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222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5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22화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뻗어 그녀의 뺨에 손을 가져다 대며 말을 이었다.
“안 그래도, 에레나 여신님도 셀린을 함께 부르고 싶었다고 아쉬워하셨어. 셀린의 몸속에 깃든 레드 드레이크의 기운 탓에 신성력이 있더라도
간섭하기가 쉽지 않으셨던 모양이야. 하지만 셀린을 만나면 셀린에게도 그동안 이상 현상 몬스터들을 퇴치해 주어 감사한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하셨어.”
“그렇구나. 그래도 여신님께 직접 칭찬받는다면, 무척이나 영광스러운 일이었을 텐데. 많이 아쉬워.”
대륙에서 에레나 여신의 존재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유일 신앙이라고 할 수 있다.
에레나 여신에게 꾸준히 기도드리건 말건 그것은 자신의 자유지만, 적어도 에레나 여신이 대륙을 멸망의 위기에서 구했다는 그 신화를 믿지 않는
대륙인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천 년 전부터 소통이 단절되었다고 해도, 그녀의 힘인 신성력은 신관들을 통해 발현되어 지금도 끊임없이 상처와 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대륙인을
구한다.
당장에 신생아의 출산을 살펴보더라도, 보통 이러한 중세 환경에서는 무균실이나 병균에 대한 지식이 없고, 위생도 그다지 깨끗하다고 할 수 없는
만큼, 집에서 아이를 출산하면 병균 감염 탓에 아이들이 병을 이기지 못하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세계는 신성력으로 아이의 몸을 병으로부터 보호하며, 외부 충격에 의한 사망과 기아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사망을 제외하곤, 신생아가
병으로 사망하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에레나 여신의 존재와 그것을 증명하는 신성력에 대한 부정은 대륙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신성력의 도움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받지
않는 사람은 정말 드무니까.
셀린 역시 그러한 대륙인 중 한 명이다.
에레나 여신을 직접 만났다는 사실에, 그간 거의 하지 않던 레드 드레이크의 힘을 나무라며 무척이나 아쉬워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에레나 여신님과
만났다는 사실에 무척 들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넬도 알겠지만, 에레나 여신님은 갑자기 사람들과 소통을 단절하셨어. 에레나 교에서는 여신님이 자신의 힘을 회복하지 않으시고 신관들의
신성력으로 그 힘을 사용하셔서 힘이 많이 약해져 더는 소통하지 못하신다고 생각하고 여신의 존재를 믿지만, 대륙인들은 신성력을 통해 여신님이
건재하심을 믿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해하기도 해. 하지만 이번에 아넬이 여신님과 소통하면서, 여신님께서 자신이 하신 말씀을 아넬에게 대륙에
전하라고 했다는 걸 사람들이 알면, 그야말로 엄청난 일이 일어날 거야.”
에레나 여신이 아직도 대륙을 걱정하며, 그들을 굽어살핀다는 사실을 전한다면, 셀린 말대로 엄청난 파동이 대륙을 진동시키겠지.
그동안은 이상 현상 몬스터를 적극적으로 토벌하는 데 자신들의 전력을 사용하기를 꺼려 난색을 표했던 귀족들이나 왕국의 고위 인사들도 에레나 여신의
말을 통해 병사를 움직여 몬스터를 토벌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동안 대륙이 이러한 이상 현상 몬스터의 출현에서 안전했던 이유가 모두 에레나 여신의
봉인 덕분임도 알려지면서 에레나 여신의 위상이 한껏 올라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에레나 여신의 힘도 조금은 보충될까?’
신의 힘은, 신이 그 존재가 창조되었을 당시 힘 말고도 자신을 믿고 섬기며 따르는 신도들의 신앙심에도 영향을 받는다.
단순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신의 존재를 믿고, 신앙심을 가지느냐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어떠한 마음으로 그 신에게 신앙심을 가지는지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아마 대륙에 이 사실이 퍼지면, 적어도 에레나 여신을 자비의 여신이라 다시 칭하며, 적잖은 사람들이 더욱 경건한 마음의 신앙심을 가질 것이다.
