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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87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3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87화

#187화

 

 

 

 

 

상문(傷門)을 개방했을 때…….

 

‘…….’

 

나는 필설로 형용할 수 없는 아득한 고통에 직면하게 됐다.

 

‘내가…… 아직 육체의 통증에 이렇게 괴로워할 수 있다니……?’

 

그 고통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통증이었다.

 

전생부터 온갖 지독한 수련을 자행했던 나였고,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겼으며 실제로 몸이 갈가리 찢어져 한 번 죽었던 내가…….

 

‘…….’

 

이를 악- 깨물고 눈을 질근 감을 만큼 아팠으니, 두말해서 뭐 하겠는가?

 

그제야 나는 팔문둔갑술을 체술에 응용할 사람이 오직 나뿐일 거라던 동벽 선생의 말을 여실히 절감하고 말았다.

 

아마…….

 

진짜 이런 극통을 참아내고 싸움을 할 수 있을 만큼 의지가 강한 사람은 천하에 나와 교주밖에 없을 것 같았다.

 

하나 고통이 큰 만큼 얻을 수 있는 힘의 크기도 실로 방대했는데.

 

……뭐랄까?

 

공력 자체가 더 늘어난 느낌은 아니었고.

 

다만 현묘한 힘이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기분이 들었는데, 비교해보자면 보편적인 무공에서 체득하는 힘보다 ‘자연결’의 호흡으로 체득하는 순수한 성정의 힘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 미증유의 힘을 통해 나는 음마와의 싸움에서 어렵지 않게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하나 그 순간 자존심에 협공하지 않던 음양쌍마도 마음을 고쳐먹었다.

 

“진 문주! 팔문둔갑술의 효험 때문인지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강해졌군. 도저히 나 혼자서는 자넬 감당할 방법이 없겠어.”

 

“자네 말대로 지금부터 협공을 하겠네. 수치고 뭐고 기왕 돕는 거 제대로 돕고 싶으니 말일세!”

 

그렇게 시작된 음양쌍마의 협공은 예상대로 초절하기 짝이 없었다.

 

상반신을 노리고 날아드는 음마의 무시무시한 장공과 하반신을 파고드는 양마의 권강 앞에 나는 모든 퇴로를 차단당했는데, 상문을 개방한 빙강(氷罡)의 폭발력을 살려 간신히 운신하는데 급급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당장 두문까지 최종 개방해 힘의 한계를 끌어 올리고 싶었지만, 상문만을 개방한 상태에서 얼마만큼의 힘을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 궁금했던 까닭이다.

 

‘지금의 나는…… 전생보다 더 강해진 상태야. 하면 조금 더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힘의 측정이 필요해.’

 

그랬다.

 

개문(開門)-휴문(休門)-생문(生門)-상문(傷門)을 개방하고, 풍(風)-뢰(雷)-수(水)-역(力)의 자연결을 끌어 올린 지금의 나는 일시적으로 전생보다 강해진 상태일 터.

 

실제로 상문을 개방한 순간 나는 생소한 느낌을 받았는데, 육신의 고통이 점차 잦아들면서 마치 대우주에 통달한 신선(神仙)이 된 것 같은 헌앙함이 샘솟았다.

 

생각하면 생각하는 대로…….

 

마음먹으면 마음먹는 대로…….

 

의지를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사고하고 상상하는 힘이 실체화되는 그 느낌은 천생 싸움꾼인 나에게 주지육림이요, 무릉도원과 같았다.

 

그러나…….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상문의 개방만으로 음양쌍마와의 싸움에서 승기를 차지할 수 없었다.

 

‘역시…… 백원천과 백원교가 쌍마雙魔라 불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의 협공은 그야말로 완벽한 공수교대의 전환.

 

가령 음마가 방어를 도외시한 채 공격일변도로 나올 땐 허술해진 빈틈을 양마가 채워주었고, 반대로 양마가 막강하기 짝이 없는 맹공을 퍼부을 땐 음마가 무너지는 양마의 균형을 보(保)해주는 형국이니, 쉽게 말해 허점이 없는 합격진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다.

 

그뿐인가?

 

음양쌍마는 별호대로 두 사람이 각각 극음한 성정과 극양한 성정의 무공을 체득하였다.

 

말인즉슨 둘의 합공은 극음하고 극양한 서로 다른 힘이 자연스럽게 화합하여 흡사 태극(太極)의 묘리를 살리고 있단 뜻이다.

 

그 탓에 온갖 외부적인 힘을 보태어 육신 상태를 최고조에 올려놓은 지금의 나로서도 음양쌍마를 동시에 제압하는 건 극악의 난제가 아닐 수 없었다.

