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241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41화
241화. 무림다루 (2)
팽덕문은 문 앞에 걸린 간판을 쳐다봤다.
무림다루.
무려 이름에 무림이란 글자가 붙었다. 그렇다면 이곳은 무림인들이 주로 오가는 곳이고, 무림인 가운데 하북삼절이란 명성은 적어도 웬만한 사람은 알아줄 수준이다.
게다가 하북팽가. 오대세가의 하나로 이름을 날리는 사문은 이런 무림다루 하나쯤은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할 정도의 위세가 있었다.
적어도 하북에서는 하북팽가의 눈 밖에 나고서도 장사할 수 있는 그런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곳 하남에서도 그 명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자신감이 붙은 팽덕문이 먼저 걸음을 내디뎠다.
무림다루 안으로 들어가니 손님들이 바글바글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단순하면서도 미려한 내부 장식과 널찍한 탁자. 외부를 볼 수 있는 색다른 내부 배치. 거기에 잡티나 오물이라고는 눈을 뜨고도 찾아볼 수 없는 깨끗한 실내 공간은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큼 만족스러웠다.
“흐음, 이런 곳이 있었다니.”
색다른 공간에 눈을 휘둥그레 뜬 팽덕문이 이 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발견했다.
그렇다. 일반적으로 이런 곳은 높은 층일수록 귀빈을 위한 자리이니 하북삼절 정도 되면 당연히 이 층으로 올라가서 대접받아야 한다.
팽덕문은 거침없이 이 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뒤로 동생 팽우문이 허겁지겁 뒤따라갔다.
이 층에도 사람이 많았다.
그들은 주위를 둘러봤다.
다른 다루나 객잔과 달리 이곳은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았다. 덕분에 어린아이들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실내를 가득 메웠다.
이곳 손님의 절반은 하얀 눈을 그릇에 가득 담고, 그 위에 수박과 포도가 올려진 기이한 음식을 먹고 있었다. 먹는 사람들은 차가움에 눈을 찡그리면서도 무엇이 그리 맛있는지 허겁지겁 먹는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뜻하지 않는 광경에 멍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팽덕문과 팽우문은 빈자리를 찾았다.
마침 창가에 있던 손님들이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빈자리가 생겼다. 두 사람은 재빨리 그 탁자에 앉았다.
그러자 점소이로 보이는 소년이 탁자를 치우면서 두 사람에게 말했다.
“손님, 죄송합니다만 여기에는 다른 손님이 있습니다.”
팽덕문의 눈썹이 쓱 올라갔다.
“다른 손님이라니? 먼저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 아닌가?”
“저희 다루에서는 줄을 서야 합니다. 나가서 줄을 서 주십시오.”
소년의 경고에 팽덕문이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나보고 저기 뙤약볕에 가서 줄 서라고?”
“보세요. 어린아이 보기에 부끄럽지 않습니까?”
문 앞에 길게 선 줄에는 어린아이들이 절반이었다.
팽덕문이 험험 기침을 하며 말했다.
“내가 누군 줄 아느냐?”
“누구신데요?”
소년이 짜증 난 눈빛으로 되물었다.
슬슬 열이 받친 팽덕문이 경고를 보내며 맞은편 탁자의 과일빙수를 가리켰다.
“내가 바로 하북삼절이다. 얼른 저기 있는 음식을 두 개 가져오도록 하여라.”
“하북삼절요? 하북삼절이 벼슬 이름인가요? 저기 저 아래 황색 옷 입고 줄 선 노인 보이죠? 저분은 무림맹주인데요?”
팽덕문이 안면을 우그러트렸다.
무림맹주란 자가 이런 곳에 올 리가 없으니 그는 눈앞의 소년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말하는 어투도 하북삼절을 놀리는 것이 분명했다.
“이 후레자식이! 감히 하북팽가를 능멸해!”
팽덕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소년이 팔을 쓱 걷어붙이더니 삿대질을 했다.
“하! 시펄. 하북팽가? 서민에게 갑질만 일삼는 그 하북팽가?”
소년이 난데없이 욕설을 퍼붓자 팽덕문과 팽우문이 벌떡 일어났다.
“야! 너 누구야? 주인 나오라고 해!”
“나? 풍소라고 하는데 주인을 왜 불러?”
점소이 풍소가 열이 받은 듯 바락바락 대들었다.
화를 이기지 못한 팽덕문이 도를 뽑고는 탁자에 콱 박았다. 탁자가 우지직 절반쯤 부러지며 콱 박혔다.
“주인 불러라. 안 오면 오늘 여기 날려버린다.”
팽덕문이 싸늘한 경고를 날렸다.
