하셨을 터…….
낄낄낄!
“뭐 합니까, 스승님들. 더 안 때리시고?”
내 예상이 맞는 지 세 분은 입을 쩍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 *
정신을 잃었었다.
눈을 떠보니 날은 저물었고, 코끝으로 짙은 생약 냄새가 올라오는 걸 봐선 내가 누워 있는 이곳이 그 유명한 소림의 ‘약당’인 모양이다.
‘음…….’
소림사의 약당은 명성이 자자했다.
대다수의 무림인들이 입을 모아 칭송하는 천하제일의 영단.
‘대환단’과 ‘소환단’이 제작되는 곳이고, 또 소림은 의술에 있어 모든 문파 중 으뜸으로 손꼽히는 터라, 많은 이가 소림 약당에 호기심을 느꼈다.
‘별거 없네…….’
하나 나는 달랐다.
나는 이미 전생에 소림 약당보다 규모가 10배는 큰 마교 의약전에서 살았고, 지금은 동벽 선생과 독선 영감이 있는 소천문이 의술로 최고라 자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 문주……. 의식이 돌아왔소?”
날 향해 다가오는 공일대사의 두 손에 들린 황금빛 환약을 보는 순간,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저거…… 혹시?!’
나는 전생에 소환단을 먹어본 적 있다.
하나 ‘대환단’은 구경조차 해본 적 없었다.
‘대환단?’
본 적은 없지만…….
내 직감은 황금빛 둥근 환약을 ‘대환단’이라 가리키고 있었다.
“공일대사님…….”
“진 문주……. 일단 이것부터 드시오.”
“이게…… 뭡니까, 대사님!”
나는 환약의 정체를 뻔히 알면서 모른 척했다.
왜냐?
나에게도 ‘양심’은 있으니까.
“진 문주. 이것은 소림 최고의 영단인 대환단이오. 대환단은 체내에서 흡수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먹자마자 운기 해야 하는 소환단과 다르오. 우선 복용하고 매일 묘시(卯時)에 해가 잘 드는 곳에서 충분한 양기를 받으며 운기 하시오. 아마 보름 정도면 대환단을 모두 흡수할 수 있을 것이오.”
역시…….
강호 최고의 약당은 소림의 ‘약당’이 확실하다.
“대사님…… 이 귀한 걸 어찌 외인인 제가 복용할 수 있습니까?”
하나 그렇다고 홀라당 경단 삼키듯 집어삼키기 뭐해서, 나는 괜한 체면치레를 했다.
해봤는데…….
“왜 그러오? 혹, 대환단이 몸에 맞지 않을까 하여 그러오? 하면 굳이 억지로 복용하지 않아도……”
꿀꺽-.
공일대사가 대환단을 다시 가져가려는 것 같아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덥석 삼켜버렸다.
“지, 진 문주!”
“냠냠…….”
“허……!”
“꽤 맛나네요, 대사님.”
“…….”
한번 엎지른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듯.
한번 내 입에 들어간 영약은 두 번 다시 회수할 수 없습니다, 대사님!
* * *
“제가 어쩌다 정신을 잃은 겁니까?”
실로 그 점이 의문이었다.
분명 내가 기억하는 의식의 마지막 순간은, 세 스승님들의 염불 소리를 들으며 쇠구슬 달린 채찍에 처맞던 순간인데…….
눈을 뜨니 낯선 천장이 펼쳐져 있으니 당혹스럽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하나 그 의문은 공일대사의 한 마디에 해소되었다.
“진 문주……. 귀하가 혼절한 건 매질 때문이 아니오. 세 분 사숙께서 암송하신 구결과 불경에 법력이 깃들었기에 의식을 잃은 것이라오.”
“아……. 역시 그랬군요. 그러잖아도 스승님들 염불 외는 소리를 듣는 순간, 뭔가 어지럽더라니.”
“앞으로 한동안 세 분의 법문을 계속 들을 거요. 앞서 말했다시피 금강불괴체신공의 수련 과정엔 신공 구결과 불경의 암송이 포함돼있는데, 그때마다 사숙들이 진 문주와 함께 법문을 외우며 영육에 쌓인 불순물과 마음을 불법(佛法)으로 정화할 것이오.”
그 말을 듣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과연…….
내가 영감님들과 고리타분한 불경을 진짜 종일 지껄일 수 있을까?
하나 이젠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다.
‘날 위해 대환단까지 내어주었는데…… 포기하면 사람 새끼 아니지.’
나는 신의를 알고, 도리를 알며,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갚을 줄 아는 군자 중의 군자다.
소림에 이리저리 받아먹은 게 많은 이상, 무조건 금강불괴체신공을 체득하고 천마에게 이길 것이라 강하게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뭐라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대환단까지 내주실 줄은 몰랐으니까 말입니다.”
“허허! 소림의 신공을 전수하기로 마음먹은 마당에 그깟 영약이 대수겠소? 진 문주는 어떻게든 힘든 수련을 잘 버텨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오.”
“감사합니다.”
나는 공일대사에게 꾸벅- 묵례하며 밖으로 나서려 했다.
그 순간 공일대사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지, 진 문주? 어딜 가시는 거요?”
“네? 의식을 찾았으니 수련하러 가야지요?”
“허……! 그게 가능하겠소? 휴식도 없이…….”
“대사님…….”
“…….”
“강호인에게 불가능은 없는 겁니다.”
씨익-.
내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자, 공일대사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는지 혀를 내두르며 고갤 흔들었다.