 

‘괜히 음양쌍마가 과거 마도 최강자들로 군림한 게 아니다……. 게다가 두 사람이 각자 익힌 무공의 상성이 더해지니 숫제 괴물이 되어버리는군. 동동이들이 대성하면 저리되려나?’

 

그때 나는 음양쌍마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게 되었다.

 

나는 줄곧 음양쌍마가 마도사천왕 못지않은 고수라고 생각하면서도, 실제 그들이 마도사천왕과 일대일의 싸움을 하면 이기긴 힘들 거라 여겼다.

 

더구나 사천왕에겐 마인화라는 희대의 끔찍한 술법이 있기도 하고…….

 

하나 만약 대결 조건을 이대이의 비무로 바꾼다면 결과가 달라질지도 모른단 생각마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두문(杜門)을 개방해야겠다.’

 

결국 나는 상문을 개방한 후 반 시진을 넘기지 못하고 두문을 개방하기로 했다.

 

콰아아아아악-!

 

그렇게 죽음의 영역인 경문(景門) 직전의 두문까지 완전히 개방하자…….

 

일순 내 신체의 모든 뼈대가 허물어지고, 피륙이 지옥 불에 녹아내리는 느낌이 전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아니…….

 

육체의 감각을 넘어서 영혼에 각인되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 느낌은 한 마디로 X같기 짝이 없었는데, 사실 그 순간 나는 그냥 포기해 버릴까 하는 역겨운 생각마저 품고 말았다.

 

‘낄낄낄…….’

 

그러자…….

 

희한하게도 고통스럽다기보다 우스운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과연 내가 살면서 지금보다 고통스러운 순간이 없었나?

 

자문한 나는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럴 리가 없잖아.’

 

답을 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살수회 대장이었던 진소천이 포기를 한다고? 포기?!’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애당초 성립이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분명 내 친구였던 3호를 내 손으로 죽이던 순간…….

 

지금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웠고 훨씬 더 괴로웠으며 훨씬 더 번민했다.

 

이후는 또 어떤가?

 

믿었던 교주에게 버림받고 평생을 바쳤던 마교에 토사구팽당해 죽던 순간…….

 

‘그때 나는 고통을 모든 고통을 잊었다.’

 

나는…….

 

보잘것없는 인간의 모든 고통을 이미 관통해 버렸던 것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나는 두문의 개방이 가져온 지옥의 통증을 깡그리 씹어먹으며 씨익- 미소 지었다.

 

그리고…… 소윤검을 들어 음양합마공을 펼치는 음양쌍마를 향해 비호처럼 몸을 날렸다.

 

“할아범들……. 죽을 각오, 할 수 있도록.”

 

 

 

 

 

*

 

 

 

 

 

보름 후…….

 

소천문-.

 

“동벽 선생. 별고 없으셨소이까?”

 

“하하하하하핫! 동벽 선생에 독선 선생까지. 대체 소천문이 뭐 하는 곳이길래 천하삼대의원 중 두 사람이 머문단 말이외까?”

 

올 거라 예상은 했지만…….

 

아직 진소천과 사천왕의 대결이 칠주야나 남은 시점에 무림맹주 남궁학과 사도맹주 홍금부가 소천문을 찾은 것은 의외의 일이었다.

 

“생각보다 일찍들 오셨구려. 우선 안으로 드시오.”

 

동벽 선생은 수많은 방문객들의 거처를 마련하고 연회를 준비하는 한편, 남궁학과 홍금부만 따로 불러내 문주실에서 찻잔을 기울였다.

 

“문주는 현재 입산 수련 중이라 자리를 비운 상태요. 본래 대결 당일까지 나와 문도들이 수련을 돕기로 했으나, 어쩐 일인지 오늘부터 홀로 명상하며 심신을 정비하겠다 하더구려. 해서 하산했는데 때마침 두 분이 오셨으니, 나도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듯싶소이다. 내일부터는 구파일방, 팔대세가를 비롯한 중원 각지에서 손님들이 몰려오기도 할 테고…….”

 

동벽 선생의 말에 남궁학과 홍금부는 짐짓 고갤 끄덕이며 수염을 쓸었다.

 

그러다 이내 남궁학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동벽 선생. 선생은 진 문주의 상황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으니, 그에 대해 자세할 거요. 혹시…… 진 문주의 현재 상태가 어떤지 여쭈어도 되겠소?”

 

그 물음에 동벽 선생은 빙그레 웃으며 찻잔을 홀짝이다 외려 질문을 던졌다.

