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243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9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43화
243화. 마지막 운명 (1)
잠입한 녀석이 갑작스럽게 밝아진 불빛에 허걱 소리를 냈다.
무흔은 녀석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익숙한 녀석이었다. 바로 그가 사마련 신임련주로 임명했던 천산광소 우문혁이었다.
“뭐냐?”
무흔을 발견한 그는 깜짝 놀라며 어쩔 줄 몰라 눈치를 슬슬 봤다.
어째 무흔에게 잔뜩 기가 죽은 모습이다.
“거기 앉아.”
“여긴 무슨 일이냐? 어떻게 무림맹에 들어온 거야?”
무림맹 정문을 뚫고 잠입한 것이니 만일 발각되면 그날로 죽음이다.
“죄, 죄송합니다.”
우문혁이 고개를 푹 숙였다.
고분고분한 상대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던 무흔은 그가 조용히 안건을 꺼내기를 기다렸다.
“제가 천지문주, 파천회주, 살궁주, 혈고루 넷을 끌고 이곳 개봉에 왔습니다.”
“오호, 약속을 잘 지키는구나.”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우문혁이 이곳에서 사마극을 만난 이야기를 꺼냈다.
무흔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말을 들어보니 사마극이 이미 이곳에서 무흔과 백단영을 처리하려고 노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놀랍게도 사마극은 초마단의 부작용을 모두 해소한 듯했다.
그 부분에서 사마극의 특수한 능력이 작용했으리란 사실을 그는 어렵지 않게 짐작했다.
“사마극에게 나를 해칠 힘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그자는 승리를 자신했습니다. 며칠 내로 말입니다.”
은옥상으로부터는 별도의 연락이 없었다. 그 말은 사마극의 독단이라는 뜻이다. 사마극 혼자서 위험을 무릅쓰고 그와 백단영을 공격할 수 있을까.
무흔은 어렵다고 봤다. 분명히 숨겨놓은 패가 존재한다.
“절대마령이군.”
절대마령이 아니면 사마극의 행동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음천마령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다면 사마극이 손에 넣을 수 있는 최선은 광천마령과 뇌천마령이다.
그제야 무흔은 절벽 아래로 떨어진 절대마령을 사마극이 찾아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흐음, 그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도 무사했단 말이지…….”
절대마령의 엄청난 생존력에 무흔은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예? 뭐라고요?”
절대마령을 전혀 모르는 우문혁이 재차 물었다.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는지라 무흔은 답을 주지 않고 물었다.
“혹시 사마극 옆에 다른 무인이 있었나?”
“아뇨, 보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잘 모릅니다. 지금 묵고 있는 여곽에 숨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분명히 부근 어딘가에 위장해 두었을 것이다.
사마극의 정보를 얻었으니 녀석이 공격하기 전에 먼저 치면 된다. 아마 그 공격이 사마극과 벌이는 최후의 일전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함께 온 사마련 놈들의 분위기는 어떠냐?”
“마지못해서 사마극을 따르고 있습니다만…….”
대충 감을 잡았다. 원래 사파인은 더 강한 자가 나타나서 억누르면 굴복하는 법이니까.
“특히 사마극에게 동조하는 놈은?”
이어진 무흔의 질문에 우문혁이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천지문주가…….”
“알았다. 너도 적당히 비위 맞추어주면서 몸을 보전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우문혁이 깊숙이 머리를 숙였다.
***
시간이 급해졌다.
무흔은 100시간이 되어 현대로 돌아가기 전에 사마극을 해치우고 싶었다.
그 주역은 그보다는 백단영이 되어야 한다. 그는 단지 보조일 뿐이다. 지난번 마교 지하 광장에서 그 혼자 너무 나댔다는 생각에 반성도 했다.
하지만 사마극은 백단영에게 일임하더라도 절대마령만은 백단영에게 넘길 수 없다. 절대마령은 그가 해치워야 한다.
어떻게?
이곳에는 천애령처럼 절벽도 없고, 지하광장처럼 십만 근의 거석도 없다.
무흔은 고심을 거듭했으나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백단영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좋아, 돌아가기 전에 끝내도록 하자.”
