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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338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7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3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3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9)

 

“…어, 어떻게…….”

베나스텐은 무혁의 실체와 마주하는 순간 직감할 수 있었다.

상대는 자신보다 월등하게 격이 높은 존재라는 사실을.

‘인간이라고 했었는데… 아니었던 건가? 그렇기에 모두 당했던 건가?’

무혁과 마주한 베나스텐은 자연스럽게 그 생각부터 떠올랐다.

분명 지금까지 인간이라고 귀가 따갑도록 들었었는데, 마주하고 나니 도저히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치…….

‘라시온 님을 만나고 있는 듯한 기분이라니…….’

감히 자신으로서는 힘의 크기를 정확하게 재단할 순 없었으나, 존재가 풍기는 느낌만큼은 결코 다르지가 않았다.

“너는… 도대체 누구지?”

잔뜩 긴장하고 있는 베나스텐의 물음에 무혁은 잠시 침묵했다.

예전이었다면 반사적으로 인간이라는 말이 바로 입 밖으로 튀어나왔겠지만, 지금은 스스로도 온전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 법.

“조금 특별해진 인간.”

그래, 어쩌면 그게 가장 잘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무혁은 그렇게 대답하고 손을 들어 올렸다.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눈앞의 마왕은 지금껏 만나왔던 마왕들 중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나, 심판의 검을 사용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걸.

블랙 본 장검…….

“…변했어?”

분명 익숙하게 만들어 낸 블랙 본 장검이 이제는 밝은 잿빛에 가까운 장검으로 변해 무혁의 손에 들려 있었다. 블랙 본 장검의 색깔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 것이었다.

무혁은 잠시 자신의 손에 들린 잿빛 장검을 가만히 바라봤다.

단순하게 색깔만이 변한 것이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모든 것이 확- 달라져 있었다.

강도부터 예기까지 한층 더 강력해져서 마치 블랙 본 장검의 몇 단계 상위 버전을 손에 쥐고 있는 것만 같았다.

‘좋군.’

무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신체 일부처럼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 무척이나 좋았다.

상당부분 달라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질감이라고는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무혁이 새로운 블랙 본 장검에 만족하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보며 베나스텐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마기를 끌어올렸다.

천계와의 전쟁에서 그랬던 것처럼 숨이 막힐 듯한 긴장감과 치열함으로 무장한 베나스텐은 어떻게든 눈앞의 상대를 쓰러트리고 말겠다는 강인한 투쟁심을 끓어 올렸다.

베나스텐의 비장한 모습에도 무혁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고 그대로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헉!”

“저, 저게 뭐야!”

“맙소사…….”

지켜보던 킬 라시온 멤버들이 경악한 시선으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모든 것이 갈라진다.

바람을 시작으로 공기, 공간, 그리고 세상마저도 눈앞에서 좌우로 쭉-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 끝에 서 있던 베나스텐 또한 마찬가지였다.

“…빌어먹을…….”

어떠한 공격이든 막거나 피하고 최강의 공격으로 반격을 하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었던 베나스텐이었지만, 소용없었다.

무혁이 펼친 공격은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었으니까.

모든 것이 반으로 갈라지듯이 그렇게 베나스텐의 몸 또한 반으로 갈라지고 말았다.

툭툭.

둘로 갈라진 베나스텐의 몸이 좌우로 허무하게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킬 라시온 멤버들은 기가 막혀서 할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게 더 치열하고 처절해야 할 싸움이 점점 더 시시해지고 있네.”

오랜 침묵을 깨고 한참 만에 나온 르케임의 투덜거림에 방적삼이 껄껄- 웃으며 대꾸했다.

“원래 그런 거지. 생각해 봐. 싸움도 하수들끼리 이리저리 뒹굴면서 개싸움처럼 하는 게 보는 재미가 있는 거잖아? 원래 진짜 고수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딱! 한 방에 의해서 결정 나는 법이거든.”

맞는 말이었지만, 르케임은 여전히 볼멘소리를 냈다.

“그래도 이건 좀… 너무 박진감이 없잖아요.”

“그렇다고 무혁 동생이 일부러 바닥을 뒹굴면서 싸울 순 없는 거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뭔가 허무하다는 듯 르케임은 연신 입맛을 다셨다.

