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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327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0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2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27화

심판의 검 (9)

 

마왕 서열 19위인 파아크로를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대머리 전사?

3미터에 달할 정도로 큰 키에 우람한 근육을 갑옷마냥 입고 있는 파아크로는 반들거리는 대머리로 인해 이마에 돋아나 있는 뿔이 더욱더 위협적으로 보였다.

실비아와 미첼의 허리를 합쳐놓은 것보다도 굵은 팔뚝엔 징그러울 정도로 검푸른 핏줄이 불툭- 튀어나와 있었고, 성인 남자의 머리통을 가볍게 움켜쥘 정도로 커다란 손에는 정말 무식할 정도로 날이 큼지막한 짧은 도끼를 양손에 쥐고 있었다.

광기의 마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파아크로는 과거 천계와의 전쟁에서도 상당히 많은 천사들을 잔인하게 도륙하며 악명을 떨쳤었다.

그런 파아크로를 보고 무혁이 한 말은…….

“혼자야? 우리 소문이 좀 난 것 같은데, 다른 마왕이랑 같이 왔어야지.”

무혁의 말에 파아크로가 크하하하하- 하며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다 웃음을 뚝! 그치더니 무혁을 향해 살벌하기 짝이 없는 시선을 내리꽂으며 말했다.

“하위 서열 마왕들 좀 죽이고 다녔다고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구나!”

파아크로가 손에 쥐고 있던 한 자루의 도끼를 내던졌다.

마치 공간을 뚫고 도끼가 나타난 것 마냥 얼굴을 정면으로 쪼갤 것만 같았지만, 무혁 역시 만만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듯 어느새 블랙 본 장검을 휘둘러 방어를 해냈다.

뒤늦게서야 파- 앙! 하는 소리와 쾅- 하는 충돌음이 연속적으로 울려 퍼졌다.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무혁의 모습에 파아크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더욱더 진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주 오랜만에 자신을 흥분시킬 만한 상대를 만났다는 사실이 굉장히 기쁜 듯 보이기까지 했다.

“인간의 살과 뼈를 가르는 손맛이 어떨지 기대가 되는 구나!”

무혁에게 내던졌다가 한쪽으로 튕겨져 나갔던 도끼를 다시 회수한 파아크로가 이번에는 직접 움직였다. 그는 항상 말보다 행동이 우선이었고, 그만큼 단순해서 과격했으며, 잔인하기까지 했다.

파아크로가 무혁을 향해 움직이자, 기다렸다는 듯 그의 뒤쪽에 서 있던 마족들도 킬 라시온 멤버들을 향해서 공격을 감행했다.

워낙에 집단 전투를 즐겨하는 파아크로였기에 그를 따르는 마족들 또한 성향이 똑같았다.

“최소한 마왕의 싸움은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닌가?”

레오가 혀를 끌- 찼다.

최소한 무혁과 파아크로의 일대일 대결만큼은 진득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여겼는데, 상대 마족들이 전혀 그럴 뜻이 없다는 듯 달려드니 킬 라시온 멤버들도 마주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큭큭큭!”

도끼를 휘두르는 파아크로의 이 사이로 계속해서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만큼 파아크로는 현재의 상황을 즐거워했다.

아주 오랜만에 맛보는 묵직한 충격이었고, 피부를 서늘하게 만드는 상대방의 날카로운 예기는 과거 천계와의 치열했던 전쟁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다만, 천사가 아닌 인간이 자신에게 흥분감과 긴장감을 준다는 것이 의외일 뿐.

그러나 파아크로는 상대의 존재가 무엇이든 그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자신의 광기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상대라면 그 누구든지 좋았으니까.

쾅! 쾅! 쾅! 쾅쾅!

자신이 휘두르는 두 자루의 도끼를 한 자루의 검으로 차분하게 막아내는 무혁의 실력에 파아크로의 흥분감은 더욱더 빠르게 차올랐다.

이놈은 진짜다.

인간이든, 천사든 그 존재와는 무관하게 실력 하나만큼은 진짜였다.

하위 서열 마왕들이 왜 모조리 죽어 나갔는지 충분히 이해가 갈 정도였다.

‘그래, 이런 놈을 기다렸지!’

자신의 힘을 모조리 쏟아 부을 정도로 치열하게 싸운다. 그 과정에서 피를 뿌리기도 하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거나, 심지어 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느낀다 하더라도 쓰러진 상대 앞에서 거대한 성취감에 도취되어 승리의 함성을 내지를 수 있게 만들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파아크로에게 무혁은 딱! 그런 상대였다.

