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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203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4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203화

 

203화

 

 

 

 

 

 

 

사도굉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맞받아쳤다.

 

“상문의 제자는 일천이 넘는다네. 모두 알 수는 없는 일이지.”

 

도전당주 위평은 사도굉을 응시하더니 입 꼬리를 비틀었다.

 

“하긴… 들어오시오. 곧 전주님께서 나오실 거외다.”

 

대전 안은 백여 평에 달할 정도로 넓었다. 진용 일행이 모두 들어갔는데도 좁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한쪽에 관을 내려놓고 기다린 지 일각이 지날 즈음. 안쪽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더니, 오십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초로인이 중년인 넷을 대동하고서 나타났다.

 

그런데 삼 장쯤 떨어진 곳까지 다가오던 초로의 노인이 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모로 꼬았다.

 

그의 눈은 사도굉의 어깨너머, 정광의 귀를 지나 율천기에게서 멈춰 있었다.

 

그의 입이 서서히 열렸다.

 

하지만 말은 율천기가 먼저 했다.

 

“막진학, 만혈전주 혈사마군(血邪魔君) 막수인이 너였을 줄이야…….”

 

“벽월 율천기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내가 잘못 본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율천기의 입가로 가느다란 미소가 맺혔다. 조금도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 무심한 미소였다.

 

“지난 이십 년을 찾아도 보이지 않더니, 이곳에 있었나?”

 

“무의 도를 추구한다고 산속에 처박히더니, 요즘 들어서 심심찮게 소문이 들리더군. 한데 왜 왔지?”

 

“그 일에 대해선 저 공자에게 물어보게나.”

 

막진학의 눈이 율천기의 눈을 따라가 진용에게서 멎었다.

 

그의 전신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라 해서 모르는 바가 아니다.

 

벽월 율천기. 그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말은 한 가지 사실을 의미했다. 강호의 소문이 그렇게 말했다.

 

진짜 그란 말인가? 그가 이곳에 왔단 말인가?

 

“그대가 천뢰서생 고진용?”

 

막진학의 나직한 말에 뒤에 서 있던 네 중년인과 위평의 눈이 더할 수 없이 커졌다.

 

진용이 앞으로 천천히 나섰다.

 

“우리가 왜 왔는지는 이제부터 알게 될 거요.”

 

“흥! 아무리 그대의 이름이 천하를 뒤덮는다고 해도 이곳은 만붕성. 그대는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글쎄, 그것도 두고 봐야 알겠지. 그건 그렇고,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소만.”

 

막진학, 막수인의 얼굴이 조금씩 펴졌다.

 

어쩌면 소문처럼 만부막적(萬夫莫敵)의 고수가 아닐 수도 있었다.

 

어쩌면 율천기 등으로 인해 그의 이름이 과대포장된 것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그는 겉멋만 잔뜩 든 애송이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말이다.

 

“뭘 말이냐?”

 

그의 말에 힘이 실렸다. 눈빛도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그의 일 장 앞에서 걸음을 멈춘 진용이 물었다.

 

“암흑마련과 만붕성은 무슨 관계요? 구양무경이 암흑마련의 힘을 얻었소?”

 

순간 막수인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무, 무슨 헛소리냐!”

 

“구양한이 흑암수를 쓰더군. 그래서 안 것뿐이오. 다만 나는 만붕성 자체가 암흑마련인지, 아니면 구양무경이 그저 암흑마련의 힘을 얻었을 뿐인지, 그게 궁금해서 물어본 거요.”

 

막수인이 압박감을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헛소리 작작 해라! 암흑마련은 무슨 암흑마련!”

 

“확실한 것 같군. 그랬어. 만붕성이 암흑마련이었던 거야.”

 

진용이 홱 고개를 돌려서 위평과 네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그대들도 알고 있었소?”

 

위평과 네 중년인은 입술을 깨물고 충혈된 눈을 파르르 떨었다.

 

한마디 한마디에 심장이 떨렸다.

 

뇌리에서 난데없는 매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절대음, 마안. 두 가지 능력이 동시에 펼쳐진 것이다.

 

일순간 대전 안이 괴이한 기운으로 뒤덮여 버렸다.

 

끈적끈적하면서도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 진용의 뒤에 서 있던 사람들마저 질린 안색으로 진용의 등을 바라보았다.

 

역시 사람이 아니야! 모두가 그런 마음이었다.

 

그때였다!

 

진용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시작하지요.”

 

허공을 울리는 음성. 전신을 짓누르는 거대한 압력!

 

대경한 막수인이 다급히 뒤로 물러서며 소리쳤다.

 

“가까이 오지 마!”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뭔가가 심장을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다.

 

‘말도 안 돼! 내가 왜 이러는 거지?!’

