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3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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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8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31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31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
“저… 아까 전에 그놈이 했던 말 진심이었을까?”
르케임이 무거운 침묵을 깨며 그렇게 입을 열었다.
“무슨 말?”
실비아가 신경질적으로 눈매를 날카롭게 세우며 르케임을 노려봤다.
다른 때였다면 상대해서 좋을 것 없다 여겨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버렸을 르케임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아까 분명히 그랬잖아. 원한다면 지구로 돌아가 신이 되게 해주겠다고.”
“라시온이 직접 한 말도 아니고 고작 서열 12위 밖에 되지 않은 마왕 따위가 한 말을 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거야?”
헛소리하지 말라는 듯 실비아가 소리를 빽- 질렀지만, 사실 그녀 역시도 머릿속이 복잡하긴 마찬가지였다.
“가디언이니 신이니 했던 말… 그래도 그럴싸하긴 했지.”
방적삼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곁에서 나란히 걷고 있던 아르케니아가 한 마디 거들었다.
“정말로 신이 실존한다면… 분명히 지구에는 없었을 거예요.”
수많은 인간들이 마족들에게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헬-라시온으로 끌려온 일을 들먹이는 아르케니아였다. 그리고 그녀의 그러한 생각은 헬-라시온으로 끌려온 수많은 인간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하는 생각이기도 했다.
특히, 신의 존재를 믿고 있었던 이들은 더욱더 큰 배신감과 상실감을 느껴야만 했는데, 아르케니아가 그런 부류 중 하나였다.
“신이라니… 하!”
레오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쉽게 믿을 수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마냥 헛소리로만 치부하기엔 그 파급력이 너무나도 컸다.
신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데, 하물며 태어나고 자랐던 지구에서 신으로 살아간다?
아마 평생 동안 머릿속에 맴돌 일이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도 우리지만, 형님이 지구로 돌아가게 된다면 충분히 신이라고 불릴 수 있겠죠?”
방구름의 말에 모두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무혁의 능력은 히어로 영화, 그것도 신이라 불리는 존재들이나 발휘할 수 있는 힘이었으니까.
지구의 과학 문명이 아무리 발달했다 하더라도 과연 무혁을 죽일 수 있을까?
무혁이 마음만 먹으면 세계 최강국이라 자처하는 미국조차도 혼자만의 힘으로 굴복시킬 수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건 킬 라시온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범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총이나 칼 따위는 말할 것도 없었으며,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핵 공격도 미리 알고 대처만 한다면 충분히 피하거나, 막을 수가 있었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지극히 평범한 지구인들의 눈에는 신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분명 일개 마왕이 한 말이니 귀 담아 들을 필요도 없었지만, 어쨌거나 이 상태로 조용히 지구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것보다 더 나은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킬 라시온 멤버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정말 지구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물론, 평범하게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돌아갈 수 있다면 기꺼이 돌아가고만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기도 했다.
킬 라시온 멤버들의 생각처럼 무혁 또한 말 같지 않은 소리라는 걸 알면서도 호르케탄이 했던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 윙윙- 거리듯 맴돌았다.
‘큭큭! 지금이라도 미련한 생각 버려라. 아니, 멍청한 생각 따윈 버려라. 그분께 대항을 하겠다는 그런 헛된 생각을 계속해서 유지한다면 네 존재 자체가 소멸될 것이다. 그래! 차라리 그분께 말씀을 드려주마. 지구! 지구로 돌아가서 그곳의 가디언이 되는 거다! 그분께서 도와주신다면 넌 충분히 지구에서 가디언으로, 네 종족들로부터 신이라 불릴 수 있을 거다. 그러니까…….’
“미친 새끼…….”
무혁의 입에서 비웃음 가득한 욕설이 흘러나왔다.
마신도 아니고 고작 서열 12위 밖에 되지 않는 마왕 나부랭이 주제에 무슨 힘이 있다고 자신을 지구로 돌려보내주고 신으로 만들어 준다는 건가?
설령, 그럴 권한이나 힘이 있다 하더라도 무혁은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언제 신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던가?