다른 상위 서열 마왕들이 고작 인간 따위를 상대로 무슨 창피냐며 비웃음을 짓는다 하더라도 파아크로는 스스로 체감한 무혁의 강함을 오래오래 기억하며 추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자신을 따르는 마족들 또한 마찬가지다.

피에 굶주려있었고, 폭발 할 것만 같았던 광기를 억누르느라 힘들었다.

“인간의 피다!”

“캬하하하! 모조리 짓밟아주마!”

“인간의 심장을 씹어 먹자!”

한 마디로 광란의 도가니였다.

마계에서도 유명할 정도로 파아크로를 따르는 마족들은 광기에 찌들어 있다.

그 때문에 지루할 정도로 평화로운 마계에서 파아크로를 따르던 마족들은 종종 그 따분함을 참지 못하고, 광기를 드러내는 바람에 꽤나 사고를 치기도 했다.

그때마다 파아크로가 그들을 두둔하며 제 마족들을 감싸주었기에 여전히 골칫덩어리들이라는 각인이 박혀있었다.

그런 마족들이 제대로 광기를 표출할 수 있는 상황을 만난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좀 묘하다.

인간들이 강했다.

그것도 적당하게 강한 정도가 아니라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강해서 압도적인 수적인 우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마족들이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을 정도였다.

“큭큭큭!”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아크로는 웃는다.

이마저도 파아크로는 즐거웠던 것이다.

“그래, 적의 심장을 뽑아내려거든 내 심장이 뽑힐 각오 정도는 해야지!”

상대가 인간이라는 점이 좀 우습긴 했지만, 마족들조차 쉽게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 된 거다.

파아크로는 휘하의 마족들이 인간들을 상대로 고전하면서도 미쳐서 날뛰는 모습을 만족스럽게 힐끔거렸다.

“그쪽은 신경 끄고 나에게 집중하는 게 어때?”

콰앙!

손목이 부러질 것 마냥 충격이 전해지자 파아크로의 눈꼬리가 바르르- 떨렸다.

“한눈을 팔 정도로 내가 여유를 준 것 같아서 말이야.”

상대가 방금 강력한 공격을 날렸던 검은 광택의 장검을 보란 듯이 흔들고 있었다.

파아크로는 자신을 상대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무혁의 모습에 가래가 끓는 듯한 웃음을 흘렸다.

“지난 수 년 동안 봐왔지만, 역시 인간만큼 흥미로운 종은 없어. 이렇다 할 능력도 없는 최하위 종 주제에 어떻게든 상위 종을 이겨보겠다고 발버둥을 치는 꼴을 볼 때마다 한심하게 생각을 했었는데… 너를 보고 있으니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어쨌든 인정을 받았으니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

무혁의 비아냥에 파아크로는 여전히 재밌다는 듯 큭큭큭- 거리며 웃었다.

“너를 보고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드는 군.”

“무슨 생각?”

“너희 인간들의 수명이 마족이나 천사들처럼 길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그런 생각?”

파아크로의 말에 무혁은 뭘 그런 걸 입 아프게 묻느냐는 듯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뭘 어떻게 됐겠어? 그냥 니들은 X되는 거지.”

인간의 수명은 굉장히 짧다.

최소 수백 년을 살아가는 마족에게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다. 천사의 수명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마족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기에 무혁으로서는 파아크로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인간이 만약 수백 년을 살아가는 존재였다면?

‘모든 것이 바뀌었겠지.’

오래 사는 만큼 당연히 인간의 신체 구조부터, 그 능력까지 달랐을 것이고, 그만큼 정신적으로나, 문명까지도 모든 것이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를 것이다.

단언컨대, 인간의 잠재력이라면 분명 마족이나, 천사와 동등한 위치에 서 있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들보다도 더욱더 월등한 존재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는 무혁이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의외로 파아크로가 무혁의 말을 쉽게 수긍했다.

“그래서 지금 네 모습을 보고나니 확실해졌다.”

뭐가 확실해졌냐는 무혁의 눈빛에 파아크로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너희 인간들 또한 종의 종말을 맞이하겠지.”

“과거?”

무혁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파아크로는 더 이상 묻지 말라는 듯 양손에 쥐고 있던 도끼날을 까앙- 소리가 날 정도로 부딪히고는 들어 올렸다.

“대화는 이만하면 충분했다. 사실, 난… 그리 말을 오래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

파아크로가 다시 도끼질을 시작했다.

무혁은 침착하게 블랙 본 장검을 휘둘러 방어를 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파아크로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 있었던 종의 종말이라는 것이 인간을 뜻하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종을 말하는 것인가?

