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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84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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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84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84화. 배후의 조종자 (1)

 

 

 

마도 왕국의 수도 베르헨.

그 가장 중심에 있는 새하얀 궁전의 집무실에서 여왕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세상에나.”

바로 유렌이 상세히 보내온 보고서 덕이었다.

유렌 일행보다 몇 발 먼저 도착한 그 보고서엔 당연히도 엄청난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이젠 조금 덜 놀라고 싶은데, 그게 안 되네요.”

그 옆에서 보고서를 보던 툰드라와 노공작도 그 여왕의 말에 한없이 동감했다.

“…허헛. 이걸 보면 어떻게 태연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게요. 이 정도면 아예 나라의 미래를 바꿔놨다고 해도….”

잘못된 방향으로 폭주해 자국민을 학살하던 교황을 납치, 그리고 살해했다.

게다가 그것뿐만이 아니라 엘프들이 지하에서 키우던 위험물일 게 분명한 나무들을 모두 소멸시켰다.

그 과정에서 신성국의 강경파, 즉 학살을 저지른 고위 성기사와 사제들을 대부분 용암에 처박아버렸다.

“게다가 테레사 사제의 호의와 감사도 받았죠.”

툰드라는 보고서와 함께 온, 한 사제가 쓴 감사가 듬뿍 적힌 편지를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왕국의 정보통에 따르면, 테레사는 현 후보 중에 교황의 자리에 압도적으로 가까워 보인다고 했다.

[…그리하여 여왕 폐하의 놀라운 지혜와 과감성으로 파견된 유렌 슈나이더 백작 덕에, 신성국이라는 나라는 다시금 숨을 쉬게 되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저와 더불어 시민들의 신앙심 역시….]

그런 사제가 직접 왕국의 여왕에게 이런 극도의 감사를 담은 편지를 써 보낸 것이다.

“곧 신성국과의 관계가…. 엄청나게 변하겠군요.”

노공작이 헛웃음을 지으며, 다시금 그 편지를 바라보았다.

만약 예상대로 이 사제가 교황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여태껏 꽤나 서먹서먹했던 신성국과의 관계도 크게 변할 수 있을 터.

‘지난 수십 년간, 수백 명의 귀족과 수많은 보화를 보내 외교를 해도 언제나 거리를 크게 두던 신성국이었는데.’

전 교황은 온화하고 자비롭기 그지없는 사람이었지만 그렇다고 왕국에 특별히 호의를 보내진 않았다.

제국과 사이가 험악한 왕국으로선 가능하면 아군으로 삼고 싶은 상대여서 어느 정도는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결코 가까워지려고 하지 않았던 신성국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것도 옛이야기가 되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들도 놀랍긴 하지만요. 제일 놀라운 것은, 마지막에 적힌 이 말이 아닐까요?”

“…그렇지.”

“그 말이 맞네.”

유렌의 보고서 끝을 가리킨 툰드라의 말에, 여왕과 노공작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굳이 언급을 피했지만, 지금까지 적혀 있는 것 중 가장 파괴력이 강한 것은 바로 마지막 한 줄이었다.

[제가 7레벨에 올랐습니다.]

말 그대로 마도국의 역사를 바꿔버릴 만한 어마어마한 한 줄이었다.

“당연하지만, 허풍이거나 거짓일 확률은….”

“없겠죠.”

“없습니다.”

여왕의 말에 툰드라와 노공작이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여왕도 그들과 완벽한 동감이었다.

그가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만약 다른 자라면 그저 ‘끝의 빛’을 본 후를 조금 과장했을 수도 있습니다만, 슈나이더 백작 정도 되는 자가 그럴 리도 없겠지요. 7레벨이 확실할 겁니다.”

“…후후.”

노공작의 말에 여왕은 자신도 모르게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전설 속에나 나오는 7레벨의 대마도사.

그 자리에 바로 자신의 심복이 올랐다는 사실에 말이다.

‘원래도 굉장했는데, 이젠 그 말로도 부족하네.’

솔직히 여왕에게 유렌을 두려워하거나 견제하지 않냐고 은근슬쩍 물어보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그녀는 그런 자들에게 항상 화를 내며 물러나라 했지만 그런 마음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에 불과했다.

그녀도 인간인 이상, 그런 감정이 아예 없을 수는 없었으니까.

‘…차라리 이젠 훨씬 홀가분해진 느낌이야.’

하지만 방금 그가 7레벨에 올랐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그런 의심과 불안감은 아예 여왕의 마음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까지 그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난 공신이었다고 쳤다면 7레벨에 오른 유렌은 아예 다른 차원의, 말 그대로 전설 속에나 나오는 존재 아닌가.

