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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339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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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39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39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0)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비록 시작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뤄졌지만, 끝마무리만큼은 자신의 의지대로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아니, 그러기 위해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무혁은 반드시 끝을 보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설령, 그 끝이 해피엔딩이 아닌 새드엔딩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무혁은 킬 라시온 멤버들과 헤어졌다.

이제 남은 마왕은 단 한 명, 그리고 그 뒤에는 이 모든 일의 원흉인 라시온이 있다.

루카모프와 벨라이온의 공격을 받으면서 킬 라시온 멤버들은 확실하게 깨달았다.

자신들은 무혁에게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이전까지는 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지만, 앞으로는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무혁의 발목만 잡고 늘어질 가능성이 컸기에 그를 위해서라도 자신들이 빠져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 것이다.

무혁의 진심을 말하자면,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더 컸다.

끝까지 함께 가기로 했지만, 그 역시 순식간에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멤버들의 안위까지 챙기면서 마신 라시온을 상대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자칫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멤버들만 챙기다가 모두 함께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었기에 무혁으로서는 내심 상당한 부담감을 느껴야만 했었다.

그런데 멤버들이 먼저 알아서 빠져주겠다고 하니 무혁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마운 마음이 더 컸던 것이다.

부담감을 덜은 반면에 책임감은 더 강해졌다.

자신 때문에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던 멤버들이 모두 양보를 해주었으니, 반드시 마신 라시온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처단해야만 한다는 의지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했다.

그렇게 커다란 책임감을 갖고 무혁은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파지지지지직!

마수의 대지에서 만났었던 검은 윤기를 뽐내는 유니콘의 모습을 고스란히 닮은 히포의 등에 앉아서 무혁은 자신을 부르는 것만 같은 거대한 기운을 향해서 내달리고 있었다.

히포의 이동 속도는 역시나 어마어마했다.

마치 빠른 속도로 공간을 가르고 지나가는 전류마냥 사방으로 전류를 뿌려대며 히포는 무혁의 지시가 없어도 가야 할 길을 정확하게 찾아서 이동했다.

“이 정도면 마수가 아니라 신수라고 해야겠네.”

무혁은 순도 높은 전류를 뿌려대는 히포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푸후-! 푸후!

히포는 더 이상 ‘꾸득’거리지도 않았다.

“네 진짜 모습이 이거였던 거 맞지?”

무혁의 물음에 히포는 그저 기분 좋게 울어댈 뿐이었다.

“그동안 구박해서 미안했다.”

부드러운 무혁의 손길과 진심 가득한 따뜻한 음성에 히포는 그동안 쌓였던 서러움이 모두 달아난 것처럼 기쁨의 울음을 쏟아냈고, 엄청난 전류의 폭발과 함께 그의 질주는 더욱더 그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거대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마치 하나의 산과도 같은 성이 무혁의 시야에 들어왔다.

“신이 사는 성이라…….”

지금껏 본 적 없는 압도적인 위용을 뿜어내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성을 바라보며 무혁은 히포의 등에서 내려왔다.

감정 가득한 눈길로 무혁이 히포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히포, 지금까지 고마웠다. 이제부터라도 넌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서 마음껏 살아.”

무혁은 히포와도 이별을 택했다.

푸후-!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히포가 투레질을 하며 거칠게 뒷발로 땅을 찧어댔다.

“너도 원하던 것 아냐? 더 이상 구박하는 사람도 없고, 이래라저래라 명령하는 사람도 없어지는 거라고. 네 능력껏 네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

무혁의 말에도 히포는 절대 그럴 수 없다는 듯 더욱더 거칠게 투레질을 쳐댔다.

자유를 준다고 해도 싫다고 하는 히포의 모습에 무혁은 피식- 웃고 말았다.

“끝까지 나와 함께 하겠다는 거지?”

히포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나중에 후회하지 마라.”

후회 따윌 왜 하겠느냐며 히포가 낄낄- 웃는 듯한 소리를 냈다.

“그래, 가자. 너도 라시온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할 테니까.”

무혁이 자신의 등에 훌쩍- 올라타자, 히포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느긋하고도 여유로운 걸음으로 마신 라시온이 머물고 있는 성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

 

놈이 오고 있다.

