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248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48화
248화. 마지막 소원 (2)
- GOD 작가 : 사마극을 죽이는 임무를 완성하였기에 소원을 하나 들어드립니다. 소원을 입력하세요.
- 앞으로도 계속 천향무후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 GOD 작가 : 네, 접수했습니다. 소원을 들어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지금과 동일한 환경으로 천향무후에 접속할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톡을 본 박무훈은 눈을 비볐다.
그녀의 휴대폰 화면에는 천향무후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콘이 붉은빛을 발하며 반짝이고 있었다. 그의 휴대폰에서는 사라져버린 아이콘이다. 아마 저 아이콘은 나흘 후면 다시 초록빛으로 바뀌고 백다연은 무림으로 돌아가 백단영이 될 것이다.
한참 멍하니 바라보던 박무훈이 고개를 저었다.
“이 소원은 적어도 천억 원짜리야. 아니, 어쩌면 1조를 요구해도 줬을지 몰라. 그런데 이렇게 낭비해 버리다니.”
백다연의 음성은 담담했다.
“나는 무흔과의 인연을 잃고 싶지 않았어.”
그녀의 말에 박무훈은 한편으로는 진한 감격을 느끼면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 봐야 이제 거기에 있는 무흔은 내가 아냐. 그냥 껍데기일 뿐.”
그녀가 무림으로 돌아가면 백단영은 예전과 같이 백다연이란 인물이지만, 그곳에 남아있을 무흔은 박무훈이 아니었다. 어떻게 변할지 짐작이 되지 않지만 그냥 본인의 의지 없이 흘러가는 그런 무미건조한 인물이 되어 있지 않을까.
어떻게 변했든 박무훈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백다연이 웃음을 띠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 너도 돌아가게 돼. 내 능력 봤잖아? 난 내가 원하는 것을 그쪽 세계로 가져갈 수 있어. 내가 무훈 씨를 데려가면 지금까지와 똑같은 무흔이 계속되는 거지.”
박무훈은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
그녀가 그를 무림 세계에 데리고 갔다가 데려오면 된다.
그렇게 하면 예전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 차이점이라면 이쪽 세계에서나 그쪽 세계에서나 항상 그녀와 그가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백다연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나흘마다 이곳으로 와. 이곳에서 같이 천향무후에 접속하는 거야. 알지?”
박무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세계를 되찾은 기분이었다. 그 기쁨은 천억 원이 생긴 것보다 훨씬 컸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준 그녀의 기발한 생각이 고마웠다.
문득 그녀의 내심이 궁금해졌다.
최소한 나흘에 한 번은 만나야 하고 접속한 후에는 무림에서 나흘 동안 함께 있게 되고……. 그걸 앞으로 오랜 기간 같이 해야 한다면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박무훈이 궁금한 표정으로 시선을 들었을 때 백다연이 그의 뺨에 갑자기 입을 맞추었다.
“앞으로 이젠 커피값을 무훈 씨가 내라고. 알지?”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그녀가 더 자주 커피값이나 식사 비용을 챙겼었다.
“무, 물론이지.”
박무훈의 입이 찢어지며 그녀를 한쪽 팔로 감싸 안았다.
절로 따스한 기운이 실내에 내려앉았다.
나란히 소파에 기대어 앉은 가운데 박무훈이 그녀를 끌어당겨 품에 가두려고 하자 백다연이 손사래를 치며 휴대폰을 들었다.
“잠깐, 전화할 곳이 있어.”
백다연이 그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통화를 눌렀다.
신호가 울리고 웬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사만국 사장! 이제 다 끝났어. 그동안 도망치느라 수고했어.”
이 밤에 그녀가 사만국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마 지금쯤 사만국은 비탄에 잠겨있을 것이다. 사마극이 백단영에게 죽임을 당하고 모든 것이 허무하게 끝나버렸을 테니.
역시나 허탈한,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다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의 말을 계속 전했다.
