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219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93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219화
219. 다행이네
상황제가 써준 것은 소개장이지 통행증은 아니었다.
따라서 일행은 상황제를 만나고 나서 한 달이 지나서야 원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통신도 지구만큼 발달한 대륙이었다. 일행이 영지를 떠난 후부터 대공으로부터 수십 수백 차례의 연락이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그동안은 한 번도 응답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통신 추적을 염려해 통신구 자체를 지니지 않았었다.
‘연락이라고 해봐야 빤한 내용이니까.’
당장 돌아오라는 말 외에는 없을 터였다. 전혀 돌아갈 생각이 없는 나와는 괜히 언성만 높아지고 마음만 상할 뿐이었다.
그러나 상황제를 만나고 나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대공이 염려한 문제는 내가 졌을 경우였으니까.
대륙 3강인 상황제를 꺾은 이상 대공이나 패국의 황제가 나를 말릴 명분이 없었다.
‘그 정도가 아니지. 이젠 내게 명령이 아니라 처분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지.’
하지만 아직 완전히 목적을 달성한 것은 아니었다. 상황제가 뜻을 같이한다고 차강달라이를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녀 역시 대륙 3강의 일원으로 차지하는 영향력은 아직 막강했다.
‘이제 겨우 1약인 연합국이 돌아섰을 뿐이니까.’
따라서 최약체인 연합국인 만큼 전체적이니 대세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적었다.
패국의 현 전력으로는 남아있는 2중인 원국과 백국 중에 어느 하나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연합국이 패국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대륙 전쟁은 백중지세 또는 2중연합인 원국과 백국의 우세였다.
‘그렇게 되면 대륙 전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사상자도 늘어난다는 말이지.’
확실한 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 각 진영은 모든 것을 쏟아부을 터였다.
지금처럼 3국 연합과 패국의 전쟁은 누구나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다.
이렇듯 현격한 전력의 차가 있는 전쟁은 절대 오래가지 않았다.
멸망의 길을 걷지 않으려면 패국은 얼마 지나지 않아 휴전이나 종전 협상 카드를 들고나올 테니까.
그렇다면 오히려 내가 나서지 않았을 때보다 못하게 된다는 뜻이었다.
‘싸움을 말리려고 했지 타는 불길에 기름을 끼얹자고 한 일은 아닌데 말이야.’
그러자면 반드시 차강달라이도 꺾어야 했다.
차강달라이의 원국이 빠지면 백국 혼자서는 대륙 전쟁을 수행할 수 없었다. 백국은 싫든 좋든 대륙 전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차강달라이를 만나기 전까지가 문제였다.
현재 나와 상황제와의 비무 결과는 아직 공표되지 않은 상황.
물론 상황제가 물밑에서 움직이며 필요한 사람에게는 말했을 터였다.
‘알아야 할 사람만 알면 되는 일이니까.’
이런 상황이라 패국에서 엉뚱한 짓을 벌이지 않게 단속할 필요가 있었다.
물밑에서 움직이는 사실을 모른 체 애먼 짓을 벌여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
지금 패국은 죽은 듯이 납작 업드려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일이었다.
따라서 패국의 황실을 단속할 필요가 있었다. 각 제국의 돌아가는 사정도 알 필요가 있었고.
통신이 연결되자 대공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막상 연결되자 할 말이 너무 많아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정리가 되지 않은 듯했다.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알아야 대공도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을 터라 내가 먼저 말했다.
상황제를 만나 비무한 얘기를 했다. 수정구 속의 대공의 모습이 가관이었다.
-.......!!
너무 놀라면 비명도 나오지 않는 법이었다. 대공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더니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생각할 시간을 주는 의미에서 앞으로 일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곧 연합국 측에서 모종의 발표가 있을 겁니다. 지금은 차강달라이를 만나러 원국에 와 있는 상황입니다. 상황제의 소개장이 있어 만나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차강달라이를 만나고 나서 다시 연락할 테니 그동안 패국은 어떠한 일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그게 저를 돕는 일입니다. 괜히 내가 상황제를 이겼다고 들떠 애먼 짓을 벌이면 저와는 끝이라고 생각하십시오.
-......그, 그……. 정말인가?
-지금 상황제님이 움직이고 계시니 아는 사람은 아는 얘깁니다. 제 성격은 잘 알고 계실 테니 동네방네 떠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문제는 상황제님도 협조하는 상황이니까요.
-사, 사실이라면 물론 협조해야지. 한데 정말 자네가 상황제님을 꺾었다는 말인가?
사실 누구 보다 믿고 싶은 사람이 대공일 터였다.
하지만 대륙의 누구라도 쉽게 믿을 수 있는 얘기는 아니었다.
따라서 대공이 믿지 못하는 것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었다.
‘구구절절히 설명한다고 바로 납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직접 눈으로 보기 전에는 절대 믿지 못할 일이었다. 따라서 지금 아무리 말해봐야 소용없었다.
설명을 포기하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곧 연합국이 3국 연합에서 탈퇴할 겁니다. 그러니 우선은 내 말대로 해 주십시오.
-휴우! 알겠네. 사실 달리 방법도 없으니 기다릴 수밖에. 자네 말대로 되기를 바랄 뿐이네.
믿고 안 믿고를 떠나 대공의 입에서 당장 돌아오라는 말은 쏙 들어갔다.
지금부터 대공은 모든 채널을 동원해 사실을 확인할 거다. 그리고 나서도 연합국이 3국 연합을 탈퇴해야 비로소 믿을 터였다.
-앞으로는 종종 연락할 테니 각국의 움직임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알겠네. 그 문제는 내게 맡기고……. 조심하게.