그로써 에레나 여신의 본래 힘이 조금이라도 더 회복되었으면 하고 생각하던 찰나, 셀린은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아넬?”
“아? 응……, 이번 일이 대륙에 알려지면, 확실히 에레나 교에서 큰일이 벌어지겠구나 싶어서 말이야. 자신들이 믿고 따르는 여신에게서 전해진
말이니 엄청 시끌시끌해지겠지?”
“응? 내가 말한 큰일은, 에레나 교를 말하는 게 아니라 아넬 너를 말하는 거야.”
“엉?”
생각지 못한 셀린의 말에 이번엔 내 쪽에서 고개를 갸웃하자, 셀린은 ‘정말 모르겠어?’라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예전엔 에레나 여신님과 소통했던 대신관을 ‘성인’ 혹은 여신관이라면 ‘성녀’라고 불렀대. 하지만 지금은 여신님과 소통이 단절되어 그런 호칭도
자연스레 없어졌지만, 아넬이 이번에 에레나 여신님과 소통했잖아? 그렇다는 건, 아넬은 에레나 교에서 정식으로 ‘성인’ 호칭을 받을 수 있다는
소리라고. 이전에 ‘성인’이나 ‘성녀’ 호칭을 가진 사람들은 일국의 왕이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대. 그도 그럴 것이 그분들을 통해 여신님의
말씀이 대륙에 전해지니까, 모든 대륙인에게 존경받지. 그런 사람을 왕이라도 낮게 대할 수 없었을 거야. 하지만 지금 아넬은 전 대륙에서 에레나
여신님과 소통 가능한 유일한 존재잖아? 그것도 천 년 만에 여신님과 소통했으니까 그때의 성인들보다 그 존재의 의미가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을걸? 어쩌면 에레나 교 대신관이 되어 버릴지도 몰라?”
“어……?”
나는 셀린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에레나 여신의 말을 대륙에 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뒤늦게 파악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큰일이며, 단순히 세르피안 왕국뿐만 아니라 전 국가에 내 이름을 알리는 것을 의미함도 함께 말이다.
제91장 봉인의 복구
나이아스 씨 주도 아래, 신전 봉인 복구 작업이 이루어진 지도 3일째 지난다.
사실 봉인 복구 작업은 세레나와 나이아스 씨 그리고 가끔가다 마법사인 루시안과 루웬 씨만 도울 뿐, 나머지 일행은 그냥 남는 시간에 서로
대련하거나 함께 사냥 나가 먹을 것을 구해 오든지, 그저 시간을 때울 뿐이지만 말이다.
일행들과 진행된 제비뽑기에서 지는 바람에, 오늘 사냥 팀인 나와 엘리시아는 신전 근방 숲을 돌아다니며 뭔가 잡을 만한 동물들이 없는지 탐색했다.
그러던 중 무언가 먹을 만한 것을 발견했는지, 엘리시아가 어느 한쪽을 보며 손가락을 뻗었다.
“아넬, 저거 잡을 수 있을까요?”
“음, 한 번도 보지 못한 새인데. 잡을 순 있겠지만, 저거 먹을 수 있을까?”
“도마뱀이나 뱀 종류라면 모를까, 새 종류는 먹어서 위험할 것은 없다고 케르츠 씨가 말했어요.”
“그럼 일단 잡아 보자.”
엘리시아가 가리킨, 약간 매와 비슷하게 닮은 그 새는 적어도 20m는 넘어 보이는 굵직한 나무 위에 날개를 접고 앉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나는 품속에서 투척용 나이프를 하나 꺼내 들고, 그것을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워 한쪽 눈을 감은 상태로 이쪽과 나무 위에 앉은 새 사이의 거리를
재어 보며 손을 살짝살짝 움직여 보았다.
‘대충 힘은 이 정도면 되려나?’
나이프를 던질 준비를 하며 슬며시 체내 오러를 끌어올려 감각을 확장.
나이프가 정확하게 녀석을 향해 날아가도록 정신을 집중했다.
‘지금!’
슉! 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손으로 던진 나이프가 빠른 속도로 나뭇가지 위에 앉은 새를 향해 날아갔다.
