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201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9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201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201화. 에필로그-中
현 대륙에서 가장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마탑의 도시 프리지안.
그리고 그 중심에 커다란 존재감을 발하고 있는 석재의 중앙 마탑.
그 속, 가장 넓고 화려한 집무실에서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곧 제국의 4황자가 온다고 했지? 하이넨이라는 그 황자.”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이 대륙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7위계 대마도사이자, 이 도시의 지배자.
유렌 슈나이더였다.
그는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자신의 책상 옆에서 보좌하고 있는 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예. 그렇습니다. 마스터. 지금쯤 올라오고 있을 겁니다.”
그런 유렌에 차분하게 대답해주고 있는 이는, 은색의 가면을 쓰고 있는 한 명의 노인.
노집사였다.
비록 몇 년 전보다 기력이 조금 쇠하긴 했지만, 아직도 활발히 유렌의 비서 역할을 하는 그의 허리는 여전히 꼿꼿했다.
“…설마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은.”
유렌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쿡쿡거리며 웃었다.
설마 전생의 자신의 부하였던 한 기사가 바뀐 미래로 인해 제국의 황자로 등극하게 되어버리고, 결국 이쪽으로 오다니 말이다.
모든 일이 끝나고 역사가 완벽하게 변해버린 지 6년.
이제는 전과 완전히 다른 미래로 향하고 있음을 유렌은 새삼 다시 느꼈다.
유렌이 아는 미래의 하이넨은, 그저 시골의 별 볼일이 없는 기사 가문의 막내 출신의 기사였다.
당연히 숨겨진 황자인지도 몰랐고 말이다.
검에도 제법 재능이 있긴 했지만, 결국 전장에서 그것을 다 꽃피우지 못하고 많지 않은 나이에 죽어버린, 어떻게 보면 전장에서 많이 있는 케이스였다.
그런데 이번엔 황제의 심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옛 과오를 인정하고 그를 받아들인 것이다.
“좋아. 그럼 라펠리오. 보고를 계속해라.”
“예!”
유렌의 말에 노집사의 옆에 서 있는 사람이 대답했다.
깔끔하고 지적인 인상의 중년 남자. 마탑의 총 정보 책임자인 라펠리오였다.
“그럼 ‘그분들’에 대한 변경 상황을 보고 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유렌은 하이넨 말고도, 전생의 다른 부하들에게 접촉한 결과 보고를 듣기 시작했다.
“마법사 혹은 기사에 재능이 있으면서, 이곳에 오고 싶다고 대답한 인원이 새로 5명이 추가되었습니다. 이것으로 총 28명입니다. 그리고 고향에 남거나 다른 곳에서 살아가겠다는 인원은….”
유렌은 몇 년 전부터 점점 성인들이 되어가는 전생의 옛 부하들에게 접촉을 시작했다.
최대한으로 그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려 하게 말이다.
알고는 있다.
자신이 신이 아닌 이상 그들에게 무조건 행복만을 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심지어는 달라진 미래로 인해, 원래는 죽지 않을 사고로 사망한 인원도 있을 정도니까.
-그들의 현 상황이 힘들면 도움을 주고, 무엇을 배우고자 한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해줘.
하지만 유렌은 자신의 힘이 닿는 상황에선 그들을 돕기로 했다.
우연히 좀 더 빨리 만난 군종 사제였던 루시아와 보급담당관이었던 라펠리오, 그리고 기마대의 대장이었던 헤이든은 예외긴 했지만.
그들은 이미 여기에서도 각각 사제 쪽과 정보 쪽, 그리고 기마대에서 최고직을 맡고 있으니까.
-다만 도와는 주되, 그것 때문에 나태에 빠져버린다면 최소한의 것만 남긴 채 지원을 끊어라. 오히려 그들을 망쳐버리는 셈이 될 테니.
그렇게 유렌은 전생에 자신과 전쟁터에서 함께 했던 이들을 도와갔다.