한 번도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던 일이다.
다른 멤버들은 자신과 생각이 다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무혁은 그런 달콤한 사탕발림에 속아 줄 생각 따위 조금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르케탄의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마신 라시온이 같은 제안을 해온다면?
“…X까고 있네.”
짓씹듯이 말을 내뱉었지만, 무혁 스스로도 그 기회를 걷어찰 것인지는 솔직하게 장담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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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할 거야?”
도톰한 붉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대며 레카딜라가 자신의 앞에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는 요하메스를 바라봤다.
“우선은 우리도 준비는 해야지.”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하는 것 같지만, 레카딜라는 딱딱하게 굳어 있는 요하메스의 표정에서 그가 얼마나 지금 상황을 자신만큼이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걱정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럴 수밖에.
상대는 지금까지의 모든 예상을 보란 듯이 깨버리고 있었으니까.
그 말인 즉, 자신들 또한 상대에게 무참하게 깨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기에 레카딜라는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설마 테일리마까지 넘지는 못하겠지?”
레카딜라가 마왕 서열 8위, 테일리마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을 꺼냈다.
혼자도 아니고 서열 9위인 프라자탄까지 함께 놈을 막겠다고 나섰으니 어느 정도 승산이 있지는 않겠느냐는 물음이었다.
하지만, 요하메스는 마냥 희망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우리의 예상을 보란 듯이 깬 인간들이다.”
괜한 기대 따위 걸지 말라는 요하메스의 말에 레카딜라 역시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다르겠지, 이번에는 아닐 거야, 이번만큼은 분명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상대가 바로 턱 밑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런데 또 같은 생각으로 안일하게 결과만 기다린다는 건 자신들 또한 앞서 죽은 마왕들과 같은 길을 가겠다는 멍청한 행동이었다.
이제라도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그 대비를 해야 할 때였다.
“요하메스!”
멀리서 선명하게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에 레카딜라가 눈살을 찌푸렸다.
“포카보를 부른 거야?”
요하메스가 뭐라고 대답을 하기 전에 방문이 뜯어질 것처럼 열렸다.
“저리 꺼져!”
방문 앞을 막아서고 있던 마족들을 좌우로 밀치며 우락부락한 몸집의 야수와도 같은 마왕, 서열 6위인 포카보가 성큼성큼- 방안으로 들어섰다.
“역시 레카딜라, 너도 와 있었군!”
포카보는 제 집에 들어온 사람처럼 비어 있는 자리에 엉덩이를 털썩- 깔고 앉았다.
“제 멋대로 행동하는 건 여전하네.”
가시 돋친 레카딜라의 말에도 포카보는 눈 하나 꿈틀거리지 않고, 능글스럽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지만, 솔직하게 말해봐. 나를 보니까 든든하지?”
“뭐?”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듯 레카딜라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뭘 모르는 것처럼 그래? 요하메스와 함께 그를 상대하려고 모였으면서.”
그게 진짜냐는 듯, 정말로 포카보까지 함께 협력을 하려는 것이냐는 레카딜라의 눈빛에 요하메스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준비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니까.”
“그렇다고 우리 셋이서 인간 하나를 상대한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굴욕이요, 치욕이다.
“쯧쯧쯧! 레카딜라, 너는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네.”
“뭐라고!”
레카딜라가 신경질적으로 눈꼬리를 치켜떴지만, 포카보는 여전히 능글스러운 웃음을 머금은 상태로 대꾸했다.
“인간? 아직도 그런 짧은 편견으로 상대를 무시하고 있다니… 요하메스, 아무래도 레카딜라는 전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
“포카보!”
레카딜라가 기어이 참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몸에서 마기와 살기가 동시에 뿜어져 나왔지만, 그런다고 이 자리에서 위축이 될 마왕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요하메스와 포카보 모두 그녀보다 서열이 높은 만큼, 실력 역시 뛰어났으니까.
“진정하고 앉아. 그리고 나는 가장 최악을 생각하고 가장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모두 놈을 상대한다는 건…….”
