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340화 (완결) | 판타지 소설 | 무료소설.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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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340화 (완결)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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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40화 (완결)

신을 죽이러 갑니다 340화(완결)

신을 죽이러 갑니다 (11)

 

무혁이 심판의 검을 발동하는 순간 라시온은 깨달았다.

권능이라는 사실을.

마신인 자신의 시간마저도 멈출 수 있는 능력은 오로지 권능뿐이었으니까.

다시 말해서 무혁은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오른 존재의 격을 형성했다는 뜻이었다.

신.

그래, 무혁은 신이었다.

그것도 중간계 최초의 신!

“중간계에서도 드디어 신이 나왔군. 그런데 그게 인간일 줄이야.”

라시온이 재밌다면서도 황당하다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가장 하등한 종족인 인간이 신으로까지 진화를 할 줄은 마계와 천계의 그 어떠한 신도 예측하지 못했을 일이다.

아니, 중간계의 그 어떠한 종족도 신으로 진화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그 놀라움은 더욱더 클 수밖에 없었다.

라시온의 놀람만큼이나 무혁의 놀람 역시 컸다.

‘심판의 검을… 막았어?’

이건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심판의 검은 유일하게 라시온을 죽일 수 있는 검이다.

애초부터 마신을 죽일 수 있는 검술이라고 했으며, 실제로도 모든 존재를 심판할 수 있는 유일한 검이라고 설명되어 있었으니까.

그러니 라시온이 제 아무리 마신이라 하더라도 결코 막거나 피할 수 있다고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필승 카드라고 여겼었던 심판의 검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리자 무혁으로서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라시온을 상대해야 할지 모든 것이 혼란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설마, 방금 사용했던 권능 하나만 믿고 날 상대하려고 했던 건가?”

라시온의 물음에 무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랬던 모양이군. 큭큭큭… 크하하핫!”

라시온이 웃겨서 미치겠다는 듯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었다.

“시간을 지배하는 권능이라… 충분히 자신할 만 했겠지. 하지만 그거 하나만 믿고 날 죽일 수 있다 자신했었던 건 과신이자 만용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멍청할 수 있느냐는 듯, 역시 인간답다는 듯 라시온은 무혁의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비웃음을 터트렸다.

“내게도 권능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건가?”

하긴 했다.

다만, 라시온의 권능이 무엇이든지간에 심판의 검이 더 강력할 것이라고 믿었을 뿐.

그래, 그의 말대로 자신은 너무나도 큰 과신과 만용을 부린 것일지도 모른다.

무혁은 비웃음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라시온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지 못했다. 지금만큼 부끄러웠던 적도 없었고, 이렇게까지 자신의 복수가 허탈하게 끝이 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쥐구멍이 있다면 어떻게든 그 속에 숨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러웠다.

“X발…….”

진한 욕설을 내뱉으며 무혁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래, 인정하자.

심판의 검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하지만, 심판의 검이 없다고 지금 상황이 무조건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섣부른 생각이나 패배감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분명 라시온이 말했잖은가?

자신 역시 신이 되었다고.

마신인 라시온이 무혁을 ‘신’으로 인정했다는 건 어찌되었든 동등한 입장이라는 사실이다.

직접적인 힘의 크기는 이제부터 몸으로 부딪혀보면 될 일이다.

무혁은 곧바로 블랙 본 장검부터 만들어냈다.

더 이상은 블랙 본 장검이라고 부르기엔 그 색상이 너무나도 확연하게 달라진 잿빛 검이었지만, 어쨌든 현재 무혁이 가진 무기 중에서는 가장 강력했기에 이것으로 라시온의 몸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믿어볼 뿐이었다.

하지만, 라시온에게 블랙 본 장검은 우습기만 한 듯 보였다.

“그런 장난감 따위로 날 상대하겠다는 건가?”

라시온의 말에 무혁은 눈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아까부터 진짜 거슬려… 그 말투!”

무혁은 곧바로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고, 라시온을 중심으로 모든 공간들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어떠한 마왕이라 하더라도 손도 까딱거리지 못하고 온 몸이 조각나버릴 무혁의 공격이었지만,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마신이었기에 전혀 통하지가 않았다.

쩡-!

라시온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 무혁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고작 이런 하찮은 공격이 전부인 건가? 다른 권능을… 설마, 네놈이 가진 권능은 그것뿐인가?”

자신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있는 무혁의 모습에 라시온의 입가가 씰룩- 거렸다.

