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87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1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87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87화. 배후의 조종자 (4)
‘마, 말도 안 된다. 저, 정말로?’
유렌을 가장 강하게 비난했던, 평의회 소속의 두 6위계 마스터 중 하나인 베탄은 모든 것을 소멸시키면서 나아가는 대마법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감성적으론 부정하고 싶지만, 이성적으로 마법사로서는 저 대마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안다.
그리고 6레벨로는 저 대마법 근방에도 도달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정말로… 7레벨에 도달했는가. 그 전설의 경지. 테르파티스 님과 같은 시선에.”
베탄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올해로 자신의 나이 90. 이미 아무 힘도 없는 일반인이었다면 1, 20년 전에 관짝에 들어갔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나이.
고위 마법사인 덕에 지금도 건강하고, 어쩌면 앞으로 30년 정도는 더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발전이 없는, 황혼에 서 있는 몸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저 미친 천재는 자신이 아직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를 기껏해야 20대 중반에 도달했단 말인가.
자신의 나이에 1/3에도 모자란 나이에 말이다.
‘…나, 나는.’
하지만 베탄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더 이상 그 어두침침하고 끈적한 질투의 감정이 나오지 않음을 느꼈다.
비교하기조차 힘든 재능의 격차를 느껴서기도 하지만, 한순간에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뭘 했지?’
60대 초반에 6레벨 마스터에 오른 후, 자신은 이미 오를 경지가 더 없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6레벨 안에서도 격차는 나누어졌지만, 어차피 7레벨로 오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이상 그 격차는 크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미 얼마나 많은 6레벨 마스터들이 7레벨을 열망하다 실패했는가. 모두다 ‘천재’라 불리며 칭송받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자신은 아예 도전 자체를 하지 않았었다. 그저 6레벨에 만족하며 평의회와 왕궁에 적당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살았다.
그래서 그 망나니라는 1왕자에게도 적당히 손을 뻗었었고.
높은 마법의 경지에 올랐으면서도, 정작 마법과는 점차 멀어지는 모순을 범해가며 말이다.
‘나는 지난 30여 년간, 마법을 똑바로 보지도 않았었군.’
베탄은 저 대마법이 살짝 스친 것만으로 작은 산 하나가 통째로 증발하는 것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주제에 저런 젊은 천재가 나타나자 질투에 절어 흉하게 부정하고 말았고.
파앗-
그때. 베탄은 뒤에서 요동치는 마력과 빛에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쪽에 있는 후배들을 바라보았다.
“…!”
그것은 최소 수십 명이 동시에 번쩍이며 발하는 ‘끝의 빛’. 그것은 어찌 보면 장엄하기까지 했다.
유렌의 대마법과 마찬가지로 구십 평생 처음 보는 장면에 베탄은 다시 한번 넋을 잃었다.
‘천재에게 자극받은 것인가?’
처음 보는 현상이니만큼 저 끝의 빛이 대체 왜 저렇게 단체로 번쩍이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저 엄청난 대마법을 보고 충격과 자극을 받아 저렇게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이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절대 멈추지 않고 더욱더 나아가려는 그 꿈틀거리는 수십 개의 빛은, 저 7레벨의 마법만큼이나 베탄에게 강한 감명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미 말라비틀어져 있던 마음속에서 다시금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30여 년간 발전하려는 마음을 잃고는 있었지만, 자신에겐 아직도 30년이 남지 않았는가.
우와아아아아아-!!
그때 베탄은 수천 명의 마법사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거대한 환성을 받는 유렌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와아아아-!”
그리곤, 자신도 모르게 커다랗게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지금 가슴속에 가득히 쌓인 감정을 분출하면서 말이다.
그것은 결코 계산하거나 꾸민 감정이 아니었다. 그저 젊은 시절 마법을 처음 접하고 수련할 때 느꼈던 열정 그대로였다.
“와아아아아-!”
지금은 자신에게 전설 속의 경지와 더 나아갈 의지를 전해준 그에게, 그저 감사와 흥분된 마음을 고함으로 전할 뿐이었다.
마법을 제외하고,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 큰 소리로 말이다.
* *
‘아직 멀었군.’
유렌은 통째로 지워진 작은 산을 바라보며, 살짝 아쉽다는 눈길을 보냈다.