전생과는 달라진 미래를 그들과 가깝게, 혹은 멀리서도 간접적이나마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좋아. 그렇다면 남은 인원들에게도 천천히 접근하라고 하도록.”
“예!”
정확히 보고가 끝난 그때.
똑똑-
“실례합니다!”
엘빈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문이 서서히 열려왔다.
정말이지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끼이익-
그렇게 유렌은 두 눈을 반짝거리며 들어온 제국의 4황자이자, 전생의 부하를 맞이했다.
그에게도 다른 이들처럼 그가 원하는 인생을 걸어가게 해주기 위해.
* *
유렌의 집무실 속.
황자는 조금 자제를 잃을 정도로 흥분하여 유렌과 이야기를 나누며 크게 떠들기 시작했다.
“정말 대단하세요! 엘프들을 무찌른 이후, 거인들의 대침공도 막아내셨잖습니까! 그게 4년 전이었죠?!”
“과장입니다. 대침공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니었죠.”
“게,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에요. 2년 전엔 공화국과 그 근방의 소국들이 시작한 전쟁을 막아내셨고!”
황자는 가장 존경하는 대상인 유렌이 웃으며 말을 걸어주자, 그만 흥분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처음에는 같이 있던 집사가 그나마 제어하려 했지만, 그는 이미 유렌의 명을 받은 노집사가 다른 곳으로 안내했기에 주인을 말릴 수 없었다.
‘지, 진짜다! 진짜 내 눈앞에 그 영웅이!’
하지만 황자는 사라진 집사보다, 눈앞에 있는 영웅에게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어지간한 기사보다 훨씬 발달한 탄탄한 육체.
귓속으로 바로 들어오는, 낮으면서도 뚜렷한 미성.
그리고 보는 사람을 빨아들이면서도, 거대한 무언가가 느껴지는 분위기까지.
그 모든 것이 소년에게 그가 진짜 자신이 꿈꾸던 영웅이라고 알리고 있었다.
“음. 그건 좀 과장된 이야기군요. 물론 그 근방의 언데드 군대를 치운 것은 사실이지만 말입니다.”
“여, 역시 대단하시군요!”
지금까지 음유시인의 노랫소리나 사람들의 풍문. 그리고 쓰인 영웅담은 수도 없이 듣고 보아왔다.
그런데 그걸 본인이 직접 입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다니.
황자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실룩거리는 입꼬리를 참을 수 없었다.
“그럼, 제가 전하께 하나 물어도 되겠습니까?”
“예. 무, 물론입니다!”
그렇게 둘이 만난 지 20여 분 후.
유렌은 이제야 조금씩 진정해가는 황자에게 그의 의지를 물었다.
“저희 마탑에서 유학을 하고 싶다고 하셨죠. 그렇다면 일반적인 마법사들과 같은 훈련을 제공하면 되겠습니까? 저희는 신분이 다르다고 특별 취급은 없으니까요.”
“…예! 전혀 상관없습니다!”
황자의 즉답에, 유렌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간단한 신체 테스트를 해보지요.”
“신체…말입니까?”
황자는 약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법사라고 하면서 왜 신체 테스트를 먼저 보는지에 대해 궁금증이 들었던 것이다.
‘일단 몸이 건강해야 하는 건 맞지만….’
제국. 그것도 시골에서 자란 황자는 어디까지나 유렌과 그 수하들의 영웅담만 알지, 이 마탑이 다른 쪽으로 유명한 것까지는 아직 자세히 모르고 있었다.
유렌이 말하는 신체 테스트의 강도 역시 말이다.
“자,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유렌은 그렇게 황자를 데리고 어느 한 널찍하고 깨끗한 실내 훈련장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한 무리의 마법사들이 이미 훈련을 받고 있었는데, 그들을 지켜 보고 있는 두 명의 강대한 무인들이 눈에 띄었다.
“자, 잠시만요. 저분들은 혹시…?!”