-알겠습니다. 대공 님만 믿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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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제국은 피부색이 다른 만큼 문화도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황인종 황인종이 주류인 원국이었으나 동양과는 전혀 달랐다.
‘확실히 거구는 흑인이나 백인이 더 어울려.’
눈에 익지 않은 모습이라 그런지 2m가 넘은 황인종 거인들은 왠지 징그럽기만 했다.
‘같은 것은 피부 뿐인가?’
건물의 형식이나 복장, 식문화 등등 거의 모든 것이 동양보다는 서구적이었다.
‘아니 현대적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동양의 멋을 살린 고전풍의 건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건물들도 동양의 우아한 선이 아닌 패국이나 연합국보다 더욱 각진 모습의 딱딱한 느낌이었다.
우리가 찾아간 차강달라이의 저택도 마찬가지였다.
차강달라이의 저택은 원국의 수도 한복판에 있었다.
차강달라이는 원국의 국공 國公이었다. 타국에 없는 국공이라는 직위는 일인지하 만인지상 一人之下萬人之上이라고 했다.
‘대공보다 위라는 건가?’
황제가 아닌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지위였다.
‘잘도 국공에 만족하고 사는군.’
국공의 지위를 받았다는 것은 전혀 권력에 욕심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아마도 차강달라이가 마음만 먹으면 황제가 될 수도 있을 터.
그런데도 국궁에 만족하고 사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터였다.
‘권력보다는 명예를 더 우선하는 명예충인가?’
아니면 황제라는 병풍 뒤에 숨어 있는 흑막일 터였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 왠지 충 忠이나 의 義를 붙이기는 싫어서 하는 말이다. 그런 사람에겐 묘한 열등감을 느끼니까.
‘다행이라면 아직 그런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점이고.’
소문난 충렬지사 忠烈志士도 막상 까놓고 보면 나랑 똑같은 놈이 대부분이었다. 나머지는 나보다도 못한 놈이었고.
“휘유! 잘손네도 그렇지만 여기도 으리으리 한데요?”
빙궁도 어디 가서 빠지는 곳은 아니었다. 그런데 대륙은 규모가 달랐다.
빙궁의 소궁주인 설빙이 이렇게 말할 정도였으니 동방의 조그마한 나라 출신인 내겐 전부가 아방궁이나 다름없었다.
‘근데 이런 걸 저택이라고 할 수 있나?’
차강달라이의 저택은 백여 층의 고층 빌딩이 수십 채가 줄지어 늘어선 대도시의 빌딩가처럼 보였다.
‘대체 저택에 얼마나 몰려있는 거야? 최소 만 단위는 될 것 같은데? 원국의 수도라는데 사병 제한 같은 건 없나?’
물론 있어도 차강달라이에게는 예외일 거다. 그녀가 역심을 갖는다면 병사의 수가 문제가 아닐 테니까.
‘그리고 원국에서 백 층 이상은 황궁만이 용납된다고 했지?’
원국은 신분에 따라 지을 수 있는 층수가 달랐다. 마치 우리 조상이 칸수로 구분했던 것처럼.
차강달라이의 저택도 한 층의 높이가 지구와 달라 백 층이 넘지는 않았다. 아마 99층 빡빡히 채운 듯이 십여 채의 빌딩이 모두 같은 높이였다.
“하! 이런 상황이니 대체 어디로 찾아가야 하는 거냐?”
튀는 한 채가 있었으면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믿고 있던 잘손이나 날벼락도 알지 못하는지 난감한 표정이었다.
“가가, 괜히 우리가 발품팔 필요 있나요? 그냥 아무 데나 현관에서 초대장을 보여주죠? 그럼 알아서 연락해 주겠죠.”
설빙이 쓸데없는 걱정한다는 듯한 말에 격렬하게 공감이 됐다.
“그게 좋겠다. 상황제 님이 연락해서 우리가 방문할 것을 이미 알고 있을 테니까.”
“예, 그렇게 해요.”
날벼락을 쳐다보며 지시했다. 초대장을 건넬 사람은 당연히 날벼락이었으니까.
“주고 와라.”
“예, 사부.”
날벼락이 소개장을 건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흑색 변신 장갑을 걸친 수십 명의 사내가 빌딩 속에서 쏟아져 나왔다.
저벅저벅.
사내들은 급하지 않은 발걸음으로 질서 정연히 열을 지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대장인 듯한 자가 나와 정확히 내 앞에 서서 절도 있게 한쪽 무릎을 꿇고 경례하며 말했다.
“마른 장작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척!! 처저적.
등 뒤의 사내들 역시 동시에 경의를 표했다.
사내들의 일사불란한 행동에 조금 감동했다. 여태 어딜 찾아가 이런 대접을 받기는 처음이었으니까.
‘오오! 과연 소개장! 과연 대륙 3강.’
전부 소개장의 힘이었다. 안에 쓰인 내용이 무언지는 몰라도 대접이 전혀 달랐다.
괜히 어깨가 으쓱해 마주 포권하며 모두에게 혜광심어를 보냈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예상치 못한 서비스에 사내들은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혹시 자기만 들었나 주위를 둘리며 눈으로 확인하는 모습에 실소가 흘러나왔다.
-훗! 이만 차강달라이 님께 안내해 주시겠습니까?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하겠습니다.”
그래도 대장이라고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나머지도 대장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일사불란하게 돌아서 앞장섰다. 바로 만날 수 있는 모양이었다.
뒤를 따라가며 날벼락의 속삭이는 전음이 들려왔다.
-다행이네요, 사부.
-그러게. 마침 집에 있었나 보네.
다행이었다. 재수 없으면 몇 날 며칠을 기다릴 수도 있었으니까.
[연재]던전 in 무림 2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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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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