물론 자신이 쓴 마법 중엔 가장 강력한 마법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아직 전생의 자신이 기억하는 그 대마법에는 상당히 모자랐다.
‘역시 그런가.’
그 대마법을 만드는 데 필요한 각기 다른 원소와 마력 덩어리가 5개에서 4개로 줄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
하지만 유렌은 그 외에도 결정적인 무언가가 빠졌음을 느꼈다.
아니, 애초에 마력 덩어리의 숫자부터가 당시 그와 자신의 차이점을 말하고 있겠지.
‘그렇다면 그는….’
그렇게 유렌이 아쉬움이 살짝 담긴 얼굴로 작은 산의 흔적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질 그때.
“우와아아아아-!!”
수천 마법사들의 엄청난 함성이, 조용했던 초원에 떠들썩하게 울려 퍼졌다.
“세, 세상에!”
“정말로 7레벨이셨더니!”
“젠장! 우리가 보는 눈이 구더기일 뿐이었어!”
자책과 환희. 미안함과 감탄.
그리고 전설을 보는 압도적인 존경심.
그 여러 감정이 마구 뒤섞이면서 저절로 수천 명의 마법사의 입에서 거대한 환성을 불러왔다.
파아아앗-!
수십 명의 몸에서 나란히 빛나는, 찬란한 끝의 빛들은 지금 이 광경을 더욱더 대단하게 만들어 주었고 말이다.
“와아아아아아-!!”
유렌은 자신을 향해 거의 광적으로 소리치는 마법사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들은 곧 베르헨의, 아니 대륙의 모든 이에게 과장이 섞인 이야기를 해가며 전설적인 7레벨이 탄생했다고 전하겠지.
‘아무래도 이렇게 직접 눈앞에서 극적으로 보는 것과, 단순히 평의회 마스터들의 검증을 받았다고 소식만을 전해 듣는 것은 많이 다를 테니.’
그것은 더욱더 성장하려는 유렌의 세력. 마탑에 엄청나게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애초에 처음부터 노린 대로 말이다.
파아앗-.
하지만 유렌 역시 한 가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저렇게 수십 명의 마법사가 단체로 ‘끝의 빛’을 발하리라곤 당연히 생각하지 못했다.
‘전생에 기사였던 나도 그 대마법을 보고 감명받을 정도였으니, 마법사들은 더한 건가.’
게다가 그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마탑. ‘스태프 오브 파워.’의 마탑원들이었다.
아마도 자신의 마력에 짓눌리고 있지 않았던 만큼, 저 대마법을 더 잘 느낄 수 있었겠지.
뜻밖의 수확과 생각보다 더 열광적인 마법사들의 반응에 유렌의 미소는 조금 더 깊어졌다.
베르헨 주변의 작은 산 하나가 사라지고, 마법사 수십 명의 몸에서 빛이 번쩍인 그 날.
7레벨의 마법사가 탄생했다는 역사적인 소식이 대륙 전체에 퍼지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적극적인 수천 명의 마법사들에 의해, 바람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 *
그 이후. 당연히도 평의회 역시 즉시 유렌의 7레벨을 인정했다. 온 나라의, 아니 외국을 포함한 온 대륙에 새로 나타난 7레벨에 관한 관심이 끝도 없이 퍼져갔다.
-제국에서 축하 사절이 왔다지? 참 별일이군. 우리랑 그렇게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기사국의 놈들이 말이야.
-뭐야, 자네 아직 소식도 못 들었나? 여왕님의 혼약 상대 중 가장 유력한 후보가, 이번에 그 사절단의 대표로 온 제국의 3황자시라구. 이미 소문이 쫙 퍼졌던데, 자넨 참 느리군.
-뭐어? 제국의 황자랑? 그, 그게 정말인가?!
유렌에게 마음의 빚과 호의가 넘치는 제국의 황제는, 전설의 7레벨이 탄생한 것에 무려 공식적으로 축하 사절을 보낼 정도였다.
겸사겸사 왕국의 여왕과 3황자의 국혼을 추진하기 위해, 그 사신단의 대표를 3황자로 보낸 것은 덤이고 말이다.
