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223화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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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7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223화 (완결)
223. 새로운 시작(완결)
나를 비롯해 후퇴한 어벤져스 노인들이 합류했으나 상황을 역전시킬 수는 없었다.
“가가, 마장기가 너무 많아요!”
혜 누이가 보르도를 소환해 한 대의 마장기를 상대하며 절망적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전황은 그녀의 말대로였다.
통로에서 진격해온 마장기까지 합류하자 전진기지에는 거의 일백대에 이르는 마장기로 인해 쑥대밭이 되고 있었다.
그것도 거의 7m가 넘는 군왕급이었다. 하나의 제국이 이 정도의 마장기 전력을 보유하진 못했을 터.
그 말은 곧 4대 제국이 똘똘 뭉쳤다는 뜻이었다.
‘얘들이 언제부터 친했다고 이 정도로 단합한 거야. 바로 엊그제까지 전쟁하느니 마느니 하던 놈들이.’
탐사대가 구성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듣기로는 4대 제국의 지분싸움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더구나 대공이나 대륙 3강 두 사람도 내게 이런 전력이 투입된다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설마 내 정체가……!’
발각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탐사대 참여를 사양했다고 해도 내가 모르는 일투성이였다.
내겐 철저히 비밀로 하며 준비했다는 뜻.
‘뭐가 잘못된 걸까?’
완벽한 연기였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빈틈이 있었나 보다.
하지만 지금 그 문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문제라면 날벼락을 만나면 알 수 있을 테니까.
그것보다는.
‘대체 이놈들은 어디로……!’
차원 통로는 3교대로 24시간 눈에 불을 켜고 감시했다.
더구나 2m가 넘는 신장의 대륙인이었다. 감시병이 웬만큼 부주의해서는 발견하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한두 놈이라면 몰라도 육십이 넘는 놈들을 놓쳤다면 말이 안 되지! 아……! 스텔스 비공정!’
문뜩 떠오르는 생각에 하늘을 쳐다보았다. 높디높은 창공에 새까만 점 네 개가 보였다.
시력을 확대하자 4대 제국의 문장이 새겨진 비공정이 보였다. 4대 제국에서 사이좋게 한 대씩 차출한 듯했다.
‘역시 나는 철저히 배제됐구나. 시발! 내가 생각하면 놈들도 생각할 수 있다는 건데.’
스텔스 기능은 우리 기술로는 어려워도 마도 대륙의 마법으론 어렵지 않았다.
놈들은 정찰대로 시선을 끌고 그사이에 스텔스 비공정으로 내부에 침투했음이 틀림없었다.
마장기 60대면 화경 고수 60명과 다름없었다. 60명이 넘는 화경으로 이루어진 특공대가 내부로 침투했느니 쑥대밭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더구나 대륙의 전력은 이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었다.
아직 비공정 안에 대기 중인 마장기가 있을 수도 있었다.
현재 상황이 충분히 만족할만해 당장 투입하지 않을 뿐.
조금이라도 역전의 기미가 보이는 순간 바로 투입할 터였다.
그렇다면 나도 최악의 상황인 200대의 마장기를 가정하고 계획을 세워야 했다.
‘쩝! 아깝지만 할 수 없지!’
두 가지 비장의 수가 전부 통한다 해도 지금의 전력으로는 200대의 마장기를 상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그렇지만 문제는 무림에는 더 이상의 전력이 없었다.
무림의 화경을 탈탈 털어 모아 만든 단체가 무림 수호대 즉 어벤져스였으니까.
물론 은거 고인이나 숨은 기인이사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찾아내고 모셔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은거 고인보다는 각성자를 찾아 각성시키는 편이 빨랐다.
다행히도 아직 삼십여 알의 각성환이 남아있었다.
‘정파와 마교에도 비활성 각성자는 있을 테니까.’
그동안 비밀로 했던 일이 밝혀지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당장 즉시 전력을 늘리는 일은 비활성 각성자를 활성화하는 방법뿐이었다.
‘지금 상황에선 기껏 더한다고 해도 마교의 열 명 남짓이니…….’
