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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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0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83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83화. 태양과 광신도 (18)
“마, 마그마?”
「세상에…. 이건? 유렌?!」
일행들은 갑작스레 유렌이 등장해서 마그마를 터트린 다음 자신들을 공중에 띄우자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많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파아아앗-!
그 사이, 그저 멍하니 있던 일행의 몸이 모두 서서히 치료되어 갔다.
유렌이 손을 한 번 휘둘러 모두에게 치료 마법을 걸어준 것이었다.
“대장! 저건 도대체…!”
“오. 메링겔. 수고했다. 모두를 잘 지켜줬군.”
메링겔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표정으로 말을 걸자 유렌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칭찬했다.
유렌의 진심이 담긴 그 말에 메링겔은 반사적으로 웃었지만, 그것이 밑에서 내뿜어지는 마그마들까지 지우지는 못했다.
그는 서둘러 아래쪽을 가리키며 대차 유렌에게 물었다.
“이, 이정도야…. 아니, 그것보다 대장! 화산이라도 터트린 겁니까? 갑자기 왜 지하에서 저런 용암들이!”
「마, 맞아요. 유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설마 처음부터 이걸 노리신 겁니까?”
“허허. 정말 말도 안 되는군. 이거.”
유렌은 당황스러운 일행들의 질문에 천천히 대답해주기 시작했다.
“그래. 지하에 내려가기 직전 무엇이 있는지 한번 탐색해볼 때, 이 근방에 휴화산이 있는 것을 느꼈지. 파괴해야 할 나무들이 너무 많으니, 그것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거고.”
“…잠깐. 휴화산?”
유렌의 이야기를 듣던 예크만은,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다는 얼굴로 그 말에 잠시 끼어들었다.
그는 신성국에 꽤 오래 있어 봤고, 성도에도 꽤 오랜 시간 있었던 적이 있기에 이 근방의 지리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내가 알기로, 이 근방에서 옛 화산이었던 산은 꽤 멀리 떨어져 있다고 알고 있는데.”
“맞아. 거의 10km 정도더군.”
“그, 그걸 여기까지 끌고 왔다고?! 그 얼마 안 되는 급박한 시간에?!”
예크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유렌을 보며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운 좋게 저 밑에 마그마가 있을 줄 알았는데.
설마 멀리 있는 화산을 끌고 온 것이라니.
완전히 상식 자체를 부수고 있던 것이다.
「…7레벨이라서 가능한 것인지, 유렌이라서 가능한 건지…. 아마 둘 다일까요?」
아메리아가 넋이 나간 메시지를 중얼거리듯 보내오자, 일행은 ‘둘 다’라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전설 속에서나 보이는 7레벨 마법사인 이상, 상식을 뛰어넘는 짓을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긴 했다.
다만 유렌은 7레벨 이전에도 이미 여러 차례 상상을 뛰어넘은 모습을 너무도 많이 보여줬기에, 그러니까 할 수 있다는 생각 역시 들 수밖에 없었다.
“음?”
푸화아아악-!
모두 공중에서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유렌은 일행에게 덮쳐오는 한 불덩이를, 황금색 실드로 가볍게 막았다.
“끄으윽-! 이, 이놈들! 이 악마들!”
일행이 고개를 재빨리 밑으로 돌리자 그곳에선 열 명도 채 안 되는 사제와 성기사들이 신성 마법으로 마그마를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섯 명의 성기사들이 커다란 바위를 하나씩 구해와 신성력을 넣어 작은 바위벽을 만들었고, 뒤에 있는 사제들이 신성 마법으로 바위벽들의 틈새를 없애고 강화했다.
그 속으로 마그마가 들어오는 것을 간신히 막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 가장 신성력이 많은 고위 사제가 어떻게든 이쪽을 공격한 모양이었다.
“천벌을 받을 것이다! 반드시 태양의 천벌을 받을 것이야!”
“그렇게 따지면 지금 천벌을 받는 것은 너희겠지. 자연의 천벌 말이다.”
“악마 놈이 대체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냐?!”
유렌의 도발에, 눈에 핏발이 가득 차 있는 사제들이 발끈해 소리쳤다.