게다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사이 새 교황의 자리에 오른, 테레사 교황의 신성국의 축하 사절 또한 비슷한 시기에 왔던 것이다.
-그 신성국이? 꽤 폐쇄적인 나라가 아니었나? 웬일이지? 새 교황이 올랐다더니. 그 때문인가?
-글쎄. 그 새 교황이 대마도사님과 깊은 친분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때문이 아닐까? 어디까지나 그저 소문인데 말이야.
-허. 제국의 황제뿐만이 아니라 교황까지…. 역시 대단하신 분이군.
이는 당연하게도 베르헨 뿐만이 아닌, 왕국 전체, 아니 대륙 전체에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새로이 나타난 대마도사가 제국과 신성국의 정상들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말이다.
이는 유렌과, 안 그래도 높았던 그의 마탑의 명성을 올려주었다.
그렇게 더운 여름이 지나고 서늘한 가을 역시 지나 슬슬 추운 겨울이 모습을 내밀려고 하는 초겨울의 어느 날.
이전보다 훨씬 시끌벅적해진 스태프 오브 파워 마탑의 본부 건물에서, 한 30대 남자가 헐레벌떡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아, 라펠리오 님!”
딱 봐도 지적인 냄새가 절로 풍기는 그 남자는, 마탑에서도 제법 높은 직책인지 지나가는 마탑원들에게 많은 인사를 받았다.
“아. 아. 미안하네. 다음에 보세.”
평소에는 살뜰히 답을 해줬을 그도, 지금은 다른 이들을 무시해가며 재빠르게 위층을 향해 달려 나갔다.
마탑원들도 또 저런다 하는 눈으로 자신의 할 일을 하러 떠났다.
라펠리오가 하는 일은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일.
급한 정보가 올 때, 가끔은 저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마탑원들은 제법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우- 후우.”
똑똑-
목적지에 도착한 라펠리오는 화려하고도 커다란 그 문에 노크하며, 답을 기다렸다.
“라펠리오냐? 들어와라.”
그리고 1초도 지나지 않아, 묵직하게 낮으면서도 청량한 미성이 그의 귓속으로 들어왔다.
굳이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마스터는 당연히 알고 있는 것이다.
하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현 대륙에서 유일한 7레벨인 대마도사인데.
“실례하겠습니다!”
라펠리오는 무례해 보일 정도로 거칠지 않게 재빨리 문을 열고 방 안으로 향했다.
“그래. 무슨 일이지?”
그 안쪽에는 얼마 전 대륙 제일의 마도구점. ‘레드 라이트닝’에게서 받은 은은한 보라색 로브를 걸친 유렌이 깊은 눈으로 바라보며 그에게 물었다.
‘저, 저 눈. 불과 며칠 전보다 더욱더 깊어지신 것 같군,’
라펠리오는 유렌과 마주치자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야 말았다.
원래도 그런 경향이 있었지만, 몇 개월 전 7레벨에 오른 이후.
제대로 눈을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로 깊고 막대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물론, 라펠리오 및 다른 이들은 모두 유렌이 자신들을 배려하기에 평상시엔 마력을 억제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배려에도 불구하고 나날이 저 눈의 깊이와 압박이 강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대체 어디까지,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강해지시는 건지.’
라펠리오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이 급하게 보고할 내용을 입에 담았다.
“마찬가지로 공국 쪽에서 약간이지만 수상스러운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일단 공국의 수도에서….”
유렌은 라펠리오의 보고를 들으며, 그 즉시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지난날 그가 보고한 다른 중요한 정보들과 앞뒤를 맞춰갔다.
‘…역시 공국 쪽에 있나. 지금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쪽에서 활동했음은 분명해.’
자신이 ‘각성’하고, 그 암시 마법에서 벗어난 지 수 개월.
유렌은 자신의 정보 조직을 더욱더 크게 키우고, 사용할 수 있는 인맥을 죄다 사용하며 대륙 전체의 정보를 모았다.
모두에게 잊힌 대마도사 레니안과 완벽히 잠적해버린 엘프들의 정보를 말이다.
물론 당연히도 그것은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7레벨 대마도사인 그는 물론이고, 엘프들마저도 완벽하게 음지로 사라져버렸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막대한 돈과 인맥 등으로 조금이라도 수상한 것이 있으면 즉시 조사 한 결과.