그것도 큰 전력이지만 200대의 마장기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릴라 전을 펼치더라도 어느 정도 쪽수는 맞아야 했다.
마장기 앞에서는 각성자나 화경이 아니라면 전부 일반 군웅이었으니까.
‘더구나 놈들은 영상을 통해 대책을 세운 듯하니……. 쩝!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생각하자.’
마음을 결정하고 마장기를 상대로 분투 중인 혜 누이에게 알렸다.
“알아! 그래도 일단 군웅들이 6층으로 대피할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해!”
“그 말씀은 설마……?”
“그래, 일단 6층까지는 포기하고 5층으로 후퇴해야겠어. 놈들도 6층까지 진압하려면 시간이 걸릴 테니 그동안 재정비해야지. 모두에게 그렇게 알려!”
“.......알겠어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혜 누이였다. 그동안 7층 개척의 선봉에 섰던 그녀가 느끼는 상실감은 상당할 터였다.
하지만 당랑거철 螳螂拒轍이라는 말이 있다. 비슷한 말로 달걀로 바위 치기라는 말이 있고.
열세가 빤한 전력으로 결사 항전을 벌여봐야 결국은 결사 決死로 끝날 터였다.
전쟁은 이겨야지 용감하게 죽어봐야 아무 소용없었다.
빤한 일로 고집부리는 일이야말로 지휘관이 가장 피할 일이었다.
콰광!! 쾅!
우지끈! 풀썩!
혜 누이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연신 폭음과 화광이 충천했다.
마장기 군단과 어벤져스, 각성자들이 벌이는 전투로 건물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 사이를 이리저리 피하면서 도주하는 군웅들.
그러나 일반 군웅들이라고 해도 7층에 진입한 자는 최소 절정 이상의 무인들이었다. 덕분에 더 이상의 큰 피해 없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콰광! 쾅!
나도 두 대의 군왕급 마장기의 협공을 막아내며 주위를 살폈다. 다른 곳도 나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역시 쪽수의 위대함이란.......’
마장기 한 대에 두세 명의 화경 고수가 매달렸을 때와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이젠 거꾸로 한 명이 두세 대를 상대해야 했다.
쪽수가 유리하면 전술이고 전략이고 필요 없었다. 그대로 밀고 들어오는 것이 가장 좋은 전술이었으니까.
콰광! 쾅!
-군웅들이 모두 대피하면 우리도 5층으로 후퇴합니다.
-알겠네!
-5층으로? 알겠네!
어르신들 역시 이대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히려 후퇴 명령이 반가운 듯한 느낌의 전음이 차례로 들려왔다.
-5층에서 보세.
-끌끌! 이럴 때도 있는 법이네. 잘 판단했어.
그렇게 우리는 7층을 포기하고 후퇴했다.
한 달 후.
야음을 틈타 한 대의 비공정이 조용히 6층에 진입했다.
탑승자는 모두 열 명. 대부분이 어벤져스였다. 아내 중에서는 설빙과 남궁 설이 함께였다.
그밖에도 새로 각성한 검후 초 영영과 마교 신녀 갈 영영도 탑승했다.
원래 화경이었던 마교 신녀 갈 영영도 이번에 각성시켰다. 이번 각성으로 한층 가공할 무력을 갖춘 그녀는 명실공히 마교 최강임에 틀림 없었다.
하지만 탑승자는 단순히 무공의 고강함으로 선발하지 않았다.
‘얼마나 암살에 최적화 되었는가가 선발 조건이었지.’
따라서 어벤져스에서는 대부분 마교 출신이 선발되었다.
암살은 무공 실력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했다. 정파 출신의 어벤져스가 대거 탈락한 이유였다.
‘문제는 두 가지가 다 성공한다고 해도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인데.......’
상대로 화경인 초인이었다. 더구나 나와 비슷한 실력자인 대륙 3강이 둘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암살은 오랜 준비와 기다림이 필요했다. 더구나 암살로는 2백 명이나 되는 놈들을 전부 해치울 수도 없었다.
‘설령 있다고 해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지.’
또 한 가지 방법인 마력포에도 문제는 있었다.
‘이건 잘해야 한 번이니까.’