비록 상황은 위험하기 그지없었지만, 저 시해자 놈의 헛소리는 도저히 참고 넘길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렌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만약 맑은 날씨에 길 한복판에서 벼락을 맞아 죽으면,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남들을 몰살하던 패거리가 단체로 싹 죽는다면, 보통 그게 뭐라고 불리지?”
“…!”
그건 당연히, 천벌이라고 불린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말이다.
사제들과 성기사들은 그렇게 생각하다, 문득 눈치챘다.
자신들이 여기서 전멸한다면, 상황이 저 악마 놈이 말한 것이랑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네, 네놈. 설마…?!”
“웃기지 마라! 우리가 한 짓은 태양께서 내려주신 신성한 행위! 감히 어디서 그런 비유를…!”
퍼억-
그때, 발끈해 크게 소리친 한 성기사의 머리가 통째로 날아갔다.
유렌이 잔뜩 비틀어 놓은 마력의 창을 투명화해 보이지 않게 해놓고는 놈이 소리친 순간 던져버린 것이다.
“애, 앤디 경!”
“이, 이런!”
본디 저 정도 되는 고위 성기사라면, 아무리 투명화에 걸린 것이라도 자신의 근처에 다가올 때 느낄 수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았다.
거의 모든 신성력을 마그마들을 막는데 쏟아붓고 있는 데다, 분노로 자제심을 잃은 상태다.
거기서 공중이라는 위치까지 압도적으로 유리한 유렌이니 그들을 처리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뒷일은 네놈들이 걱정할 것 없다. 네놈들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 될 테니.”
유렌은 싸늘한 목소리로, 밑에 있는 성기사들과 사제들에게 죽음의 선고를 내렸다.
혹시 몰라 성국의 인물들을 잘 알고 있는 예크만에게 고개를 돌려 눈으로 물어보았지만,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유렌에게 확신을 주었다.
그들이 바로 마구 학살을 해왔기로 유명한 이들이라고.
죽은 교황의 열렬한 추종자임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저렇게 드러나고 있고 말이다.
‘죽을죄는 있고, 살아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파지직-
유렌은 조용히 오른손을 하늘로 뻗고는 그곳에 강력한 마력을 모았다.
두근-! 두근-!
다시금 심장이 빠르고 크게 뛰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마력이 순식간에 오른손에 가득 차기 시작했다.
“여기서 죽어라. 모두.”
“!”
쒸이이이익-!
유렌의 오른손에 모인, 창 모양의 마력탄은 단숨에 성기사와 사제들이 모인 땅에 내려꽂혔다.
드드드득-!
그것은 그대로 땅을 비틀어, 땅속에 흐르는 거대한 마그마를 내뿜게 했다.
쿠콰아아아앙-!
“이, 이런!”
“아아악-! 태, 태양이시여!”
검붉은 마그마는 그 바로 위에 서 있던 강경파의 성기사들과 사제들을 뒤덮었다,
이번엔 조금 전과는 달리, 그들 중 아무도 그 뜨거운 땅의 혈액에서 빠져나가지 못했다.
* *
성도 부근에서 갑자기 마그마가 터지고, 그것이 겨우 진정된 후.
성도는 거대한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교, 교황 성하께서 돌아가셨다고?!”
“그, 그럴 리가 없어! 성하께서, 성하께서어-!”
모두의 존경을 받는 교황이, 납치 끝에 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게다가, 교단의 고위층들까지 단체로 실종되었다는 소식까지 겹쳤다.
“세상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용암이 터져서 성직자와 성기사분들이 그렇게나 돌아가셨다고?”
“잠깐. 이거, 성하께서 납치당하실 때 보였다는 것들이 혹시….”
“자네들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지금 성하가 돌아가셨다는데, 그런 헛소문 따위를 믿는 건가?!”
“…그, 그건 아니네.”
당연히도 성도는 큰 혼란에 빠졌다.
그 와중 이런저런 소문들이 크게 퍼졌지만, 일단은 모두 교황의 죽음이라는 대사건에 묻히는 듯했다.
며칠 후.
전 교황과 강경파들이 했다는 그 악행들이 정식으로 발표되기 전까지 말이다.
* *
발표가 난 지 이틀 후.
