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2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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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5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36화
236화. 마교의 변화 (3)
은옥상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은옥상이 웃으며 대답을 하자, 정작 무흔은 그녀의 저의가 살짝 의심스러웠다.
“너 그러다가 내가 교주 자리를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려고?”
“교주 자리 줄까? 아니면…… 나를 줄까?”
혀를 살짝 내미는 은옥상이 무척 귀여웠다. 어휴, 저런 얼굴로 마교 교주라니.
끔찍하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무흔은 다시 물었다.
“그래서 뭔데?”
“사마국이 지금 마화령을 갖고 있어. 마화령은 마교 교주의 신물이라…… 그게 반드시 돌아와야 해.”
무슨 말인지 이해됐다. 은옥상에게, 또 마교에게 마화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물건이다. 만일 사마극을 죽이게 되면 반드시 마화령을 회수해달라는 이야기였다.
“알았어. 사마극이 어디로 갔는지 집히는 곳은 있어?”
은옥상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녀에게는 친정과 같은 매화곡이 있지만, 사마극에게는 그런 곳이 없다. 마교를 벗어났다면 중원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
“좋아, 그리고 만일 사마극이 마교로 다시 돌아오더라도 무리해서 상대하지 마.”
무흔의 염려에 기분이 좋아진 은옥상이 웃음을 머금었다.
물론 무흔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현재 사마극에게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백단영이다. 사마극도 백단영을 죽여야 무림에 온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본다면 백단영 앞으로 언젠가는 나타날 수밖에 없다. 마교를 탈환하는 것은 아마 그다음이겠지.
***
좁고 긴 협로가 쭉 이어진 천애령.
산허리를 두르는 길의 한쪽으로는 하늘을 뚫을 듯 높이 솟은 암벽이, 다른 한쪽으로는 땅이 꺼진 듯 아래가 보이지 않는 끝없는 절벽이 펼쳐진 이 협로에 한 청년이 나타났다.
검은색 무복은 먼지와 피로 범벅되었고, 머리는 산발이었으며 기력은 쇠잔한 듯 걸음걸이가 오락가락했다.
협로를 위태위태하게 쭉 걸어오던 청년은 그나마 협로가 무너져 좁아진 곳에 이르러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하아, 여기까지 오는 것도 힘들군.”
길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던 청년의 눈빛이 무너진 바닥을 보면서 점차 깊어졌다. 겉으로는 힘이 빠져 금방 숨이 넘어갈 듯 보이지만, 눈빛만은 생생한 이 청년은 바로 사마극이었다.
얼마 전까지 마교의 교주를 노리던 그가 지금은 거의 망가진 채 이곳에 나타났다.
은옥상이 장악한 마교에서 더는 설 곳이 없어진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로 중원행이었다.
초마단으로 잠력을 촉발했던 그가 이지를 상실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가진 특이한 능력 때문이었다.
천향무후 리메이크에 뛰어든 사마극은 회복능력을 선물로 받았다. 신체가 완전히 망가지지 않았으면 언제든 원상태로 복구할 수 있는 능력.
물론 단 한 번뿐이다.
그 능력을 사용해서 초마단으로 망가진 신체와 정신을 복구했다. 덕분에 앞으로는 영원히 사용할 수 없는 능력이 되었으나 후회는 없었다.
이제 운기조식만 하면 평소의 그로 돌아갈 수 있었다.
마교에서 도망치듯 나온 그가 중원행을 택하면서도 이 장소에서 멈춰선 이유는 바로 절대마령 때문이었다.
“무흔 그놈도 광천마령과 뇌천마령을 제압할 수 없었어.”
음천마령 하나로도 상대가 되지 않아, 급기야 십만 근의 거석으로 깔아뭉개야 했던 걸 생각해보면 절대마령 둘을 제거했다는 사실은 어불성설이었다.
“절대마령 둘이 사라진 장소가 바로 이곳이니…… 무흔이 없애지 못했다면 분명히 어디엔가 존재한다.”
절대마령만 되찾는다면 이 모든 난관을 단번에 극복할 수 있다. 무흔이나 백단영이 속한 무림맹도, 은옥상이 교주로 있는 마교도 한 방에 날려버릴 자신이 있었다.
절대마령을 찾기 이전에 급한 일은 바로 운기조식. 다시 평소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사마극은 가부좌를 하고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실로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그는 운명에 맡겼다. 그가 쫓겨난 마교는 축제와 쇄신 분위기에 휩싸여 있을 것이고, 그 때문에 지금 이곳을 통과할 자는 없다.
용봉대원도 움직이려면 적어도 교주 즉위식이 끝나야 한다.
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당장 이곳에 나타날 자는 없었다. 그런 계산을 했기에 그는 이곳에서 운기조식을 감행했다.
마교 본산 내에 숨어 운기조식을 시도하는 것보다는 이곳이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거의 서너 시진이 지나서야 그는 운기조식에서 깨어났다.
이제는 몸이 정상으로 되돌아온 상태다. 그는 옷을 털면서 일어났다.
멀리 끝없이 펼쳐진 능선이 보였다.
“반드시 갚아준다.”
집념이 그의 뇌리에 강렬하게 자리 잡았다.
우드득-
이빨을 소리 나게 악물며 마음을 다지던 사마극이 다시 주변을 살폈다.