“권능이 고작 하나뿐인 신이라… 반쪽짜리였군! 중간계 최초의 신이여, 천계와 우리 마계의 신들은 권능으로 우열을 가린다. 그럼 권능이 하나밖에 없는 신은 어떻게 될까?”

라시온의 눈동자가 맹수처럼 흉포한 빛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가시가 온 몸을 눌러대는 것만 같은 고통과 압박감에 무혁은 저절로 이마에서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권능이다!’

무혁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라시온은 지금 그만이 가지고 있는 권능을 통해서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을.

“…큭!”

덫에 걸린 짐승마냥 꼼짝도 못하던 무혁의 피부가 갈라지고, 그 속에서 핏물이 울컥울컥- 튀어나왔다.

보이지 않는 칼날, 혹은 송곳과도 같은 것들이 무혁의 몸에 상처를 입힌다.

“블링크!”

우선은 공간 자체를 피해보자는 심정으로 블링크를 사용했지만, 소용없었다.

“이곳은 나의 성역. 들어오는 것도, 나가는 것도 모두 내 의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라시온이 씨익- 웃으며 그렇게 말했고, 무혁은 혹시나 싶어서 텔레포트를 사용해봤지만 역시나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블링크도, 텔레포트도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무혁은 공격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어떻게 피해야 할지, 도저히 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큭큭큭!”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공격을 받고만 있는 무혁의 모습에 라시온은 물론, 케케마탄 역시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케케마탄은 라시온에 힘에 짓눌려 버리는 무혁의 모습이 너무나도 통쾌해서 환호성이라도 지르고 싶을 정도였다.

보이지 않는 힘에 온 몸이 관통을 당하며 고통과 상처가 깊어져가자 무혁은 이를 악물며 핏발이 선 눈으로 라시온을 노려보며 씹어 내듯 말했다.

“심판의 검.”

두 번째 심판의 검을 사용하자 무혁의 몸에서 또 다시 새하얀 불길이 치솟았다.

몸에서 치솟은 새하얀 불길 때문인지 몸을 관통하던 고통이 사라졌다.

콰자자자자자작!

또 다시 심판의 검이 라시온의 정수리 위에서 깨져나갔다.

이번에도 심판의 검을 파괴시킨 것이 무엇인지 볼 수 없었다. 그냥 허공에서 갑작스럽게 혼자 깨져나가 버렸으니까.

그건 마치.

‘캔슬?’

방어를 하거나, 회피를 하지도 않고 저절로 심판의 검이 깨져버렸기에 어쩌면 심판의 검을 파괴한 라시온의 권능이 ‘캔슬’과 같은 종류가 아닐까 추측을 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몸을 관통하던 라시온의 힘 또한 깨끗하게 사라져버렸다.

만약, 정말로 캔슬 계통의 권능이라면 자신의 공격까지도 지워진다는 의미였다.

“눈치 챈 건가?”

라시온이 징그럽게 웃으며 무혁을 바라봤다.

“권능 파괴. 그 어떤 신의 권능이라도 반드시 파괴하는 권능이지.”

라시온의 추가 설명에 무혁의 얼굴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하필이면 최악의 상성을 가진 권능으로 인해서 심판의 검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이 싸움… 이길 수가 없다.’

무혁은 자신의 능력으로는 라시온을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투지를 잃고 절망하는 무혁의 모습에 라시온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자신의 권능이 무엇인지를 알려준 이유가 바로 저런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 하더라도 네가 이길 확률은 없다는 지독한 절망감을 선사하기 위해서 라시온은 자신의 권능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밝힌 것이었다.

“내가 가진 두 번째 권능, 육체 관통.”

또 다시 보이지 않는 힘이 무혁의 온 몸을 관통하기 시작했다.

“지독한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라.”

잔인하게 웃는 라시온의 모습에 무혁은 꽉- 깨문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오려는 처절한 고통의 비명을 억지로 삼키고, 삼켰다.

마지막 자존심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절망한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는 라시온에게 더 이상의 즐거움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오기로 버텼다.

입술이 찢어지고, 핏물이 턱을 타고 흘러내리며 입 주변이 흥건해질 때쯤에야 무혁은 의식이 흐릿해져갔다.

이대로 죽는 건가?

이렇게 무기력하게 죽으려고 여기까지 왔던가?

흐릿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무혁이 중얼거렸다.

“…리커버리.”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무혁의 신체가, 그의 정신이 빠르게 복구되었다.

“에르마우엘?”

다 죽어가던 무혁이 완벽하게 정상으로 돌아오는 기적의 회복력에 라시온의 눈가가 잘게 떨렸다.