 

“우선……. 그에 앞서 두 분께 물어볼 게 있소이다. 혹시 적마왕은 데리고 오셨소?”

 

그러자 이번에는 홍금부가 대답했다.

 

“물론이오. 동벽 선생. 진 문주의 편지를 받고 적마왕의 상태를 호전시킨 뒤 압송하였고, 현재는 맹원들이 붙잡아 놓은 상태요. 귀하께서 안내해준 거처에서 본맹 호법들이 감시 중이며, 그는 이미 무공을 잃어 평범한 늙은이가 됐으니 심려하지 않으셔도 좋소.”

 

“그렇구려……. 사실 문주가 두 맹주께서 오시는 대로 적마왕부터 단단히 살피라길래 여쭈었소이다.”

 

“흐흐흐……. 아무래도 진 문주가 적마왕을 미끼로 흑마왕과 백마왕을 골려줄 작정인 모양이오. 폐인이 된 적마왕의 모습에 진 문주의 현란한 말빨이 더해지면…… 흑마왕과 백마왕 놈도 약이 바싹 오를 거요.”

 

홍금부의 말에 공감이 갔는지, 순간 동벽 선생과 남궁학도 옅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이윽고…….

 

동벽 선생의 표정이 돌연 진중하게 변했다.

 

“남궁 맹주. 홍 맹주. 내가 진 문주의 상태를 말하기에 앞서 적마왕에 대해 먼저 물은 것은 말이 한참 길어질까 싶었기 때문이외다.”

 

“동벽 선생…….”

 

“어인 말씀이신지…….”

 

남궁학 홍금부가 의문 섞인 시선을 띄우자 동벽 선생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두 분……. 놀라지 말고 들으시오.”

 

“…….”

 

“…….”

 

“어쩌면…… 중원무림을 지탱하고 있는 일황삼존오왕이나 사도십괴는…… 천마와 싸울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려.”

 

“동벽 선생?”

 

“……그게 무슨 말이신지? 알아듣게 말씀해주시면 좋겠소. 동벽 선생.”

 

다소 당혹스러워하는 두 사람을 향해 동벽 선생은 웃음을 선보이며 말문을 뗐다.

 

“진 문주가…… 어쩌면 천마도 이길 수 있을지 모른겠다는 뜻이오.”

 

 

 

 

 

* * *

 

 

 

 

 

“그게 무슨 말이시오?”

 

“하면…… 진 문주가 천마와도 생사결을 한단 말씀이외까?”

 

대경실색한 남궁학과 홍금부의 물음에 동벽 선생이 말을 이었다.

 

“그렇소이다. 이미 위지혼과 그 부분에 대해 약속이 되었소. 만약 이번에 문주가 흑마왕과 백마왕을 모두 꺾는다면…… 위지혼은 조건 없이 진 문주의 도전을 받겠다 약조한 상황이오. 단 진 문주도 무리하게 천마와 싸우려 하진 않을 테니, 사천왕을 이기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스스로 천마를 꺾을 방도를 찾은 후에야 도전할 거외다.”

 

그제야 남궁학과 홍금부는 깨달았다.

 

진소천이 노리는 목표가 위지혼이었음을 말이다.

 

‘진 문주는…… 애당초 처음부터 천마를 목표로 두고 사천왕과 싸울 생각이었군…….’

 

‘허허허…… 사천왕 따윈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었다는 건가?’

 

“동벽 선생……. 외람된 질문이오나 선생은 식견이 대단하니 나름의 생각이 있으실 줄 아오. 과연 진 문주가 정말 사천왕을 모두 이길 수 있을 거라 보시오? 설령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검황 선배와 주영천 선배마저 이긴 당대 천마를 진 문주가 정말 넘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는 것이외까?”

 

남궁학이 동벽 선생을 향해 묻자 동벽 선생의 입에서 무거운 음성이 이어졌다.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확신할 수 있소이다. 지금의 진 문주라면 능히 사천왕을 꺾을 수 있을 것이오.”

 

“그 그게 정말이시오?”

 

“그러하오. 물론 강호인들 간의 싸움을 어찌 확신할 수 있겠냐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늙은이는 진 문주의 승리에 모든 걸 걸 수 있소.”

 

“허……! 진 문주의 무공이 그간 크게 발전한 모양이오.”

 

“그렇소. 그리고 이번에 진 문주가 자신의 한계를 또 한 번 넘어선다면…….”

 

“……”

 

“그땐 비로소 천마와의 싸움에서도 승리할 수 있지 않겠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오.”

 

순간 남궁학과 홍금부의 안면에 화색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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