 

와중에도 막수인은 흐릿해진 진용을 향해 사력을 다한 장력을 내쳤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진용이 두 손을 휘감듯 휘두르며 건곤미기를 펼치자, 소용돌이에 말려든 장력이 마치 솜에 물이 스며들 듯 허공에서 사라졌다.

 

막수인의 안색이 백짓장처럼 하얘졌다.

 

그때, 율천기가 움직였다.

 

“그는 내가 맡지.”

 

“그렇게 하세요.”

 

두 사람이 아는 사이임을 안 순간부터 율천기가 나설지 모른다 생각했다. 그런데 역시나 그가 나선다.

 

‘풀어야 할 일이 있다면 푸는 게 좋겠지.’

 

진용은 막수인의 뒤에 서 있는 네 중년인을 덮쳐 갔다. 열 손가락에서 피어난 시퍼런 벼락이 그물이 되어 드리워진다.

 

물러설 수도 없었다. 온몸이 그물에 감긴 것만 같다.

 

하는 수 없음을 느꼈는지, 네 명의 중년인, 혈사사마령은 각자의 무기를 뽑아 들고 사력을 다해서 진용의 공세를 맞이했다.

 

단 한 번, 굉음이 일었다.

 

콰르릉!

 

혈사사마령의 몸이 벼락 맞은 늑대새끼처럼 뒤로 튕겨졌다.

 

동시에 조용히 서 있던 사람들 중 몇 명이 그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고 공자는 물러서게. 그들은 우리들로도 충분하네!”

 

동시에 한쪽에서 답답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크윽!”

 

대전을 빠져나가려던 위평이 포은상의 곤에 튕겨지고 있었다.

 

진용은 조용히 서서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모든 것을 처리할 수도 없었다. 자신 혼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니까.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쾅! 떠덩!

 

율천기와 막수인의 접전이 격렬해졌다.

 

두 사람의 접전을 바라보는 진용의 눈이 깊어졌다.

 

벽월은 이미 예전의 벽월이 아니었다. 그의 검에서 이는 벽광이 석 자를 넘어서고 있었다. 막수인이 결코 감당할 수 있는 검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십 초면 되겠군.’

 

진용은 속으로 율천기와 막수인의 대결 결과를 점치며 슬그머니 대전 전체를 실드로 감싸 버렸다.

 

아직은 이곳의 소란이 밖에 알려질 때가 아니었다.

 

 

 

 

 

4

 

 

 

 

 

붉은 눈이 천천히 뜨였다. 혈신의 눈이었다.

 

“마침내, 그 지겨운 놈의 정신을 완전히 묶어놓았다. 징그런 놈. 인간 중에 이런 놈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군.”

 

이제 둘로 나뉘었던 정신은 완전한 하나가 되었다. 조금 걸리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일 뿐.

 

한편으로는 은근히 화가 났다.

 

인간 정신 하나를 묶기 위해 몇 달이 걸리다니. 그로 인해 새로운 세상을 세우는 게 몇 달이나 늦어지다니!

 

“이 세상에 있는 고씨는 싸그리 씨를 말려 버리리라!”

 

하지만 그는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또 다른 고씨에 대해 들어야만 했다.

 

“그놈이 고씨라고?”

 

혈신이 갑자기 엄청난 마기를 쏟아내며 화를 내자 야율립은 정신이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왜 고씨에게 저렇게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이지?

 

그때 혈신이 물었다.

 

“하늘 아래 고씨가 얼마나 되느냐?”

 

야율립이 대답했다.

 

“잘은 모르지만 몇십만 명은 될 것이옵니다, 혈신이시여!”

 

혈신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새로운 세상을 세우기도 쉽지 않군.”

 

“……?”

 

무슨 말이지? 야율립은 골치가 아팠다.

 

그래서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혈신이시여, 천제성과 정천무맹이 본 교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명을 내려주소서!”

 

혈신을 붉은 눈을 빛내며 이를 갈고 말했다.

 

“가까이 오거든, 모조리 쓸어버려라! 단번에 놈들을 청소하고 혈신의 세상을 만들겠노라!”

 

“존명! 새로운 세상을 위해!”

 

 

 

 

 

5

 

 

 

 

 

비명이 계곡을 떨어 울리고, 붉은 선혈이 계곡의 누런 바위들을 붉게 물들였다.

 

죽어간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이끌고 온 사람들.

 

천인효는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었다.

 

구양무경의 강함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설마하니 이 정도로 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자신과 절정고수 팔 인의 합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낼 수 있을 정도라니!

 

“구양무경! 네놈이 여태 천하를 속이고 있었구나!”

 

두 손을 늘어뜨린 채 고요히 서서 대지를 굽어보는 구양무경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드리워졌다.

 

“그걸 몰랐던가? 그것도 모르고 감히 나의 뜻을 거스를 생각을 한 것인가?”

 

구양무경의 주위로는 그의 두 손에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시신이 낫에 베어진 보릿대처럼 널려 있었다.