“다크 문! 수룡!”

몸이 회복된 무혁은 곧바로 라시온의 머리 위로 다크 문을 떨어트렸고, 자신의 몸을 감싸며 수룡을 일으켰다.

예상했던 것처럼 수룡이 쩌저적- 소리와 함께 라시온의 권능에 의해서 사정없이 박살이 났지만, 덕분에 무혁은 고통에서 잠시나마 해방될 수 있었다.

반면, 라시온은 자신의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다크 문의 위력에 같잖다는 듯 혀를 차며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이렇다 할 소리도 없이 다크 문이 먼지가 되어 흩날렸다.

‘권능이 아니면 공격조차 통하지 않는다는 건가?’

무혁은 이를 깨물고는 마지막 남아 있는 심판의 검을 사용하려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무의미한 짓이었으니까.

어차피 해봐야 통하지도 않을 공격을 하느니 차라리 몸으로 부딪혀보는 것이 낫다고 여겼다.

그 전에 우선 라시온이 사용하고 있는 육체 관통 권능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무혁은 수룡으로 인해 육체 관통 권능이 가진 허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으아아아아-!”

무혁은 고함을 내지르며 육체 관통을 벗어나기 위해 양쪽 팔을 희생했다.

생으로 팔이 뜯겨져 나가는 고통과 기분을 누가 알까?

양쪽 팔을 희생하면서 육체 관통이 가지고 있는 틈을 비집고 나온 무혁은 말 그대로 온 몸이 엉망진창이었다.

“제법이군.”

육체 관통은 일정 범위만을 억압하는 힘을 가진다.

즉, 보이지 않는 사각형의 감옥이라고나 할까?

때문에 지금 무혁이 한 것처럼 신체 일부를 포기할 각오로 틈을 벌리고 빠져나오는 일은 충분히 가능했다.

다만, 그걸 안다 하더라도 제 신체 일부를 포기할 정도로 각오를 다지는 것과 권능에 의해 손상된 신체는 똑같은 권능에 의해서만 회복이 되기에 어지간한 마신이나 천신들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리커버리!”

무혁은 보란 듯이 또 한 번 리커버리를 사용해서 몸을 회복했다.

심판의 검과 다르게 리커버리는 라시온이 가지고 있는 육체 관통 권능에는 상극이었다.

하지만, 라시온은 그렇게 육체 관통으로부터 벗어난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표정으로 무혁을 바라봤다.

“이 꽉! 물어라! 이 X발 새끼야!”

빠르게 거리를 좁히고 들어온 무혁은 라시온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

라시온의 얼굴에 진심으로 당혹감이 떠올랐다.

신들의 싸움은 권능의 싸움이다.

때문에 파괴력이 강하거나, 은밀하거나,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항상 일정 거리를 떨어져서 서로를 바라보며 각자가 가지고 있는 권능을 발현할 뿐이었다.

지금처럼 직접적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신은… 없다.

“…저열한!”

라시온이 두 눈을 일그러트리며 가볍게 발끝으로 땅을 내리 찍었다.

공간이 압축되었다가 팽창하듯이 라시온을 중심으로 단단하면서도 날카로운 방어막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수많은 적들이 자신을 에워싸며 달려든다 하더라도 이 한 번으로 온 몸이 조각나버릴 정도의 위력적인 방어이자, 공격이었지만, 아쉽게도 상대는 그저 그런 마계나 천계의 마왕이나 천사가 아니었다.

라시온과 동등한 위치에 서 있는, 비록 그 능력이 이제 막 개화를 했다 하더라도 ‘신’이라 불릴 수 있는 존재였다. 그리고 그에게는 아주 특별하고도 무시무시한 권능까지 가지고 있었다.

“리커버리!”

라시온이 발산한 힘에 의해 팔 전체가 날아 가버린 무혁이었지만, 리커버리에 의해 다시금 멀쩡하게 돌아왔고 이러한 상황까지 예측하지 못한 라시온은 그대로 안면에 상대의 주먹을 허락하고 말았다.

콰- 작!

“…컥!”

마신으로 살아오며 지금과 같은 폭력을 허용한 적이 있었던가?

라시온은 고개가 뒤로 튕겨져 나가며 자신의 성 천장이 어떠한 무늬인지를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아프다, 고통스럽다- 라는 감정이 머릿속에 들 무렵, 귓가에서 속삭이는 음성이 라시온의 뇌리를 흔들었다.