마침 빙수를 나르던 소녀가 풍소 옆에 등장했다.
“풍소야, 왜 그래?”
“아! 이설 누나! 이 사람들이 줄도 안 서고 들어와서 막 행패를…….”
다가온 소녀는 양이설이었다.
풍소는 예전에 무흔과 백단영이 사파 집회에서 구해주었던 바로 그 소년이다. 멸문지화를 당하는 바람에 낭인으로 떠돌던.
양이설이 팽덕문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찰나 팽덕문이 곧바로 도를 빼 들었다.
“너희 둘! 죽고 싶냐? 어서 주인 불러!”
풍소가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고 양이설에게 일러바쳤다.
“이 사람들 하북팽가야.”
그 한마디로 양이설은 모든 것을 이해했다.
하북에서 작은 가게를 했던 풍소의 부모는 어느 날 다친 사람을 돌봐주게 됐다.
문제는 그 사람이 악한이었다는 점이다. 무림과 전혀 관련이 없었던 풍소의 부모는 선의로 치료해주었건만 사태는 다르게 흘렀다. 이 악한을 잡으러 정파에서 들이닥쳤고 부모는 한패로 몰렸다.
그 결과 부모의 변명은 통하지 않고 한패로 몰려 죽음을 당했다. 바로 그때 일을 벌인 주축이 하북팽가였다.
양이설이 빽 소리를 질렀다.
“여기서 나가주시죠!”
“이 점소이가 날 뭐로 보고!”
순간 팽덕문의 도가 양이설의 팔로 날아들었다. 이런 일로 죽일 수는 없으니 사지를 하나 잘라 교훈을 내리려는 생각에서다.
순간.
턱!
놀랍게도 날아드는 도를 양이설이 검결지로 붙잡았다.
“헉?”
도신이 붙잡히자 팽덕문의 입에서 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한낱 다루에서 일하는 소녀가 무공의 고수라니! 그것도 자신은 펼치지 못할 놀라운 무공을 선보이고 있었다.
쩡!
양이설이 손가락을 살짝 놀리자 도신이 뚝 부러졌다.
동시에 풍소가 팽덕문에게 달려들었다. 풍소의 주먹이 팽덕문의 가슴을 가격해 들어오자 팽덕문은 부러진 도를 던지고 풍소를 상대했다.
퍽- 퍽-
놀랍게도 몇 달 전까지 삼재검법을 익혔던 풍소가 하북삼절로 명성이 높은 팽덕문과 대등한 무공을 보였다. 풍소와 팽덕문이 서로 치고받으면서 개싸움이 시작됐다.
옆에 있던 팽우문은 형인 팽덕문을 돕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를 들고 뛰어들었다. 양이설이 가볍게 팽우문의 공격을 막으면서 졸지에 다루 내부는 싸움판으로 변했다.
그때 무흔이 이 층으로 올라왔다.
그는 일 층에서 백단영, 남궁이화와 과일빙수를 즐기다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지자 올라온 것이다.
무흔은 금방 하북삼절을 알아봤다.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보니 첫째인 팽덕문은 팽가 자부심이 쩔어 안하무인격인 자였었고, 셋째인 팽우문은 그나마 정상이었던 것으로 기억됐다.
싸움의 양상을 보니 팽덕문과 풍소는 사생결단을 낼 태세였지만, 양이설과 팽우문은 설렁설렁 서로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주위 손님들은 가족 단위가 많아 싸움을 피해 한쪽에 몰려 있으면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무림맹의 옆이라 가장이 무인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무흔은 싸움판으로 접근해서 풍소를 타일렀다.
“풍소야, 그만해라.”
“못해요! 저 자식은 원수예요!”
뜻밖의 말이 풍소에게서 터져 나왔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무흔이 고개를 갸웃하는데 팽덕문이 도리어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개 같은 자식이 아무나 원수라고? 오늘 죽어봐야 정신 차리겠느냐?”
둘의 주먹과 발이 다시 어지럽게 뒤엉켰다.
무흔이 한숨을 내쉬며 풍소에게 물었다.
“풍소야, 물러나래도.”
어쩔 수 없이 풍소가 주먹을 불끈 쥐고 뒤로 물러났다. 문제는 팽덕문. 풍소가 물러나는 것을 자신이 무력에서 압도한 것으로 생각한 듯 바로 따라붙으며 재차 주먹을 뻗었다.
분노를 가까스로 억제한 무흔이 팽덕문을 가로막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북삼절! 이쯤 하시죠.”
내뻗던 주먹을 회수한 팽덕문이 무흔을 노려 봤다.
“넌 또 뭐야? 아! 그때 그 자식이군, 천향무후의 호위무사랬나?”