“됐어! 이기면 그만이지! 이제 식사나 준비하자! 라시온 놈을 잡으려면 무혁이도 든든하게 먹어야 할 것 아냐. 야! 르케임, 이 빡대가리 새끼야! 언제까지 투덜거릴 거야! 나한테 죽어볼래?”

실비아가 나서서 식사 준비를 진두지휘하는 사이, 무혁은 로드와 함께 베나스텐의 시체로 다가갔다.

“로드.”

“예, 아버지.”

“이놈의 영혼은 네가 흡수해.”

“예?”

로드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무혁을 바라봤다.

이제 가장 큰 적을 앞에 두고 있는 무혁이었기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베나스텐과 같은 강력한 마왕의 영혼은 반드시 필요하다 여겼기 때문이다.

“그럴 수 없어요. 라시온을 상대하려면 아버지가 흡수해야만 해요.”

절대로 흡수할 수 없다는 듯 로드가 고집스럽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지만, 무혁 또한 자신의 생각을 돌릴 생각이 없었다.

“이놈의 영혼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라시온을 상대할 수 있어.”

“그걸 아버지가 어떻게…….”

너무나도 자신만만한 무혁의 모습에 로드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봤지만,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그의 표정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내 말대로 해.”

“…….”

로드는 여전히 그럴 수 없다는 듯 입을 꾹- 다물고 버텼지만, 끝내 무혁의 뜻을 꺾을 수가 없었다.

특히, 로드가 강해져야만 자신이 마음 편안하게 라시온을 상대하기 위해 떠날 수 있다는 말에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가 없었다.

“…후회하지 마세요.”

로드의 경고에 무혁은 그럴 리 없다는 듯 웃어 버렸다.

다른 때와 다르게 무거운 마음으로 베나스텐의 시체에서 로드가 영혼을 추출하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로드, 잠깐만 멈춰봐.”

무혁의 말에 로드가 왜 그러냐는 듯 그를 돌아봤다.

혹시라도 생각을 바꾼 걸까?

로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고 할 때, 무혁이 뜬금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영혼을 추출하는 게 그거였어?”

“예?”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로드가 이상하게 바라보자, 말로 설명을 하기보다는 몸으로 직접 보여주는 것이 낫겠다는 듯 무혁이 베나스텐의 시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정신을 집중해서 시체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영혼을 끌어당겼다.

놀랍게도 로드가 그랬던 것처럼 무혁 역시 베나스텐의 영혼을 추출해내는데 성공했다.

“…어, 어?”

로드가 너무나도 당황해서 입만 뻐끔거리자 무혁이 물었다.

“로드 넌 모든 생명체의 영혼을 보고 있었던 거였어?”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전 영혼을 본 적이 없는데요?”

이번에는 무혁이 두 눈을 껌뻑거리며 로드를 바라봤다.

결과적으로 로드와 무혁은 서로 영혼을 추출하는 방식이 달랐던 것이다.

방식이야 어쨌든 중요한 건 무혁은 시체의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영혼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도대체 아버지는 뭐가 얼마나 변하신 거예요?”

“글쎄.”

솔직히 무혁 스스로도 죽은 시체의 영혼을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굉장히 당황스러웠지만, 눈에 보이는 것을 안 볼 수도 없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익숙해지는 방법 밖에 없다고 여겼다.

“이젠 저도 아버지에게 필요하지 않게 됐네요.”

씁쓸한 미소와 함께 그렇게 말을 하는 로드의 모습에 무혁은 무슨 소리냐는 듯 그의 등짝을 가볍게 때렸다.

맞는 로드의 입장에서는 등뼈가 부러질 것만 같은 고통에 저도 모르게 비명을 빽- 지르고 말았지만.

“정말 살살 때렸는데… 미안하다. 어쨌든! 그딴 쓸 때 없는 소리 한 번만 더 하면 그땐 정말 화 낼 거니까 다신 장난으로라도 하지 마. 알겠어?”

“…네.”

로드가 죄송하다는 듯 제 볼을 긁적이며 그렇게 대답하자 무혁은 됐다는 듯 베나스텐의 영혼을 내밀었다.

“먹어.”

“정말 제가 먹어도 되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묻겠다는 듯 로드가 묻자, 무혁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하아…….”

마땅히 기뻐해야 할 일이었지만,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마냥 로드는 정말 먹기 싫은 음식을 먹는 아이처럼 베나스텐의 영혼을 흡수했다.