밑에서 뭔가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눈치챈 녀석이, 날개를 펼치려고 잠깐 몸을 움찔했으나 녀석이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는 시간보다도 내가
던진 나이프가 녀석에게 도달하는 시간이 훨씬 빨랐다.
“끼엑!”
짧은 단말마와 함께, 나이프가 틀어박힌 새의 몸이 아래로 빠르게 추락했다.
도중에 어느 나뭇가지 사이에 걸리기라도 하면 빼내느라 골치 아팠겠지만, 다행히 걸리는 일 없이 새의 몸은 땅바닥에 철퍼덕하고 곤두박질쳤다.
새에게 틀어박힌 나이프를 회수하고, 놈의 다리를 붙잡아 들어 올리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큰 녀석의 몸과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멀리서 봤을 땐 크기가 가늠이 잘 안 돼서 작게 느껴졌는데, 이 정도면 어지간한 닭이나 오리보다도 훨씬 크겠는걸?”
“그래도 일행 전부가 한 입씩 먹기에도 부족한 양이지만요.”
일행의 숫자가 9명이고, 모두가 건장한 성인 남녀들이다.
아무리 닭보다 큰 몸집을 가지더라도 1인 1닭이 가능한 판국에, 각자가 한 입씩만 고기를 나눠 먹으면 이 정도 크기의 사냥감은 고작 입맛 다시기
정도일 뿐이다.
“그래도 사냥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런 수확이면 출발이 나쁘진 않아.”
“아무래도 검은 드레이크가 사라지니, 그것을 동물들도 느낀 모양이네요. 처음 신전으로 향했을 땐 이 주변에 사냥할 만한 동물들은커녕 몬스터도
없었잖아요?”
검은 드레이크가 다 잡아먹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 특유의 강력한 존재감 때문에 동물들과 몬스터들이 전부 녀석의 영역 밖으로 도망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녀석의 존재를 모르고 처음 신전으로 향했을 때만 하더라도 사냥할 동물들이 보이지 않아 식량을 걱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녀석을 쓰러뜨린 지 3일이 지난 지금, 이 신전 근방 숲에서도 동물들의 모습이 관찰되기 시작했다.
첫날 사냥을 나갔던 그렌 씨와 케르츠 씨는 꽤 멀리까지 나와서야 간신히 리드넛 한 마리를 사냥해 돌아왔을 뿐이지만, 어제 사냥 나갔던 세라
누나와 셀린은 처음 사냥을 출발한 그렌 씨와 케르츠 씨가 갔던 곳까지 가지 않고, 조금 거리가 있는 근방 숲에서 멧돼지 한 마리를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이 근방 생태계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갈 것이다.
지금은 활동이 자유로운 동물들부터 이곳을 찾아오지만, 그리 머지않은 시일 내에 몬스터들 역시 이곳을 찾으면서 점차 숲이 다시 활성화되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나이아스 씨가 복구한 봉인 효과가 제대로 발휘된다면, 검은 드레이크처럼 신전에서 옛 신의 힘을 얻어 이상 현상 몬스터로 변이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
“앞으로 4일 정도 남았나요. 하루빨리 이 기쁜 소식들을 아바마마와 고모님 그리고 왕국에 전하고 싶네요.”
“빠르게 돌아가도 이곳에서 왔던 길들을 되돌아갈 걸 생각하면, 적어도 한 달 이상은 걸리겠지만.”
“하지만 우리가 복귀한 후에 생길 일들은 그 파장이 어마어마할 거예요.”
엘리시아가 말하는 것은, 나와 셀린이 주고받은 이야기의 연장선이다.
셀린과 에레나 여신에 관해 이야기한 후 저녁 식사 시간 전에, 나는 일행들을 따로 불러 모아 자리를 만들어 같은 이야기를 일행들에게도 전달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냥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믿기 힘든 이야기뿐이라, 일행들은 처음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내 말을 쉽게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을 믿게 하려고 나이아스 씨를 통해 내 몸에 그가 복구하는 신전의 봉인과 같은 에레나 여신의 신성력이 흐름을 증명한 뒤에, 셀린과
마찬가지로 내 말을 완전히 신뢰하는 일행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