케케마탄은 놀랍도록 강력한 놈의 기운에 마른침만 삼켰다.

입 안에서는 연신 어떻게- 라는 말만이 맴돌고 있었지만, 라시온 앞이라 차마 입 밖으로 꺼내는 실수만큼은 참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긴장했군.”

라시온이 살짝- 웃음기 섞여 있는 음성으로 그렇게 말했다.

“…예.”

다분히 자신을 놀리려는 듯한 말투라는 걸 알면서도 케케마탄은 솔직하게 시인했다.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억지로 거짓말을 할 정도로 케케마탄은 뻔뻔하지도 않았으며, 지금 상황은 그리 마음 편한 상태가 아니었으니까.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놈은 인간인데 어떻게…….”

“모든 생명은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상태로든 진화의 과정을 거친다. 그건 천계나 마계, 중간계 할 것 없이 생명체라면 모두 동일하다. 그 또한 마찬가지였을 뿐이다. 살아남기 위해 제 스스로 진화를 거쳤을 뿐이다. 어쩌면… 그 때문에 중간계가 크게 변할 지도 모르지.”

말을 하는 라시온의 음성은 무척이나 태연했다. 마치,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한다는 듯.

“예상하셨습니까?”

혹시나 싶어서 물었지만, 라시온은 아무런 대답도 해주질 않았다.

‘라시온 님도 여기까지는 예상하지 못하셨다!’

케케마탄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끝을 냈어야만 했다. 아니, 애초부터 인간 따위가 마계에 넘어오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관리를 했어야 했다. 아니, 처음부터 헬-라시온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원인을 자꾸만 거슬러 올라가던 케케마탄은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와서 그런 생각을 해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미 모든 일은 벌어졌으며, 다시는 되돌릴 수가 없는데.

후회를 하는 케케마탄만큼이나 라시온 역시 머릿속이 복잡하긴 마찬가지였다.

제 아무리 마계를 지배하는 마신이라 하더라도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으며,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케케마탄에게는 태연스럽게 진화했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그 역시 아무리 진화 과정을 겪었다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존재의 격이 달라진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천계나, 다른 마신의 힘이 개입된 것도 아니었다.

놀랍게도 순수하게 제 힘만으로 그는 자신을 위협할 정도로까지 진화한 것이다.

한낱 인간 따위가, 자신의 유흥을 위한 놀잇감 따위가 자신을 위협하려 하고 있었으니 이는 라시온의 입장에서도 결코 생각해보지도,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었다.

얼마 전 케케마탄이 자신을 찾아왔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라시온에게 무혁은 여전히 관심 가는 장난감에 불과했다.

그런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고 있었다.

어리석은 행동이다.

저토록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차라리 굴복을 하겠다며 자신을 찾아왔다면 라시온은 충분히 그를 아껴주었을 것이다.

그 힘의 크기는 그만큼 쓸모가 있었으며, 그를 통해 인간이라는 종족에 대한 새로운 탐구심을 충족하는 동시에 자신의 힘을 더욱더 강력하게 키울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놈은 어리석게도 자신을 적대하고 있다.

이건 자신을 따르는 마왕들을 모두 죽인 것보다도 더 용서할 수 없는 행위였다.

인간의 과도한 욕심이란 역시 그 어떤 종족보다도 어리석다라는 종족의 특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것만 같았다.

“…놈이 들어왔습니다.”

케케마탄의 말이 아니더라도 라시온은 누구보다도 확연하게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힘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 성으로 침입을 했으며, 마족들을 빠른 속도로 죽어나가고 있었으니까.

“재밌군.”

라시온이 순수하게 제 감정을 드러냈다.

과연 저 어리석은 인간이 어디까지 자신을 즐겁게 해줄 것인지 궁금해졌다.

반면, 케케마탄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져만 가고 있는 중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마신 라시온의 성이 외부 침입자에 의해 더럽혀지고 있었으니까.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명의 마족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놈으로 인해서 라시온이 받은 타격은 적지 않았다.

만 단위가 넘어가는 마족들이 죽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을 제외한 모든 마왕들이 죽임을 당했다.