비공정이나 마법에 관해서는 나보다는 대륙인이 더 잘 알았다.
‘마력포를 개발한 놈들이 방어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을 리는 없으니까.’
따라서 예기치 못한 일격은 가능했으나 두 번 다시는 사용하지 못할 방법이었다.
더구나 놈들의 비공정은 네 대. 한 대를 격추했다고 해도 1/4의 전력을 줄이는 것에 불과했다.
‘마장기 150대가 남았다고 치면 암살로 50명을 해치워야 겨우 비슷한 전력이 되는 건데?’
그런데 암살도 적의 비공정에 잠입해야 했다. 잠입도 만만치 않을 텐데 50명을 암살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울 터였다.
‘잘 해야 스무 명이 한계겠지. 그래도 일단 해 보는 데까지 해 보는 거야. 가만히 있는다고 될 일이 아니니까.’
그래도 다행이라면 놈들이 우리에게 비공정과 마력포가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점이었다.
운 좋게 적의 비공정 네 대가 한 곳에 몰려있다면 뜻밖의 수확이 있을 수도 있었다.
한 가닥 기대를 안고 조용히 비공정을 몰아 6층의 기지 상공으로 날아갔다.
‘어라! 이게 웬 떡이냐!’
정말로 네 대의 비공정이 나란히 착륙해 있었다.
적진이다 보니 흩어져 있는 것보다 모여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모양.
‘흐흐흐! 그게 결정적인 패착이다. 이놈들아!’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이 바로 마력포를 네 대의 정중앙에 조준했다.
산봉우리 하나도 소멸시키는 위력의 마력포라면 네 대의 비공정을 파괴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터.
그리고 비록 네 대 모두 완전히 파괴하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비슷한 전력이면 홈그라운드인 우리가 더 유리하니까.
내심 심호흡을 하고 발사 버튼에 손가락을 올렸다.
그리고 다시 정렬된 조준선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번쩍!
네 대의 비공정에서 네 줄기의 시퍼런 빛이 우릴 향해 솟구쳐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놈들이 쏘아낸 마력포가 틀림없었다. 마력포를 방어할 방어막이 없는 우리 비공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터.
호신강기를 일으키며 일행에게 소리쳤다.
“어! 피, 피해!”
번쩍번쩍. 화악.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던 일행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저마다 호신강기를 일으켰다.
슈왁! 츠츠츠츠!
동시에 네 줄기의 마력포가 비공정을 덮쳤다.
“크흑!”
“으음!”
섬광과 함께 미증유의 거력이 몸을 쓸고 지나갔다. 다행히 호신강기마저 파괴하지는 못한 듯 여기저기서 답답한 신음성이 들렸다.
슈왁! 쐐액!
눈을 뜨고 주변을 살폈더니 여기저기서 정신을 잃어 자유 낙하 중인 일행이 보였다.
그 수가 무려 반이 넘었다.
아무리 화경이라도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떨어진다면 육체는 산산조각이 날 것은 분명한 일.
다급히 몸을 날리며 일행에게 소리쳤다.
“정신을 잃은 사람을 구해!”
쐐액! 쐐액!
네 명의 노인네를 구해 지상에 무사히 착지했다.
척! 척!
곧 주변으로 정신을 잃지 않은 일행들이 한두 명씩을 안고 떨어져 내렸다.
“가가!”
“성주님!”
“전 무사합니다. 일단 인원파악부터 해 봅시다!”
“예, 성주님!”
다행히 일행 중에 마력포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없었다.
그러는 사이 착륙해 있던 적의 비공정이 움직여 우릴 안에 가두듯 포위했다.
기습은 완벽히 실패했고 오히려 포위된 상황이었다.
위기의 상황은 틀림없으나 일행에게 두려운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말했듯이 이번 작전은 성공 확률 반반의 기습이었다.
그 말인즉슨 어느 정도는 실패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었다. 일행이 무사하기만 하면 언제든 다음의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전원 살아남았다.
따라서 포위된 상황이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이제 우리의 장점인 경공을 살려 빠져나가기만 하면 되므로. 더구나 일행이 모두 열 명밖에 되지 않는 점도 장점이었다.
