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8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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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8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85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85화. 배후의 조종자 (2)
사실 유렌은 어느 순간부터 머릿속에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가끔 중요한 무언가가 떠오르지 않는 듯한 그 느낌.
그것이 어떤 것에 대한 것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떠오른 것은, 바로 제국에서 돌아왔을 무렵이었다.
아메리아가 ‘이렇게 짧은 시간에, 젊은 나이로 6레벨에 오른 건은 없었다.’라며 감탄할 때 확-하고 피어올랐다.
음? 분명 누구 한 사람이 더 있었을 텐데. 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생각이 확인된 것은 바로 7레벨이 된 순간.
소위 말하는 초인의 경지에 이르게 되자, 자신에게 누군가 건 암시가 깨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 청발의 마법사의 얼굴과 그의 이름이 즉시 떠올랐다.
-레니안 폰 베르슈리거.
애초에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이름.
전생의 자신을 죽였으며, 그 대마법으로 마법의 위대함을 알려준 사람이 말이다.
심지어 그는 이 유렌의 몸으로도 이미 만난 적이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베르헨에서 그는 천재적인 젊은 마법사로 유명했기에 애초에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었다.
어느 특정 순간까지는.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는데 아무도 의문을 가지지 않았으니까.’
유렌은 그래서 7레벨이 되어 베르헨에 돌아온 후 레니안에 대해서 조사했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그를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베르헨의 평의회에서 제법 높은 자리에 있었는데도 그의 흔적은 아주 깔끔하게 처리되어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없던 사람처럼.
“세상에. 내가 레니안을 잊어먹고 있었다니.”
일행 중에선 가장 그와 가까웠으며, 잘 알고 지냈던 툰드라는 제법 충격이 큰지 조금 비틀거렸다.
과거 수년간, 레니안은 그의 상사 격인 인물이었다.
그와 아주 가까이 지낸 것은 아니었지만, 일주일에 몇 번이나 얼굴을 마주칠 정도는 됐었다.
그렇게 몇 년 이상 지내 가끔은 사적인 교류도 나눴던 사이이기에 툰드라의 놀라움은 더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이 마력 패턴은 그의 것이 맞아.”
툰드라도 유렌에 비하면 부족하긴 하지만, 그녀 역시 고위 마법사.
그녀는 방금 깨져나간 암시에서, 레니안 특유의 마력 패턴을 읽을 수 있었다.
툰드라의 그 확신에 찬 말에 유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암시가 깨질 때 느낀 것이다.
전생의 자신을 죽인 그 어마어마한 마력에서 느껴지는 패턴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패턴을.
“…저도 분명 레니안이라는 마법사를 알고 있었슴다. 저도 평의회에 있었으니 말임다. 저보다 훨씬 높은 상사라 그다지 만나진 못했지만…. 이렇게 깔끔하게 잊어버릴 수가 있었다니. 참 놀랍슴다.”
레이칸이 인상을 구기며 투덜거리듯 그렇게 말했다.
사실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너무나 당연했다.
세상에 그 어떤 사람이 자신의 머릿속에 속을 넣고 기억을 조작하는 것을 반기겠는가.
극도의 경계심과 반감이 들어야 정상인 것이다.
「잠시만요. 그렇다면 혹시 그도 7레벨에…?!」
멍하니 있던 아메리아가, 그 사실을 이제 눈치챘는지 눈을 커다랗게 뜨며 놀랐다.
“그래. 아마 그렇겠지. 나를 포함해 다른 6레벨 마스터들에게 암시 마법을 걸었을 것이 분명하니, 당연히 6레벨 마법사론 무리지.”
“…그렇다면 7레벨에 도달한 시기는 유렌 당신보다 먼저라는 소리군요.”
루시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딱히 그를 알고 있지는 않아 기억의 혼선은 없었지만, 7레벨이라는 격 외의 존재가 나타났다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가 지금 한 짓은 당연하게도 너무나 수상했으니까.
“그럼~ 그가 대체 왜 사람들의 머릿속에 손을 댄 거죠~? 그냥 잠적해서 놀고먹고 싶은 건 아닐 테고~.”
셀레나 역시 기분이 나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그거야 아직 확실히는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나와 연관이 있다는 거야.”
「그게 무슨 소리예요? 유렌? 왜 당신과?」
“마, 맞슴다. 마스터가 그자와 관련이 있으셨슴까?”
유렌의 그 말에 일행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들이 알기로 유렌과 그는 연관이 거의 없었다.