효과는 곧장 나타났다.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엄청난 기운이 로드의 온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안 보는 척, 무혁과 로드의 행동과 말을 기울이고 있던 킬 라시온 멤버들은 로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기운에 두 눈을 부릅뜨며 하던 일을 멈추고 슬금슬금- 무혁의 곁으로 다가왔다.

“확실히 상위 서열 마왕이라 그런가? 완전히 다르네.”

“그러니까. 역시 이래서 양보다는 질이라니까.”

“일반 마족 영혼 수천 개 먹어봐야 저런 제대로 된 강한 마왕 영혼 하나보다 못하다는 게 증명이 되네.”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는 강대한 기운에 킬 라시온 멤버들은 저마다 그렇게 한 마디씩을 내뱉었다.

꽤 오랜 시간에 걸쳐서 베나스텐의 영혼을 흡수하고 나서야 로드의 주변으로 제 멋대로 날뛰던 기운들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그의 몸으로 다시 스며들었다.

“로드?”

“괜찮아?”

킬 라시온 멤버들이 저마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로드의 안부를 물었다.

워낙 강력한 기운이었기에 혹시라도 로드가 잘못 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들이었다.

물론, 가장 걱정해야 할 무혁이 별 동요 없이 태연하게 서 있었기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었기에 직접적으로 로드의 입을 통해 괜찮다는 말을 들어야만 안심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버지.”

다행스럽게도 로드의 음성은 너무나도 차분했다.

“그래.”

고개를 숙이고 있던 로드가 얼굴을 들어 올리며 무혁을 바라봤다.

조금 전보다 훨씬 더 눈동자가 깊어져 있었다. 또한, 얼굴에서 드러나는 표정 역시도 이전과는 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한층 더 성숙해졌다고나 할까?

“제가… 군주가 됐습니다.”

“군주?”

그건 또 무슨 소리냐는 듯 무혁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로드는 그가 그랬던 것처럼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기에 곧바로 달라진 자신의 능력의 일부를 개방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사방팔방으로 새카만 그림자들이 일제히 지상 위로 솟구쳐 올라왔다.

평소에도 그림자를 다뤘던 로드였기에 크게 특별할 것 없었지만,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은 끝없이 계속해서 대지 위를 채워나가는 수천, 수만 개의 그림자들을 바라보며 저절로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도대체 저게 다 몇 개야?”

마크가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저었고, 다른 멤버들 또한 기가 질린다는 얼굴로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그림자들을 바라봤다.

무혁은 그림자들의 숫자도 어마어마했지만, 그림자들의 능력 자체가 이전보다 훨씬 강력해져 있었기에 로드가 얼마나 급성장을 했는지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을 할 수 있었다.

“그림자 군주. 그게 제 새로운 신분입니다.”

자신과는 다른 형태로 진화를 해버린 로드가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지만, 베나스텐 이상으로 강해진 그의 모습에 무혁은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로드의 성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에 무혁은 더욱더 그의 앞날이 기대가 됐다.

“자, 그럼 배 든든하게 채우고 라시온을 잡으러 가볼까?”

무혁의 말에 킬 라시온 멤버들이 다급하게 차리다가 만 상을 가득가득- 음식들로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날 술이 빠지면 섭섭하겠죠?”

무혁이 먼저 술을 꺼내자 킬 라시온 멤버들은 큰 일을 앞두고 괜찮겠느냐는 표정을 지었지만, 고작 술 따위에 몸과 정신이 흐트러질 그가 아니라는 걸 상기하고는 이내 부어라, 마셔라 그 어느 때보다도 시끌벅적한 술판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이 최후의 만찬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화끈한 술판을 벌이고 있을 때, 그들을 향해 빠르게 다가가던 라시온의 마지막 마왕 케케마탄은 베나스텐마저 기운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이내 발걸음을 멈추었다.

“베나스텐마저…….”

베나스텐마저 상대에게 당했다면 지금 이렇게 혼자서 달려드는 건 어리석은 짓일 뿐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케케마탄이었다.

잠시 주저하던 케케마탄은 이윽고 왔던 발걸음을 다시 뒤로 되돌리기 시작했다.

냉정하게 혼자서는 상대를 감당할 수 없다고 여긴 것이다.

‘라시온 님께 가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제는 라시온이 직접 나서서 이 모든 사태를 해결해야만 할 것 같다고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그 곁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마왕은 자신뿐이었기에 케케마탄은 미련없이 몸을 돌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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