암살과 경공에 특화된 일행 열 명이 마음먹고 도주를 택한다면 200대의 마장기가 동원되어도 잡지 못할 터였다.
-가가!
-성주!
아니나 다를까 명령을 재촉하는 전음이 연달아 들어왔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바로 퇴각 명령을 내리려다 놈들의 비공정이 착륙하는 모습에 대기를 지시했다.
놈들의 비공정은 서서히 지면에 착륙했다. 서서히 문이 열리고 서른여섯 대의 마장기가 모습을 보였다.
‘흐음……! 겨우 서른여섯 대?’
모습을 드러낸 36대의 마장기는 우릴 공격하지 않고 곧 주변으로 흩어졌다.
공격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당장 위협이 없는 한 잠시 지켜보기로 하며 일행에게 지시를 내렸다.
-모두 경계상태로 일단 대기합니다. 상황을 지켜보다 퇴각 명령이 떨어지면 산개해 퇴각 지점으로 후퇴합니다.
-충!
일행들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놈들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화악! 번쩍!
스팟! 츠츠츠츠!
멀리서 일행을 둥글게 포위한 36대의 마장기.
무언가 준비한 듯 36대의 마장기가 일제히 푸른 마나를 뿜어냈다.
일제히 뿜어낸 마나는 36대의 마장기를 이리저리 어지럽게 거치며 무언가 만들고 있었다.
‘근데 왠지 긴장이 안 돼?’
틀림없이 우리를 위협할만한 행동을 하고 있지만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 튀기로 작정한 이상 놈들이 어떠한 짓을 해도 튈 자신이 있어서였다.
마침내 36대 마장기가 벌이던 수상한 행동이 끝났다. 하지만 우리 일행에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멀뚱거리는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던 중 어벤져스 노인네 하나가 깜짝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내, 내공! 내공이 사라졌다!”
“헉! 나, 나도!”
“이런! 나도 내공이 사라졌어!”
얼른 정보창을 확인했다. 다행히 내공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단지 내공란이 비활성으로 변해 있었다. 그에 비해 마력란은 변함없었다.
다른 사람의 정보 역시 마찬가지로 내공이 비활성으로 변해 있었다. 아마도 36대의 마장기가 내공을 억제하는 마법진을 만들어 낸 듯했다.
‘놈들이 노린 것이 이거였나? 후후! 그렇다면…….’
놈들의 결정적인 실수였다. 우리에겐 내공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물론 마교 출신 어벤저스 다섯은 내공이 억제당해 일반인과 다름 없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다섯 명의 각성자들은 내공 외에 마력의 사용이 가능했다. 따라서 일반인 한두 명 데리고 도주하는 데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뜻이었다.
‘정 어렵다 싶으면 노인네들은 포기하는 수밖에.’
-내공을 억제하는 마법진이 펼쳐진 것 같습니다. 일단은 당황한척하며 대기하세요.
오늘의 기습이나 내공의 존재는 어떻게 알았는가가 궁금했으나 곧 자세히 알려줄 사람이 있었다.
스르륵.
놈들의 비공정 문이 다시 열리며 일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강달라이! 상황제!”
이미 예상한 상황이지만 함정에 빠진 사람처럼 놀라는 척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하하하! 이곳인가? 자네들의 세상이?
-어, 어떻게 당신이!
상황제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다.
-백년의 준비가 헛되지 않아 다행이네.
-백년의 준비?
-빙백마제와 천겁마존의 쌍마존. 그들로부터 당한 치욕을 갚기 위해 준비한 시간이지.
-뭐! 쌍마존이라고?
느닷없이 튀어나온 빙궁 선조의 이름엔 정말 놀랐다.
놀란 내 표정을 보곤 상황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역시 자네는 그들을 아는군. 그들의 후예인가?
-그렇다면?
-후후! 쌍마존. 3백 년전이었지.
그렇게 시작된 상황제의 이야기는 무척 길었다.
요약하면 삼 백년전 느닷없이 튀어나온 두 명의 이계 절대자에 의해 대륙은 농락당했다는 말이다.