“싫으면 빠져! 놈은 지금까지 우리들의 생각을 우습다는 듯 무참하게 박살내 버린 존재다! 레카딜라, 너 역시 네 생각을 고쳐먹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놈에게 당한 다른 마왕들과 똑같은 신세가 될 거다!”
요하메스의 거친 고성에 레카딜라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자존심이 상하기로 친다면야 서열 5위인 요하메스가 가장 심할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인간 하나를 상대로 마왕 셋이 협력을 한다는 건, 사실상 요하메스가 가장 꺼려해야 할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앞장서서 포카보까지 끌어들였다는 건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 하더라도 확실하게 상대를 죽이고 말겠다는 의지인 셈이었다.
“큭큭큭큭큭!”
레카딜라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조용히 자리에 앉자 그걸 지켜보고 있던 포카보가 재밌다는 듯 웃어댔다.
‘재수 없는 자식!’
꽤 오랜 시간 동안 서로 앙숙처럼 지내왔던 포카보였기에 여전히 그와 함께 손발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레카딜라였지만, 지금으로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그저 참고 넘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모두 모였으니 다시 한 번 말을 하겠지만, 놈을 한낱 인간 따위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알다시피 놈은 이미 우리와 동등한 존재 아니, 그 이상의 존재나 다름없으니까.”
레카딜라와 포카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은 테일리마와 프라자탄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나는 아까 말했다시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준비라는 것이 뭔데?”
레카딜라의 물음에 요하메스가 곧바로 대답을 했다.
“우리 셋이 가진 모든 전력을 동원해서 놈을 고립시킬 생각이다.”
요하메스의 계획은 아주 간단했다.
직접적으로 마왕들을 쓰러트리고 있는 인간, 무혁을 다른 인간들에게서 떨어트리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니까 우리 셋이 놈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건가?”
포카보의 물음에 요하메스는 정확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셋이 마음 놓고 협공을 한다면 제 아무리 놈이라 하더라도 버텨내지 못할 테지.”
“그게 가능하겠어? 다른 인간들의 실력 역시도 상당하다고 하던데?”
“그래, 나도 그렇게 들었다. 일반 마족들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하더군.”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레카딜라와 포카보의 물음에 요하메스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대답했다.
“다른 인간들을 이용할 생각이다.”
“인간?”
“다른 인간이라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두 마왕을 바라보며 요하메스가 대화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딱딱하던 표정을 풀며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헬-라시온의 인간들 일부를 이곳 마계로 데려와 놈들과 싸우도록 할 생각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싸운다기보다는 발목을 붙들고 늘어져서 앞길을 막게끔 한다고 해야겠군.”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요하메스의 계획에 레카딜라가 조금은 우려스럽다는 듯 물었다.
“헬-라시온의 인간들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건 요하메스, 너 역시 잘 알고 있을 텐데?”
“물론이다. 하지만,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고, 이미 반쯤은 라시온 님의 허락을 받아놓은 상태라서 헬-라시온의 균형을 깨트릴 정도가 아니라면, 일부 인간들을 마계로 데려와서 써먹는 건 괜찮다.”
요하메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일부 인간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그의 발언에 레카딜라는 제법 그럴싸한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고작 그런 방법이 통할까?”
레카딜라의 생각과는 다르게 포카보는 부정적이었다.
“지금 마계에 들어온 인간들은 이미 헬-라시온의 인간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실력자들이지. 마족 한 명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헬-라시온 인간들로 그들의 발목을 잡겠다고? 내가 들은 가장 바보 같은 소리군.”
“단순히 실력으로만 놓고 본다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겠지. 하지만, 놈들은 헬-라시온의 다른 인간들과는 다르다.”
“다르다고?”
요하메스의 말에 포카보가 눈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나는 놈들의 대해서 여러 방면으로 조사를 했고,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을 알아냈다.”
“재밌는 사실?”
레카딜라 역시 들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였기에 상당한 흥미를 보였다.
“우리에게는 재밌는 일이고, 놈들에게는 미칠 일이겠지. 하하하!”
생각만 해도 재밌다는 듯 요하메스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