“이제 시작이야! 이 X같은 새끼야!”

라시온의 멱살을 잡아당기며 무혁은 사정없이 그의 머리를, 가슴을, 복부를 가격했다.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공격 방법에 노출된 라시온은 정신없이 두들겨 맞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케케마탄의 눈알은 튀어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커져 있었다.

“라, 라시온 님…….”

퍽! 퍽! 퍽퍽! 퍽퍽퍽!

무혁은 한 번 잡은 승기를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 온 힘을 다 해서 라시온의 몸 구석구석을 두들겼다.

주먹, 발, 무릎, 팔꿈치 등 라시온의 몸을 가격할 때마다 느껴지는 묵직하면서도 짜릿한 타격감은 어쩌면 이대로 그를 쓰러트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희망의 불꽃이 꺼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본체 분열.”

권능 파괴, 육체 관통에 이은 세 번째 권능이 발현되었다.

무혁의 손에 단단하게 잡혀 있던 라시온의 몸이 순식간에 열 개가 넘는 숫자로 분열되었다. 그렇게 본체에서 분열되어 나온 여러 라시온의 분신인지, 본체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손을 휘저었다.

아주 가느다란 검은 선이 무혁을 향해 날아들었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무혁의 양쪽 다리가 잘리고, 팔이 잘리고, 복부가 갈라졌다. 놀라운 것은 무혁의 손에 단단하게 붙잡혀 있던 본래의 라시온의 몸 또한 검은 선에 의해 여기저기가 잘리고, 끊어졌다.

“리커버리!”

무혁은 다급하게 회생을 하고는 다른 라시온의 분신을 공격했다.

“이 많은 수를 그딴 저급한 공격으로 쓰러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라시온이 안쓰럽다는 듯 그렇게 말을 내뱉고는 다시 무혁을 향해 공격을 펼쳤다.

거미줄처럼 날아오는 강력한 공격을 막기 위해 무혁 또한 실드를 만들어내고, 수룡과 다크 문을 무차별적으로 날려댔다.

쩌저적! 콰앙! 퍼퍼퍼퍽!

무혁을 중심으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그 속에서 무혁은 어떻게든 라시온의 분신 하나를 잡아 목을 끊어버렸다. 하지만, 그 대가로 무혁 또한 상당한 피해를 입어야만 했다.

“리커버리!”

또 다시 회복해버리는 무혁의 모습에 라시온이 눈살을 찌푸렸다.

“시간을 지배하는 권능에다가 에르마우엘의 회복 권능까지… 두 개 뿐이라 하더라도 상당한 권능을 손에 넣었군. 하지만, 강력한 권능일수록 발현 조건이 까다롭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 과연 얼마나 더 회복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무혁은 리커버리의 축적 횟수가 빠르게 소진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 내심 불안하고 초조해지고 있었다.

‘이제 남은 횟수는… 15번.’

총 20번의 축적 횟수 중 짧은 시간 내에 다섯 번이나 사용한 결과였다.

무혁의 눈앞에서 똑같은 웃음을 짓고 서 있는 라시온의 분신은 모두 15개.

공교롭게도 라시온의 분신 한 명을 쓰러트릴 때마다 리커버리를 한 번씩 사용한다 하더라도 축적 횟수가 모두 소진되어버린다.

그러고 나면 남는 것은 무혁의 죽음뿐이었다.

‘잠깐! 강력한 권능일수록 발현 조건이 까다롭다고?’

그 말을 반대로 생각하면, 라시온 역시 권능 파괴를 마음껏 사용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강력하기로 따지면 심판의 검보다 윗줄의 권능이 바로 권능 파괴다.

아니, 그 어떠한 권능도 권능 파괴보다 강할 순 없었다.

모든 권능을 파괴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발현 조건을 따지자면 가장 까다로워야 했다.

‘두 번.’

지금까지 라시온이 권능 파괴를 사용한 건 두 번이다.

과연 세 번째도 사용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무혁으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기에 섣부르게 심판의 검을 사용해볼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 남은 횟수는 단 한 번뿐이었으니까.

그렇다보니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 속에서 한 번밖에 남지 않은 심판의 검을 사용해서 마지막 기회마저 날려버릴 순 없었다.

당장 중요한 건 과연 라시온이 권능 파괴를 쓸 수 있느냐, 없느냐였다.

‘공격용 권능을 하나만 더 얻었어도…….’

무혁이 그렇게 아쉬움을 달래던 중에 한쪽에서 자신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케케마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무혁은 불현듯 하나의 가정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해보자!’