그런 그를 견제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말 그대로, 신경 쓸수록 자신만 손해를 보는 것이다.

“…자, 그럼 그가 돌아오면 곧 7레벨이란 것을 공표해야죠. 작위도 좀 더 높여야겠고.”

여왕은 즐거운 얼굴로 심복들에게 말했다. 진심으로 그의 귀환을 반기면서.

 

* *

 

하지만 여왕이 준비한 7레벨의 공표와 작위 상승의 준비는 조금 뒤로 미루어졌다.

노공작 및 다른 6레벨 마스터들이 돌아온 유렌을 보자마자 7레벨이 맞다고 인정했지만, 정작 유렌 자신이 조금 공표를 미뤄달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조금 중요한 일을 끝내고, 확실하게 받겠습니다.

유렌의 그 진지한 모습에 여왕도 뭐라 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파아아앗-!

공간 대부분이 텅 비어있는, 어느 넓고 넓은 무채색의 공간.

디멘션 포켓 안쪽의 다른 공간에서 유렌은 조용히 눈을 감은 채 마력을 집중시켰다.

쿠웅-! 쿠우웅-!

그러자 엄청난 마력을 담은 유렌의 심장이 대포와도 같은 소리를 울리며 거대하게 뛰었다.

그리고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거대한 마력이 꿈틀꿈틀 유렌의 머리 위에 모이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일반인은 물론이고, 저레벨 마법사가 바라보기만 해도 충분히 압도당할 엄청난 마력이 유렌의 생각에 따라 꿈틀거리고 있었다.

‘역시. 마력 자체는 열 배, 아니 그 이상 늘어난 것 같군.’

유렌은 자신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엄청난 마력 덩어리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

만약 얼마 전까지의 자신이었다면, 저 마력 덩어리 한 개를 만드는 데 거의 모든 마력을 다 써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지금의 자신에겐 거의 부담이 되지도 않았다. 저보다 큰 것을 몇 개나 더 띄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으니까.

‘하지만 굳이 그렇게 낭비할 필요는 없지.’

파스스스-

유렌은 머리 위의 마력 덩어리를 거대한 한기로 바꾸었다.

얼음의 원소를 집어넣은 것이다.

그리고 유렌은 공간 저쪽에 집어넣었던, 한 큼지막한 바위산을 가리켰다.

쒸이이이익-!

그러자 커다란 한기 덩어리는 수천 개로 나뉘어, 그 바위산을 향해 돌진했다.

거대한 마력이 수천 개의 작은 화살들로 순식간에 변해 버린 것이다.

따악-

게다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유렌이 손가락을 튕기자 수천 개의 불꽃이 화살의 옆에 각각 생겨났다.

퍼퍼펑-!

완벽하게 동일한 크기의 화살과 불꽃은 서로 반발하며, 기존의 마력보다 훨씬 더 강화되었다.

그렇게 강화된 화살들이, 바위 언덕에 격돌했다.

콰아앙! 

쿠콰아아앙-!

그 결과는 놀라웠다.

수천 개 중 겨우 몇백 개밖에 부딪히지 않았는데도, 이미 백 미터가 넘는 바위 언덕이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아직도 부술 대상을 찾지 못해 강화된 수천 개의 한기 덩어리가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이런. 대상이 너무 약했나.”

유렌은 투덜거리면서 손짓 한 번으로 남은 화살들을 없앴다.

이곳 디멘션 포켓 속의 다른 공간에 들어 온 지 이제 며칠째.

이곳에 오기 전 제법 부술 만한 것을 많이 들여보냈다고 생각했지만, 며칠도 가지 않아 죄다 부서질 줄이야.

‘화력이 극단적으로 늘었는데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 같네.’

유렌은 기쁜 오산을 범한 자신을 탓하며 새하얀 스태프를 들었다.

꿀렁-

유렌의 의지에 따라 새하얀 스태프의 윗부분에 달린 은색의 금속이 꿈틀거리며 거대한 창날로 변했다.

‘그럼, 이걸로 해볼까?’

유렌은 조용히 눈을 감고 자신이 노려야 할 대상을 느꼈다.

‘40m 정도 옆에 있는, 커다란 바위.’

마법으론 아주 간단하게 부술 수 있다.

하지만 검을 쥔 자로서는 그것이 꽤나 어려운 재주다.

