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91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5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91화
#191화
“형님! 축하드립니다. 정말 축하드려요.”
“형님……. 흑마왕을 이토록 쉽게 이길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백마왕도 능히 처치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역시 우리 큰형님이라니까!”
석연우와 동동이 형제의 얼굴에 환희가 떠올랐다.
그뿐만 아니라 중원 무림의 모든 인물이 진소천을 향해 각자의 방식으로 기쁨을 표출했는데, 매사 진중한 동벽 선생마저 대소를 감추지 못하며 진소천의 어깨를 다독였다.
“소윤 애비……. 잘했네. 정말 잘했어. 앞으로 백마왕 한 사람 남았네. 어렵지 않게 승리했으니 그만큼 힘도 남아 있을 터……. 수고해주게.”
사람들의 열화와 같은 함성과 환호에 진소천은 위지혼과의 전음을 멈추고 소회를 늘어놓았다.
“아직 기뻐하긴 이릅니다. 축하는 백마왕까지 마저 처리하고 받는 걸로.”
의외로 평소의 진소천답지 않게 침착하고 차분한 모습이었는데.
‘교주…….’
그것은 현재 진소천의 모든 신경이 천마 위지혼에게 쏠려 있던 까닭이었다.
‘아마 머릿속이 복잡해서 터질 지경이겠지?’
그랬다.
진소천이 전음으로나마 천마 위지혼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힌 것은 그의 정신을 어지럽히기 위함이었다.
역시 예상대로 작금 위지혼은 크게 충격받았는지, 벼락 맞은 고목처럼 어깨를 떨고 있었다.
‘분명…… 저자의 무공과 성정을 생각하면 7호가 틀림없거늘…… 세상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혼란스러웠다.
이성과 합리, 감성과 직감의 대립 속에 위지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백마왕…….”
찰나 고심하던 위지혼이 자신보다 더욱 몸을 떠는 백마왕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네……. 교주님.”
“묻겠소.”
“네.”
“과거…… 7호를 죽일 때. 그의 시신이 그대들의 장공에 갈가리 찢어졌다고 했소?”
그 물음에 백마왕이 화들짝 놀란 모습으로 대답했다.
“그, 그렇습니다. 교주님. 분명 당시 7호는 저와 흑마왕 적마왕의 장공에 격중당해 시신이 모조리 터져버렸습니다. 애석하게도 청마왕은 그의 손에 유명을 달리했지만 말입니다.”
“확실하오?”
“어찌 교주께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백마왕의 말을 들은 위지혼은 입을 꾹- 다물고 침묵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백마왕이 먼저 위지혼에게 물었다.
“교주님…….”
“말하시오.”
“외람된 말씀이오나…… 혹시 진소천을 보고 7호를 떠올린 게 아닙니까?”
“그렇소. 저자의 담대함 천부적인 격투 감각, 습관 하나하나까지…… 숫제 7호라 해도 믿을 정도요. 게다가 저자는 시종일관 자연결을 토납해 내공으로 치환했고, 무엇보다 십초무적공의 날카로움과 예리함은 타인이 흉내 낼 수 없단 생각이오.”
그 말을 들은 백마왕도 공감이 갔는지 고갤 끄덕였다.
“저 역시 교주님과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저자는…… 확실히 7호를 연상시키는 자입니다. 하나 7호는 분명 제 손으로 죽였으니…… 그저 설명하기 힘든 우연의 일치 같은 게 아니겠습니까?”
“백마왕…….”
“교주님. 저는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으나…… 목숨을 걸고 저자와 싸우도록 하겠습니다.”
“마도사천왕이란 이름에 걸맞은 싸움을 하시오.”
“존명!”
일순 백마왕의 눈에 혈광이 번뜩거렸다.
* * *
“진소천……. 앞으로 나서거라.”
인파에 둘러싸인 진소천을 향해 백마왕이 입을 떼며 목림의 중앙으로 향했다.
그러자 진소천 역시 중인들을 물린 후 곧장 백마왕을 향해 다가갔다.
“백마왕. 죽을 준비는 됐고?”
“네놈이 흑마왕을 이기고 기고만장한 모양이나, 무릇 강호인의 싸움에 있어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 수 있는……”
“닥쳐라!”
“……!”
“나랑 네놈의 차이는 대봐야 알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라고.”
“……!”
“나한테 백마왕 너는…… 교주에게 닿기 위한 징검다리에 지나지 않으니까.”
“……과연 끝까지 오만할 수 있는지, 두고 보마.”
