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226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5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26화
“언젠가 세르피안 왕국에 한 번 찾아가마. 그때 유명 인사라고 야박하게 굴면 안 된다?”
“그럴 리가요. 그렌 씨와 케르츠 씨, 루웬 씨 방문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혹시 제가 수도에 없더라도, 모험가 길드에 말을 전해 놓고
기다리시면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냥, 그동안 같이했던 여행, 정말 재미있었다냥!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같이 여행하자냥.”
“건강히 잘 지내세요, 아넬!”
“네, 케르츠 씨와 루웬 씨도 건강하세요. 길드를 통해 간간이 소식 전하겠습니다.”
“그래, 알겠다!”
그렌 씨 남매는 이곳에서 1년 정도 더 지낸 뒤에, 다시 숲을 떠날 생각이란다. 같은 모험가 길드 소속이니, 시간은 다소 걸리더라도, 편지로
충분히 서로 안부를 물을 수 있어 작별 인사는 여기까지.
타르헨 씨 가족들과 인사를 나눈 뒤에, 나이아스 씨와도 간단히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여러모로 감사했습니다. 그럼, 나중에 또 수도에서 뵙겠습니다.”
“그래, 조심해서 복귀해라.”
그렌 씨 남매들과는 달리, 나이아스 씨와는 이후에 세르피안 왕국에서 다시 볼 예정이라, 서로 긴 말 없이 인사를 주고받는 것 정도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타르헨 씨 가족들과 나이아스 씨의 배웅을 받으며, 우리는 뤼피올 마을을 출발하여 세르피안 왕국의 수도인 라티움으로 향했으며, 영원의 숲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프라알 도시를 통해 디아스 왕국의 수도인 다이론을 방문하여 사전 약속대로 그곳에서 디아스 왕국의 국왕을 잠깐 만나 텔레포트
게이트 사용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한 뒤, 게이트를 통해 수도 라티움에 도착했다.
우리가 여행을 출발한 지 정확하게 5개월 만에 복귀했다.
레아의 제안(1)
우리가 수도에 입성한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사전 예상처럼 왕궁은 거대한 충격에 휩싸였다.
생사를 모르던 공주가 무사히 귀환해 대신과 국왕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깐, 이후 엘리시아가 가져온 소식들은 대신들을 비롯하여 국왕까지도 입이 쩍 벌어질 만큼 엄청난 내용이었기에, 공주의 생환과 임무 수행 성공 여부를 따질 겨를조차 없이, 왕궁은 전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바쁜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이상 현상 몬스터의 출현 원인을 사전에 봉쇄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과 마나 마스터인 나이아스 씨와 엘리시아가 서로 주고받은 계약 내용, 검은 드레이크의 존재와 그 시체에 대한 것과 더불어 마지막으로는 에레나 여신과의 소통에 대한 것까지.
단 하나만으로도 대륙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이야기들인데, 그것이 하나도 아니고 무려 네 개다.
이 모두를 한꺼번에 퍼트리면, 그 충격과 더불어 이에 따라올 부수적인 여러 효과를 제아무리 세르피안 왕궁이라도 쉽게 감당하기엔 어려워서 충분한 준비가 필요했다.
수도에 있는 에레나 교에 연락하여 대신관에게 해당 이야기를 전달하고, 왕이 직접 대신관과 함께 밤새 이야기를 나누는 한편, 대신들은 발 빠르게 왕성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대륙 각지에 동시에 전달할지 방법을 강구했다.
동시에 다른 왕국들에서 사신들이 당연히 올 테니 그에 대한 준비도 서두르기 시작하고, 세르피안 왕국을 제외한 4개국에서도 물론 사신이 올 뿐 아니라 에레나 교에서도 적잖은 사람들이 몰려들 테니, 그들이 머물 방과 수도 경비를 강화하는 일 등의 준비만으로도 충분히 전시 상황과 흡사한 긴장감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왕과 대신들은 그 모든 일이 자국인 세르피안 왕국을 부강하게 함과 동시에 그 위상을 한없이 드높일 기회임을 알았기에,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고 최대한 신속하게 일을 마무리하려고 뛰어다녔다.
