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204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3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204화
204화
만일 저놈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과 만붕성의 핵심고수 칠십과 무영천귀가 빠져나온 만붕성으로선 놈을 막기가 어렵다.
더구나 그놈이 이끌고 있다는 놈들 또한 최강의 고수들이 아니던가!
구양무경의 시커먼 눈에서 불길이 일었다.
“그 말이 사실이더냐?!”
그가 손을 휘두르자 묵기가 다시 쏘아지더니 소후천의 몸을 휘감았다. 죽음을 각오한 마당. 소후천은 반항하지 않았다.
“아우!”
천인효가 소리쳤다.
이미 흘러나온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하나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의제가 죽는 것을 그냥 놔둘 수도 없었다.
하지만 소후천은 끌려가는 와중에도 고개를 저었다.
“오지… 마십시오…….”
“천 회주, 소 군사에게 맡겨두십시다.”
황산의 정운백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라 해서 지금 상황을 보고만 있고 싶겠는가?
그러나 나머지 사람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어쩔 수 없었다. 젠장할!
일순간, 소후천의 멱살이 구양무경의 손아귀에 잡혔다.
“내가 그깟 말에 속을 줄 알더냐? 우리의 정보망은 놀고 있는 줄 아느냐?”
소후천은 멱살이 잡힌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말했다.
“끄으윽, 어제저녁에 연락이 왔다. 그들이 영상에 도착했다더군.”
“그래 봐야 회하를 건너기도 전에 발각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쯤 소식이 전해졌어야 하지 않겠나?”
구양무경의 눈에서 묵광이 폭사되었다.
퍽!
소후천의 한쪽 눈이 터져 나갔다.
그럼에도 소후천은 흔들리지 않고 말했다.
“결정하시지. 우리도 더 이상의 희생은 원치 않으니까.”
구양무경의 안면이 푸들거렸다.
감히! 감히!
홱! 구양무경이 손을 뿌렸다.
“좋다! 네놈의 말이 맞든 틀리든 살려주마! 하나 만일 네놈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피바람이 더욱 무섭게 불 것이다!”
소후천의 몸이 십 장 밖으로 날아갔다.
“후천 아우!”
천인효가 재빨리 몸을 날려 소후천의 몸을 안아 들었다.
다행히 소후천은 살아 있는 상태였다. 비록 눈 하나가 터져 외눈이 되긴 했지만, 그의 입가에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
“회주, 고 공자가 제 눈 하나로 용서해 줄까요?”
이 멍청한 아우야, 뭐가 좋아서 웃고 있는 거냐! 걱정 마라! 만일 용서해 주지 않는다면 내 팔이라도 잘라서 주마!
그때 구양무경이 소리쳤다.
“모두 돌아간다!”
6
우르르릉!
만혈전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에 만붕성의 무사들이 벌떼처럼 쏟아져 나왔다.
“뭐야? 무슨 일이야?”
“만혈전이 무너진다!”
“지진인가?”
웅성거리던 그들은 무너지는 만혈전 앞에 선 사람들을 향해 다가갔다.
“무슨 일입니까? 왜 만혈전이 무너진 겁니까?”
정광이 힐끔 뒤를 돌아다보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별거 아니네. 우리가 무너뜨렸을 뿐이야.”
“예?”
그들이 정광의 말뜻을 깨닫는 데는 한참이 걸려야만 했다. 그나마 사도굉이 도와줬기에 보다 빨리 깨달을 수 있었다.
“막수인을 죽이고 기둥을 뽑아버렸더니 무너지더군.”
다가왔던 자들이 튕기듯이 뒤로 물러났다.
미처 물러서지 못한 한 놈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 그럼 당신들은… 적?”
그를 향해 정광의 쇠신발이 날았다.
딱!
“멍청한 놈! 그럼 만혈전주를 죽였다는데, 적이지 같은 편이냐?”
그때였다. 무너진 만혈전의 내부에서 불길이 일자 일대가 환하게 밝아졌다.
그제야 상황을 깨달은 무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꺼내 들었다.
불빛에 비친 무기들이 붉은 빛을 발했다.
“적이다!”
“놈들이 만혈전을 무너뜨렸다!”
여기저기서 목소리들이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놈도 먼저 덤벼드는 놈이 없었다.
진용이 소리쳤다.
“열을 셀 때까지 도망가는 자는 살려준다! 덤비는 자들 중 악착같이 덤비는 자는 죽이고, 대충 덤비는 자는 무공을 폐할 것이다! 선택은 그대들이 해라!”
계곡이 진짜 지진이라도 만난 듯 거세게 뒤흔들렸다.
일행들이 일제히 진용을 돌아다보았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요? 그런 눈빛으로.
만붕성의 무사들도 어이가 없는지 세르탄이 열을 다 셀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여덟, 아홉!”
세르탄이 아홉을 세었을 때다.
“미친놈들! 뭐 하는 거냐? 모두 저놈들을 죽여라!”