“꼭 그런 말 하는 놈들은 허무하게 뒤지던데.”
파파팟……!
어느새…….
흑마왕의 죽음이 불러온 감정의 동요가 가라앉기도 전에 다시 싸움을 시작하는 진소천과 백마왕이었다.
* * *
‘역시……. 조급해할 줄 알았다 백마왕.’
나는 확실히 천재다.
고금제일천재 소윤이의 아빠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인간 자체가 천재란 소리.
왜냐?
콰아아아아앙-!
살면서 겪는 대부분의 일이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죽인…… 다!!!”
싸움이 시작되기 무섭게 백마왕은 ‘마인화’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사실 나는 백마왕의 눈에 서린 혈광만 보고도, 그가 곧장 마인화(魔人化)에 돌입할 것을 예상하던 바고…….
‘결국 백마왕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목숨을 초개처럼 던지는군…….’
마인화는 무인으로서 죽음을 의미하는 수법이다.
사용하는 순간 막대한 공력과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뛰어넘는 맷집, 반사신경, 동체 시력을 얻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공력을 잃고 급격한 노화를 맞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마왕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마인화에 돌입한 채, 내게 살벌한 장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콰쾅-!
강력한 강기를 머금은 장법의 향연이 펼쳐지자 주변의 거목과 바위…… 심지어 대지마저 초토화되기 시작했고, 싸움을 지켜보던 중인들은 한참 신형을 물리고도 호신강기를 끌어 올려 장공의 여파로부터 보신하기 급급했다.
‘정말 미친 파괴력이야.’
나는 새삼 다시 한번 마인화가 얼마나 무서운 수법인지 절감했다.
특히 사천왕 중 가장 무공이 강력한 백마왕의 마인화였으니.
싸움을 장시간 지속한다면 광양산 목림 전체가 사라질지 모를 일이었다.
‘단번에 끝낼 수 있으려나? 너무 괴물인데?’
그러나 나는 주눅 들지 않았다.
아니!
주눅들 필요가 없다.
‘우선…… 팔문둔갑술을 쓸 때가 된 건 확실하겠군.’
내겐 비장의 한 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고오오오오……!!!
결심이 선 순간 나는 개문(開門), 휴문(休門), 생문(生門), 상문(傷門), 두문(杜門) 이르기까지 허락된 모든 문을 개방했다.
그러자 찰나 간 형용할 수 없는 지독한 통증이 밀려들었다.
꽈드드드드득-!
신체의 모든 뼈가 뒤틀리다가 곧 용암 속에 몸을 던진 듯한 작열감이 전신을 감싼다.
하나 괜찮았다.
나는 이미 음양쌍마와 싸울 때 두문까지 열어젖힌 경험이 있고, 그때 이 고통에 익숙해졌으니까…….
콰아아아아아앙-!!!
신형에서 거센 기의 응축이 일어나며 사위를 터뜨릴 듯한 압력이 발생하자, 지켜보던 중인들의 눈에 거대한 충격이 서렸다.
하나 정작 백마왕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죽인…… 다! 진소천…… 너를 기필코…… 죽일 것이다!!”
이미 그는 마인화로 인해 반쯤 이지를 상실한 상태였기에 공포와 두려움을 모두 잊은 탓이었다.
파파팟……!
나는 팔문둔갑술이 발생시킨 지독한 통증을 참으며, 우선 백마왕의 장공을 피해 쾌경보로 몸을 이리저리 날렸다.
이윽고 통증이 가라앉을 때…….
호오오오옵-!
정신을 오직 호흡에 집중한 뒤 풍-뢰-수-역에 달하는 모든 자연결의 힘을 단전에 그러모았다.
‘소윤검은 확실히…… 대단한 보검이다.’
이후 나는 팔문둔갑술의 힘과 자연결의 힘을 융화하여 소윤검에 주입했다.
전에도 느꼈지만 소윤검은 정말이지 대단한 보물이 아닐 수 없었다.
보통 이 정도의 방대한 힘을 검에 주입하면 제아무리 보검이라도 견딜 수 없을 텐데, 소윤검은 외려 힘을 갈구하는 유기체처럼 본연의 한기(寒氣)와 내가 주입한 힘을 온전히 감당하며 무시무시한 검명(劍鳴)을 터뜨린 것이다.
휘이이이이잉-!!!
그리고 그 검명이 목림 전체를 진동시킬 때…….
내 주변으로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얼음 폭풍이 휘몰아쳤다.
콰아아아아아앙-!