이렇게 조금씩이나마 상대의 잔향이나마 더듬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수고했다. 그럼 공국 쪽으로 더 많은 지원을 준비해야겠군.”
“예. 원하시는 수준까지 올리려면 더욱더 필요해 보입니다.”
사실 이 전의 애매한 정보만으로도 이미 유렌이 공국 쪽 ‘준비’에 쏟아부은 돈은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널널하다 못해 넘치는 유렌의 재정이 아니었다면, 커다란 상회마저 이미 파산이 날 액수였다.
하지만 그래도 유렌이 바라는 준비엔 아직 모자랐다. 그가 바라는 건 절대로 평범한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기본적으로 엘프들을 상대해야 하고, 거기에 그 레니안까지 상대해야 할 가능성이 있어. 돈으로 그 확률을 아주 조금이라도 높인다면, 하는 데까지 해봐야지.’
레니안은 아직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긴 했다. 하지만 엘프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공국 쪽에서, 희미하지만 그의 발자취가 나오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이쯤이 되면 확실한 증거 없이 심증상으로도 그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힘들다.
엘프들과의 연관 말이다.
유렌은 라펠리오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한 가지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럼, 그 건과는 별개로, ‘그’에 대해선 조사 결과가 없나?”
“아, 예. 그렇습니다. 어디에도 없습니다. 말씀하신 마도구까지 동원해봤지만,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그래.”
유렌은 라펠리오의 대답에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그렇다면, 더욱더 레니안이 깊게 관련되어 있다는 소리였다.
전생의 자신과 현재 자신의 몸. 유렌과도 말이다.
삐익-
“윽?!”
그리고 바로 그때.
라펠리오가 오른쪽 귀에 착용하고 있던 귀걸이 모양의 마도구에서 긴급 연락의 경보음이 삐익 거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들은 라펠리오와 유렌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졌다.
어지간한 긴급 연락이 아니고서야, 저것이 직접 발동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탁-
라펠리오는 재빨리 귀걸이를 만지고는, 긴급 연락을 받았다.
만약 자신이 빨리 받지 않으면, 정보 부서의 본부에 알려져 어떻게든 유렌에게 전하도록 이어지게 되어있다.
당연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비상으로 생긴 계획.
멀쩡하고 바로 앞에 유렌이 있는 이상, 굳이 그럴 필요는 하나도 없었다.
‘무슨 일이냐!’
라펠리오는 초조함과 의문이 반쯤 담긴 작은 목소리로 긴급 연락을 보낸 상대편에게 물었다.
[대, 대장님. 그, 그것이.]
긴급 연락은 어디까지나 특수한 마법으로 라펠리오의 귓속에만 작게 울려 퍼지게 설정이 되어있어 남들은 듣지 못했다.
어지간한 마도구로선 턱도 없는 정교한 기술이었지만, ‘레드 라이트닝’이라는 대륙 최고의 마도구점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니 가능한 고기능의 기술이었다.
물론, 그 ‘다른 이들’에 유렌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미 인간을 뛰어넘는 초인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데 그깟 귓속에서 퍼지는 소리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뭐냐, 빨리 말해! 긴급이라고 하지 않았나!’
한편 라펠리오는 상대가 머뭇거리자, 답답해 작은 목소리로 그를 질타했다.
이런 직접적인 긴급 연락은 워낙 장거리라 마력이 엄청나게 들어갈 터.
마도구로 어떻게 커버를 한다고 해도 그것은 무제한이 아니며, 무엇보다 긴급 상황에서 이렇게 당황해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같이 듣고 있던 유렌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음에 꼭 재교육이다!’
‘다음에 다시 한번 재교육해야겠군.’
유렌과 라펠리오는 동시에 그렇게 마음먹었지만, 바로 뒤에 이어지는 현지 정보원의 말을 듣고는 함께 말을 잃었다.
[그, 그게 공국이 멸망했습니다!]
“…어?”
“뭐?”
다소 쌀쌀하지만 햇빛이 강하게 쏟아지는 어느 날씨 좋은 초겨울 오후.
유렌과 라펠리오는 공국 국외에 있던 인물 중에선 가장 빨리 공국 멸망의 소식을 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