발표 당일과 그다음 날은 거짓을 발표하지 말라며 성도에 큰 혼란이 퍼졌었지만, 속속 그 증거와 증인, 그리고 여러 소문이 퍼지자 그 비난은 줄어만 갔다.
시민들도 안 것이다. 학살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그 대신 시민들의 그 비난은 악행을 저지른 그 대상에게 향했다.
“어, 어떻게! 어떻게 고위 사제들이 그렇게 썩을 수가 있지?!”
“죄 없는 사람들을 학살하고, 결국 교황님까지!”
감히 교황을 조종하고, 교황이 조종에서 벗어날 것처럼 보이자 자신들의 손으로 죽인.
소위 말하는 ‘강경파’의 사제와 성기사들에게 말이다.
“정말로 이걸로 된 것일까요.”
그동안 성도에서 일행과 함께 푹 쉰 유렌은 며칠 전 지방에서 재빠르게 달려온 ‘반대파’의 리더 테레사 사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테레사는 너무나 양심이 괴롭다는 얼굴로, 창문 밖 거리에서 강경파 사제들을 욕하는 성난 시민들을 지켜보았다.
“모두에게 거짓을 알리다니요.”
“모두가 거짓은 아닙니다. 일부는 사실이죠.”
유렌은 그런 테레사를 보며 여유 있게 홍차를 홀짝였다.
바로 시민들에게 거짓을 발표하라고 그녀에게 조언해준 것은 바로 유렌이었다.
-교황과 강경파들의 악행을 일단 숨기겠다고요?
-네.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야 공표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교황께서 그런 짓을 직접 저질렀다고 하면 대체 성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틀 전. 테레사와 반대파들은 새 교황이 뽑혀 시민들이 냉정을 되찾을 때까지 그 사태를 잠시 묻어두려 했었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었던 게, 그대로 발표하면 그야말로 폭동이라도 일어날 분위기였다.
가장 사랑받는 교황이 납치당해 사망해 한없이 슬퍼하는데, 사실 그가 학살의 주범?
폭동은 당연하고, 아예 그 사실을 믿으려 들지 않겠지.
-…그러면 강경파들에게 차기 교황의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일단 놈들은 ‘선량한’ 전대 교황의 심복들이었으니.
추기경들이 모여 교황을 선출한다고는 해도, 어느 정도는 시민의 여론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시민들에게 사랑받지 않는 교황은 여태껏 없었으니까.
-그, 그건….
-후우. 그러시면, 제 계획에 따라주십시오.
그렇게 유렌이 낸 계획은 어찌 보면 단순했다.
참과 거짓을 섞은 소문을 내 공표하는 것이었다,
[교황은 강경파의 어느 주교에게 조종당하여 학살을 명령하다 죽었다.]
[강경파의 고위 성기사와 사제들이 한꺼번에 마그마의 폭발에 덮여 죽은 것은, 바로 학살의 주동자들에게 내린 태양신의 천벌이다.]
[반대파와 테레사는 모두 그것을 진작에 눈치채고 교황을 구하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실패했다.]
거짓과 참들이 섞여 있는 소문들이 시민들에게 마구 퍼져가 혼돈을 퍼트렸다.
모두 사실이거나 사실을 기반으로 둔 소문이라 그럴싸했기에 순식간에 퍼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그게 사실이었다고? 교단이 다르단 이유로 마을들을 통째로?!”
“어떻게 사제들이 그럴 수가…! 거기에 교황님까지! 말도 안 돼! 이, 이건 거짓인 게 분명해! 사제들이 그럴 리가 없잖아!”
“하지만, 그들이 성도 근방에 용암에 휩쓸려서 많이 죽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잖아? 근방에 화산도 없는 그곳에서 말이야. 이게 신벌이 아니면 뭐겠어?”
“…으음.”
그리고, 곧이어 [교황은 강경파의 어느 주교에게 조종당하여 학살을 명령하다 죽었다.]라는 정식 발표.
당연히 그 직후는 혼란이 퍼졌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는 증거와 증인들이 계속 나오자 시민들은 순식간에 그 발표를 받아들였다.
이미 소문으로 퍼진 것이 있기에, 마땅한 증거와 증인이 나오자 그것을 믿기 시작한 것이다.
“교황은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그것도 죄를 짓고 죽었지요.”