지금으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무혁은 두 번 고민할 것 없이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생각을 마친 무혁은 곧바로 라시온을 공격하는 척 움직이다가 그대로 방향을 틀어서 케케마탄을 향해 움직였다.

“무슨 짓을 하려고…….”

라시온은 갑작스런 무혁의 돌발 행동에 미간을 찌푸렸고, 그러는 사이에 무혁은 어느새 케케마탄의 코앞으로까지 다가가 있었다.

놀라긴 케케마탄 또한 마찬가지였다.

라시온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열세인 무혁이 갑작스럽게 자신을 향해서 달려들자 무슨 생각인지를 추측해보려 했지만, 어느새 목덜미를 잡혀버리고 말았다.

“…큭!”

“설마, 케케마탄을 인질로 잡기라도 하겠다는…….”

라시온은 무혁이 인질극이라도 벌여서 이 상황을 모면하려나 싶었지만, 자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케케마탄의 머리통이 박살이 나버리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케케마탄의 피와 뇌수를 뒤집어 쓴 무혁은 라시온이 눈치를 채기 전에 재빨리 그의 영혼을 추출하기 시작했다.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뒤늦게 무혁의 행동을 깨닫고 라시온이 공격을 펼쳤다.

쩍! 쩌저저적!

등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에 무혁의 몸이 사정없이 잘리고, 베이면서 핏물이 터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혁은 이를 악물고 케케마탄의 영혼을 추출하는 것에만 온 정신을 집중시켰다.

푸욱-!

라시온의 공격에 심장이 관통 당하자 무혁은 황급히 리커버리를 사용했다.

이어서 육체 관통 권능까지 무혁의 숨통을 조여 댔지만, 그때마다 무혁은 리커버리를 사용해가면서 버텨냈다.

그렇게 네 차례나 더 목숨이 끊어질 뻔한 치명상을 당하면서 네 번의 리커버리를 추가로 소진해야만 했다.

“…됐다.”

그러는 사이 케케마탄의 영혼을 완벽하게 추출해낸 무혁은 그대로 그걸 흡수해버렸다.

케케마탄의 영혼을 흡수하자 무혁은 온 몸에서 들끓어 오르는 새로운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전처럼 알림은 없었지만, 무혁은 똑똑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세 번째 권능을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다크 문.”

무혁이 선택한 세 번째 권능은 보유하고 있는 스킬 중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다크 문이었다.

다크 문을 사용하자 공기가 변했다.

라시온의 성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가진 다크 문이 라시온의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권능?”

라시온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다크 문의 면적으로 인해 모든 분신들이 공격을 당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모든 분신들을 하나로 모아서는 양쪽 팔을 들어 올렸다.

자신의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다크 문을 막아보겠다는 듯한 행동이었다.

결과적으로 라시온은 다크 문을 막아냈다.

상당한 힘을 소모했는지 숨소리가 조금은 거칠어져 있었지만, 분명한 건 권능으로 발현된 다크 문을 권능이 아닌 힘으로 막아냈다는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무혁 또한 라시온의 육체 관통 권능을 수룡과 팔을 희생하는 것만으로 빠져나왔으니 그리 놀랄 건 없었다.

그저 권능 파괴를 사용하지 않고도 다크 문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었다.

“케케마탄의 영혼을 흡수해서 힘을 키우다니… 그랬군. 너는 지금까지 영혼을 흡수해가면서 진화를 해왔던 거였어.”

라시온의 눈동자가 그 어느 때보다도 흉흉하게 빛을 뿌려댔다.

본능적으로 무혁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를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다.

그 어떠한 마신이나 천신도 상대의 영혼을 흡수하면서 진화한 적이 없었다. 즉, 무혁과 같은 진화 과정은 최초라는 의미였고, 그 과정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라시온은 명확하게 간파한 것이었다.

여기서 무혁을 죽이지 못하면 모든 마신과 천신들이 놈의 먹잇감이 된다.

모든 신들이 원하는 단 한 명의 신, 유일신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질투와 시기심이 라시온의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을 하며 라시온은 다시 한 번 무혁의 몸을 가둬버리는 육체 관통 권능을 발현했다.

하지만, 한 번 간파되어버린 육체 관통 권능을 두 번째로 빠져나오는 것은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리커버리로 몸을 회복하며 무혁은 또 한 번 다크 문을 사용했다.

다크 문의 권능 축적 횟수는 무려 15회나 되었기에 아직까지는 충분한 여력이 있었다.

