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220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98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220화
220. 입 싼 노인네
안내받은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리자 곧 육중한 문이 열리며 시종의 목소리가 들렸다.
[국공님께서 입장하십니다!]
저벅저벅.
원국의 국공인 차강달라이가 실내로 들어섰다.
‘흠! 역시 듣던 대로군!’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에 짧은 머리와 가슴에 불룩한 융기도 거의 없어 중성적인 이미지의 여자였다.
“패국의 마른 장작이 잘 탄다입니다.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먼저 인사를 건네자 날벼락이 통역해 주었다. 은하 누님이 원국어를 모르는 관계로 이번 통역은 날벼락이 맡았다.
고개를 끄덕인 차강달라이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아래위를 살펴보며 말했다.
“호오! 과연 상황제 님의 말대로군! 일단 앉지.”
굵은 중저음의 목소리나 말투도 완전히 남자였다.
중성적이라고는 하나 초인 보정으로 아름다운 얼굴을 지닌 차강달라이였다. 중년 미부의 입에서 나오는 중저음의 목소리는 정말 듣기 싫었다.
‘왠지 소름 끼치네!’
이전에 본 동방불패가 떠올리자 등골이 서늘했다.
‘처음부터 저런 목소리는 아니었겠지.’
정상이 아닌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고 상대가 무인이라면 경계해야 할 이유 중의 하나였다.
내심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고 포권하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일행은 차강달라이가 가리킨 소파에 앉았다. 일행의 앞에는 이름 모를 음료가 놓여 있었다.
차강달라이가 상석에 앉으며 음료를 가리켰다. 씨익 하고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네 만독불침 萬毒不侵이라며?”
차강달라이는 자존심 강한 무인이었다. 첫 만남에서 그것도 상황제를 꺾은 내게 독을 사용했을 확률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상대가 농담으로 하는 얘기에 죽자고 달려들 필요는 없었다.
‘에이! 입 싼 노인네.’
내심 상황제를 욕하면서도 웃는 낯으로 대답했다.
“하하! 저만입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보험은 들었다.
“하하!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을 뿐이네.”
“하하! 질문하는 타이밍이 절묘하시네요.”
“그랬나? 난 잘 모르겠는걸? 생각나는 걸 바로 묻는 스타일이라서.”
정말 그렇다면 꽤 상대하기 어려운 스타일이었다.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를 당황하게 만드니까.
“아랫사람들이 힘들겠습니다.”
“내색하지 않아 모르겠네. 그런데 전쟁을 막겠다고?”
“예, 그럴 생각입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왜?”
“예?”
뜻밖의 질문이어서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돕고 말고를 말하는 게 아니네. 왜 전쟁을 막으려 하냐고 묻는 걸세.”
이어진 차강달라이의 부연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전쟁을 왜 막으려 하냐니? 그거야 당연한 거 아냐?’
질문은 이해했으나 의도는 여전히 알지 못해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자 차강달라이는 몸을 소파 깊숙이 묻으며 말했다.
“전쟁다운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지도 벌써 50년이 되었네. 평화는 나태함을 불러온다네. 평화로운 50년 동안 대륙은 발전은커녕 후퇴 일보였지. 이제 자극이 필요한 때라는 말일세.”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파괴만이 전쟁의 모든 것은 아니었다. 전쟁을 수행하며 많은 부분이 발전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너무 억지스러운 궤변이었다.
“그게 꼭 전쟁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아니면 뭐가 있나?”
“그야........”
막상 생각하려니 전쟁만큼 파괴력이 큰 행사가 떠오르지 않았다.
바로 대답하지 못하자 차강달라이는 만족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거 보게. 전쟁만큼 파급력이 큰 행사는 달리 없지 않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백만의 생명이 걸린 대륙 전쟁을 방조한다는 것은 너무 한 일이 아닙니까?”
“모든 일에는 대가가 있는 법.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부분일세.”
차강달라이 역시 일반적인 대륙인처럼 생명을 경시하는 사고를 지니고 있었다.
이 역시 대륙의 문화라 설득할 자신도 가능성도 없었다.
“그럼 비무의 결과가 어떻든 협조하지 않겠다는 말씀입니까?”
“어제까지는.”
하룻밤 사이에 마음이 바뀌었다는 뜻이었다.
“예? 그럼 지금은……?”
협조하겠다는 대답을 기대했으나 차강달라이는 엉뚱한 말로 대신했다.
“자네는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아.”
“그런 소린 자주 듣습니다만 무슨 뜻입니까?”
“패국에서 한 가지만 약속해준다면 협조할 생각이라는 뜻일세.”
“약속이요?”
“그래. 대륙 전쟁을 막는데 단 하나의 약속이면 충분하네.”
보통 이런 경우 한가지가 들어주기 어려운 것일 확률이 높았다.
더구나 문제는 내가 패국을 대표해 약속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정말 전쟁을 막고 싶으면 반드시 해야 하네.”
선언하듯이 말하는 이유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었다.
“대체 뭘 약속하라는 겁니까?”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대체 패국에 대륙 전쟁과 바꿀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봤다.
‘황제급 마장기? 에이! 유일무이한 것도 아닌데 그 정도로는 부족하지. 그럼 대체 뭘까?’
다행히 차강달라이는 질질 끌며 상대의 반응을 즐기는 타입이 아니었다.
“정식으로 패국에 제안하겠네.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통로. 4개국의 공동 탐사를 제안하네.”
“그걸 어떻게…….”
“헉!”
“어머!”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너무 놀라서 바보처럼 인정하고 말았다. 물론 내가 아니라도 설빙과 은하 누님, 날벼락의 태도로 충분히 알 수 있겠지만.
차강달라이는 그것 보라는 듯이 말을 이었다.
