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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333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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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33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33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4)

 

“이게 도대체 뭔 상황이래?”

방적삼이 제 머리를 벅벅- 긁으며 경직된 얼굴로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 역시 제법 익숙한 얼굴들이 몇이나 보였지만, 돈독한 인연을 자랑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들을 향해 기꺼이 창을 휘두를 정도로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마족들로는 안 된다 싶으니까 헬-라시온에서 인간들을 직접 데리고 오다니…….”

나름 머리라는 걸 쓴 티가 났다.

거기에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과감하게 무기를 들어 올릴 정도의 두둑한 아니, 어마어마한 보상까지 내걸었으니, 이 정도면 킬 라시온 멤버들을 난감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정말… 우리가 저들을 죽여야 할까요?”

방구름이 경직된 얼굴로 그렇게 물었다.

헬-라시온이라는 세계의 특성상 상대가 날 죽이겠다고 덤벼들면 마땅히 살기 위해서 그를 죽일 수밖에 없다.

한 번, 두 번 살인을 한 것도 아니고 생존을 위한 일이니 명확하게 ‘적’이라 규정을 지은 상대를 죽이는 행위 자체에 대한 거부감 따윈 없었다.

하지만, 그건 헬-라시온에서 비등비등한 실력을 가졌을 때의 일이었으며,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을 수밖에 없는 냉혹한 상황이었을 때의 이야기다.

지금처럼 압도적인 실력 차이를 두고 있는 시점에서는 길가의 개미를 밟아 죽이는 것만큼이나 일방적인 살육이 될 수밖에 없었기에 방구름은 도저히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죽이겠다고 덤벼들면 별 수 없잖아.”

냉정하게 말을 하고 있지만, 레오의 표정도 어느 때보다도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우리가 먼저 죽이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지 뭐.”

“빡대가리 새끼들… 포인트에 눈이 뒤집혀서 달려들겠다면 이미 끝난 얘기야. 언제부터 우리가 남들 사정 다 봐주면서 살았다고!”

미첼과 실비아 역시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어쩌겠냐는 듯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어느새 킬 라시온 멤버들은 필립의 얼굴을 살펴보고 있었다.

필립의 표정은 그 누구보다도 복잡했으며, 착잡해 보였다.

헬-라시온 내에서도 상당한 인맥을 자랑했던 필립이었기에 저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필립과는 크고 작은 인연으로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거부감을 비교하자면 그 누구도 필립과 비교할 수가 없다.

“죽고 싶은 거냐? 당장 싸우라니까!”

또 한 명의 사람이 마족의 발길질에 나자빠졌다.

조금 전처럼 머리통이 깨지며 즉사하지는 않았으나, 상당한 고통을 느끼며 신음을 흘리는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더 다급하게 채찍질해댔다.

마족들의 위협에 사람들은 킬 라시온 멤버들을 바라봤다.

상대는 킬 라시온 멤버, 그것도 마족들조차 힘들이지 않고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는 말이 사람들의 마음을 무척이나 무겁게 짓눌렀다.

실제로 엄청난 수의 마족들이 주변을 포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움직이지 않고, 자신들에게 싸움을 강요하는 것으로 봐선 단순한 위협용 말이 아닌, 진짜로 킬 라시온 멤버들이 예전보다도 훨씬 더 강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개자식들! 직접 하면 될 일을…….’

마족들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터트리는 이들도 있었으나.

‘그래! 10억 포인트라면!’

욕심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이들도 상당수나 됐다.

더불어 어쨌든 마족들이 지금은 뒤에서 싸우라 위협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든 자신들과 함께 킬 라시온 멤버들을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점점 더 용기가 생겨났다.

일부 사람들이 손에 쥔 무기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에 킬 라시온 멤버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긴, 10억 포인트다.

그 막대한 포인트라면 그까짓 것 목숨 걸어보기에 충분한 셈이다.

아니, 헬-라시온에서 이보다 더 높은 값에 제 목숨을 걸어볼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며 앞으로 펼쳐질 비극적인 상황들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그 때.

“왜 우리에게 싸우라는 거지? 그냥 너희가 직접 저들을 죽이는 게 더 쉽잖아? 아니면, 진짜로 이 많은 수로도 저들을 죽이기가 쉽지 않다는 건가?”

10억 포인트에 눈이 멀어서 탐욕에 제 목숨을 내던지려던 이들보다 한 발 앞에서 누군가 그렇게 말을 했다.

로페시 아델리오였다.

킬 라시온이 헬-라시온에서 종적을 감춘 이후 최강의 길드가 되어버린 아델리오 길드의 수장, 로페시 아델리오가 그렇게 마족들을 향해 도전적으로 말을 꺼냈다.