흑염에 애꾸눈을 한 노인이 붕새처럼 몸을 날리며 진용 일행을 향해 날아왔다.
그제야 만붕성의 무사들도 높이 치켜든 무기를 앞세우고 진용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간, 만붕성의 무사들 틈에서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얼굴이 새파래진 그는 무벽도 구언양이었다.
그가 더할 수 없이 놀란 표정으로 다급히 소리쳤다.
“조심해! 저들은 천뢰서생 고진용과 천탁의 무사들이다!”
한여름 밤의 날벼락이 달려들던 무사들의 뇌리를 때렸다.
마법이라도 쓴 것처럼 달려들던 무사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굳어버렸다.
오직 흑염에 애꾸눈을 한 노인, 만붕오로 중 설진강만이 날아가던 몸을 멈추지 못하고 진용 일행 한가운데로 떨어져 내렸다.
그때다. 그를 향해 독고무종이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그의 옆구리에서 완만히 휘어진 무류도가 하얀 도신을 드러낸다!
순간이었다!
불빛에 붉게 물든 밤하늘이 길게 갈라졌다.
그 동선에 놓여 있던 설진강이 기겁한 표정을 한 채 한철로 만든 시커먼 호조수를 내쳤다.
쩡!
맑은 단발음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와락 표정이 일그러진 채 다시 허공으로 튕겨 나간 설진강. 그를 향해 독고무종이 다시 자신의 무류도를 휘둘렀다.
하늘이 열십 자로 갈라졌다!
쩌정!
“크윽!”
허공에 뜬 설진강의 입에서 답답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독고무종의 신형이 둥실 떠오르더니 설진강을 향해 쇄도했다.
그와 동시!
하얀 도기가 하늘에 백색 그물을 펼쳤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서걱!
묘한 기음과 함께 설진강의 머리가 그의 어깨에서 떨어지며 피분수가 뿜어졌다.
그때 세르탄이 마지막 열을 세었다.
“열!”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었다.
선기를 독고무종에게 빼앗긴 일행들이 일제히 앞으로 뛰쳐나갔다.
마치 거대한 해일이 밀려가는 듯했다.
그들의 뒤에서 진용이 열 손가락을 떨쳤다.
옆에서 세르탄도 비슷하게 손을 흔들었다. 괴상한 웃음을 터트리며.
“크카카카카카!”
불빛에 붉게 빛나던 하늘이 일순간에 시퍼런 벼락으로 가득 찼다.
콰과과과광!!
굉음! 비명! 아우성!
혼란스런 상황이 그들의 의지마저 앗아가 버렸다.
일반 무사들은 공포에 질린 채 정신없이 뒤로 물러섰다. 개중에는 슬그머니 도망치는 자들도 보일 정도였다.
그나마 절정고수라 할 수 있는 자들만이 겨우 벼락을 받아치고 물러서서 이를 악문 채 진용 일행을 노려볼 뿐이다.
그들을 향해 천탁의 무사들이 들이닥쳤다.
“그래야 무사지! 이놈들! 네놈들이 암흑마련의 졸개들이냐!”
“무슨 개소리냐! 암흑마련은 무슨 암흑마련!”
몇 사람이 말도 안 된다는 소리를 하며 덤벼들었다. 그러나 더 많은 절정고수들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눈만 부릅떴다.
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그들은 암흑마련을 알고 있었다.
“암흑마련의 마귀들은 모두 죽여요!”
만붕성의 고수들 중 몇 사람이 뒤로 물러섰다. 암흑마련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진용은 자신의 생각이 먹혀든 것에 내심 만족하며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강호의 공적인 암흑마련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뒤로 물러서시오!”
고수들 중 열 명 정도가 뒤로 물러섰다. 의문에 찬 표정들이다. 아마도 나중에서야 만붕성에 가담한 자들인 듯했다.
순식간에 전력 중 이 할 이상이 빠져나간 상황. 그래도 만붕성은 만붕성이었다.
구양무경이 없고, 절정의 고수 수십 명이 빠져나갔는데도 만붕성에 남은 절정고수들이 수십 명에 달했다. 게다가 일류무사들이 수백 명이나 되었다.
하지만 그들만으로는 이미 살생을 하기로 작정한 진용 일행을 막기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두려움을 떨치고 죽을 각오로 덤볐다면 모르지만, 그들은 이미 싸울 의지를 상실한 상태였다.
남은 자는 삼백여 명 정도. 그들이야말로 만붕성의 핵심 중 일부였다.
진용이 혈전을 벌이고 있는 그들 사이로 몸을 날리며 말했다.
“그대들을 시작으로 만붕성은 무너질 것이다!”
진용이 그들 사이로 뛰어들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세르탄과 비류명과 서문조양이 뛰어들었다.
그리고 채 일각이 지나기도 전이었다.
만붕성의 중추 기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들을 다 죽인다 해도 무너질 만붕성이 아니다. 구양무경이 건재하고, 그가 데리고 간 고수들이야말로 만붕성의 진짜 핵심일 테니까.