워낙 젊은 나이에 높은 위계에 오른 마법사라는 것만 같지, 두 사람이 연관된 적이 거의 없는 것이다.
“…내가 알기론 그와 만난 적은 내가 첫 소개를 해줬을 때를 제외하면, 거의 스쳐 지나간 것만으로 기억하는데. 아니었어?”
“아니, 네 말이 맞아. 툰드라. 이 몸으론 그와 그 외엔 거의 만난 적이 없지.”
“…?”
“음?”
유렌의 ‘이 몸’이라는 단어에 눈치가 빠른 몇몇 이들이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다만 눈치가 없는 이들은 여전히 궁금하다는 얼굴로 유렌에게 묻고 있었다.
“그럼 마스터는 거의 만난 적이 없는데도, 왜 연관을 확신하심까? 그자가 모든 기억을 감추고 잠적을 한 것은 수상하긴 하지만, 그저 그것뿐이잖슴까. 그가 마스터에게, 우리에게 연관될 거라곤….”
“잠깐만요. 레이칸. 죄송합니다만 그보다 먼저 유렌에게 들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레이칸이 한창 말하는 도중, 루시아가 그의 말을 멈추며 끼어들었다.
“어? 어?”
레이칸의 얼굴은 의문으로 가득 찼다.
아니, 지금 이것 외에 먼저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지만 루시아는 바로 유렌에게 물었다. 어딘가 다급해 보이는 얼굴을 한 채.
“유렌. ‘이 몸’이라는 것은 무슨 뜻이십니까? 혹시….”
자기 자신에게 ‘이 몸’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끔 거들먹거리는 사람이 쓰기는 하지만, 유렌은 원래 그런 성격도 아닐뿐더러 ‘이 몸으론 그와 만난 적이 없다.’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쓰려면 ‘이 몸은 만난 적이 없다.’라고 쓰지.
어떻게 보면 사소한 말실수 같지만, 유렌이 지금 이 타이밍에 한 말로 보아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 이야기하지. 사실 진작에 이야기해야 했을 것이었는데 말이야.”
유렌은 그답지 않게 조금은 긴장한 듯 주먹을 괜히 쥐었다 피었다.
그리고 숨을 한 번 고르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미래에서 왔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과거로 다시 태어났다는 게 정확하겠지.”
“…?”
“예에?”
상상도 못 했던 유렌의 그 말에, 이야기를 듣던 모두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 *
본래 유렌은 자신을 믿고 따르는 일행들에게 모두 털어놓을 준비는 하고 있었다.
특히 공국과의 전쟁이 끝날 시점엔 바로 모든 것을 말한 준비를 마쳤고 말이다.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까지 늦춰졌지만.’
사실 엘프와의 싸움이나 다른 것들에서 유렌이 미래에서 알고 있는 정보로 일행들에게 말해준 것도 꽤나 많았다.
다만 그 중 상당수는 보통은 충분히 의문을 품을 만한 것들이었다.
‘자세한 내용도 설명하지 않고, 그냥 무작정 내가 아는 대로만 행동했던 적도 꽤 많았으니까.’
하지만 자신의 수하들, 아니 동료들은 그것에 대해 별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도 인간인 이상, 당연히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자신을 믿고, 그저 따라주었다. 그것은 정말로 고마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자신은 아직 그들에게, 그 믿음의 정체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밝히는 게 맞겠지. 어차피 계속 비밀로 했다간 이번 같이 괴리만 클 수 있으니.’
유렌은 그렇게 확신한 채 모든 것을 입에 담았다.
자신이 본래는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후에 살던 제국의 기사. 그것도 소드마스터였다는 것.
대륙의 대전쟁이라 불리는 왕국과 제국의 오랜 전쟁 끝에 결국 7레벨 대마도사에게 전사한 것.
그 자신을 죽인 상대가 바로 모두에게 암시를 건 그 레니안이라는 것.
그리고 20년을 넘는 세월과 국경을 건너 거슬러 올라와 이 ‘유렌 슈나이더’의 몸으로 눈을 뜬 것까지 말이다.
“세상에~….”
그리고 찾아오는 침묵.
셀레나의 놀란 목소리를 제외하곤, 다른 일행들은 모두 침묵에 담겼다.
경악 어린 얼굴과 함께 말이다.
‘그, 그렇다면 전생? 아니지. 환생인가? 그것도 아냐. 과거로 돌아온 거랬으니….’
‘마, 마스터가 그때 던전의 숨겨진 장소로 바로 가신 것이 그 때문이었슴다.’