“어제서야 판단할 수 있었으나 원국의 정보력을 무시하지 말게. 대륙 최강의 패국이 전쟁 수행 능력이 갑자기 떨어진 원인을 조사하다가 알게 되었지. 통로 탐사에 그 정도의 전력을 잃었으니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제가 대답할 성질의 문제가 아닙니다.”
“알고 있네. 하지만 자넨 전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패국의 약속을 받아내야 할 걸세. 아니면 대륙 전쟁을 통해 차지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차원 통로에 대륙 전쟁을 포기하고 달려드는 이유가 궁금했다.
‘솔직히 이세계와의 교류 말고는 별 메리트가 없는데……?’
교류라고 해도 내가 지키고 있는 이상 혼세 미궁을 벗어나기 어려울 터였다.
따라서 내가 주는 것 외에는 받을 수 없는 구조가 될 터였다. 투자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라는 말.
한마디로 대륙에서 보면 가성비가 떨어지는 사업이었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투자였고.
‘아! 이 사람들은 그 점을 아직 모르지.’
그러면 말이 됐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는 충분히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었다. 미지의 세계에 위험과 피해는 당연히 동반되는 일이었고.
오히려 피해가 크면 클수록 기대도 커질 터였다.
‘내부가 어지러우면 외부로 시선을 돌리게 하라는 말도 있으니까.’
차강달라이는 더는 입을 열지 않고 가만히 날 쳐다보기만 했다.
필요한 말은 다 했으니 이젠 어찌할 거냐는 뜻이었다.
더 할 말은 없고 이제 너 하기에 달렸다는 듯이 조용히 미소만 짓고 있었다. 반드시 내가 할 것이라는 확신을 지닌 표정이라 얄미웠다.
‘하! 나참. 쓰레기 차 피하려다 똥차에 치이게 생겼네.’
이젠 빼도 박도 못하고 혼세미궁에서 4국 연합의 정예와 치고받게 생겼다.
“알겠습니다, 요구사항은 패국에 전하겠습니다.”
“전하는 것만으로는 전쟁을 막을 수 없다네. 알고 있겠지?”
“예, 패국에서도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바로 전하는 것이 어떤가?”
“지금요?”
“문제라도 있나?”
없다. 하지만 나도 입장이 있는데 생각할 여유 정도는 줘야 하지 않는가?
“이런 문제는 빨리 매듭짓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야. 지금도 전쟁 준비로 쓸데없는 지출은 계속되고 있으니까.”
“아, 예.”
차강달라이는 경제 관념까지 투철한 초인이었다.
어쨌든 차강달라이의 재촉에 패국에 연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황제와의 직통 라인을 가지지 못한 나는 바로 대공에게 연락했다.
상황제 이후 차강달라이를 만나는 일에 긍정적인 대공이었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낭보 朗報를 기다리던 대공은 한달음에 달려와 통신구 앞에 섰다.
-어떻게 됐나? 만나기는 했나?
하지만 오늘은 낭보 대신 비보 悲報?를 전해야 했다.
사실을 전하자 대공은 예상한 반응을 보였다.
-차원 통로를!
아무 말 하지 않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대공의 표정이 팔색조처럼 변하고 있었다.
처음 놀랐으나 곧 사실을 인정하고 결국은 체념하는 얼굴이 되었다.
-휴! 그래. 영원히 숨길 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 그래도 설마 전쟁의 대가로 차원 통로를 요구할 줄이야…….
“요구가 아니라 공동 탐사 요청입니다.”
-그래, 4개국 공동 탐사. 주도권은 우리가 아닌 3국 연합이 쥐게 될 테고 말일세.
그 역시 당연한 일이었다. 말이 공동 탐사였지 주역은 3국 연합이 될 터였다.
“하지만 전쟁에서 패하면 전부 잃게 됩니다.”
-그래, 일단 알겠네. 폐하께 보고하고 상의해보지.
“차강달라이 님은 비무 결과와 상관없이 약속하지 않으면 전쟁을 벌이실 생각이십니다. 제가 모든 전투에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알고 있네. 그래서 고민인게지.
“제 목적은 전쟁을 막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차강달라이 님의 의견을 지지합니다. 그 점도 꼭 전해주십시오.”
-허허! 고민할 여지도 주지 않는겐가?
“죄송합니다, 좋은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영통을 마치고 이제 만족하냐고 차강달라이를 쳐다봤다.
“좋군! 그럼 나갈까?”
“예? 어디로 갑니까?”
“우린 우리대로 할 일이 있지 않은가? 준비해 놓았으니 바로 시작하지. 따라 오게.”
“설마 비무하자는 겁니까?”
“그게 아니면?”
“싫습니다. 해봐야 얻는 것도 없는데 미쳤다고 힘 뺍니까? 하려거든 혼자 하십시오.”
이겼다고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막말로 심심풀이 껌이나 땅콩 같은 비무였다.
‘해서 내가 얻는 게 뭔데?’
차강달라이를 이겼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차강달라이도 설마 내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나 보다.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나를 꺾었다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명성은 상황제 님을 꺾은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가능하면 그것도 숨겼으면 하니까요.”
“어째서? 나를 이기면 대륙 3강이 아닌 최강자가 되는 것일세. 그런데도 얻는 것이 없다는 것인가?”
“관심 없습니다. 그래도 꼭 저와 비무를 하고 싶으시면 대륙 전쟁과 바꿀 만한 것을 거십시오. 그러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허! 상황제의 말대로 자신감 하나는 이미 절대자로군. 강제로 할 수도 있네.”
“하하!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겁니다. 별로 권장하고 싶지는 않군요.”
“그렇군. 일단 알겠네. 우선 패국의 대답을 기다리기로 하지. 우리 문제는 그 다음에 해결하고.”
[연재]던전 in 무림 2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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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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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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