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2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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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6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207화
207화
별원? 그?
구양한에게 무슨 일인가가 벌어졌다. 그러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의 신경이 남궁현에게 집중된 사이, 진용은 급히 자그마한 목소리로 실피나를 불러냈다.
“실피나.”
실피나가 황촛불을 흔들며 졸린 얼굴로 나타났다.
진용은 미처 실피나가 대답하기도 전에 명령을 먼저 내렸다.
<장원의 뒤쪽에 있는 별원으로 가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 봐! 주위까지 샅샅이. 혹시 이상한 것이 있으면 잘 기억해 놨다 나에게 말해주고! 알았지? 빨리 가봐!>
―어, 알았어.
실피나도 급한 분위기를 눈치 채고 곧바로 밖으로 날아갔다.
동시에 남궁창훈의 다그치는 목소리가 대전을 울렸다.
“그가 어쨌단 말이냐?”
“그가 쓰러졌는데, 아무래도 독에 당한 것 같습니다.”
“뭣이?”
남궁창훈이 홱 고개를 돌려 진용을 바라보았다. 진용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벌떡 일어섰다.
“그가 있다는 별원으로 안내해 주시겠습니까?”
망설이는 남궁현을 제치고 남궁창훈이 빠르게 밖으로 나섰다.
“내가 안내하겠네. 따라오시게, 고 공자!”
갑작스런 상황에 남궁관이 이마를 찌푸리며 소리쳐 물었다.
“창훈! 대체 그가 누군데 이 소란이란 말이냐!”
진용이 남궁창훈을 따라 나가며 말했다.
“그의 이름은 구양한입니다. 삼존맹주 구양무경의 단 하나뿐인 아들이지요.”
순간, 충격의 회오리가 대전 안을 얼려 버렸다.
* * *
남궁도는 싸늘히 웃으며 별원을 바라보았다.
“후후후, 놈! 네놈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긴 내 심정을 아느냐? 찢어 죽이지 않고 곱게 죽여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조금만 늦었으면 들킬 뻔했다. 다행히 자신이 빠져나옴과 동시에 형이 들어섰다.
훗, 허겁지겁 되돌아가는 꼴이라니. 뭐가 겁이 난다고!
저런 형에게 지금까지 눌려 지내왔다는 게 우습기만 하다.
‘흥! 이제부터는 아무것도 빼앗기지 않을 거다. 아무리 형이라도 양보하지 않을 거야. 두고 봐!’
남궁도는 비릿한 조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구석진 곳에 한 사람이 정신을 잃은 채 누워 있었다. 창궁검대의 대원 중 한 사람이었다. 남궁도는 그의 혈을 풀어주고 재빨리 가산의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이제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 창궁검대의 복장만 없애 버리면 모든 것이 끝나는 거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고, 그가 죽어간 시간에 자신이 자신의 거처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 줄 사람이 있는 이상은.
어쩌면 백 냥짜리 전표를 욕심내다 자신에게 제압당한 그 멍청한 놈이 범인으로 몰릴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설마 그깟 놈 하나 죽는다고 대남궁세가가 어떻게 되겠어?
그는 자신의 거처로 스며들며 하얗게 웃었다.
‘됐어! 완벽해!’
웃고 있는 그를 실피나가 옆에서 빤히 쳐다봤다.
* * *
새파랗게 변색된 구양한이 침상에 반듯이 누워 있었다.
가슴의 기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당장 숨이 멈춘다 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모습이다.
진용과 남궁창훈은 굳은 표정으로 중독된 구양한을 내려다보았다. 그때 한 사람이 밖에 둘러선 사람들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섰다.
“형님! 무슨 일이기에 급하게 저를 찾으신 겁니까?”
남궁창훈이 한 가닥 희망을 건 표정으로 다급히 말했다.
“어서 오게, 아우. 이 사람 진맥 좀 해주게나.”
그의 이름은 남궁창원으로, 남궁세가의 의약당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또한 합비 제일의 의원이기도 했다.
간혹 안휘의 유력인사들이 거액을 싸들고 남궁세가를 찾아오곤 했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에게 치료를 받고 싶어서였다.
그런 남궁창원이기에 남궁창훈은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반 각도 지나기 전에 남궁창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숨이 완전히 끊어지진 않았습니다만, 죽은 거나 다름없습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구양한의 가느다란 숨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왔다.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았다.
―주인아!
그때 실피나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뭐 알아낸 것 있어?>
―어. 조금 전에 수상한 인간 하나가 몰래 도망갔는데, 따라갔다 왔어.
<지금 어디 있는 줄 알아?>
―응.
진용이 눈을 빛내며 남궁창원에게 물었다.
“원인이 무엇입니까?”
남궁창원이 바늘로 구양한의 손등을 찍어 솟아난 피를 혀에 대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생각대로 독이네. 식물에서 추출한 독 같은데 지독하군. 정확한 것은 더 조사를 해봐야만 알 것 같아.”