이 모든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인 공주 엘리시아를 비롯하여 세라 누나와 우리 신성 세 명은 국가의 최고 귀빈 대우를 받으며 왕궁에 머물렀다.
사실, 대우도 대우지만 이 이야기가 섣불리 외부로 퍼져 나가지 않도록 당분간 왕궁 쪽에서 감시한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때 되면 호화롭기 그지없는 식사가 꼬박꼬박 나오지, 원한다면 넓은 연무장을 나와 루시안, 셀린, 엘리시아가 독점해서 사용하고, 평소에는 구하기 힘든 책과 마법 서적들도 얼마든지 보니, 우리 처지에서도 그다지 나쁜 하루하루는 아니었다.
문제는 오히려 다른 곳에 있었다.
“……그러니까 이곳에 레아 누나랑 부모님 그리고 리나까지 머문다고?”
“네, 왕성 경비병을 통해 아넬을 만나게 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대요. 네 분 모두 한 달 전부터 수도에서 머물며, 아넬이 복귀하기를 기다렸던 모양이에요.”
“그럴 만도 하겠구나.”
영원의 숲으로 떠나기 전, 레아 누나와 가족들 모두에게 여행에서 돌아오는 즉시 수도에서 레아 누나와 함께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사전에 가족들에게 전해 놓은 복귀 기간은 짧으면 3개월에서 길면 4개월.
여행에서 복귀한 후에도 왕궁 쪽에 붙잡혀 영원의 숲에서 얻은 정보들과 있었던 일을 조사받아야 하는 만큼, 여유 있게 4개월쯤 맞춰서 수도로 오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도중에 검은 드레이크에게 습격받은 뒤로 예상치 못하게 복귀 기간이 더 늘어났고, 생각했던 4개월보다도 한 달이 더 늦어져 복귀했으니, 당연히 가족들은 내 소식을 걱정하며 기다렸을 것이다.
비록 이곳에 온 후로 왕국 밖으로 나가지는 못했으나 길드 마스터에게는 이야기를 전할 필요가 있어 그쪽으로 복귀 소식을 전했는데, 아마도 길드를 통해 내가 수도로 복귀한 사실을 알고는 왕성 경비병에게 나를 만나고 싶다는 소식을 전해 온 것 같았다.
“가족들을 만날 수 있을까. 엘리시아?”
“원래라면 불가능해요. 지금은 왕성 전체가 급하게 돌아가서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금지해요. 하지만 아넬 가족들이라면 어쩔 수 없을 거예요. 어쩌면 그분들도 왕성에 들어오고 나서는 아바마마가 허락하실 때까지 왕성 밖으로 나가지 못하시겠지만, 그 점을 생각하면 불러들이는 데 문제는 없어요.”
“부탁할게, 엘리시아!”
“부탁이라뇨? 당연히 해 드려야 할 일인걸요.”
엘리시아는 거기에 살짝 불안한 얼굴을 더하며, ‘저도 만나 뵐 필요는 있으니까요.’ 하는 말을 덧붙였다.
그 말엔, 옆에 앉은 셀린 역시 몸을 움찔하며 반응했고, 나는 나지막이 한숨 쉬면서 머릿속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과연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리가 어지럽고 복잡했지만, 가족들을 포함하여 레아 누나 자신에게는 꼭 전해야 할 이야기라서, 뺨 맞고 칼 맞을 각오를 마음속에 새기며 불안해하는 셀린 손을 꼬옥 잡아 주었다.
엘리시아에게 가족들과 만남을 부탁한 지 3시간이 흐른 후, 나는 메이드의 안내를 받고 가족들을 만나러 귀빈실로 이동했다.
아마도 수도에 머무는 가족들에게 찾아가 왕성 내의 사정을 어느 정도 설명하면서, 이곳에 한 번 들어오면 당분간 머물러야 함을 양해받고, 따로 왕성에는 가족들의 출입을 허가받느라 그 정도 시간이 걸렸으리라 예상했다.