천계와의 치열했던 전쟁 중에도 이토록 많은 피해를 받은 적이 없었기에 케케마탄으로서는 지금의 피해를 회복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좀처럼 계산조차 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이제라도 더 이상의 피해가 생기지 않기만을 바랐지만, 당사자인 라시온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으니 까맣게 속이 타들어가는 것은 케케마탄뿐이었다.

“라시온 님, 더 이상 무의미한 희생은…….”

 

라- 시- 오오오오온-!

 

케케마탄은 말을 하다말고 성을 뒤흔드는 거대한 고함 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큭… 하하하하핫!”

라시온은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어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놈이 들이닥쳤다.

콰- 앙!

문을 박살내며 겁 없이 마신의 성을 쳐들어온 최초의 인간, 무혁이었다.

마신의 성에 거주하고 있던 천 단위가 넘는 마족들을 쓰러트리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몇 분? 아니 실질적으로는 전투라고 할 것도 없이 제 앞을 막아서는 마족들이 생겨날 때마다 말 그대로 손짓 한 번만으로 무력화시키며 걸어 들어 왔을 뿐이었다.

즉, 무혁이 성에 발을 들이고 라시온의 앞까지 걸어온 시간만이 소요됐을 뿐이었다.

박살난 문을 넘으며 무혁은 어둠 속에 깊숙하게 가려져 있는 검은 그림자에만 시선을 고정시켰다.

“네가 라시온이냐?”

무혁의 물음에 케케마탄이 그 앞을 가로 막았다.

“건방진 놈! 감히 누구 앞이라고!”

자신보다 상대가 강하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지만, 라시온이 무시를 당하는 것을 결코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기에 케케마탄은 모든 마기를 쥐어 짜내며 무혁을 향해 살기를 쏘아 보냈다.

“X밥은 빠져.”

무혁은 귀찮다는 듯한 얼굴로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베나스텐이 그랬던 것처럼 케케마탄 역시 공간 자체를 찢어버리며 다가오는 공포스러운 공격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거기까지.”

쩌- 어어엉!

케케마탄의 코앞에서 무혁의 공격이 멈추었다.

“큭!”

양쪽 고막이 터지고, 머리가 깨질 것만 같은 충격파가 케케마탄의 온 몸을 휩쓸고 지나갔지만, 그래도 살았다는 안도감이 우선이었다.

“케케마탄.”

물러나라는 라시온의 말에 케케마탄은 두 말 없이 물러났다.

공격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상대의 손짓조차 제대로 막거나, 피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냉정하게 인정했기에 자존심이 상하는 일 따윈 없었다.

“잘난 낯짝이나 좀 보자.”

무혁의 말에 라시온이 큭큭큭- 거리며 웃었다.

“그래, 네겐 그만한 자격이 있지.”

어둠 속에 그 모습을 꽁꽁- 숨기고 있던 라시온이 몸을 일으켰다.

생각보다 작았다.

3미터, 4미터가 넘어가는 괴물과도 같은 마왕들을 봐왔던 무혁이었기에 마신이라면 그보다 더한 괴물일 것이라고 상상하고 있었는데, 2미터도 되지 않았으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작은 체구에 무혁은 뭔가 모를 실망감마저 들었다.

그렇게 작은 체구의 라시온이 어둠 속에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걸어 나왔다.

“…….”

라시온의 얼굴을 마주한 무혁은 아무런 말도 나오지가 않았다.

“그 표정… 실망한 것 같군.”

“정답.”

체구에 이어서 외모까지 라시온은 무혁의 상상을 완전히 깨버렸다.

이 무시무시한 마계를 지배하고 있는 일곱 명의 지배자 중 한 명이자, 소위 ‘신’이라 불리는 존재였기에 외모에서부터 풍기는 카리스마나 외압감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믿었다.

보는 순간 오줌을 찔끔- 지려버릴 정도로 공포스러운 생김새일 거라고 확신했었다.

그런데 무혁의 앞에 선 라시온은…….

“이건 진짜 당황스럽네.”