만약 마스터의 자리에 올랐다고 해도, 원거리 공격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투창 같은 일회성 공격이나, 자신이 재빨리 다가가 공격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유렌이 전생에 소드마스터였던 시절 가장 고전한 것은 고레벨의 마법사들이 원거리에서 일제히 마법을 발사하는 것이었다.

‘쉽다.’

하지만, 지금의 유렌에겐 그것이 그다지 무섭지 않았다.

설령 마법을 제외하고 무기만 쓰더라도 마찬가지였다.

휘익-

유렌은 순식간에 그 바위 쪽으로 몸을 틀고, 기다란 날을 가진 창을 공중에 휘둘렀다.

쒸익-!

마력을 가득 채운 창날이 공중을 엄청난 속도와 위력으로 갈라버리자, 검의 충격파가 휘두른 모양 그대로 생겨 앞으로 나아갔다.

쩌어억-

그리고 아주 짧은 시간 후.

유렌에게서 40m 정도 앞에 있던 커다란 바위는, 그대로 두 동강이 나 갈라졌다.

‘…저기까지 닿을 수 있다니.’

유렌은 40m 앞에서 갈라진 바위와 자신의 손을 번갈아 보았다.

‘전생의 소드마스터 시절에는, 기껏해야 10m 정도였지.’

사실 그 정도만 해도 기사나 전사가 원거리를 공격할 수 있는 것은 대단한 것이었다.

실제로 자신의 앞에서 방심하다가 두 쪽으로 갈라진 마법사들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유렌은 완벽하게 그 단계를 뛰어넘고 있었다.

‘마법사가 되어 원거리 공격에 워낙 익숙하게 된 이유도 있겠지. 하지만….’

유렌은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7레벨로 거듭난 자신의 육체와 마력에 있다고 보았다.

단순히 마법뿐만이 아니라, 마치 몸 전체가 복합적으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것만 같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미 마스터만 해도 인간을 벗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몇 걸음 더 나아갔다.

소위 말하는 초인.

유렌은 그 전설 속에나 나오는 그 구역에 이제야 발을 들였다고 자각했다.

그리고 이제 그 큰 힘을 조금씩 더 잘 다룰 수 있게 되었고 말이다.

‘좋아. 이 정도라면 만약 ‘그’와 적대 관계가 되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겠어.’

유렌은 처음의 목표를 달성하자,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꾸우우-!”

그때, 마치 무언가를 알리는 듯한 해츨링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쿠웅- 쿠웅-

제법 커다란 진동과 발걸음을 울리면서 말이다.

“아, 레인. 슬슬 시간이 되었나. 정말 딱 맞는군.”

유렌은 신성국에 다녀온 후 급속도로 자라고 있는 해츨링 레인을 올려다보며 싱긋 웃었다.

커다란 늑대만 했던 해츨링은, 불과 일주일 사이에 그 3배는 커져 있었다.

“꾸우!”

‘거대한 마력에 영향을 받는다곤 하지만, 너무 빠르긴 하네. 하긴. 뭐, 보통의 해츨링은 아니니.’

유렌은 해츨링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공간을 비틀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다시 밖에 나가 움직일 시간이었다.

‘분명 귀쟁이 놈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어 한동안 움직이진 않겠지.’

하지만 결코 놈들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속 또한 좁아터진 놈들이니, 피해를 복구하고는 반드시 자신에게 원한을 갚으려고도 할 테고.

‘게다가….’

어떻게 보면 귀쟁이 놈들보다 더 신경 써야 할지도 모르는 ‘그’의 존재도 있었고.

그렇게 유렌은 결심을 굳히며 밖으로 나섰다.

누군가 막아 놓은 것을 이제 뚫어버리기 위해.

 

* *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급하게 부른 거야? 유렌.”

툰드라가 마탑의 한 방안에 들어오며 유렌에게 싱긋 웃으며 인사했다. 그가 자신을 부른 것 자체에 기뻐하면서 말이다.

“갑자기 불러서 미안하다. 툰드라.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지.”

“괜찮아. 마침 시간이 조금 비었거든.”

유렌이 가볍게 사과하자, 툰드라는 거짓을 말하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 약속을 부랴부랴 취소하고 달려왔지만, 굳이 그에게 그것을 말할 필요는 없겠지.

“그런데 정말 무슨 일이야? 지금 이 방에 거의 모두가 모인 것 같은데.”

툰드라는 방에 모인 이들을 둘러보며 유렌에게 물었다.

레이칸을 비롯한 마탑의 간부들에, 루시아와 두 마스터들과 자신까지.