‘힘으로 막을 수 없도록 해야 해.’

무혁은 곧바로 다크 문을 두 번이나 추가로 중첩시켰다.

세 개의 다크 문이 동시 다발적으로 떨어져 내리자 라시온도 힘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걸 깨닫고는 곧바로 권능 파괴를 사용했다.

그 모습을 보며 무혁은 기다렸다는 듯 또 다시 세 개의 다크 문을 사용했다.

“…….”

보일 듯 말 듯,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라시온의 모습을 보며 무혁은 확신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라시온은 또 다시 권능 파괴로 세 개의 다크 문을 소멸시켜버렸다.

“또 해봐.”

무혁이 다시 다크 문 세 개를 떨어트렸다.

이번에도 라시온은 권능 파괴를 사용했다.

“다크 문.”

라시온은 또 다시 자신을 덮쳐오는 세 개의 다크 문을 바라보며 딱딱하게 경직된 표정으로 무혁을 바라봤다.

‘끝인가?’

무혁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라시온은 보란 듯이 권능 파괴를 사용했다.

이제 다크 문을 사용할 수 있는 횟수는 두 번.

이번에는 무혁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강력한 권능일수록 발현 조건이 까다롭다면서!’

지금까지 라시온이 사용한 권능 파괴는 무려 6번이나 되었다.

아무리 권능 단계가 높다 하더라도 저렇게 사기적인 권능 파괴를 하루에 6번씩이나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혁으로서는 기가 막혔다.

“이제 끝인 건가?”

상황이 역전됐다고 생각한 라시온이 빙긋- 웃었다.

“자, 그럼 네놈을 끝내야…….”

무혁은 남은 두 개의 다크 문을 사용했다.

그리고 동시에 몸을 움직였다.

라시온의 심장에 직접 블랙 본 장검을 박아 넣겠다는 듯.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두 개의 다크 문을 바라보며 라시온은 놈의 공격도 이것으로 끝났다는 걸 확신했다.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직접 다크 문을 막아내고 싶었지만, 그러는 사이에 무혁의 공격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도 있었기에 그는 어쩔 수 없이 권능 파괴를 사용하고 말았다.

‘일곱… 번째… X발! 너무하네!’

무혁은 권능 파괴로 다크 문을 무효화시키고 자신을 기다리듯 서 있는 라시온의 모습을 보며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정말로 이제 가지고 있는 패를 모두 사용했으니 더 이상은 어떠한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육체 관통이 무혁의 몸을 짓눌렀고, 무혁은 팔과 다리를 희생하며 빠져나왔다.

하지만, 라시온 또한 더 이상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연속적으로 육체 관통을 사용했고, 그때마다 무혁은 리커버리를 사용해가며 겨우 겨우 코앞으로까지 접근을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제 남아 있는 리커버리 사용 횟수가 고작 3번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런 걸 근성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 그렇게 와서 날 어쩔 생각이지?”

“어쩌긴! 죽여야지!”

무혁이 블랙 본 장검을 내질렀지만, 라시온은 우습다는 듯 몸을 분열해버렸다.

“…하!”

자신을 빙- 둘러싸고 거만하게 서 있는 라시온의 모습에 무혁은 온 몸에 힘이 쫙- 빠져버렸다.

더 이상은 버티고 서 있을 힘조차 없을 정도로 열악해진 상황에 무혁은 이대로 죽더라도 마지막 남은 비장의 카드 한 장까지 소진하고 가자는 듯 눈곱만큼의 기대감도 없이 중얼거렸다.

“심판의 검.”

무혁의 몸에 새하얀 불길이 치솟자, 라시온의 표정이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혔다.

“…뭐야? 너 설마?”

무혁은 극도로 불안하게 검붉은 눈동자만 굴려대는 라시온의 모습을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

“다 썼구나.”

더 이상 라시온이 권능 파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에 무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자신을 빙 둘러싸고 있는 라시온의 십여 개의 분신들을 바라보며 힘차게 외쳤다.

“잘 가라, 이 X새끼야!”

십여 개의 라시온의 분신들 머리 위로 똑같은 모양의 똑같은 심판의 검이 떨어져 내렸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퍽!

마신 라시온의 최후였다.

잠시 후, 홀로 남은 무혁은 마신 라시온의 시체를 향해 걸어갔다.

다른 누구도 아닌 마신의 영혼을 흡수할 수 있을까?

무혁은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여겼다.

라시온의 영혼이 그의 시체를 떠나지 못하고 불안하게 이어져 있는 모습을 보며 무혁이 입을 열었다.