유렌은 아직도 혼란스러운 것 같은 테레사를 향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를 어떻게 써먹든 간에, 남은 사람들에게 최선으로 쓰인다면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그렇지요.”
그의 악행이 묻혔다곤 하지만, 교황의 명예가 완벽하게 회복된 것은 아니다.
비록 조종당했다곤 하지만, 어쨌든 그도 직접 살상 명령을 내린 교황으로 남게 될 테니까.
그에게 보면 꼭두각시로 역사에 남을 것이 그에게 있어 더 비참할 수도 있었다.
테레사는 그 모든 걸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것에 대해서요.”
그리고는 유렌에게 고개를 깊게 숙이며 감사를 전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그가 해준 것이다.
교황을 막은 것도, 그를 죽인 것도, 강경파들을 해치운 것도. 게다가 시민들의 폭주를 막은 것도.
결국 이 신성국을 구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은 알려지지 못한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공표하는 것을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반대파가, 테레사가 일을 해결했다고 해야, 다음의 교황 선출에서 훨씬 유리한 고지에 선다고 말하면서.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돕겠습니다. 태양의 이름을 걸고서.”
“감사합니다. 마음이 참 든든하군요.”
유렌은 그렇게 자신을 바라보며 신의 이름을 걸고 다짐하는 테레사를 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차기 교황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사제의 맹세.
그것은 훗날 미래에 무슨 일이 있을 때 아주 큰 도움이 되겠지.
교황을 죽인 유렌은, 미래의 교황의 감사를 받으며 왕국으로 발을 돌렸다.
7레벨이 되며 깨달은 너무나 중요한 사실을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서.
* *
갑자기 마그마가 폭발한 한 성도 부근의 숲.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고, 커다란 조사가 끝나 슬슬 한가해졌을 무렵의 한밤중.
쿠웅- 쿠웅-
마그마가 굳어 딱딱해진 새로운 지층이 생긴 그 땅 밑에서, 조그마한 진동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처음에는 그 자리에 있어도 아무도 모를 정도로 작은 진동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쿠우웅-! 쿠우웅-!
몇 시간이 지나, 만약 사람이 그 주변에 있더라면 반드시 눈치챌만한 커다란 진동과 소리로 바뀌고 수십 분.
콰아아아앙-!
드디어 땅 밑에 폭발하듯 파헤쳐지며, 무언가가 땅속에서 기어 올라왔다.
“…컥, 커헉!”
사람 크기의 그 그림자는, 몇 분간 쉰 소리로 기침을 거칠게 내뱉었다.
“지, 지상이다…!”
그 그림자는 쉰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켜 달빛 속에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떨어져 나간 눈꺼풀과 짓눌러진 코. 온몸 전체를 뒤덮고 있는 끔찍한 화상의 상처들.
겨우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기다란 왼쪽 귀 덕에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엘프였다.
“쿨럭-! 쿨럭-!”
마그마에 말 그대로 짓눌려 모든 것이 엉망으로 변해버린 그 엘프가 고통스럽게 기침하자, 얼마 남지 않은 은보라색 머리칼이 조금씩 흔들렸다.
“…유니스는 버티지 못했나.”
그 정체는 바로 엘프의 족장 중 하나인 레이티아였다.
엘프 가운데에서도 특출나게 아름다웠던 그녀의 모습은 이미 없었다.
그저 살아 움직이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말 그대로 언데드로 착각할만한 일그러진 모습만이 남아 있었다.
“나만이, 살아남았다. 나만이.”
스무 명이 넘던 동족 엘프들.
그리고 자신과 같은 등급이었던 유니스.
무엇보다도 엘프들의 미래였던, 만 단위의 신목들까지.
레이티아는 자신의 수명과 겉모습뿐만이 아니라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지금 그녀가 살아 있는 이유는, 바로 수명을 줄여 힘을 폭발시키는 비약 덕분이었다.
그것을 먹지 못했더라면 유니스와 같이 밑에 묻혀 있었겠지.
“나는, 나는….”
레이티아는 멍한 쇳소리로 중얼거리곤, 한 걸음 두 걸음 발자국을 옮겼다.
이 절망적인 상황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이 상황을 뒤집을 가능성을 가진 인물을 머리에 떠올린 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