그녀의 말 그대로, 유렌과 가까운 이들은 대부분 모여 있었다.

그들 역시 그에게 별다른 소리는 듣지 못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그래. 모두에게 이야기할 것이 있어 불렀지. 중요한 이야기이니, 너도 저쪽에 앉아줘.”

툰드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비어있는 의자로 가서 앉았다.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지만, 진지한 유렌의 태도와 모인 이들의 얼굴만 봐도 분명 보통 이야기는 아닐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

“자, 그럼 모두 모여줘서 고맙다. 다들 시간 내기 바쁠 텐데 말이지.”

유렌은 모인 이들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말대로 그들 모두는 여러 방면에서 맡은 일들이 많은 사람들이다.

각자가 시간을 내는 것이라면 몰라도, 이렇게 한꺼번에 비는 시간을 만들기란 상당히 힘들었다.

그 때문에, 실제로 툰드라 같은 몇몇 이들은 기존의 약속이나 일을 취소하고 와야만 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들의 얼굴엔 불만 하나 없었다.

‘마스터께서 이렇게 반드시 오라고 집합하시다니. 분명 보통 일이 아닌 게 분명함다!’

‘흐음~. 나 혼자만 불려왔으면 좋았겠지만~ 그게 아니니 어쩔 수 없지~. 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레이칸과 셀레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자, 그럼. 이야기 전에 잠시만 실례하지.”

쿠웅-! 쿠웅-!

유렌은 순식간에 심장을 강하게 뛰게 해 강대한 마력을 쭉쭉 뽑아내었다.

우우우웅-!

“!”

“세, 세상에!”

그 엄청난 마력에 방 안에 있던 이들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나 신성국에 같이 가지 않았던 이들은 더욱더 놀랐다.

7레벨의 거대한 마력을 난생처음 느끼는 것이었으니까.

“모두. 움직이지 마라.”

유렌은 그 거대한 마력을 양손에 끌어모아, 온 힘을 다해 커다란 박수를 쳤다.

짜아악-!

“!”

“어?!”

그것뿐이었다. 

그저 마력을 담은, 약간 커다란 소리의 박수 한 번.

하지면 몇몇 이들은 그 순간, 무언가 껍질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툰드라는 거의 몸을 펄쩍 뛰다시피 했다.

“툰드라.”

유렌은 그중에서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툰드라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언가 기억이 난 것이 없나?”

“…어? 어어?”

그녀는 다소 어지러웠는지 은빛 머리를 매만지며 머리를 짚었다.

하지만 유렌은 그런 그녀를 몰아붙이지 않고 차분히 기다렸다.

이미 자신도 7레벨로 각성하는 순간, 그녀의 저 심정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전부터 조금씩 위화감이 들던 사실이 한순간에 완벽하게 깨지는 그 순간을 말이다.

“…자, 잠깐. 잠깐만!”

툰드라는 경악하며 외쳤다.

자신이 왜 ‘그’를 망각하고 있었는지 말이다.

애초에 자신과 몇 년이나 가깝게 지낸 자신의 상사 아니었는가.

“지, 지금 나만 기억난 게 아니지?”

그러고서는 크게 ‘그’의 이름을 외쳤다.

“…!”

“맞아. 분명…!”

툰드라의 외침과 동시에, 대부분 일행들이 그의 이름을 떠올리고 입을 벌리며 놀랐다.

왜지? 왜 이런 인물이 자신의 기억에서 깔끔하게 없어졌던 거지?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라 분명히 전엔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확실하군.”

유렌은 툰드라를 비롯한 모두가 놀라는 것을 보며 확신했다.

그를 잊어버리고 있던 것은, 역시 그가 건 마법 때문이었다고.

애초에 자신의 기억 속에 깊게 박힌 그를 잊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부자연스러웠으니까.

‘게다가 이 정도 규모의 암시를 건다는 것은.’

그리고 그가 이미 6레벨은 뛰어넘었다는 것 역시 확신했다.

마스터나 6레벨에게 원거리에서 기억을 조작이 가능한 6레벨?

그런 건 당연히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설마, 자신을 아는 사람들의 기억을 죄다 지워버리고 몸을 감출 줄이야.’

그가 괜히 이런 짓을 할 리가 없다. 

분명, 무언가를 위해 뒤에서 움직이고 있음이 분명했다.

유렌은 자신보다 먼저 7레벨에 올라 모두의 기억을 지워버리고 사라진 그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레니안 폰 베르슈리거.’

전생에 자신을 죽이고, 지금은 분명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그 위험한 대마도사의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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