“이건 모두 너희를 위한 이벤트다! 그것도 두 번 다시는 없을 막대한 보상이 걸린 특급 이벤트!”

“그래? 그럼 난 빠지겠어.”

그녀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마족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헬-라시온 최강의 길드의 수장으로서의 위엄어린 음성으로 말했다.

“아델리오 길드는 킬 라시온 길드와 동맹 관계다. 킬 라시온 길드를 공격한다는 건 아델리오 길드를 공격한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반드시 그 보복을 하겠다. 그깟 포인트에 눈이 멀어서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저지르지 말길 바란다.”

로페시 아델리오의 말에 그녀를 따르는 아델리오 길드의 인물들이 재빨리 곁으로 모여들었다.

그 수는 고작 십여 명 밖에 되지 않았으나, 같은 편이어야 할 그것도 가장 강력한 모임이나 다름없는 아델리오 길드가 돌연 킬 라시온 길드의 편을 들어버리자 탐욕에 눈이 멀었던 이들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순식간에 내부적으로 혼란이 들끓었다.

여기서 킬 라시온 길드를 죽이더라도 헬-라시온에서 아델리오 길드와 죽을 때까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는 건 상당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감히 강제 사냥의 룰을 위반하다니! 내가 직접 네 년의……!”

마족 하나가 벌겋게 변한 얼굴로 로페시 아델리오를 향해 마기와 살기를 드러내자 어느새 그의 주변으로 새카만 그림자가 불쑥- 튀어 올랐다.

“그 전에 네가 먼저 죽어.”

콰- 앙!

그림자들이 마족을 감싸 안으며 그대로 폭발하며, 그의 시신이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히익!”

“…마, 맙소사!”

마족이 꼼짝도 못하고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버리는 장면에 사람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무혁이야 헬-라시온 최강의 인간이라는 인식이 깊이 박혀 있었으며, 마족까지도 죽였다는 소문이 무성했으니 그 충격이 그리 크지 않았으나, 방금 그림자를 이용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마족을 죽인 이는 단 한 번도 알려진 적이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킬 라시온에 저런 존재가 있었던가?

모두가 로드를 바라볼 때, 필립이 마음의 결정을 내린 듯 사람들에게 말했다.

“헬-라시온을 떠난 지난 시간 동안 우리는 마계에서 마족과 마왕들을 죽였습니다. 믿기 힘든 소리로 들리겠지만, 사실이고, 저들은 더 이상 우리를 막을 수가 없다 여겨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 낸 겁니다. 마족들의 더러운 계획에 괜한 목숨을 낭비하지 말길 바랍니다. 마족들의 위협으로부터 우리가 지켜드리겠습니다. 아르케니아.”

필립의 부름에 아르케니아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에 쥔 지팡이를 빙글- 돌리더니 크게 외쳤다.

“그레이트 실드 돔!”

아르케니아를 중심으로 거대한 반원 형태의 투명한 실드가 점점- 그 크기를 키워나가더니 이윽고 킬 라시온 멤버들은 물론이고, 강제 사냥에 투입된 인간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까지 커졌다.

“…여기까지가 한계에요.”

아르케니아가 힘들어 하는 표정을 짓자, 필립은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듯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길어야 30분 정도에요.”

“모두 들었지? 이제부터 30분 동안 마족들을 최대한 사냥해야 하는 거야.”

필립의 말에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송정민이었다.

마치 순간이동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이동하더니 그대로 마족의 가슴팍을 주먹을 후려쳤는데, 그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퍼- 엉!

주먹에 닿은 마족의 가슴팍이 그대로 지워지듯이 터져 나가버렸는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비현실적이어서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두 눈을 끔뻑거릴 뿐이었다.

“그래, 우리의 상대는 마족이지! 이제야 제대로 창신창왕의 위엄을 보여줄 때가 되었군! 일타삼격!”

방적삼 또한 인간이 아닌 마족들을 상대로 창을 휘두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만족한 듯 높이 뛰어오르더니 곧바로 마족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손에 들고 있던 창을 힘껏 내질렀다.

콰가강!

창끝에서 갈라진 세 개의 강력한 기운이 그대로 마족들의 머리, 가슴, 배 할 것 없이 꿰뚫고 지나갔다.

놀랍게도 단 한 번의 창질로 무려 일곱 명이나 되는 마족들이 피해를 입었고, 그 중 세 명은 치명적인 상처를 받아 전투불능에 빠져버렸다.

“…마, 말도 안 돼…….”