대륙 100강도 알고 보면 쌍마존이 만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륙을 종횡하던 두 사람이 지나가듯이 말한 순서가 대륙 100강이 되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쌍마존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전인은 물론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말 그대로 사라졌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대륙은 두 사람의 무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치욕스럽게 순위마저 정해진 일을 절대 잊을 수 없었다.
찬란한 마도 문명이 다시 이계의 천둥벌거숭이에게 짓밟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었으니까.
쌍마존이 모습을 감춘 그 날부터 전 대륙이 힘을 합쳐 준비한 것이 오늘이었다.
‘세상에 그런 일이!’
솔직히 많이 놀랐다. 시간의 흐름이 약간 뒤죽박죽이었으나 어쨌든 선조의 업을 후예가 물려받은 것은 틀림없었다.
어쨌든 이제 한 가지는 알았다. 하지만 궁금한 것이 하나 더 남아있었다.
과연 이들이 언제부터 알고 있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 시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므로.
-그럼 처음부터 내가 이계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
-후후후.
상황제는 대답하지 않았으나 그의 표정에서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 이 상열의 년이!’
날벼락이었다. 그녀가 이중 첩자가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있었던 일이 모두 설명되었다.
‘어쩐지 너무 순조롭다했더니........’
대륙 진출이 너무 잘 풀렸다. 꼭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인물이 등장해 도움이 되었으니까.
‘쩝! 아주 잘 짜여진 각본대로 놀아난 셈이군!’
스스로 세상에서 제일 잘 났다고 생각하는 나였다. 그런데 그동안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자 입맛이 썼다.
어쨌든 날벼락이 이중 첩자였다면 대륙 영지에 남은 아주마단이 위험했다.
‘아! 그것도 아닌가?’
전원 각성자에 무공보다는 각성 능력이 뛰어났다. 더구나 아주마단의 모토가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였다.
각성자가 귀한 무림이었고, 각성자로 구성된 가장 충성스러운 친위조직이 아주마단이었다.
‘한 명 한 명이 소중할 수밖에!’
따라서 살아남는 것을 제1의 사명으로 삼았다. 빙궁이나 사황성 또는 임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보다는 살아남아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이다.
‘지금으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으니 믿는 수밖에. 이제 슬슬…….’
궁금증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지만 이젠 도주할 타이밍이었다. 내공 봉쇄진을 믿고 아직 방심하고 있을 지금이었다.
더구나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상황제를 쳐다보는 차강달라이의 고운 아미가 찌푸려지고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모두 알았다. 나머지는 이제부터 알아나가면 되었다.
-신녀님과 검후, 설매는 어르신들을 부탁합니다. 제가 길을 뚫을 테니 뒤는 설빙과 승연 누이가 맡아주십시오.
-알겠네.
-네, 가가.
-자! 하나둘셋에 출발합니다! 하나, 둘, 셋! 차핫!
쐐액!
열두 자루의 검을 허공에 띄운 채 차강달라이와 상황제를 향해 쏜살처럼 달렸다.
천마신녀과 검후, 남궁설이 어벤저스 노인네를 데리고 뒤를 따랐고 승연 누이와 설빙이 뒤를 따랐다.
내공봉쇄진을 믿고 느긋하게 지켜보던 놈들은 당황할 수밖에.
[헉! 어떻게!]
[아, 아니!]
놀란 놈들의 목소리를 즐기며 열두 자루의 검을 날렸다.
‘흐흐! 검들과 놀고 있으라고!’
[막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대륙 3강을 이긴 나였다. 더구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주를 목적으로 하는 나와 일행을 잡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하하하! 다음에 보자고!”
@
다시 한 달 후.
스르륵. 팟!
대륙 차원 통로에 일련의 무리가 나타났다.
어벤저스와 아주마단을 비롯해 내 아내들까지 총동원한 그야말로 무림의 최정예들이었다.
그 인원은 정확히 182명.
대륙에 잔류한 아주마단을 포함하면 일시에 차원 진입이 가능한 200명을 꽉 채운 인원이었다.
“역시 있군! 건양, 아주마단과 함께 처리하도록!”
“충!”