황자는 그들을 알아보고는 놀라 소리쳤다.
“예. 전하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 해 미리 불러왔습니다.”
“…어어…?”
황자는 그만 입을 다물지 못한 채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두 명의 남녀를 보았다.
소드마스터인 루카스와 스피어마스터인 메링겔.
무려 대륙에 몇 없다는 강자인 마스터들이, 직접 무구를 들고 자신을 맞이하러 와준 것이다.
정작 기사의 나라라는 제국에서도 실제로는 만나지도 못한 마스터들을 여기서 만났다.
‘대, 대단하긴 한데…. 나, 나는 마법사로 배움을….’
지금껏 의심이라곤 전혀 없었던 황자의 마음속에서 의문이 조금씩 커지던 그때.
“오! 대장! 이쪽이 황자 전하이십니까?”
메링겔이 껄껄 웃으며 창을 만지작거리며 황자에게 다가갔다.
상대의 신분이고 뭐고, 빨리 ‘훈련’을 하고 싶어 견딜 수 없는 눈빛이었다.
“메링겔. 황자 전하의 앞입니다. 조금 더 예의를 지키십시오.”
옆에 선 루카스가 무표정한 얼굴로 메링겔을 말리는 듯했지만, 그 목소리엔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도 새로 굴릴, 아니 맡을 수 있는 ‘훈련생’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
최근 도시와 마탑의 규모가 급속도로 커진 덕에, 그들은 현장에서 거리가 조금씩 멀어지는 중이었다.
적성에도 맞지 않는 사무 일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달랐다.
일단은 신분이 황자인 자를 아무에게나 맡길 수는 없는 법. 자연적으로 그들에게 배정된 것이다.
‘이렇게 마음대로 굴릴…. 아니 훈련할 분이 새로 들어오다니.’
‘황자라고 해도 신분은 관계없지. 여기선 어디까지나 훈련생은 훈련생이니까!’
오싹-
두 사람이 눈을 반짝이며 황자에게 다가가자, 그는 괜히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뭐, 뭐지?’
그것은 타고난 위기 감지 능력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아직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쿠웅-! 쿠웅-!
그리고 그때. 거대한 진동이 훈련실 전체에 급작스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오.”
“왔군.”
“어어?!”
두 마스터는 그 익숙한 진동에 피식 웃었고, 황자의 눈은 커다랗게 변했다.
분명 사람은 사람인데, 뭔가 주변과 비율이 맞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덩치가 쿵쿵거리며 뛰어온 것이다.
“레이칸.”
유렌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커다란 그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항상 가까이 두는 심복 중 하나지만, 신기하게도 볼 때마다 몸이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봤을 땐, 이렇게 큰 사람은 거의 보지도 못했다고 생각했었는데.
7~8년이 지난 지금, 그때보다 덩치가 현격히 더 커져 있었으니 말이다.
“마스터! 여기 계셨슴까!”
쿠웅-!
6년 사이 몸이 더욱더 커진 레이칸이, 히죽 웃으며 훈련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 역시 탐스러운 먹이 -훈련생- 를 노리는 듯한 눈으로 황자를 바라보았다.
“그래. 이분이 앞으로 우리와 함께하실 제국의 4황자 전하시다.”
“5위계인 레이칸 하이예몬임다! 마법사의 육체 쪽 훈련을 총괄하고 있슴다. 잘 부탁드리겠슴다!”
“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육체…쪽 말입니까?”
황자는 입을 쩍 하고 벌린 채로, 거의 자신보다 배는 커 보이는 레이칸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사실 실제 키는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워낙 덩치가 크고 위압감이 넘쳐서 실제보다 훨씬 커 보였다.
‘이 사람이 5위계 마법사임에도, 엄청난 전투력을 가졌다는 그 사람이군. 무슨 마법사가 덩치가…!“
두 마스터와 레이칸이라는 유명인을 본 황자는 잠시 의문을 잊고 가슴이 다시 크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처억-
하지만 그때.