* * *
보름 후-.
쇠구슬 달린 채찍질은 아팠다.
너무 아파서 아무리 처맞아도 적응이 안 될 정도랄까?
하나 제깟 놈이 아무리 아파 봤자, 뭐 어쩌겠나.
죽을 만하면 공일대사와 약당 스님들이 특제 비법으로 제조된 약수(藥水)에 날 집어넣어 살갗을 채우고 뼈를 붙이며 치료해줬고, 매일 묘시경에 한 시진씩 대환단을 흡수하자, 몸 전체가 생기로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
나는 조금씩 수련에 재미를 붙이고 있었는데, 그것은 신공의 구결과 불경을 암송하며, 실제 내 육신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었다.
‘…….’
특히 대웅전에 들어가 와불상 바라보며 염불을 외울 때는…….
마치 내가 중이라도 된 듯한 착각이 들었는데, 그렇게 법문을 암송하자, 나도 모르게 과거의 잘못을 하나둘씩 떠올리고 또 반성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내 손에도 피가 많이 묻긴 했지.’
새삼 자비로운 부처님의 법문에 감화되어, 불심이라도 생겼나?
천만의 말씀.
내가 그럴 리 있겠나.
다만, 그간 달리는 말처럼 앞만 보고 내달렸기 때문인지…….
첩첩산중에 틀어박혀 차분히 스스로 관조하고 성찰하자, 많은 일에 후회감이 밀려왔다.
‘그러면 나도 악인인 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껏 내 손에 죽은 사람들, 앞으로 내가 죽일 사람들.
그들은 모두 사람 목숨을 종잇장처럼 여기는 개X끼들이지만, 과연 내가 그들의 목숨을 앗아갈 자격이 있을까?
한참 불경을 외며 고심하던 나는 한가지 결론을 도출했다.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그저 한낱 인간일 뿐인 것을…….’
그렇다.
나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거니와, 앞으로도 그 명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래도…….
나는 나만의 정도(正道)를 걸을 것이고, 언제 어디서나 무림인(武林人)다운 삶을 살 것이다.
왜냐면 나는 세상 누구보다 진짜배기 ‘무림인’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살인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했다.
살이 짓무르고, 뼈가 가루가 되고, 영혼이 피폐해질 때까지 수련하고 또 수련해서라도.
반드시 천마 위지혼의 모가지를 내 손으로 가차 없이 부러뜨리겠노라고, 나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러자…….
왠지 와불상의 부처님이 날 보며 혀를 끌끌 차는 듯한 얄궂은 느낌이 든다.
‘후……. 그러게 왜 저한테 금강불괴체신공을 익힐 기회를 주셨습니까? 전생자가 된 것도 모자라, 자꾸 이렇게 기연을 때려 박으시면…… 그건 저더러 교주 놈 모가지 따란 소리밖에 더 됩니까?’
말씀 좀 해보시죠, 부처님?
고로 내가 염불하는 와중에도 사람 대가리 깰 궁리만 하는 건…….
죄다 부처님 탓입니다.
* * *
다시 열흘의 시간이 흐르고.
그간 나는 거의 몇 번 죽었다 살아났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혹사를 당했는데, 어느새 채찍에 아무리 처맞아도 생채기 하나 안 나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를 본 세 분 스승님과 공일대사, 약당 스님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금강불괴체신공’의 마지막 수련단계에 들어섰고, 정오 무렵 나는 모든 수련 과정을 끝낸 후 행낭을 꾸린 채 작별을 고했다.
“스승님들……. 그리고 공일대사님. 제게 베풀어주신 은혜를 갚고 떠나는 게 도리겠으나,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천마를 죽인 후로 미루겠습니다. 외부인인 저에게 신공을 전수한 것도 모자라 대환단까지 주셨으니, 세 분 신승께선 좋은 스승님이시고, 대사님은 은인이자 존경하는 선배십니다.”
내가 비록 중언부언 말을 많이 갖다 붙이고, 아부 떠는 성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염치가 있고, 양심이 있기에 평소와는 다른 반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 은혜를 베푼 스님들께 작별을 고하자니, 낯부끄러운 본심이 절로 튀어나왔다.
“소천아……. 나는 100년 가까운 인생을 살아오면서 너와 같은 무재는 본 적이 없다. 부디, 천마를 꺾고 강호의 평화를 지키거라.”
“우리는 은퇴한 지 오래되었고, 워낙 고령이라 장안까지 갈 수 없겠지만. 멀리서나마 네 승리를 기원하겠다.”
“그간 고생이 많았다, 소천아.”
그러자 스승님들이 덕담을 이었고, 공일대사는 내 어깨를 다독이며 나직하게 말했다.
“진 문주. 아직 천마와의 대결이 한 달하고 열흘이 남았구려. 빈승도 시간 맞춰 소천문으로 가겠으나…… 남은 시간 동안 문주는 또 수련해야 할 터이니 참으로 고단하시겠소.”
나는 공일대사에게 웃으며 고갤 저었다.
“아닙니다, 대사님.”
“……?”
“저는 이 길로 딸내미 데리고 동정호에 놀러 갈 생각입니다만?”
일순 굉오, 굉자, 굉성 스승님들과 공일대사.
그리고 나까지 우리 다섯은 하릴없이 킥킥거렸다.
“천마, 그까짓 거. 그냥 놀면서 대충 싸워도 이길 수 있으니, 다들 염려하지 마십시오.”
부디 이번에는 내 패기로운 한 마디가 스님들께 만용으로 비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