“내일 출국금지 요청 넣을 거고, 일주일 후에는 구속영장 날아갈 거야. 너, 그동안 요리조리 잘 빠져 다녔는데 일주일 후면 그것도 끝이야. 그동안 인연이 있어 알려주는 거니까 목 늘어트리고 기다리고 있어라!”
재빨리 자신의 말을 마친 백다연은 저쪽에서 고함치는 사만국의 말을 무시하고 전화를 끊었다.
“사만국 사장 집어넣게?”
“이미 확보한 증거만으로도 차고 넘치지.”
“그런데 왜 지금 알려줘?”
“지금 그의 마음이 어떨지 충분히 짐작되거든.”
아마 그의 마음이란 무림에서 사마극의 죽음을 의미할 것이다.
백다연이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알다가도 모를 그녀의 정신세계였다. 함께 소설 천향무후를 이끌어갔던 동지애의 발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
나흘 뒤. 박무훈은 변함없이 무림으로 돌아왔다.
무흔으로 변한 그는 연연의방에서 머물면서 백단영의 회복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한동안 연연의방 앞을 줄 섰던 병문안 인파는 많이 줄어들었으나, 아직도 많은 사람이 간간이 찾아왔다. 천향무후가 무림맹의 실세로 떠오르고 있음을 모두가 인지한 덕분이다.
마교 최고의 기재를 없애고 무림의 평화를 가져온 천향무후!
이제는 설사 무림맹주라 하더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이 천향무후였다.
백단영이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졌기에 무흔은 그녀가 누워 있는 방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파서……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기 싫어졌어.”
백단영이 툴툴거리며 입을 삐죽였다.
“아가씨, 금방 나을 거예요.”
무흔은 웃으며 그녀를 달랬다.
상체에 하얀 천으로 된 붕대를 둘둘 감고 그 위로 헐렁한 옷을 걸친 그녀의 모습은 실로 기괴했다.
그녀가 얼마나 다쳤는지 그는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날 이곳으로 데려올 때는 정신이 없었고, 그 이후로는 한 번도 그녀의 상처를 본 적이 없어서다. 등에 죽죽 그어진 혈풍백골조의 자국은 정말 끔찍했었기에 걱정이 한가득했다.
눈처럼 하얀 그녀의 등에 시뻘건 줄이 나 있으리란 생각을 하니 숨이 턱턱 막혔다.
“아직도 많이 아파요?”
“아니, 이제는 견딜 만해. 귀의가 달리 귀의가 아냐. 정말 의술이 탁월해. 귀의 말로는 한 달쯤 후면 상처의 흔적도 완전히 사라질 거라고 하더라.”
이상하게도 그녀의 말에 그녀보다 그가 더 안심됐다. 상처가 남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내공은 어때요?”
“절반 정도 회복했어. 내공도 한 달쯤 후면 완벽하게 돌아올 것 같아.”
한 달 후, 몸이 정상이 되면 현 무림에서 그녀를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가 판단하기에 백단영의 무공은 남궁이화를 예전에 앞질렀고, 불사신룡이라는 장후성도 가볍게 능가했다.
이미 노쇠한 의천진인이나 여타 구파 장문인 또한 그녀의 상대가 아니다. 마교의 은옥상이 약간 의문이긴 하지만 은옥상이 새로운 무공을 익히지 않는다면 백단영을 능가할 수 없다.
그렇게 본다면 사실상 현 무림의 최강고수는 백단영이 분명했다.
무흔 본인은? 굳이 서열을 따질 필요가 있을까.
“얼른 쾌차하셔야죠. 지금 무림다루랑 무림주루 일이 무척 바쁘거든요.”
이번 여름이 지나고 나면 지점을 더욱 확장할 생각이었다. 현대식 경영 방식과 개념으로 무장한 무흔과 백단영의 사업을 맞설 수 있는 자는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도 알아, 엊그제 연락 온 것 보니까 아버지께서도 크게 투자하시겠다고 하더라.”
지금까지 백가상단에서 꽤 많은 돈을 투자하긴 했다.