메이드는 어느 문 앞에 이르러서, 몸을 돌려 내 쪽을 바라보곤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곳에 가족분들이 머뭅니다.”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메이드는 싱긋 웃고는 또다시 정중히 고개를 꾸벅 숙이곤, 원래 자기 일을 하러 복도 저편으로 걸어갔다.
후우! 하고 가볍게 한숨을 내쉰 뒤, 마음을 다잡고 방문을 살짝 노크하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왕성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대접하는 공간인 귀빈실답게, 방 내부 모습은 호화롭기 그지없었다. 그 중앙에 놓인 테이블과 폭신한 소파 위에서 부모님과 레아 누나가 나를 바라보았다.
“……아넬!”
“오랜만이에요, 레아 누나!”
“음, 길드에서 무사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다친 곳 없이 건강해 보여 마음 놓이는구나!”
“네,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아버지! 왕성에 미리 연락을 보내 놔야 했는데, 숲속에서 이쪽으로 소식을 전달할 방법이 없어서 좀 늦어졌어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그 이야기를 듣고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영원의 숲에 길드 지부가 자리하지 않으니, 당연히 그럴 수 있지. 걱정하기는 했다만, 무사히 돌아왔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단다. 우리보다는 레아가 걱정이 많았지.”
“미안해요, 레아 누나!”
“아뇨, 다쳐서 돌아오지 않았으니, 저도 그것만으로 감사해요.”
자상한 미소와 함께 내 한쪽 손을 잡아 주는 레아 누나의 손길에, 나 역시 그녀 손을 살며시 잡아 주었다. 그러려니 다른 한쪽 손을 잡아 오는 또 다른 손길이 느껴졌다.
“오빠, 나한테는 인사 안 해 줄 거야?”
“그럴 리가! 못 본 사이에 더 예뻐졌는걸, 리나!”
“헤헷, 가슴도 이젠 제법 커졌어!”
“……쿨럭!”
마치 일부러 과시하듯 붙잡은 내 손을 자신의 가슴께로 꾸욱! 누르는 리나의 행동에, 내가 적잖이 당황하며 부모님과 레아 누나의 눈치를 살피자, 부모님은 그저 리나가 평소대로 오빠에게 어리광 부리는 정도로 보고 흐뭇하게 미소 짓고, 레아 누나 역시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표정이었다.
결국, 나지막이 한숨 쉰 뒤엔 가족들과 함께 다시 소파에 앉았다.
테이블 위엔 메이드들이 놓고 간 것으로 보이는 홍차가 담긴 주전자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찻잔이 인원수에 맞춰 놓여 있었다. 찻잔에 차를 따르며, 우리는 서서히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서로 이야기했다.
“네가 영원의 숲으로 임무를 출발한 뒤에, 우리는 한동안 수도에 머물더라도 길드 업무가 마비되는 일이 없도록 밀린 업무를 처리하면서, 당분간 있을 의뢰 등은 주변 길드 지부에 인수인계해 놓는 등 조처했단다. 혹시라도 네게 일이 생기거나 뭔가 문제가 생겨 이곳에 좀 더 오래 머물러야 할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해서 했던 일이었는데, 결과적으론 그 덕에 걱정 없이 이곳에서 너를 기다렸지.”
“그랬군요. 이곳에 머무는 동안 불편한 점은 없으셨고요?”
“그저 방을 빌려 머물렀을 뿐이니 불편할 리 없지. 기다리는 동안은 길드에 들러 오래간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 인사 나누었단다.”
그러고 보면, 아버지도 그렇고, 레아 누나도 그렇고. 길드 본부에 안면 있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그동안 길드에서 내 소식을 기다리며,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과 이야기 나누며 보냈던 모양이다.
리나는 아버지와 레아 누나에게 검술을 단련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하고, 어머니는 레아 누나와 함께 수도를 돌아다니며 만약 나와 레아 누나가 결혼하면 어느 집을 고를지 또 어떤 형식으로 결혼식을 올릴지,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이것저것 알아보며 지냈단다.
결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레아 누나는 고개를 푹 숙이며 부끄러워하였고, 어머니는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슬며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결혼식은 어떻게 할 생각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