허심탄회하게 묻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이미 눈에 광기를 보일 정도로 흥분해가는 파아크로의 모습에 무혁은 다시 대화를 재기하는 것은 어렵다고 느꼈다.

마음만 같아서는 심판의 검을 사용해서 당장이라도 파아크로의 심장에 블랙 본 장검을 쑤셔 넣고 싶었지만, 다른 때와는 다르게 마족들과의 집단 전투를 벌이는 킬 라시온 멤버들 때문에 조금 더 이 싸움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항상 무혁이 홀로 마왕을 쓰러트렸고, 그 이후엔 공포에 질린 마족들을 일방적으로 공격하기만 해왔었다.

때문에 이런 집단 전투가 킬 라시온 멤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었고, 더욱이 상대 마족들이 광기에 물들어 더욱더 날뛰고 있었기에 무혁으로서는 최대한 이 시간을 길게 이어주고 싶기까지 했다.

“큭큭! 나를 상대로 딴 생각을 하다니… 내가 우스웠구나!”

거대한 산조차 단번에 가루로 만들어 버릴 정도의 힘을 내포한 파아크로의 도끼질에 무혁도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콰- 아아아앙!

온 몸이 저릿저릿- 할 정도의 충격을 흩트리며 무혁은 파아크로만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래, 나도 이번에는 심판의 검이 아닌 내 능력으로 싸워보자.’

이번에는 최대한 심판의 검을 사용하지 않아보겠다고 다짐하는 무혁이었다.

 

#

 

“지금쯤이면 끝이 났겠지?”

도톰하면서도 붉은 입술이 유독 눈에 띄는 여성, 더불어 뇌쇄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레카딜라가 붉은 핏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고깃덩어리를 크게 베어 물며 그렇게 물었다.

원형의 거대한 탁자에 함께 앉아 있는 남자, 요하메스가 정체 모를 붉은 빛깔의 액체로 목을 축이며 대꾸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설마 파아크로가 인간 따위에게 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레카딜라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요하메스를 바라봤다.

“레카딜라,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가? 놈들이 인간이건, 그렇지 않건 우리가 정확하게 알아둬야 할 사실은 놈들이 하위 서열 마왕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는 거다. 그러니 인간 따위라는 생각은 더 이상 하지 않는 게 좋아.”

“뭐야? 설마 놈들이 무섭기라도 한 건 아니겠지?”

도발적인 레카딜라의 말에 요하메스가 아직도 제 말뜻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그녀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자신을 무시하는 요하메스의 눈빛에 레카딜라의 눈동자가 표독스럽게 변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서열 7위인 레카딜라로서는 서열 5위인 요하메스에게 절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파아크로마저 놈들에게 당해버린다면, 그때부터는 상황을 조금 더 심각하게 봐야 할 거다.”

“심각할 게 뭐 있어? 설령, 그 인간들이 파아크로를 죽인다 하더라도 곧바로 루이테만을 만나게 될 테고, 그건 곧 놈들의 죽음을 결정짓는 것과 다름없을 텐데.”

“그건 당연한 일이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인간이라는 종족이 감히 하위 서열 마왕들도 부족해서 파아크로마저 죽인다면 그에 따른 후폭풍을 생각해야 한다는 거다.”

“아아…….”

레카딜라도 그제야 요하메스가 한 말의 뜻을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인간은 그저 최하위 종으로서 우리에게 있어선 마수보다도 못한 존재들이었지. 그런데 그들에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지.”

“사실 충격적이긴 해. 고작 100년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최하위 종인 인간의 잠재력이 이렇게까지 대단하다는 사실은… 아마도 모든 종을 통틀어 최고의 능력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니까.”

“인간들에게는 축복인 동시에 불행인 것이지.”

요하메스는 그렇게 말을 하며 섬뜩할 정도의 웃음을 지었다.

“파아크로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레카딜라의 물음에 요하메스가 곧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겠지. 아마 지금쯤이면 케케마탄이 직접 라시온 님을 찾아갔을 거다.”

“그 엉덩이 무거운 마왕이 직접 움직였다는 건, 역시 이번 일을 더 이상 두고 보지는 않겠다는 뜻이겠네.”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레카딜라가 이내 뇌쇄적인 미소를 지으며 도톰하면서도 붉은 입술을 달싹거렸다.

“어쨌든 궁금하기는 하네. 과연 인간들의 잠재력이 과연 파아크로를 넘어설 수 있을 정도인지 말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어떻게 생겨 먹은 인간들인지 구경이라도 가볼 걸 그랬나?”

살짝- 후회가 되기는 했지만, 이미 한참이나 늦었다는 걸 알기에 레카딜라로서는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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