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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89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9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89화

#189화

 

 

 

 

 

“진 문주. 승리를 기원하겠소.”

 

“귀하의 손에 중원 무림의 자존심이 달려 있소. 부디 이겨주시오.”

 

“진 문주……. 자네를 믿겠네.”

 

종일 소윤이와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 무렵 연회장으로 자리한 나는 그야말로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았다.

 

대부분 나의 승리를 굳게 믿는 모습이었는데, 사실 그 부분에서 나는 적잖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음……. 상식적으로 내가 불리할 게 불을 보듯 뻔한 일인데…… 그래도 날 믿는다고?’

 

솔직히 만류하거나 걱정하는 인물이 한 사람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구파일방과 팔대세가의 수뇌부는 날 온전히 신뢰하는 눈치였다.

 

“다들 이처럼 믿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꼭 승리로 격려에 보답하지요.”

 

나는 중인들을 향해 공손히 포권하며 말했다.

 

누군가 날 믿어준다는 건,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나 나는 그 부담감을 담담하게 감내하고 즐기기로 했다.

 

어차피 사천왕 놈들은 안중에도 없을뿐더러, 놈들을 상대로 긴장하는 것조차 사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진 문주……. 흑마왕과 백마왕은 과거 무시무시한 장공의 달인들로 악명을 떨쳤네. 그대는 그들을 상대로 검을 쓸 생각인가?”

 

그때.

 

무림맹주 남궁학이 내게 물었다.

 

남궁학은 몇 번이나 내 십초무적공을 견식한 적이 있기에 내가 적수공권의 박투술을 사용할지, 검법을 사용할지에 대해 궁금한 기색이었다.

 

“상황 봐서요?”

 

하나 나는 간단하게 답을 끝냈다.

 

얼핏 들으면 싸가지 없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대결 당일 진짜 상황 봐서 적재적소의 전략을 쓸 계획이었으므로 내 말은 사실이었다.

 

물론 장내의 인물들은 어이가 없었는지 헛웃음을 터뜨렸지만.

 

“하하하. 진 문주. 자네 정말 못 말리겠구먼. 내가 어찌 싸울지 물은 건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요량이었기 때문일세. 물론 자네 무공이 나를 능가할 수 있음을 알고 있네만…… 큰 싸움에선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하니까. 한데 그토록 자신만만한 걸 보니, 괜한 짓을 하려 했군.”

 

“아……. 맹주님. 자신만만한 건 아니고…… 그저 진짜 그럴 생각이라 그렇습니다. 흑마왕과 백마왕이 장공의 대가인 건 알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은 검법에도 조예가 깊으니, 언제든지 싸우는 방식을 바꿀 수 있을 테지요. 저도 그때그때 그들의 방식에 맞춰서 응수하는 편이 효율적이라 생각한 겁니다.”

 

그제야 사람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갤 끄덕거렸다.

 

내가 너무 자신만만해서 아무 생각도 없이 싸울 줄 알았던 모양인데, 천만의 말씀이지.

 

“그리고……. 현재, 중원 무림에서 사천왕의 무공과 그 무공의 특징, 더불어 사천왕의 습관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저일 겁니다. 말인즉슨, 저는 사천왕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끝냈다는 뜻입니다. 다들 어떤 걱정을 하고 계신지 이해는 가지만…… 심려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그러자 남궁학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허……! 진 문주. 자네는 흑마왕과 백마왕을 꼭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하는군. 그들은 이미 오래전 부터 마교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아…… 자네와 연이 닿긴 힘들었을 터인데 말일세?”

 

“음……. 연이 닿았다고 표현하는 게 옳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제가 놈들을 좀 잘 압니다.”

 

“글쎄 그러니까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물음일세.”

 

제길…….

 

이렇게 또 한 번 난관에 봉착하는구나.

 

그렇다고 ‘제가 전생에 마교 살수회 대장이어서 말입니다!’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어쩔 수 없이 나는 안면에 철판을 깔기로 했다.

 

“그……. 맹주님.”

 

“왜 그러나, 진 문주?”

 

“비밀입니다.”

 

“응?”

 

“비밀……입니다.”

 

순간 장내에 정적이 감돌았고, 나는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내 난처함을 아는 동벽 선생은 조소를 머금은 채였고.

 

 

 

 

 

* * *

 

 

 

 

 

이튿날…….

 

내일이면 두 사천왕과 대결을 펼쳐야 하지만, 나는 그저 평소처럼 문도들을 데리고 광양산으로 올라 체력 단련을 실시했다.

 

그러던 중, 문득 느낀 건데…….

 

녀석들은 정말 단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했다.

 

백산이는 화경을 뚫은 후 더욱 수련에 박차를 가했는지 이젠 대종사의 풍모가 느껴졌고, 백강이도 같은 백도구봉인 진후와 비교했을 때 꿀릴 게 없어 보였다.