황당하게도 허리까지 적당하게 구부정한 지구의 여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하고도 흔한 노인의 모습이었다. 물론, 이마 정중앙에 돌출되어 있는 세 개의 뿔과 검붉은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안광은 전혀 달랐지만.

워낙 괴물 같은 마왕들을 자주 보다보니 라시온의 모습이 전혀 위협적이지 않게 느껴졌을 뿐이지, 실제로 라시온의 모습은 충분히 묘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외모였다.

특히, 무엇이든 꿰뚫어 보는 것만 같은 검붉은 눈동자는 그 어떤 생명체에게도 느껴보지 못한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큭큭큭!”

무혁의 대꾸에 라시온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웃으니까 그나마 괴기스럽네.’

무혁은 명확하게 규정지을 수 없는 라시온의 분위기만큼은 인정했다.

그래, 어떻게 보면 저런 모습이 더 무서울 수도 있다. 거기에 라시온의 진짜 무서운 점은 외모가 아닌 능력이지 않던가?

아무리 공포스러운 외모를 가졌다 하더라도 능력이 부족하면 우습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라시온은 충분히 더 오랜 시간 마주할수록 두려워질 존재이긴 했다.

외모에 대한 평가를 뒤로하고 무혁이 라시온을 향해 물었다.

“내가 진짜 묻고 싶었거든. 왜 하필… 우리였지? 사는 게 따분하고 지루했으면 너희 마족들을 상대로 했으면 됐잖아? 아니, 그게 더 재밌었을 텐데 왜 하필 인간이었어? 너희 말대로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하등한 존재잖아? 왜 그런 우리를… 그 지옥으로 끌고 왔어?”

무혁의 물음에 라시온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알테리오스를 대신했을 뿐이다.”

“알테… 뭐?”

“알테리오스가 너희 인간들을 가지고 놀겠다고 하기에 심심해서 내가 그걸 대신했을 뿐이다. 그 외엔 어떠한 이유도 없다. 네 말대로 난  사는 게 따분하고 지루했으니까.”

최악의 대답이다.

무혁은 나름 그럴싸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라시온의 대답은… 너무나도 허탈할 정도였다.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인간들을 가지고 논 것이다.

인간들은 그런 존재다.

라시온, 그리고 그와 같은 마신들에게 있어서 인간은 딱 그런 존재다.

이유 따위는 필요하지도 않을 정도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가지고 놀다 버릴 생명체였던 것이다.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

허탈함에, 맥이 빠진 웃음을 터트리던 무혁의 눈가가 붉어졌다.

자신의 처지가, 인간들의 처지가 너무나도 비참했다.

“미안하다고 해. 잘못했다고 해. 반성한다고 해!”

으르렁 거리는 듯한 무혁의 성난 고성에 라시온이 피식- 웃었다.

“넌 네가 무심코 밟아 죽인 개미에게 그런 적이 있었던가?”

“…….”

라시온의 말에 무혁은 할 말이 없었다.

인간들을 어떻게 개미와 비교할 수 있느냐고 말을 하고 싶었으나, 라시온과 마족들에게 인간은 고작 그런 존재밖에 되질 않았으니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결론만 나왔다.

“내가 착각했군. 그래도 넌 신이라고 하기에 뭐라도 좀 다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냥 넌 가장 힘만 센 쓰레기였어. 마신? X까! 너를 시작으로 마계의 모든 신이라는 놈들을 죽여줄게. 심판의 검!”

무혁의 몸에서 새하얀 불길이 치솟았다.

그 어떠한 마왕도 막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목숨을 잃어야만 했었던 필살의 검이 라시온의 정수리를 향해서 떨어져 내렸다.

무혁은 경악한 눈으로 눈동자만 굴려대는 케케마탄을 바라보며 확신했다.

마신이라도 결코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콰자자자자작!

라시온의 정수리를 뚫고 들어가려던 심판의 검이 거짓말처럼 산산조각이 나더니 하얀 빛 무리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

무혁의 눈동자가 찢어질 듯 부릅떠졌고, 그런 그를 라시온이 흥미롭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권능이라니… 이건 정말 의외로군.”

히죽- 웃는 라시온의 모습에 무혁은 온 몸이 부르르- 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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