무흔은 예전에 동굴에서 발견했던 패천문 보물을 거의 다 팔아치워 자금을 마련했고, 백단영 또한 그에 상응하는 자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아직 백가상단의 자금력을 제대로 동원한 것은 아니었다. 사업 성공에 의문을 품었던 상단주 백선필은 이제야 그 가능성을 깨닫고 투자를 늘리는 상황이었으니까.
원래 집안의 어른들은 자식이 벌이는 사업을 처음부터 신뢰하지는 못하는 법이다.
당연히 무흔은 백가상단의 투자를 환영했다.
“합비의 다정루도 무림주루로 바꾸고 그 옆에 무림다루를 새로 내기로 했어요. 남궁세가 또한 지분 참여 및 도움을 주기로 했다고…….”
남궁이화는 무흔이 엮인 일이라면 무조건 찬성이었다. 이제는 오히려 그녀의 관심이 부담스러워질 정도였다.
“무흔?”
“네?”
백단영이 은근한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나, 붕대 교체할 때가 됐어.”
빠른 회복을 위해 하루에 한 번씩 약을 바르고 상체를 감은 붕대를 교체하고 있었다. 당연히 붕대를 감는 일은 양이설이 맡아서 했다.
“양 소저를 불러올게요.”
일어나는 무흔을 백단영이 잡았다.
“오늘은 무흔이 대신해줘.”
갑작스러운 요구에 무흔은 눈만 끔뻑였다.
“그, 그래도 돼요?”
떨리는 목소리로 무흔이 다시 물었다.
백단영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들뜬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에게 백단영이 피식 웃었다.
“안 하겠다고는 안 하네.”
“내가 이 좋은 기회를 왜 거부해요? 아니다, 아가씨의 충실한 머슴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잖아요?”
“사심은 없고?”
“당연히 없죠.”
무흔은 즐겁게 대답했다. 기쁜 마음에 그의 목소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백단영이 그와 눈동자를 맞추며 염려를 토해냈다.
“나, 아버지 말씀을 들었는데…….”
“네? 무슨 말씀요?”
“무흔이랑 사고 쳤다고 했더니, 그래서 결혼하겠다고 했더니…….”
“예? 언제 사고를…….”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제안이었고, 엄청 기뻤기에 무흔은 일순간 할 말을 잃었다. 머릿속에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왜? 싫어? 싫어도…… 안 돼.”
백단영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백단영은 사실상 무흔의 목숨을 손에 쥐고 있다. 나흘마다 데리고 들어오지 않으면 무흔은 혼자서 올 수 없으니까.
자신감이 넘치는 그녀의 의사 표시였다.
날아갈 듯한 기분이 든 무흔이 한껏 웃음을 머금으며 불평했다.
“그래도…… 언제 사고 쳤어요? 나 아가씨 손도 제대로 못 잡아봤잖아요.”
“정말 안 쳤어?”
백단영이 그를 또렷하게 노려봤다.
“정말 안…….”
대답하던 무흔은 급하게 입을 다물었다. 당연히 백단영과는 사고를 친 적 없다. 하지만 백다연과는……. 백단영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시선을 돌렸다.
“흥!”
“아, 알았어요.”
어쩔 수 없이 무흔은 꼬리를 내렸다. 꼬리는 내렸으나 반대로 그의 입꼬리가 올라가서 귀에 걸렸다. 그녀의 태도로 보아 이곳에서도 현실에서도 그와 사실상 연인 관계, 어쩌면 부부가 되겠다는 의도가 엿보였으니까.
“하여튼 아버지 말씀은 신랑 될 사람은 적어도 무림맹 대주급이라야 한다는데? 머슴이랑은 절대 안 된다네.”
예상 못 한 반응은 아니었다. 어느 시대이건 딸 가진 부모는 다 마찬가지일 테니.
“그래도 이 나이에 무슨 무림맹 대주를…….”
찌릿 째려보는 백단영의 눈초리에 무흔은 절로 위축되어 물러났다.
“그, 그럼 붕대 가지고 올게요.”
붕대를 가지고 돌아온 무흔은 기대감에 넘쳐 방문을 열었다.
“허억!”
놀랍게도 방문 앞에 화산파 장문인인 화산신검 진운학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