 

특히 동동이 형제나 연우는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할 단계인 만큼,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주었다. 삼복이를 비롯한 평문도들 역시 체력 면에선 더 이상 명문정파의 나부랭이들 뺨을 후려치고도 남을 듯했다.

 

“많이들 발전했다. 내 수련 방식과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한 놈도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잘 따라온 건 기적이라 할 만하다.”

 

그 때문에 나는 녀석들을 향해 칭찬을 퍼부었다.

 

한데 놈들 반응이 어째 좀…… 미적지근한 게 긴장한 것 같달까?

 

“지엄하신 문주께서 칭찬을 해줬으면, 뭔가 반응이 있어야지…… 왜 말들이 없냐, 이것들아.”

 

내 말에, 연우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형님. 형님이 평소에 얼마나 문도들을 쥐 잡듯이 잡았으면 그러겠어요?”

 

“뭔 말이야, 인마.”

 

“생각해보세요. 형님이 언제 칭찬을 제대로 한 적이나 있습니까? 맨날 구박하고, 타박하고, 멸시하고, 괄시하고…… 그러던 양반이 갑자기 멀쩡한 얼굴로 칭찬을 일삼으니, 나 같아도 얼어붙겠습니다. 황당해서. 흐흐.”

 

그러고 보니…….

 

연우 말에 일리가 있었다.

 

하긴…… 내가 그간 문도들을 너무 굴리긴 했다.

 

“지금껏 내가 칭찬에 인색했던 건, 다 너희가 잘되길 바라서였다. 본래 인간은 조금만 어깨에 힘이 들어가도 마음이 들뜨고, 마음이 들뜨다 보면 허파에 바람이 들어가서 제깟 놈이 잘난 줄 착각하게 되는 법이거든.”

 

“…….”

 

“고로, 너희가 오늘날 성장을 이룩한 것은 다 나의 선견지명 덕분이었단 뜻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백산이가 혀를 끌끌 차며 끼어들었다.

 

“쯧쯧……. 문주야.”

 

문주야……라니?

 

네가 문도들 앞에서 날 그렇게 취급하면, 내 체면이 뭐가 되냐고!

 

확 따지려다가 그러면 더 궁색해질 게 뻔해서 가만있었다.

 

있었는데…….

 

“진소천, 이 멍청한 인간아!”

 

백산이 놈이 선을 넘는 게 아닌가?

 

“뭐야?!”

 

내가 쌍심지를 켜고 묻자, 녀석은 외려 피식-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해야지. 이 인간아, 네가 어쩌고 어째? 너 인마, 요 몇 달간 제대로 문도들 지도한 적이나 있냐? 문주란 놈이 맨날 제 일 하기 바빠서 단체 수련도 등한시한 주제에. 이놈아! 문도들 발전한 건 소천문의 무공 교관인 내 덕분이다. 그간 내가 다 수련시켰고. 알겠냐?”

 

비겁한 놈.

 

저렇게 주둥아리로 뼈를 때리다니…….

 

역시 나랑 같이 산전수전 겪다 보니, 저놈 주둥아리 신공도 거의 현경 수준이다.

 

“하하하! 그러고 보니, 진짜 그러네요? 최근에는 백산 형님이 문도들 수련 지도를 도맡았으니. 따지고 보면 전부 다 백산 형님 덕인데요, 문주님?”

 

“옳소!”

 

“백산 형님, 최고!”

 

그때,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일동, 이동, 삼동이까지 끼어들어서 난 곤혹스럽게 만들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수모를 당해도 화가 안 났다.

 

‘희한하네…… 이쯤 되면 열이 바싹 올라야 정상인데.’

 

혹시, 나…….

 

현자가 되어버린 걸까?

 

“닥쳐라!”

 

그럴 리가 없지.

 

확실히 그런 건 나한테 안 어울리는 걸로.

 

“어디서 문주를 상대로 희롱을 일삼냐? 문도들 주제에? 다들, 오늘 뒤졌다고 복창해라. 야간까지 특별 수련이다, 이 잡놈의 자식들아.”

 

내 외침에 문도들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인상을 구겼다.

 

나는 그런 녀석들을 보며 해맑게 웃어줬다.

 

“니들은 역시, 개같이 구를 때 빛이 난단다.”

 

 

 

 

 

* * *

 

 

 

 

 

날이 밝았다.

 

나는 일찌감치 예린이와 글 선생에게 언질을 주었는데, 두 사람은 소윤이를 데리고 잠시 소담골을 나갔다.

 

어쨌거나 딸내미 앞에서 아빠가 사람 때려잡는 꼴을 보여줄 순 없기 때문이다.

 

“후…….”