주변에 경계하는 병력을 처리하기 위해 건양과 아주마단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산산과 소소는 서둘러 비공정을 조립해!”
“알겠어요.”
산산과 소소가 일단의 군중을 데리고 두 대의 비공정 조립을 시작했다.
비공정 조립을 지켜보는 내게 천마교주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성주, 너무 극단적인 방법이 아닌가? 과연 이 방법이 최선일까?”
“하하하! 마음에 걸리는 것이라도 있습니까?”
“이곳에 있는 면면을 보게. 이 사람들 자체가 중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걸세. 그 말은 중원은 텅 비었다는 말과도 같은 걸세.”
“맞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속도전입니다. 놈들이 알아채기 전에 패국을 멸망시켜야 합니다. 패국만 무너뜨리면 우린 더 손쓸 필요도 없습니다. 느긋하게 평화 협상에 임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평화 협상에 있었다. 대륙 정복이나 침략은 문제가 아니었다. 솔직히 중원의 역량으로는 가능하지도 않았다.
그 때문에 평화 협상을 끌어내고 혼세미궁의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이었다.
‘애초에 우리 선조가 깽판 쳐서 벌어진 일이기도 하고. 쩝!’
하지만 승기를 잡은 놈들이 순순히 협상 테이블에 나올 리는 없는 법.
더구나 전장은 대륙이 아닌 혼세미궁. 즉 우리 앞마당이었다.
‘놈들에겐 조금의 손해도 없다는 뜻이지.’
그리고 아직은 미궁에 있으나 지상으로 올라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놈들이 지상으로 올라오는 순간 중원은 아웃이라고 봐야 했다. 중원의 힘으로는 힘과 기술을 모두 갖춘 대륙을 절대 상대할 수 없으니까.
따라서 아직 미궁에 있을 때 협상을 끌어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놈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힐 카드가 필요했고.
그래서 궁리 끝에 얻은 결론이 아이러니하게도 대륙 침공이었다.
대륙 역시 모든 역량이 집중된 것은 마찬가지. 200명의 중원 최정예를 막을 역량이 대륙에도 남지 않았다.
‘자기 집에 불이 났는데 남의 집 태우겠다고 버틸 수는 없는 법이니까.’
본거지를 잃은 병사는 패잔병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희생양은 패국 하나면 충분했다. 속전속결로 패국을 멸망시키면 놈들이 먼저 협상을 제의할 테니까.
그때가 되면 지금과는 상황이 백팔십도로 달라진다.
‘혼세미궁을 고스란히 찾을 수 있지. 그보다 더한 것을 달라고 해도 줘야 할 테니까. 흐흐흐!’
천마교주가 우려하는 것은 놈들이 막가파로 나왔을 때다.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지상으로 진출했을 경우였다.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놈들은 혼세미궁이라는 장애물이 있었다. 6층에서 지상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몇 달은 걸릴 터였다.
‘흐흐! 그때는 이미 패국은 멸망해 있을 테니까.’
그렇다면 철군할 수밖에 없는데 그 또한 쉽지 않을 터였다. 우리가 순순히 보내줄 생각이 없으니까.
결국, 놈들은 눈물을 머금고 평화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하하! 교주님이 염려하시는 부분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대륙에 발을 들어놓은 상황입니다. 저를 믿고 맡겨주십시오.”
천마교주를 안심시키고 비공정 조립을 거들고 있는데 조건양이 돌아왔다.
“충! 경계 병력 120명 처리했습니다.”
“수고했네. 비공정 조립을 돕도록.”
“충!”
두 대의 비공정 조립에 꼬박 한나절이 걸렸다.
“정해진 비공정에 탑승!”
“충!”
182명의 최정예가 두 대의 비공정에 나누어 탑승했다.
이제 바야흐로 본격적인 패국 멸망 작전에 들어가는 것이다.
내 한마디가 대륙 침공의 시작이고 패국의 멸망이며 평화 협상의 일보가 되는 거였다.
마지막으로 탑승한 나는 조종칸의 원섭에게 나직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출진!”
[완결]
[연재]던전 in 무림 223화(완결)
* * *
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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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