유렌의 그 말은 바로 받아들이기는 너무나 허황되어 보이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동과 신뢰는 그 허황되어 보이는 이야기에도 너무나 커다란 진실성을 가져다주었다.
“…과연. 그렇군요.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가장 먼저 납득하며 말을 꺼낸 것은 바로 루시아였다.
‘두 번 사는 자.’
바로 루시아가 유렌을 만났을 때 받은 신탁의 내용이었다.
그 당시 ‘두 번 사는 자’가 유렌을 가리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이유까지는 몰랐는데.
‘데르빗이시여. 신탁이 너무 그대로잖습니까.’
루시아는 그 모호함을 탓했던 옛날의 자신을 떠올리곤 살짝 웃으며, 그대로 유렌의 정체를 받아들였다.
“…믿기는 힘들지만, 안 믿을 수도 없겠군요.”
“역시 대장. 이만큼 특별하면 이런 과거 열 개쯤은 있을 줄 알았어!”
“그건 너무 많은데….”
소드마스터와 스피어마스터는 그렇게 동시에 납득했다.
애초에 그들은 유렌에게 목숨의 은혜를 입거나, 그의 강함에 반한 것이기 때문에 그들로선 큰 상관은 없었다.
오히려 엘프를 더욱더 막을 이유가 생겼다며 불타올랐다.
“하하. 궁금하던 것이 풀려서 잘 됐슴다! 마스터는 저의 은인. 마스터임다! 예전에 뭐가 있더라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슴다!”
“제가 따르는 건 지금의 유렌이니까요~. 아무 상관도 없어요~.”
레이칸은 그렇게 호탕하게 웃으며 그저 고개만 끄덕였고, 아까 전까진 잠시 놀라던 셀레나도 별것 아니라는 듯 코웃음을 쳤다.
「…절 구해주시고 계약한 것은 유렌. 당신이에요. 설사 당신이 무슨 기억이 있든, 그것으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요.」
아메리아는 역시 그런 메시지를 보내며, 놀란 얼굴을 지우고 미소를 지었다.
“…한 가지만 물어도 될까?”
하지만 유일하게 툰드라는 진지하게 유렌에게 물었다.
그녀는 자신뿐만이 아니라 여왕의 일 또한 함께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 뭐든지.”
“그렇다면 그 ‘조직’은 혹시 거짓말이었어? 정보 조직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은 당신이 미리 알고 있던 것들이었고?
“그 시점에서는 맞아. 존재하지 않은 것들이었지.”
망설임 없는 유렌의 끄덕임에 툰드라의 얼굴은 확 하고 붉어졌다.
일국의 왕녀와 그의 심복인 고위 마법사가 단박에 속아 넘어갔다는 것이니까.
“끄으으. 그래. 그거면 됐어.”
“다른 건 묻지 않아도 되나?”
오히려 유렌 쪽에서 당황해 물어보자, 툰드라는 싱긋 웃으며 은빛 머리를 팔랑였다.
“다른 것들은 물을 것도 없어. 비록 그 과정에서 사소한 거짓이 있다 해도, 넌 결국 불리하기 짝이 없는 폐하를 도와 왕위에 올려주었어. 본래의 역사대로라면, 아마 이렇게 돌아가지 않았을 테지.”
툰드라의 그 말에 유렌은 침묵을 지켰지만, 이미 긍정의 대답이나 다름없었다.
툰드라는 활짝 웃어가며 주변을 둘러보곤 말을 이어갔다.
“이곳에는 네가 원래 어떻든 간에 신경 쓰는 이는 없는 것 같네.”
“당연함다!”
“그렇죠~.”
「모두 당신에게 커다란 은혜를 입거나, 그저 당신을 따르는 것이니까요.」
“….”
주변의 그런 모습에 유렌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감정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전생의 전장에서 부하들이, 동료들이 죽어 나갔을 때.
그리고 다시 이 몸으로 눈을 떴을 때.
자신은 커다란 상실감을 느꼈다.
그런 유대를 다시는 느끼지 못 하리라 예감했던 것이다.
‘…기쁜 오산이었군.’
하지만 달랐다.
다시금 자신에게 그때의 유대를 생각나게 하는 이들이 이렇게나 다시 생겨나 있었다.
“…모두, 정말 고맙다.”
유렌은 그 모든 유대들에게 웃으며 감사를 전했다.
비록 짧지만, 자신의 가슴속 감정을 모두 담아서.
* *
“허억… 커허억…!”
어느 깊은 산 속.