백단영 또한 그와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절대마령을 해치울 방법은 그녀도 생각해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사마극이 쳐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방법은 더 위험하다.
어쩔 수 없이 먼저 공격할 수밖에 없다. 예상과 달리 절대마령이 없을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절대마령을 해치울 수 없다면 사마극을 제거하면 되니까. 적어도 차선책은 있다.
“얼마나 남았어?”
무흔은 소매를 걷어 팔에 적인 글자를 봤다.
02:21:46.
“오늘 해 떨어지기 전에 돌아갈 것 같네요.”
“좋아, 그럼 지금 준비해서 간다!”
백단영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시간이 흐른다고 방법이 구해지는 것은 아니다. 무흔은 백단영과 함께 검을 챙기고 무림맹을 나섰다. 마지막 최후의 결전이 될 느낌이다.
***
논밭 한가운데 보이는 여곽은 마을과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오래되어 매우 낡은 건물은 지금도 영업을 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단층의 초옥이 넓게 자리 잡고 있고, 주변에 커다란 창고가 세워져 있었다. 아마 농기구를 보관하거나 가을에 추수 후 곡식을 보관하는 곳으로 보였다.
여곽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수백 년은 묵었을 커다란 측백나무가 아름드리 가지를 드리우고 있었다. 한여름 햇볕을 가려주기에 딱 좋은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이곳으로 전투를 나온 무흔과 백단영에게는 이 측백나무가 전투에 이용하기 딱 좋은 도구였다.
측백나무의 듬직한 밑동은 두 사람의 모습을 은폐해줬다.
여곽이나 창고까지는 대략 이십여 장으로 그들이 숨은 지점과 대략 삼각형을 이루고 있었다.
백단영이 눈을 감고 기감을 운용하며 정세를 파악했다.
“여곽 내부엔 모두 여섯 사람이 있어. 창고에 둘. 그런데 창고에 있는 사람은…… 음, 조금 이상하네.”
백단영도 이제 아주 많이 늘었다. 사실상 무흔과 거의 차이가 없을 만큼 무공이 올라왔고 실전 경험도 많아졌다.
“창고의 둘은 아마 절대마령을 숨겨둔 것일 거예요. 여곽의 여섯은 사마극에 사마련에서 온 다섯. 천산광소를 제외하고는 모두 적이라 보면 돼요.”
“결국 사마련 녀석들이 또 사고를 치는군.”
“천산광소 말로는 사마극이 위협해서 어쩔 수 없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확인해보면 알겠죠.”
다행히 여곽에는 다른 손님이 없었다. 주인마저 없는 것을 보면 사마극이 미리 손을 써버렸을지도 모른다.
“같이 사마극부터 공격할까?”
백단영의 작전은 무조건 사마극부터 잡는다 였다.
무흔은 회의적이었다.
사마극이 공격을 받으면 바로 절대마령이 움직이고 절대마령을 상대해야 한다. 어차피 사마극을 따로 공격할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고 절대마령이 합류하기 전에 사마극을 처리할 방법도 없고.
“그럼 따로 움직이죠.”
“응?”
“아가씨께서 사마극을 공격하시고요, 전 절대마령을 처리해볼게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백단영이 금방 수긍했다.
“누구든 먼저 처리하면 무조건 이기는 거니까…….”
무흔과 백단영은 손을 마주치며 결의를 다졌다. 그녀도 이 지긋지긋한 사마극과의 악연을 끊고 싶은 것이다.
“자, 그럼 반각 후 사마극을 공격하세요.”
전략을 완비한 무흔은 무흔천상보를 펼쳐 창고로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외부에서 창틈으로 들여다본 창고 내부는 어두웠다. 이미 기감을 이용해 창고 중앙에 절대마령이 있음을 눈치챘기에 곧바로 입구로 이동했다.
삐걱-
문을 여는 순간 의외로 큰 소음이 울렸다. 다행히 내부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흔은 조금 열린 틈으로 잠입했다.
안으로 들어선 순간 무흔은 깜짝 놀라 얼어붙었다.
창고의 중앙에 서 있는 두 절대마령의 상태는 실로 무시무시했다.
광천마령은 한쪽 팔이 날아갔고, 뇌천마령은 머리 절반이 함몰되어 있었다. 아마 절벽에서 떨어지며 망가진 모양이었다.