“독을 알아내고 해독하려면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남궁창원은 이미 끝난 일이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사실 그래서 죽은 거와 다름없다고 한 것이네. 독을 밝혀내고 그 해독제를 찾으려면 아무리 빨라도 며칠은 걸릴 텐데, 이 사람이 견딜 수 있는 한계는 길어야 날이 샐 때까지 뿐이니까 말이야.”
“만일 한 시진 이내에 독에 대해 알아내면 가능하겠습니까?”
진용의 말에 남궁창원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당가의 가주가 와도 불가능한 일이네. 식물독은 워낙 광범위해서…….”
“가능하겠습니까?”
진용이 다시 한번 물었다.
남궁창원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우선 아주 뛰어난 중화제(中和劑)를 복용시키면, 반나절 정도는 더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거네. 그 안에 해독제를 찾아낸다면…… 그래도 가능성은 반반이네.”
“알겠습니다. 일단 무슨 독인지 알아보도록 하죠.”
진용을 말을 마치자마자 실피나에게 물었다.
<어디야? 가자!>
―알았어!
실피나가 휭 하니 밖으로 나갔다.
남궁창훈이 궁금함을 못 참겠는지 곤혹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하려는 것인가?”
진용이 말했다.
“범인을 찾는다면 독이 뭔가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때였다.
“이놈이 범인입니다!”
밖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다.
방을 나가자 창궁검대의 대원 하나가 무릎이 꿇려진 채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는 아닙니다! 저는 잠시 정신을 잃고 있었을 뿐입니다!”
“이놈!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창궁검대를 이끌고 있는 대주 남궁창상이 대뜸 고함을 지르며 무릎을 꿇고 있는 대원의 등을 검집으로 후려쳤다.
퍽! 앞으로 꼬꾸라지면서도 창궁검대의 대원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실피나가 말했다.
―저 인간은 범인이 아니야. 그 나쁜 놈이 저 인간을 이용했을 뿐이야.
<그래? 그럼 빨리 앞장 서!>
진용이 쓰러진 창궁검대 대원의 옆을 스쳐 그냥 지나가자 멈칫 했던 남궁창훈이 즉시 그 뒤를 쫓았다.
동시에 진용 일행이 바로 뒤를 따라 움직였다.
마지막까지 남은 장로들의 망설임도 잠깐이었다.
“그자를 우선 옥에 가두어 놓게.”
남궁창평이 창궁검대주에게 명령을 내리고 남궁창훈을 따라가자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그 뒤를 따랐다.
실피나가 멈춘 곳은 남궁세가의 직계가족들이 머무는 청수원이었다.
진용이 청수원으로 들어가자 남궁창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진용이 이곳으로 왔다는 말은 둘 중 하나를 의미했다.
이곳에 범인이 있든지, 아니면 의심이 갈 만한 사람이 있든지.
그것이 어느 것이든, 남궁창훈으로선 속편한 일이 아니었다.
“이곳에 의심 가는 사람이 있는가?”
진용은 남궁창훈의 말에 한쪽에 있는 방을 가리켰다. 그 방의 방문 앞에 실피나가 둥실 떠 있었다.
“저 방이 누구의 방입니까?”
“도아의 방이네.”
도아? 그럼 남궁도?
문득 오래전의 일이 생각났다.
그제야 이 일이 왜 벌어졌는지 감이 잡혔다.
‘그가 모습이 변한 구양한을 알아봤군.’
마침 방문이 열리더니 남궁도가 금방 잠이 깬 표정으로 걸어나왔다.
“무슨 일입니까, 아버님?”
남궁창훈이 대답할 틈도 없이 진용이 물었다.
“조금 전에 한구양을 찾아가지 않으셨습니까?”
움찔한 남궁도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무슨 말이오? 내가 왜 그자를 찾아간단 말이오?”
“그럼 별원에는 무슨 일로 가셨습니까?”
“가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소? 당신은 누군데 나를 핍박하는 것이오?”
“그럼 한구양이 별원에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습니까?”
묘한 물음이었다. 강력하게 부인하던 남궁도도 이상함을 느끼고는 말을 더듬었다.
“대체 무슨……. 나는…….”
남궁창훈이 의아하다는 투로 물었다.
“한구양이 누군가?”
남궁현이 참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버님, 그자는 제가 압니다.”
“네가?”
“예, 저는 이제야 그가 누군지 알았습니다. 멍청하게, 도아는 그가 누군지 알아봤는데도 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누구냐고 묻지 않았느냐!”
남궁현이 일그러진 얼굴로 대답했다.
“별원의 그 사람. 구양한, 그가 바로 한구양입니다.”
남궁창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와 도아가 무슨 관계냐?”
“그게…….”
“빨리 대답하거라!”
처음으로 보는 부친의 노화에 남궁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
“봄에 정천무맹을 가던 중 마주쳤던 자입니다. 약간의 다툼이 있긴 했지만, 그뿐이었습니다.”
남궁창훈이 떨리는 손을 움켜쥐고 진용을 바라보았다.
“고 공자가 알아서 하시게. 더 이상 나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네.”
진용은 착잡한 표정으로 남궁창훈을 바라보았다.
부모의 심정이 어디 말 같으랴.