송정민과 방적삼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지도 못하고 쓰러져버리는 마족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

자신들이 보고 있는 이 장면이 정말 현실인가를 믿지 못한다는 듯 그렇게 말을 중얼거렸지만, 킬 라시온 멤버들의 활약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뒤이어 레오, 실비아, 미첼, 방구름, 마크와 엘리엇 등까지도 모두 마족들을 상대로 미친 듯한 공격력을 퍼부으며 마족들을 쓰러트려 나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어떻게 저렇게 모두가… 강해질 수 있었던 거야?”

로페시 아델리오 역시 충격에 빠진 듯한 얼굴이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족들을 일방적으로 쓰러트리고 있는 킬 라시온 멤버들을 상대로 포인트를 얻겠다며 달려들 생각을 했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하고도, 멍청한 짓이었는지를 똑똑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신세를 졌군.”

로페시 아델리오의 곁으로 필립이 다가오며 그렇게 말했다.

“신세?”

그게 가당키나 하냐는 듯 그녀가 눈을 찌푸렸다.

필립은 희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나도 갈피를 잡지 못했었거든. 그런데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어.”

진심이다.

필립은 그 짧은 시간 동안 단 한 명의 부상자나 희생자도 없이 사람들과의 싸움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굉장히 고민했었다.

하지만, 탐욕에 물든 인간의 이성을 제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기에 필립으로서는 소수의 희생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놀랍게도 로페시 아델리오가 사람들을 막아선 것이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킬 라시온 멤버들과의 싸움보다도 마족들의 위협이 더욱더 목숨에는 위협적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며 자신의 소신을 당당하게 밝힘으로써 상황을 역전시켰으니 필립으로서는 크게 신세를 졌다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신세를 졌다니까 그럼 나에게도 알려줘.”

“알려달라니?”

“킬 라시온 멤버들이 강해진 비결.”

지금까지 필립이 봤던 그 어떤 때보다도 로페시 아델리오의 표정엔 간절함이 가득했다.

“그건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서…….”

필립이 무척이나 곤란하다는 듯 그렇게 말을 얼버무리고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아르케니아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촉박하기도 했지만, 로페시 아델리오의 간절한 눈동자를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도 없었으니까.

“하아…….”

황급히 자리를 뜨는 필립의 모습에 로페시 아델리오는 탄식에 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어떻게 해서라도 그에게 매달렸어야 했었어…….”

마왕을 뒤쫓아 사라진 무혁을 떠올리며 로페시 아델리오는 자신이 헬-라시온에 온 이후 가장 큰 후회가 무엇인지를 절실하게 깨달았다.

 

#

 

도망?

‘도망을 가는 것 치고는 너무 어설퍼!’

무혁은 멀찍이 앞서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따라올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요하메스의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유인이라는 소리인데… 무슨 함정을 파놓은 거냐?’

눈에 뻔히 보이는 유인 작전이라는 걸 알면서도 무혁은 그대로 따라줄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킬 라시온 멤버들에게 다시 돌아가자니 위험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라도 작정하고 킬 라시온 멤버들이나 다른 사람들을 공격한다면…….’

무혁으로서도 쉽게 막을 수가 없다.

더욱이 지금 요하메스 외에도 비슷한 기운을 가진 마왕이 둘이나 더 초감각을 통해 느껴지고 있었다.

즉, 세 명의 마왕이 이번 작전에 참여를 했다는 뜻이다.

심판의 검은 아직까지도 하루에 딱! 한 번만 사용할 수가 있었다. 그렇다보니 세 명의 마왕이 제 각각 움직였을 때, 발생하는 시간적인 문제나 다른 변수에 대해서는 무혁으로서도 빠르게 해결이 불가능했다.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우선 놈들의 의도대로 따라주는 것이 가장 위험부담이 적었다.

더불어.

‘셋이 모여 있으면 심판의 검을 사용하기에도 부담이 없고.’

무혁은 혼자서라면 마왕이 셋이 어떠한 함정을 파놓았다 하더라도 최악의 경우 몸 하나 빼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여겼기에, 자신을 유인한다는 걸 알면서도 구태여 피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 어디 한 번 해볼 수 있는 걸 다 해봐. 뭘 해도 되지 않을 테니까.”

그런 무혁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요하메스가 드디어 멈춰섰다.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두 명의 마왕, 레카딜라와 포카보가 무혁의 뒤쪽으로 퇴로를 막아서며 모습을 드러냈다.

“멍청한 건가? 죽을 걸 알면서도 따라오다니.”

요하메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카딜라와 포카보의 공격이 쏟아졌다.

“…고작 함정이 셋이서 날 상대하는 거였어?”

무혁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듯 혀를 찰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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