얼음 폭풍은 내게 굳건한 방어막이 되어주었다.
폭풍 위로 백마왕의 장공이 비처럼 쏟아졌지만…….
풍-뢰-수-역의 자연결과 두문(杜門)까지 개방된 팔문둔갑술의 힘이 합일되며 발생한 얼음 폭풍의 밀도는 부술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았다.
“죽어라……! 죽어라! 진소처어어어어언!!”
어느새 백마왕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광인의 모습.
나는 소윤검에 실린 모든 힘을 검강으로 변환하는 것과 동시에 허공으로 도약해,
촤아아아악-!
단 한 차례…….
수평으로 검을 갈랐다.
“끝이다. 백마왕…….”
찬란한 은빛 검강(劍罡)이 이지를 상실한 광인의 모가지로 전광석화처럼 향했다.
* * *
뎅강……!!!
“……!!!”
목이 떨어졌다.
수십 년간 강호에 위명을 떨치며 마도 최고수 중 한 사람으로 꼽히던 백마왕…….
그의 목이 떨어졌다.
“…….”
대지를 집어삼키던 얼음 폭풍이 가라앉은 후에야, 사람들은 바닥에 나뒹구는 백마왕의 머리를 목격했다.
하나 누구도 그 목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것은 오랜 세월 강호를 호령하던 무인의 씁쓸한 최후에 허망함을 느낀 탓이기도 했고, 진소천이란 사내가 이룬 쾌거에 말할 수 없이 감복한 까닭이기도 했다.
그 무거운 침묵을 깨트린 사람은…… 다름 아닌 천마였다.
“공 대주…….”
“네 교주님.”
“백마왕의 목을 수습하도록.”
“존명!”
위지혼의 명령에 공 대주라 불린 수하가 잘려 나간 백마왕의 목을 수습했다.
별안간 진소천의 입이 열렸다.
“교주야. 이것으로 오늘 싸움은 내가 이긴 거겠지?”
꼴깍-.
여전히 장내에 깊은 정적이 감돈다.
중원 무림이나 천마신교를 가릴 것 없이, 모든 사람이 숨죽이고 진소천과 천마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인정하지. 금일 본교와 소천문의 생사결은…… 소천문의 승리다.”
그제야 소천문을 비롯한 중원 측 인사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나 그런데도 그들은 환호를 터뜨릴 수 없었다.
아직 진소천과 위지혼의 대화가 끝나지 않은 까닭이다.
“교주야. 한 가지 제안하마.”
“말하라.”
“마교에 붙잡힌 백도의 인물들이 있다. 그들을 놔주고 저기 적마왕을 데려가. 어차피 폐인이 된 영감이지만, 내 손에 죽는 것보다 네놈들이 데려가는 게 모양새는 좋잖냐. 그래도 평생 마교의 개 노릇을 자처하며 산 인간이니.”
“좋다. 본교가 잡아둔 백도의 인물들을 전원 풀어주겠다.”
순간 무림맹주 남궁학의 안면에 화색이 감돌았다.
지난 몇 년간 마교에 포로로 잡힌 백도의 인물들이 적지 않았던 터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진 문주는 이를 위해 지금껏 적마왕을 살려두었던 거군.’
새삼 진소천의 영특함에 남궁학은 감복했다.
그사이 진소천이 다시금 위지혼에게 말했다.
“교주……. 너란 인간은 확실히 화끈해서 좋다.”
“…….”
“그리고.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
순간 진소천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자, 위지혼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주시했는데.
“위지혼. 이제 우리 둘의 대결만이 남은 셈이다.”
진소천의 한 마디에 장내에 탄식이 쏟아졌다.
“아……!”
“진 문주……!”
“형님……!”
천마신교의 인물들도 놀란 눈으로 진소천과 위지혼을 번갈아 보며, 충격을 갈무리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소천은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교주야.”
“…….”
“위지혼, 이 새끼야.”
“…….”
“소천문 문주 진소천이 마교대장 위지혼에게 정식으로 결투를 신청한다. 두 달 뒤, 이곳 광양산에서 우리 두 사람만 나와서 한 놈 죽을 때까지 피 터지게 싸우는 걸로. 쫄리면 뒤지시고.”
그러자 돌연 위지혼이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웃기는.”
“진소천. 너는 그 싸움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할 것이다. 네가 사랑하는 소천문도. 너의 목숨도.”
진소천도 웃기는 마찬가지였다.
“멋있는 척하지 마라, 위지혼.”
“…….”
“외려 없어 보인다, 인마. 낄낄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