‘모든 것을 원상으로 되돌리면 그나마 좀 나아지겠지. 그러기 위해선 좀 심해도 하는 수 없겠어.’
진용은 마음이 정해지자 남궁도를 향해 마지막 물음을 던졌다.
“그때의 복수를 하기 위해 죽이려 한 겁니까?”
“무슨……. 난 죽이지 않았어! 난 여태 이곳에 있었다고! 시녀에게 물어봐!”
고개를 돌리자 어린 소녀가 벌벌 떨고 있었다. 아마도 남궁도는 저 시녀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 듯했다. 자신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남궁도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진용에게는 그가 믿고 있는 모든 것을 무너뜨릴 방법이 있었다.
진용이 소녀에게 말했다. 마안을 펼친 채.
“말해봐라. 네가 본 것을. 네 주인이 네게 말한 것을. 네 주인이 계속 방 안에 있었느냐?”
벌벌 떨던 소녀가 진용을 바라보고는 움직일 줄을 몰랐다.
남궁도가 다그쳤다.
“산아야, 말해! 걱정 말고 말해!”
소녀가 입을 열었다. 여전히 벌벌 떠는 눈으로 진용을 바라보며.
“둘째 공자님은…… 조금 전에 들어오셨어요.”
남궁도의 입이 쩍 벌어졌다.
“거짓말! 그게 무슨 소리냐! 나는 분명…….”
“둘째 공자님은…… 저더러 거짓말을 하면 백 냥을 주신다고 했어요. 어머니의 약값이 필요해서 저는 그렇게 하기로…….”
“이년이 어디서!”
남궁도가 미친 듯이 소리치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산아라는 시녀의 뒷목을 쳤다.
순간! 와직! 뼈 부러지는 소리와 동시!
“크윽!”
고통에 찬 신음 소리가 터져 나오더니 남궁도의 몸이 방문을 부수며 튕겨졌다.
손을 거두어들인 진용이 차가운 표정으로 튕겨진 남궁도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들어가 있던 실피나가 천장의 한구석을 가리켰다.
진용이 천장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천장이 뜯겨지며 온갖 물건이 다 쏟아졌다.
개중에는 창궁검대 무사로 변신하기 위해 준비했던 청색 무복도 있었고, 뭔지 모를 물건이 담긴 자그마한 함도 있었다.
진용은 자그마한 함을 집어 들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남궁도의 얼굴 앞으로 내밀었다.
“이건 뭡니까?”
항거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한마디 한마디, 눈빛만 마주쳐도 온몸이 떨렸다.
“그, 그건…….”
“남궁 대협이 당신을 용서할 수 있는 길은 한 가지뿐입니다. 모든 것을 원 상태로 돌리는 것. 물론 완전히 과거의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지금으로선 그것이 최선입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이게 뭡니까?”
남궁도의 눈빛이 태풍 속에 떠다니는 조각배처럼 정신없이 흔들렸다.
“그, 그건…… 도, 독병…….”
진용은 함을 열고 솜으로 감싸진 옥병을 집어 들었다. 아무런 표기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독입니까?”
“광대버, 버섯과… 처, 천남성을 섞었다고…….”
진용은 옥병을 다시 함 속에 집어넣고 뒤돌아섰다.
그러고는 급한 걸음으로 청수원을 빠져나가며 남궁창훈에게 말했다.
“별원으로 가보겠습니다. 다행히 남궁 공자가 순순히 답해줘서 별일은 없을 것 같군요.”
남궁창훈의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그는 아는 것이다. 왜 진용이 저리 급하게 서두르는지. 그가 왜 그런 말을 남기고 가는지.
‘정말 미안하네. 그리고…… 고맙네. 또 한 번 신세를 지는군.’
그는 널브러진 채 고통과 두려움에 신음하고 있는 남궁도를 보고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난 놈. 현아! 저놈을 옥에 집어넣어라!”
진용이 병을 내밀자, 남궁창원의 눈에 어리둥절한 빛이 떠올랐다.
“저 사람에게 쓴 독입니다.”
남궁창원은 아연한 입을 크게 벌렸다.
한 시진이 아니라 이각 만에 가져왔다. 그것도 아예 독 자체를.
“광대버섯과 천남성을 섞은 거라는데 확실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그 성분까지? 눈마저 휘둥그레졌다.
남궁창원은 급히 뚜껑을 열고 바늘로 조금 찍어 천 위에 묻혔다. 그리고 혀끝으로 살짝 핥아보았다.
혀끝에 짜르르한 느낌이 들고, 신맛이 난다.
적어도 광대버섯과 천남성이 들어갔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설령 다른 것이 섞였다고 해도 그리 문제될 것이 없을 듯했다. 그 두 가지를 해독할 수 있다면 어지간한 독은 다 해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걸 아는 자가 그 이상 불필요하게 다른 독을 섞었을 리도 없고.
“마침 두 가지 해독제가 일부 있네. 두어 시진이면 해독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군.”
“제가 내력으로 독의 확산을 막고 할 수 있는 데까지 독을 태워보지요.”
“그렇다면야 크게 걱정할 것 없네. 조금만 기다리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