레이칸의 거대한 손이, 황자의 손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음? 악수?’
하이넨은 그 다가오는 커다란 손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황족을 상대로 먼저 악수를 권하는 것은, 자신의 얕은 지식으로도 상당한 무례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어때. 이제부터 같이 가야 하는데!’
하지만 하이넨은 거기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도 오른손을 레이칸을 향해 내밀었다.
설사 ‘황자’에겐 무례라고 하더라도, 곧 자신은 이곳에서 이 사람들과 한 집단이 될 몸이다.
‘오히려 좋지!’
본디 자신은 황자 같은 딱딱하고 높은 자리는 질색이었다.
게다가 듣자 하니 이 사람도 자신을 훈련해 줄 사람이다. 악수 정도야 가벼운 것이었다.
그렇게 손을 내민 황자와 레이칸의 손이 막 맞닿은 그 순간.
철컥-
“어?”
휘청-
황자는 무언가 무거운 것이, 자신의 오른 손목에 채워진 것을 깨달았다.
철컥- 철컥- 철커덩-!
게다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커다란 레이칸의 손이 재빠르게 움직이더니 곧 자신의 모든 손목과 발목, 심지어는 가슴과 배에도 무언가를 채우는 것이 아닌가.
쿠웅-!
황자는 그렇게 몸 전체가 무거워져, 그만 바닥에 데구르르 구르고야 말았다.
“이, 이게 대체…?!”
황자는 갑자기 벌어진 일에 당황해 소리 높여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저 당연하다는 듯 차분한 반응이었다.
“전하. 훈련생이 되는 자는, 이걸 모두 차야함다. 마법사도 예외 없이 말임다!”
“그렇습니다. 그게 규칙입니다.”
“이렇게 제한을 주면서 하는 테스트가 재밌…. 아니 정확히 알기 좋지요.”
레이칸의 말에 두 마스터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황자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에 실컷 굴려 줄 대상을 찾은 기쁜 듯한 얼굴을 하면서.
“어…어?!”
황자는 식겁했다.
아니, 아니었다. 이건 좀 아니었다.
물론 열심히 훈련하겠다는 건 진심이었지만, 이건 뭔가가 아니다. 뭔가가 달랐다.
그의 직감이 이대로 있으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전력으로 말하고 있었다.
황자는 애타는 눈으로 유렌을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유렌은 어느새 몸을 돌려 훈련장의 바깥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럼. 전하. 열심히 해보십시오. 오늘부터 시작이니까요. 레이칸, 루카스, 메링겔. 전하를 부탁한다.”
“예!”
“대장, 얼마든지 맡겨주십쇼!”
“알겠슴다! 마스터!”
유렌은 힘찬 수하들의 대답을 듣고는 훈련장을 나왔다.
뒤에서 일그러진 황자의 신음이 들리는 듯했지만, 원래 첫 훈련은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새로운 삶을 살려면 일단 그것을 벗어나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지.”
황자라곤 해도, 결국 아직 근본은 시골 기사의 막내나 다름없었다.
그것을 황자로, 그리고 이 마탑의 마법사로 바꾸려면 저런 시련이 조금(?) 필요한 것이다.
“자, 그럼 다음은…. 음?”
유렌은 다음 일정을 생각하며 건물의 밖으로 향하다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의 초월적인 감각으로 무언가를 느낀 것이다.
쩌저저적-
유렌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공간을 찢었다.
모두에게 애착이 있는 이 도시 중에서도, 자신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이들을 만나기 위해서.
* *
“으아아앙-!”
프리지안의 한 중심부 공원.
그곳에 한 3살 정도로 보이는 적색이 조금 섞인 은발의 여자아이가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흥!”
그리고 그 옆에는,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흑갈색 머리의 여자아이가 우는 아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
하지만 그 아이의 눈에도 눈물이 조금씩 고여 있는 것이, 곧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소리를 쳐 은발의 아이를 울린 것이, 자신도 미안했던 것이다.