저런 상황에서도 여기까지 이동해온 것을 보면 그럼에도 작동 자체는 거의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다.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반강시 상태라고 하더니 정말 절벽에서도 살아남았다.
천애령에서 두 절대마령은 무흔을 보면 자동으로 공격했다. 아직은 그를 보지 못했는지 공격하지 않았다.
무흔은 뒤쪽으로 돌아 공격 가능 범위까지 접근했다. 저들이 움직이기 전 한 방을 터트려 적어도 하나를 해치우는 것이 최선의 작전이었다.
과거에는 통하지 않았더라도 벼랑으로 떨어져 저들의 상태가 조금 변했다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몰랐다.
무흔은 묵천신검을 꺼냈다.
천단비화신공을 운용하자 단전의 뜨거운 열기가 묵천신검으로 흘러들었다.
큰 충격을 가하는 검법이라면 역시 비천삼검 외에는 없으니까.
대략 반각이 지났을까. 무흔은 공격을 개시했다.
그의 신형이 창고의 천장까지 솟구쳤다.
갑작스러운 공격 신호에 절대마령이 잠에서 깨어났다.
묵천신검의 끝에서 검강이 뻗어 나왔다. 평소보다 훨씬 짧았으나 검강의 색깔은 흰색을 벗어나 투명하게 변했다. 그것도 훨씬 굵고 날카로워져 검강이 원숙한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증명했다.
콰아아앙-
전력을 다한 비천삼검 삼 식이 뇌천마령의 한쪽 어깨를 강타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공격을 뇌천마령은 미처 방어하지 못했다.
놀랍게도 뇌천마령의 몸 일부가 터져나갔다. 한쪽 어깨가 뭉개지며 팔이 무력화됐다. 예전이라면 있을 수 없던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 절벽 아래로 떨어진 충격이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듯했다.
뇌천마령은 자신의 팔이 너덜거리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일격 후 허공으로 솟구치는 무흔을 향해 남은 한 손으로 일장을 퍼부었다. 뇌천마령을 향한 공격에 광천마령 또한 바로 반응했다.
뇌천마령과 광천마령의 위력적인 장력이 허공에 뜬 무흔을 위협했다. 무흔은 검을 이용해 다가오는 장력을 깼다.
콰앙-
거대한 충격파가 퍼져나가며 창고를 산산조각냈다. 건물 자재가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무흔은 충격파를 타고 허공으로 높이 솟구쳤다.
허공에 뜬 무흔은 백단영이 있던 측백나무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하압!”
백단영이 연검을 휘저으며 공중으로 날았다. 그녀가 후려친 검강이 용트림하듯이 여곽을 휘저었다.
푸아아악-
여곽이 통째로 부서져 나갔다.
놀란 여섯 인영이 터져나가는 파편 사이를 뚫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이건 뭐냐?”
사마극이 백단영을 향해 소리쳤다.
백단영은 대답하지 않고 곧장 거리를 좁히며 다시 연검을 휘둘렀다. 검강이 사마극을 휘감으려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가소로운 듯 빈정대는 웃음과 함께 사마극이 허공에서 양팔을 좌우로 활짝 벌렸다. 그의 몸에서 극강의 기운이 앞을 둘러쌌다.
백단영의 검강과 사마극의 호신강기가 충돌하며 충격파가 주위를 뒤흔들었다.
강력한 반탄력 속에서도 백단영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천상보를 이용해서 옆으로 신형을 이동시킨 다음 재차 검강을 뿌렸다.
사마극이 있던 자리에 하늘에서 내려치는 뇌전처럼 검강이 번쩍였다. 사마극의 안색이 심각하게 변했다.
“대단하구나!”
사마극은 부서진 여곽의 벽을 이용하여 몸을 뒤집었다. 동시에 그의 손에서 수십 줄기의 지력이 뿜어져 나와 백단영의 검강을 깨트렸다.
파파파팍-
사마극이 순식간에 백단영과의 거리를 좁히고 재차 지력을 뿌렸다.
두 사람의 신형이 허공에서 엉키며 강기의 파편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이때부터 무흔도 백단영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절대마령이 그를 향해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공격해 들어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