 

이제 곧 싸워야 한단 생각을 떠올려도 긴장이 된다거나, 가슴이 쿵쾅거리진 않는다.

 

그만큼 오늘을 위해서 독하게 준비했고, 승리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가자.”

 

짤막한 혼잣말을 내뱉은 나는 침상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깔끔한 백의무복을 걸친 뒤 연무장으로 향했다.

 

비로서 오늘에야…….

 

나는 내 전생의 진짜 원수였던 사천왕을 모조리 죽일 수 있을 것이다.

 

 

 

 

 

* * *

 

 

 

 

 

천마신교의 인원들이 당도한 것은 진시(辰時) 말 무렵이었다.

 

의외로 인원은 단출했는데, 교주 위지혼과 흑마왕, 백마왕을 비롯하여 삼십여 명의 호위 무사가 전부인 상태.

 

그 점에서 중원 무림의 인물들은 약간의 수치스러움과 동시에 분노를 느꼈다.

 

‘과연……!!!’

 

‘저자가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런 날, 저 정도의 인원만을 대동하고 적진으로 올 수 있단 말인가!’

 

‘위지혼…… 가히 대단한 자신감이구나!’

 

하나, 그들은 천마 위지혼 앞에서 자신들의 심경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그저 담대하게…….

 

가슴을 펴고 안광을 폭사시킨 채, 천마와 두 사천왕을 지그시 응시할 뿐.

 

물론,

 

“왔냐, 교주야?”

 

진소천만 빼고 말이다.

 

“네 이노오오옴!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망언을 지껄이느냐?”

 

그 순간, 흑마왕이 진소천을 향해 노호성을 터뜨렸다.

 

음성에 실린 방대한 공력 탓에, 문도들과 청룡단원들은 질색하여 식은땀을 흘리고 말았다.

 

그러나 정작 진소천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흑마왕아.”

 

“???”

 

“흑마왕. 이, 산송장 같은 새끼야. 내가 지금 네놈 대장이랑 인사 나누잖냐? 어디서 잔챙이 새끼가 끼어들어?”

 

“무, 무어라?!”

 

“그렇게 놀랄 것 없다. 어차피 조금 있다가 나한테 개처럼 처맞다 보면, 더 놀랄 테니까. 벌써 그러면 재미없잖아?”

 

“……!!!”

 

일순, 가차 없이 이어지는 진소천의 주둥아리 신공에 천마신교 측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그만 실소를 터뜨렸다.

 

보통 이럴 땐 대경실색한 표정으로 놀라는 게 정상이겠으나…….

 

이들 모두는 진소천의 기상천외한 짓을 한두 번 본 게 아니었고, 강백산, 동동이 형제, 석연우 등은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그러려니 할 뿐이었다.

 

우습게도 분기탱천한 흑마왕을 진정시킨 건 천마 위지혼이었다.

 

“흑마왕……. 저자는 지금 그대의 심력을 어지럽히기 위해 심계를 쓰고 있는 거요. 반쯤 정신이 나간 작자니, 성낼 필요가 없소.”

 

그제야 흑마왕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화를 삭이려 애썼다.

 

하나, 두 눈에는 여전히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노기가 서린 채였다.

 

“오……! 흑마왕. 생각보다 침착하네? 한데 이래도 침착할 수 있을까?”

 

그 순간, 진소천이 이죽거리며 손가락을 퉁- 튕겼다.

 

그러자 동동이 형제가 인파를 비집고 남루한 행색의 노인 하나를 질질 끌고 왔는데, 그 노인의 얼굴을 본 흑마왕과 백마왕의 얼굴에 경악이 서리고 말았다.

 

“저, 적마왕!!!”

 

“자…… 자네!!!”

 

다 죽어가는 노인의 정체는 바로 적마왕이었다.

 

“청마왕은 뒤졌고. 보시다시피 적마왕도 폐인이 됐다. 또한 오늘 흑마왕, 백마왕 너희 둘은 내 손에 죽을 테니까…… 강호에서 마도사천왕의 이름이 사라지기까진 이제 한나절 남은 셈이지.”

 

“……!!!”

 

“……!!!”

 

진소천의 말에 흑마왕과 백마왕은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아무런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

 

하나 두 사람이 심적 충격을 채 갈무리하기도 전에, 진소천의 미친 짓이 또 한 번 이어졌는데,

 

꽈악-!

 

“으…… 으윽!”

 

진소천이 폐인이 된 적마왕의 머리끄덩이를 질끈 움켜쥐더니, 웃는 낯으로 입을 여는 게 아닌가.

 

“잘 봐라. 이게 몇 시진 뒤, 니들의 모습이니까.”

 

“…….”

 

“…….”

 

“시작하자, 마교에서 온 영감탱이들아.”

 

진소천을 보며 석연우는 새삼, 다시 한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금제일의 또라이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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