온몸이 일그러지고 뭉개진 한 인영이 쿨럭거리면서도 빠른 발걸음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1/10도 채 남지 않은 나풀거리는 은보라색 머리칼과, 긴 귀만이 그 이형의 전체를 짐작게 했다.
“이쪽…인가…!”
엘프들의 족장 중 하나였던 레이티아는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은 채 자신이 목표로 하는 장소로 향했다.
-크으으으-! 레, 레이티아! 만약 여기서 살아나가면 나 대신…!
바로 얼마 전.
거대한 마그마에 묻혀 죽은 동족 유니스의 마지막을 믿고 이곳에 온 것이었다.
‘…신목을 그렇게 대량으로 기르는 방법을 알려준 ‘인간’. 그를 만나야 한다.’
어떻게 보면 참 웃기지도 않았다.
이렇게 몸을 당할대로 당한 지금도, 레이티아는 인간은 여전히 자신보다 훨씬 열등한 생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을 이렇게 만든 것도 인간이고, 이 상태에서 마지막 희망을 찾아가는 상대 또한 인간이었다.
“여기…인가…?”
이젠 조금씩 썩어들어 가는 비참한 몸뚱이를 이끌면서, 레이티아는 간신히 자그마한 오두막이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제대로 된 마법사가 한참이나 봐도 절대로 눈치채지 못할 은밀한 마법이 걸려있었지만, 그녀는 아무리 몸 상태가 엉망이어도 엘프의 족장이다.
그 뛰어난 감각으로 어렵지 않게 눈치채고, 그 마법의 속으로 들어갔다.
휘이잉-!
그 오두막에 발을 한 걸음 내디딘 그 순간.
레이티아는 순식간에 다른 장소로 이동한 자신을 보며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푸른 하늘과 푸릇푸릇한 녹색의 풀들이, 자신의 시야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어…?”
분명 잔뜩 낀 회색 구름 밑에 있는 갈색의 산 중턱에 있는 오두막에 발을 내밀었는데.
어느새 푸르고 넓은 초원 한복판에 홀로 서 있었다.
“이것은?”
휘이잉-
온몸의 큰 상처들이 따갑도록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짙게 풍겨오는 초원의 풀 내음.
그 모든 것이 이것이 진짜 초원이라고 그녀에게 알리고 있었다.
‘놀랍군…!’
레이티아는 귀를 쫑긋거리며,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것이 진짜라면, 아예 공간을 잘라 붙여 자신을 가볍게 이동해버렸다는 말이 된다.
환상이라면 아직 비약의 효과가 남아있어 항마력이 배 이상 증폭된 자신을 한순간에 완벽하게 환각에 빠트린 것이다.
그 어떤 것이든, 이것을 만든 자는 그녀를 간단하게 뛰어넘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
뒤이어 뒤에서 들려온 갑작스러운 젊은 남자의 목소리에 레이티아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흐음. 엘프이십니까? 크게 다치셨군요.”
그녀가 막 뒤를 돌아보려던 그 순간.
파아아앗-
그 남자에게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이 쏟아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그녀를 뒤덮었다.
“어?!”
경계 어린 그 소리도 잠깐.
레이티아는 순식간에 몸의 상처가 아물어가는 것을 입을 쩍 벌리며 지켜보았다.
“어, 어떻게…?!”
강화된 자신의 마력으로 아무리 치료해보아도, 너무 심하게 망가져 피부 일부를 제외하면 제대로 치료조차 되지 않았었다.
아마 신전을 들려 사제들을 찾았어도, 그것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자신의 육체는 시체나 다름없는 몸이지만, ‘비약’ 덕에 간신히 움직이는 육체나 다름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그 문드러졌던 몸이 상당 부분 치료되고 있었다.
“이런. 역시 치료 마법은 특기가 아니다 보니, 겨우 이 정도가 한계군요. 양해해주시길.”
“….”
레이티아는 말없이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아직 군데군데 흉터도 꽤 있었고, 짓눌러진 코나 눈꺼풀 등. 아직 복구는 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지만, 이젠 적어도 시체와 같은 모습은 면한 것이다.
“…정말, 대단하군.”
레이티아는 고개를 마저 돌려, 자신을 향해 온화하게 웃어주고 있는 청발의 인간 청년을 바라보았다.
“감사를 표하지. 그리고 인간. 아니….”
그리곤, 그녀는 생애 처음으로 인간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어갔다.
“레니안 폰 베르슈리거. 나를, 아니 우리 동족들을 구해주길 바란다.”
난생처음 인간에게 진심을 담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