그러나 다시 본래의 힘을 갖추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시간 싸움에서 그 정도면 치명적이었다.
7
노인은 고개를 들어 남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붉은 기운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얼마 남지 않았군.’
오던 중에 노기를 참지 못하고 젊은 놈을 하나 때려죽인 일이 마음에 걸렸다. 사실 음행을 저지르던 놈이었으니 죽여도 좋을 놈이었다.
문제는 놈을 죽였다는 것이 아니었다.
어설픈 놈이라 생각하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때려 죽였는데, 놈이 죽기 직전에 마지막 발악으로 자신의 발등을 손바닥으로 내려친 것이다. 괴상한 마기가 잔뜩 실린 손바닥으로.
전이었다면 절대 당하지 않았을 텐데…….
‘너무 오래 쉬었어.’
7장. 시간은 멈춰 있지 않다
1
“너무 오래 강호의 일에 관여를 안 했더니 세상이 우리 천제성을 우습게 보는구나.”
허공에 걸쳐져 있던 백리자천의 눈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더니 백리성의 어깨에 머물렀다.
“무양까지 오는 동안에 사람들의 눈빛이 어떠했는지 느꼈느냐?”
“예, 아버님.”
“그래? 그럼 알겠구나. 그게 누구 때문인지. 앞으로 네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자, 목숨을 걸고 놈들을 칠 것입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이번에는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 아니면 본 성의 명예는 땅에 떨어져 다시는 주워 담을 수도 없을 것이다. 네놈이 앞장서고, 죽어도 네놈이 먼저 죽어라!”
백리자천의 말에 백리성은 숙인 고개를 들지 못했다.
화가 났다.
‘그것이 어찌 저만의 잘못이란 말입니까? 적유를 받아들인 것은 아버님이 아니십니까?’
하지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 기회라 했다. 언제든 지금의 위치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왔다.
껍데기뿐인 성주가 되었다고 그리 좋아했던가?
남들 몰래 몇 년을 속으로 웃은 자신이 어이없기만 했다.
“알겠습니다, 아버님. 제가 제일 먼저 죽겠습니다.”
말투에 섞인 반항심을 읽었는지 백리자천의 눈매가 굳어졌다.
“멍청한 놈. 제놈의 잘못도 모르고……. 한심한 놈. 나이 오십이 넘은 놈이……. 쯔쯔쯔…….”
저런 말이 싫었다.
겉으로는 모든 것을 맡긴 것처럼 하고서 둘만 있을 때면 한심한 놈 취급하는 아버지의 이중성이 싫었다.
그래서 패왕의 길을 가려 했다. 비록 지금은 죽도 밥도 되지 않고 다시 아버지에게 한심하다는 소리나 들어야 하는 진짜 한심한 놈이 되어버렸지만.
그때 백리군학이 나섰다.
“소손이 보좌할 것이옵니다. 할아버님, 너무 걱정 마십시오.”
“음, 그래. 차라리 네가 네 아비보다 낫겠다. 조심하거라. 너는 다음 대의 성주가 될 사람이란 점을 항상 명심하고.”
“알겠사옵니다.”
“그래, 천추무령공은 얼마나 성취했느냐?”
“얼마 전에 구성의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곧 완성을 볼 수 있을 것이옵니다, 할아버님.”
“그래? 허허허허! 정말 대단하구나! 정말 대단해!”
백리성의 입술이 보이지 않게 깨물어졌다.
‘화령옥을 나를 위해 썼다면, 내가 이렇게 쉽게 혈신에게 패해서 물러나지도 않았을 것을…….’
그랬을지도 몰랐다. 백리자천이 화령옥의 존재를 알고 백리군학에게 넘겨주라 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그랬을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아들을 시기해서는 아니다. 자신의 씨가 맞는지 의심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아들이니까.
다만 백리자천이 강제로 자신의 의지를 좌지우지하지만 않았다면 자신이 지금 이런 지경이 되었겠는가.
‘좋습니다, 아버님. 한 번 혈신을 마주해 보시지요. 그럼 그가 얼마나 무서운 자인지, 이 아들이 왜 그렇게 허겁지겁 도망쳐야 했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
부자간에 금이 가고 있었다. 제법 커다란 금이.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백리자천은 흐뭇한 표정으로 백리군학을 바라보며 말했다.
“봉황곡의 화인화라는 계집아이가 있다. 그 아이라면 네 배필로 잘 어울릴 것이다. 어떠냐? 한 번 만나보겠느냐?”
백리성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버님, 그 여인은 천뢰서생 고진용이라는 자의 여인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순간, 백리자천의 눈에서 싸늘한 빛이 뿜어졌다.
“흥! 아직 정혼을 올리지 않았다면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아이를 손자며느리로 맞을 것이다. 그리 알고 너는 신경을 쓰지 마라!”
백리성의 입술이 악 다물렸다.
‘이, 이런! 대체 어쩌려고!’
하지만 자신은 껍데기뿐인 성주다.
말뿐인 아들, 별 볼일 없는 아버지.
‘후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