“억울해 할 것 없어. 너 뿐만 아니라 다른 놈들도 다 내 손에 죽을 테니까. 네 힘을 흡수하고 나면 곧바로 난 갈 거다. 너와 똑같은 신들을 다 죽이러.”

신을 죽이러 간다.

무혁의 계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에필로그.

 

 

 

 

“그가 이곳까지 쳐들어온다면 그땐 어쩔 생각입니까?”

“우리와는 관계가 없는 일인데 설마…….”

“관계가 없다고 할 순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암묵적으로 승낙을 했으니까 라시온이 지구의 인간들을 데리고 놀았던 것 아닙니까?”

“그러면 우리가 대대적으로 그를 막아야 한다는 겁니까?”

“막을 수 있다면 막고 싶은 게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하지만 과연 막을 수 있겠습니까?”

“…….”

어느 누구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마계가 초토화되었으니까.

그 어떤 천계의 신도 혼자서, 아니 단체로 나선다 하더라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을 그는 혼자서 해내고 있었다.

“회유를 해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어떻게 말입니까?”

“중간계 전체를 지배하는 신으로서의 자격을 정식으로 부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번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 천계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를 하겠다고 맹약을 맺는 겁니다. 우리가 라시온의 행동을 못 본 척 눈 감고 지나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에게 책임을 물을 순 없는 것 아닙니까? 우리가 중간계의 일까지 일일이 간섭을 하고 나설 순 없으니 그 정도는 그도 이해해주지 않겠습니까?”

회의를 시작한 이후 가장 설득력 있는 의견이었다.

“흠… 이번을 기회로 차라리 중간계와 동맹 관계를 맺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천계의 신들도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일이라고 생각을 모았다.

“어쩌면 그도 딱히 우리 천계와는 대립하고 싶은 생각이 없을지도 모르니…….”

“큰일 났습니다!”

회의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티끌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새하얀 날개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사내, 대천사 엘우리사가 급하게 들어왔다.

“큰일이라니?”

천계를 지탱하고 있는 일곱 개의 빛의 기둥 중 하나인 천신, 하퍼웨일이 침착한 음성으로 물었다.

“차, 차원의 벽이 허물지고 있습니다!”

“뭐라고!”

“맙소사!”

“어쩌다가!”

천신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몸을 일으키며 경악에 찬 음성으로 그렇게 외쳤다.

“차원의 벽이 허물어지다니…….”

누구보다 침착하던 하퍼웨일이 제 얼굴을 감싸 쥐며 침음성을 흘렸다.

 

#

 

“차원의 벽?”

무혁의 물음에 프랄지카가 조심스럽게 아주 극도의 공경심을 담아서 대답했다.

“예. 차원의 벽은 천계와 마계에서 중간계를 구분지어 놓기 위해 세워놓은 벽을 말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허물어지는 것은…….”

“세 차원의 통합을 말하는 걸 겁니다.”

로드가 말을 이었고, 정확하다는 듯 프랄지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통합이 정확하게 뭘 뜻하는 건데?”

르케임의 물음에 프랄지카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전 차원의 대 혼돈의 시대를 말합니다.”

천계, 마계, 그리고 중간계가 분리되기 이전의 시대.

천사와 마족, 인간이 공존하던 시대.

신수와 마수, 맹수가 공존하던 시대.

천계와 마계, 중간계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시대를 말한다.

“어차피 사는 곳이 다른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천사들은 천계에 머물고, 마족들은 마계에 머물며, 지구의 인간들은 여전히 지구에 살고 있기에 무혁으로서는 차원의 벽이 허물어진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쉽사리 이해가 되질 않았다.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는 차원의 문이 생겨납니다. 지금은 마계와 중간계의 차원의 벽이 허물어졌기에 당장은 마계와 중간계간의 차원의 문만 열리겠지만, 균형이 무너진 이상 천계와 중간계의 차원의 벽 또한 허물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지구인들이 천계나 마계를 오갈 수 있다는 거야? 반대로 천사와 마족들도? 아무런 제제나 제약이 없이?”

프랄지카는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야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인지했다.

천사와 마족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지구의 인간들은 다르다.

그들은 너무나도 나약하다.

순식간에 종족 전체가 몰살을 당할 수도 있었다.

“알테리오스 그 미친 새끼가 곱게 뒤질 것이지!”

레오가 분통을 터트렸다.

마계와 중간계의 차원의 벽을 허문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마신 알테리오스였다.