“얘들아. 또 싸우고 있니?”
그렇게 한 명은 울고 한 명은 울기 직전의 그 상황에서, 차분하지만 부드러움이 담겨 있는 미성이 아이들의 귀에 들려왔다.
“어, 엄마아아!”
울고 있던 은발의 여자아이는 이쪽으로 다가온 은빛 머리 미녀의 품에 힘차게 뛰어 들어갔다.
퍼억-!
“흡! 레, 레이! 힘 조심 좀 하랬지!”
“으아아앙-!”
은발의 미녀- 툰드라는, 자신의 아이를 배로 받으면서도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6레벨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준 높은 고위 마법사였지만, 그녀의 딸 레이나는 태생적으로 축복받은 육체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제어가 잘 안된단 말이지···.’
이렇게 뛰어들면 어지간한 성인은 스쳐도 기절할 정도의 위력이 나왔다.
물론 툰드라가 마력을 쓰면 얼마든지 이 정도는 막을 수 있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그런 식으로 막다가 만에 하나라도 그녀의 사랑스러운 딸이 다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네리아? 혹시 레이와 또 싸웠니?”
“아, 아니에요···.”
툰드라가 울먹거리는 흑갈색 머리의 아이에게 묻자, 아이는 눈물을 쓱 - 닦으며 말을 피했다.
하지만 그렇게 닦아도 자신의 어머니 - 셀레나를 닮은 날카로운 눈매에 걸려 있는 눈물은 다 사라지지 않았다.
툰드라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네리아를 안심시킨 후,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둘에게 물었다.
“얘들아. 혹시 또 누가 먼저 아버지와 인사할지를 두고 싸운 거니?”
“….”
“…네.”
툰드라의 질문에 레이는 그저 입을 다물었고, 네리아는 작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둘의 모습에 툰드라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저번에는 분명히 레이가 먼저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런데 또 레이가 이번에 또 먼저 하겠다고 해서···.”
“하, 하지만 저저저번과 저저저저번에는 네리아가 했어요!”
“쉬잇- 얘들아. 조용.”
툰드라는 차가운 공기를 살짝 두 아이를 흘려보내 진정시켰다.
“그럼 둘이 동시에 하면 되겠구나.”
“…어?”
“그, 그래도 되나요?”
“그래. 그럼 아버지도 동시에 쓰다듬어주시지 않을까?”
아이들은 툰드라의 말에, 얼굴이 점점 환하게 밝아져 갔다.
아무리 나이에 비해 똑똑하다지만, 겨우 태어난 지 4년이 안 된 아이들.
간단한 것이었지만, 평소와는 다르니 미처 생각을 못 한 것이었다.
“인사 때문에 서로 싸웠다는 걸 알면 당연히 아버지도 싫어하실 거야.”
“! 그, 그럼 안 싸울게요!
“저희 둘이 동시에 할게요!”
너무나 빠르게 나오는 둘의 반응에 툰드라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때.
쩌저저적-
툰드라의 등 뒤에서, 너무나 익숙하고도 거대한 마력이 느껴지며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지만 누가 이곳으로 나타났는지는 당연히 알았다.
“…어! 아, 아빠!”
“아빠다아아!”
특유의 마력과 기척. 그리고 공간이 찢어지는 소리.
게다가 아이들이 뒤를 바라보며 기쁜 듯이 외치는 소리가 합쳐졌으니 말이다.
“자. 가서 동시에 인사하렴.”
“네!”
“네에!”
두 아이는 정말로 기쁜 듯이 서로의 손을 잡고 후다닥 달려갔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빠에게 동시에 인사하기 위해서.
“아빠!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빠!”
“그래. 오늘도 둘 다 씩씩하구나.”
유렌은 그렇게 양손으로 두 아이의 머리를 각각 쓰다듬어주었다.
남들에겐 거의 보여주지 않는, 자상한 미소를 지어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