 

무려 일백이 넘는 고수들이 구양무경 단 한 사람에 의해 죽어간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구양무경의 주위에 늘어선 채 말없이 살겁을 자행하는 자들. 저들이 바로 그들이다, 무영천귀!

 

미처 몰랐다. 겨우 일백의 호위만을 이끌고 남경의 천화상단으로 향한다 해서 공격했거늘, 그것이 구양무경이 파놓은 함정이었을 줄이야!

 

이십 명 정도로 알고 있었던 무영천귀가 설마 삼십이 넘을 줄이야.

 

그걸 모른 대가는 너무도 컸다.

 

반 시진 만에 죽어간 사람이 삼백에 이른다. 반면에 쓰러진 적은 기껏 이십여 명.

 

게다가 자신을 비롯해 연합 세력의 최강 고수라는 사람들은 구양무경 한 사람을 막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빌어먹을! 작전은 완전 실패다!

 

이제 마지막 남은 희망은 한 가지뿐이다.

 

어떻게 되었을까? 그가 정말 소문대로 그런 고수일까? 그가 정말 사람들을 이끌고 팔공산에 갔을까?

 

천인효는 이를 악물고 주위를 훑어보았다.

 

더는 견딜 수가 없다. 후퇴해야 남은 사람들이라도 살릴 수가 있다. 그래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문제는 계곡의 양쪽을 놈들이 틀어막고 있다는 것이다.

 

‘희생이 많이 나더라도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하는 수 없어! 내가 죽더라도…….’

 

하지만 그런 선택마저 천인효의 것이 아니었다.

 

천인효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구양무경이 입을 열었다.

 

“천인효, 도망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본좌는 오늘 무리를 해서라도 네놈들을 모두 쓸어버릴 작정을 하고 왔으니까.”

 

바로 그때였다!

 

피에 물든 검을 치켜든 소후천이 말했다.

 

“흥! 구양무경! 우리를 모두 죽이겠다고?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릴 텐데?”

 

“시간이 얼마가 걸려도 상관없다. 더 이상 등 뒤에 칼을 겨눌 놈들을 남겨놓을 생각이 없으니까.”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소후천이 입술을 비틀며 하얗게 웃었다. 상황에 맞지 않는 웃음이었다.

 

구양무경은 소후천을 바라보았다. 이미 그의 눈은 흰자위가 사라진 채 먹물이 가득한 것처럼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동시에 묵기가 넘실거리기 시작하는 두 손.

 

“누구도 나의 뜻을 막지 못할 것이다!”

 

금방이라도 눈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고개를 돌릴 수는 없었다. 마지막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소후천이 혼신을 다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구양무경! 너도 이것만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구양무경이 비릿한 조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본다. 묵기가 넘실거리는 손을 뻗으며.

 

“늦었다, 어리석은 놈!”

 

이판사판이다. 고민은 나중에 해도 될 일이다.

 

우선은 이곳의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먼저다.

 

지금도 동료 무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있지 않은가.

 

시간이 없어! 늦으면 다 죽어!

 

소후천은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구양무경을 향해 소리쳤다. 묵기가 일 장 앞까지 밀려오고 있었다.

 

“과연 그럴까? 아느냐, 구양무경? 네놈이 여기 있는 지금, 만붕성의 총단이 무너져 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구양무경의 입가에 걸쳐진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웃기는 소리. 누가 감히 만붕성을 친단 말인가? 신혈교가? 천제성이? 정천무맹이? 흥! 그들이 아니라면 누가?

 

그때 천인효가 소후천을 향해 다급히 외쳤다.

 

“후천! 우리가 모두 죽더라도 신의를 배신해선 안 된다! 입을 다물어라!”

 

“회주님, 죄송합니다! 이 일에 대해선 제가 따로 벌을 받겠습니다!”

 

소후천은 천인효를 향해 소리치고는, 악에 바친 표정으로 구양무경을 노려보았다. 

 

뒤로 물러선다면 놈의 공격을 한두 번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래 봐야 달라질 것은 없으니까. 죽는 시간만 조금 늦춰질 뿐.

 

바로 그 순간, 묵기가 주춤거리더니 뒤로 물러난다. 천인효의 예상치 못한 말에 구양무경이 흔들린 듯했다.

 

소후천이 다시 소리쳤다.

 

“천뢰서생 고진용이 지금쯤 만붕성을 박살 내고 있을 것이다! 으하하하! 돌아가서 재로 변한 만붕성이나 구경해라!”

 

구양무경의 입가에 서려 있던 미소가 천천히 걷혀졌다.

 

“고진용이라 했느냐?”

 

“흐흐흐, 그렇다. 그가 만붕성을 친다고 했다. 우리가 네놈을 잡고 있는 사이에. 크크크……. 어떠냐? 재미있는 일이 아니더냐?”

 

미소가 걷혀진 구양무경의 눈빛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잠시 잊었다. 그놈! 그놈이 남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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