무혁이 마계를 초토화시키면서 마신들을 하나, 둘 죽이고 다니자 알테리오스가 무혁을 피해 도망가면서 차원의 벽을 허물어버리는 미친 짓을 해버린 것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자신의 존재를 소멸하면서까지 차원의 벽을 허물어버렸으니 대놓고 무혁에게 엿을 먹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차원의 벽을 다시 세울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운 놈이 있었을 것 아냐?”

“차원의 벽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서서히 생겨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방법이 없다.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우선을 지구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방구름이 그렇게 말을 하자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에 있을 가족들과 지인들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차원의 문은 몇 개나 되지?”

무혁은 아싸리 차원의 문 자체를 봉쇄해버릴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프랄지카의 말에 그 계획이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았다.

“차원의 문이 몇 개가 될지, 어디에 생겨날지는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결국, 마계의 마수나 마족들이 지구로 향하는 것을 막을 순 없다는 소리였다.

더불어 프랄지카는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라시온이 만든 헬-라시온 역시도 마계에 속하기 때문에 중간계로 향하는 차원의 문이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헬-라시온의 인간들과 몬스터들이 지구로 간다면 그 또한 어마어마한 혼란을 일으킬 것이기에 무혁은 재빨리 모두를 데리고 헬-라시온으로 향했다.

헬-라시온에 도착하자 무혁은 한 발 늦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미 많은 인간들은 물론, 몬스터와 마족들까지도 차원의 문을 넘었던 것이다.

“우선 먼저들 가요. 가서 최대한 혼란이 커지지 않도록 해줘요.”

“무혁이 너는?”

필립의 물음에 무혁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

“여기부터 정리하고, 그 다음은 마계를 정리해야죠. 그러고 나면 돌아갈게요.”

지금 당장으로서는 지구로 넘어갈 몬스터, 마수, 마족의 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최우선이라 여긴 것이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차라리 지구에서 넘어오는 놈들을 잡는 게…….”

“그래도 해보는 데까지는 해봐야죠.”

무혁의 말에 필립과 킬 라시온 멤버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만 같아서는 곁에서 도움이 되어주고 싶었지만, 자신들마저 이곳에 남아버리면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져있을 지구의 피해를 최소화시킬 인원이 없었기에 그들로서는 차원의 문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차원의 문을 넘기 전 무혁은 로드에게 한국을 부탁했다.

“걱정 마세요, 아버지.”

“믿고 있으마.”

“오… 빠, 꼭 돌아와야 해요.”

미첼의 마지막 인사를 들으며 무혁은 고개만 끄덕였다.

푸후후후-!

무혁의 곁에 남은 건 히포와 프랄지카였다.

“여기 청소부터 하고 그 다음은 마계, 그리고… 집으로 가는 거야.”

물론, 돌아갈 집이 남아 있을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는 사실 하나에 무혁은 만족하기로 했다.

그때 멀리서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이 차원의 문을 넘기 위해 달려들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차원의 문을 넘어가면 자신들에게 천국이 펼쳐진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몬스터들의 질주는 거침이 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무혁은 쯧- 하고 혀를 찼다.

무혁의 몸 주변으로 수천 개의 잿빛 검이 생겨났다. 일곱 번째 권능, 검의 무덤이 발현된 것이다.

“죽을 자리인지도 모르고 달려드는 꼴이라니… 그럼, 시작해볼까?”

무혁의 손짓에 수천 개의 잿빛 검들이 몬스터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 동안 구독해주신 독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작가 후기.

 

안녕하세요. 독고진입니다.

그 동안 <신을 죽이러 갑니다>를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첫 연재는 17년 6월 19일에 시작했지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월이었으니까, 지금 이 후기를 쓰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첫 구상을 할 때부터 350화 정도를 예상했었는데, 340화에서 완결을 맺게 됐습니다.

어떻게든 휴재 없이 연재 주기만큼은 지키자고 다짐했었는데, 절반만 성공한 것 같습니다.

유독 18년도에 들어서 몸이 아파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독감에 걸려서 며칠을 고열에 시달리다가 링거도 맞았고, 비염과 피부 질환 때문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날이 얼마인지… 그 덕에 연재 하는 것이 고통스럽고 어려웠지만, 그래도 항상 건강을 염려해주시고 응원해주는 독자 분들 덕분에 휴재 없이 연재를 마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항상 잊지 않겠습니다.

저처럼 아프지 마시고 항상 건강 조심하세요.

저는 더 좋은 작품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간의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독고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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