무흔은 안면을 찌푸렸다가 금방 다시 얼굴을 펴고 정중하게 말했다.
“여긴 무림맹주가 와도 줄을 서야 합니다. 어서 나가시죠.”
내려가는 계단으로 손을 뻗는 무흔을 보고 팽덕문은 제대로 꼭지가 돌았다. 방금 점소이를 때려눕히지 못해 기분이 상했는데, 나가라는 소리를 들으니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졌다.
“이 머슴 자식이 감히 누구더러 오라 가라 난리야?”
화를 참지 못한 팽덕문이 무흔을 향해 장력을 뿌렸다. 그것도 내력을 잔뜩 실어 주변 기물까지 파손할 정도의 위력적인 장력이었다.
순간 무흔의 눈빛이 변했다.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으면서 무흔은 한 손을 뒤집었다. 마치 봄바람이 살랑거리듯 부드러운 장력이 팽덕문의 장력과 충돌했다.
“컥!”
별달리 충격파도 일어나지 않았건만, 팽덕문은 가슴에 마치 태풍이 터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의 몸이 반탄력에 의해 붕 뜨더니 이 층 누각 기둥을 지나 밖으로 떨어졌다.
철퍼덕-
팽덕문의 몸이 시전 바닥에 내던져졌다.
“오늘 개 한 마리 잡아보자!”
소리친 무흔이 곧바로 이 층에서 밖으로 뛰어내렸다.
풍소와 팽우문이 급하게 계단으로 뛰어 내려가고, 양이설은 별일 아니라는 듯 손님을 진정시키며 다시 질서를 잡았다.
바닥에 떨어진 팽덕문은 욱신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상체를 일으켰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머슴 녀석에게 장력을 뿌린 순간 뭔가 둔탁한 압력을 받으면서 몸이 붕 떠올랐던 까닭이다.
“으으.”
그는 신음을 토해내며 앞을 바라봤다.
무흔이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그를 향해 다가왔다. 팽덕문은 순간 숨이 턱 막혔다.
“하북삼절이 벼슬인 줄 아냐? 하북팽가라면 껌뻑 죽을 줄 아냐?”
무흔의 싸늘한 목소리가 팽덕문의 귀를 후벼팠다.
팽덕문은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상체를 비스듬히 일으킨 상태에서 더는 일어날 수 없었다. 무지막지한 압력이 그의 온몸을 짓눌렀다.
“헉!”
팽덕문은 내력을 일으켜 짓누르는 압력에 저항하려 했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마치 온몸이 마비된 듯 그는 꼼짝할 수 없었다.
무흔이 그의 바로 앞에 서서 말했다.
“줄을 서라면 설 것이지 왜 지랄이냐? 여긴 무림맹주가 오더라도 줄 서야 한다는 거 몰라?”
“으으.”
팽덕문이 신음을 터트리며 분노한 눈으로 무흔을 노려볼 때 저쪽에서 줄을 서 있던 황색도포의 노인이 황급히 달려왔다.
“나 불렀나?”
황색도포 노인이 무흔의 등을 툭 쳤다.
무흔이 돌아보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아, 의천진인 어르신. 어쩐 일이십니까?”
“내가 그 뭐시냐…… 무슨 빙수라던 그거 맛 좀 보려고 줄 서 있는 중이다.”
“항상 팔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무흔이 꾸벅 인사했다.
황색도포 노인은 바로 무림맹주인 의천진인이었다. 그가 무흔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속삭였다.
“그런데 나 좀 먼저 들어가면 안 되겠냐? 햇볕 아래 줄 서 있으려니 너무 힘들다. 응?”
“절대 안 됩니다. 애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습니까?”
“에이, 사람이 융통성 없기는…….”
툴툴대던 의천진인이 바닥에 쓰러진 팽덕문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사람은 왜 여기에 누워있나?”
“그게 말이죠…….”
팽덕문은 비현실적인 두 사람의 대화에 눈을 부릅떴다.
줄을 서 있던 사람이 진짜 무림맹주였단 말인가? 의천진인이라면 중원 최강 고수가 아닌가? 거기에다 휘하에 거느리고 있는 무림맹 무인만 대체 몇인가.
웬만한 문파 하나는 가볍게 쓸어버리고, 원한다면 어떤 문파라도 무림맹에서 쫓아낼 수 있는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다루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팽덕문은 의천진인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놀랍게도 그가 기억하고 있는 의천진인이 맞았다. 몇 년 전 무림맹에 놀러 왔다가 먼발치에서나마 봤던 그 인물이 분명했다.
팽덕문은 급히 그에게 인사하려 했으나 정신이 날아가는 충격에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