무너진 길. 이 길이 무너진 이유는 충분히 짐작했다. 무흔과 절대마령이 뒤엉켜 싸우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절대마령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절대마령이 있을 장소는 한 곳뿐이다.
사마극은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까마득한 높이. 하얀 운무에 가려진 아래쪽은 무엇이 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십만 근의 거석에 눌려 산산조각이 났을 음천마령과 달리 절벽에서 떨어진 절대마령은 그나마 온전하게 존재할 확률이 높았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포기할 수 없다.
사마극은 절벽을 내려갈 방법을 고심했다.
문득 그와 싸울 때 무흔이 선보였던 신비의 보법이 생각났다. 허공을 평지처럼 걸으면서 움직이던 환상의 보법. 하지만 그 보법이 그에게는 없었다.
“젠장, 내려갈 방법이 없군.”
날개가 달리지 않은 이상 천애령을 내려갈 수단은 보이지 않았다. 설사 내려가더라도 다시 올라올 수가 없으니 절벽을 내려가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과연 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도 절대마령이 온전할까.”
가능성은 반반이었다. 하지만 은옥상에게 빼앗긴 마교를 생각하면…… 아니, 무흔과 백단영을 생각하면……, 나아가 백다연과 박무훈을 떠올리면 여기에서 포기할 수 없었다.
절벽을 꼭 이곳에서 내려가야 할 필요는 없다. 이 절벽은 사방이 거산으로 둘러싸인 그런 지형이 아니니까. 저 절벽 아래 어딘가는 주변 평지와 이어져 있을 것이다.
“그래, 돌아간다. 급하게 서두를 일도 아니지.”
막막했으나 그것이 정답이었다.
사마극은 천애령을 건너간 다음 산 아래의 평지에서 다시 접근해보기로 했다.
과연 사마극의 이 행보는 앞으로 무림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인가. 무흔과 백단영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아무도 알 수 없는 운명이 새로운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
용봉대가 마교 본산을 떠나기 전날, 무흔은 은옥상에게 서고 출입을 요청했다.
마교 서고를 몇 번 오가면서 중요한 비급을 이미 한차례 훑긴 했으나, 아직도 빠트린 비급이 많았다. 그동안 눈치를 보느라, 또 시간에 쫓겨 둘러보지 못했던 서고 구석구석을 제대로 훑어보고 싶은 것이 무흔의 바람이었다.
서고 출입은 쉽게 허가가 났다. 다만 외부인에게 서고를 보여준다는 점이 교내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에 그의 출입은 비밀에 부쳐졌다.
천마궁 이 층에 마련된 서고에 무흔은 평소와 달리 본래의 모습 그대로 들어갔다. 예전처럼 출입할 때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무척 편했다.
무흔의 옆에는 북령이 붙었다. 일종의 안내자이자 감시자 역할이다. 훗날 무흔의 출입이 문제가 되었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기에 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교주 호위는 아직도 너희 둘이야?”
은옥상은 남혼과 북령 둘을 호위로 두었지만 전대 교주인 혈천마종은 오대 호법을 두었다. 은옥상 역시 호법이 더 필요했다.
“아직은 믿을 사람이 부족해서 어려워요. 시간이 더 지나야 할 것 같습니다.”
교주 호법은 최측근으로 해야 하기에 아무나 함부로 뽑을 수 없다. 그 부분을 무흔도 이해했다.
“지금 당장은 옥소마희께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고 계십니다.”
지금 마교 내에서 옥소마희의 권력은 가히 절정이라 할만했다. 본신의 무공도 무공이지만 일찌감치 은옥상을 지지하여 세운 공헌이 남달랐다. 사실상 은옥상의 오른팔이었다.
그 사정을 들은 무흔이 미소를 흘렸다.
“옥소마희는 내 사람인데…….”
무흔은 예전에 옥소마희와 맺었던 주종관계를 떠올렸다. 무흔 덕분에 은옥상과 맺어졌고 음공에서도 큰 도움을 받았으니까.
북령의 눈이 동그래졌다. 옥소마희와 무흔이 가깝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무흔이 자기 사람이라 할 정도일 줄은 전혀 몰랐으니까.
“백단영 소저랑 남궁이화 소저와 이미 친하시잖아요?”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백 소저는 내가 모셔야 되는 우리 아가씨고, 남궁 소저는 제자나 마찬가지고, 옥소마희 현 소저는 내 부하인데.”
굳이 역할을 분담하자면 그렇게 나누어지지만, 북령이 보기에 백단영과 무흔은 언제든 맺어질 사이로 보였다.
문득 자신의 상관인 은옥상이 떠올랐다.
은옥상이 무흔에게 마음이 있음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은옥상은 교주가 되면서 사실상 무흔과 멀어지게 됐다. 무흔이 이곳에 머무르지 않는다면 두 사람은 이어지기 어렵다.
그녀가 생각에 잠겨있자니 갑자기 무흔이 옆에서 툭 치고 들어왔다.
“넌 생각 없어?”
“네? 저요? 뭘 말씀하시는 것인지?”
“내가 그 충성도를 정말 높이 평가하거든.”
지나가는 말투이긴 했으나 무흔은 정말 북령의 충성도를 높이 평가했다. 북령은 은옥상을 위해 목숨마저 아끼지 않았으니까. 이런 부하가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흐음.”
북령이 갑자기 심각하게 고민했다.
무흔이 그런 북령을 보며 웃으며 서고를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