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218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98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218화
218. 둘 다 좋지 않아.
상황제가 별장을 나서는 내게 물었다.
-그럼 자넨 바로 원국으로 갈 생각인가?
-예,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빨리 해치우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럼 돌아갈 때 들리게.
일을 마치면 포탈을 타고 바로 패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예? 뭐 제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면 지금 하시죠. 바로 패국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상황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닐세. 그럼 연락이라도 주게. 그럼 내가 패국으로 찾아가도록 하지.
상황제씩이나 되는 사람이 직접 찾아오겠다고 했다.
목마른 사람이 샘 판다고 내게 뭔가 아쉬운 소리를 하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게 뭐냐고 물으면 옳다구나 말해줄 거다. 아니면 좀 더 애를 태워 내 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오게 하던지.
‘둘 다 좋지 않아!’
나중에 말하겠다는 것을 지금 구태여 물어 놓고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일.
지금 물어보면 싫든 좋든 부탁을 들어주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따라서 여기서 물어보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궁금해도 꾹 눌러 참고 돌아서야 했다.
하지만 이성의 판단과는 별개로 호기심의 노예가 된 주둥이가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대체 제게 부탁하려는 일이 뭔데 직접 찾아오시겠다고 하시는 겁니까?
상황제가 뜻대로 되어간다는 듯이 씩 웃으며 물었다.
-지금 듣겠는가?
지금도 늦지 않았다. 아무말 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서기만 하면 되었다.
주둥이가 다시 나불대려 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랬더니 이번엔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끄덕끄덕.
멀뚱이 서서 상황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상황제가 빙그레 웃으며 내 손을 잡아 끌었다.
-고맙군. 긴 이야기는 아니지만 서서 할 얘기는 아닌 듯하군.
결국, 다시 거실로 들어가 마주 앉게 되었다.
-자네는 대륙 전쟁을 막고 나서도 계속 패국에 머물 생각인가?
-예,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대답을 하는 도중 아차 싶었다. 문제가 있어도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이지.’
상황제는 차강달라이와의 비무 이후를 걱정하고 있었다.
대륙 3강 중에 살아있는 둘을 꺾었으니 명실공히 대륙 최강자가 되는 거였다.
‘그런 놈이 가뜩이나 1강인 패국의 신하라면?’
호전적인 성향으로 대륙의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가 패국이었다. 그나마 원국과 백국의 동맹으로 간신히 유지되는 상황이었고.
지금은 잠시 내부 사정과 3국 연합으로 인해 고개를 숙였을 뿐이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3국 연합이 해체되고 나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었다.
‘당장은 아니라도 패국에서 이번에 당한 치욕을 잊지는 않겠지.’
이런 상황에서 내가 패국의 신하로 있다면 복수극을 앞당길 뿐이었다.
침중한 안색의 상황제에게 물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두 가지 방법이 있겠지.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거나 모든 나라에서 작위를 받는 방법. 내 생각에는 두 번째가 좋을 듯하네. 허울뿐이라도 일단 작위를 가지고 있는 이상 모르는 척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말일세.
내가 생각해도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문제는 전쟁 억지력이 내게 집중된다는 점과 각국의 반응이었다.
‘특히 황제나 권력자들의.’
만일 상황제의 말대로 한다면 내 영향력은 황제 이상이었다.
‘대륙을 지배하는 숨은 황제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런데 과연 황제들이 자기 머리 위에 누가 있는 꼴을 보려고 할까?’
절대로 아니었다. 내가 아무리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믿지도 않을 테고.
‘뭐 그거야 지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내게도 나쁜 일은 아니니까.’
그렇지 않아도 어느 한 나라에 치우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적과의 동침이나 마찬가지 관계인 패국과 더는 친해질 필요도 없고.’
어차피 패국과는 좋은 결말을 기대할 수 없었다.
‘더구나 대륙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면 다시 혼세 미궁 탐험에 나설 테니까.’
그때 가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보다는 지금 두루두루 발을 뻗치는 편이 나았다.
따라서 상황제의 대책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신 형식적인 작위인 만큼 예식은 간단하게 치렀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지. 그럼 돌아가는 길에 본국에 들러주게. 그때까지는 전부 준비해 놓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차강달라이 님께도 말해야겠군요.
-그렇게 하게. 그쪽도 무슨 뜻인지 알고 있으니 흔쾌히 받아들일 걸세.
-알겠습니다. 상황제 님도 수고 좀 해 주십시오.
그렇게 대륙의 흑막이 되기로 결정하고 일행을 찾아 별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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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제와 많은 대화를 나눴고 모두 중요한 얘기였지만 실제로 지난 시간은 반나절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구태여 일행을 찾지 않고 약속한 호텔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호텔 로비 소파에 축 늘어져 있는 날벼락을 발견했다.
혹시 일행이 먼저 돌아온 것인가 주위를 살폈지만 그녀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툭!
소파에 늘어져 있는 날벼락의 어깨를 치며 말을 건넸다.
“어! 아직 돌아올 시간이 되려면 멀었는데 왜 니가 여기에 있어?”
“.......아, 사부.”
돌아다보고 나를 확인한 날벼락은 세상만사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제대로 대답도 하지 않는 날벼락을 다그쳤다.
“왜 혼자 있냐니까?”
“어휴! 잠깐만요. 이제 도착해서 간신히 숨 고르는 중이에요.”
“비무라도 했어? 숨을 고르기는 뭘 골라?”
날벼락은 힘겹고 고개를 들어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사부,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뭐가?”
“대체 이 넓은 시장을 몇 바퀴나 돌아야 성이 차는 걸까요?”
“왜? 몇 바퀴나 돌았는데?”
“세 바퀴까지 따라 돌고 들어왔어요. 아마 아직도 돌고 있을 거예요.”
대충 감이 왔다. 쇼핑에 지친 거였다. 하지만 저도 처음에는 마찬가지였다.
“너도 좋다고 따라 다녔잖아? 신나는 것 같던데?”
“어휴! 처음에는 저도 앞으로를 생각해서 장단을 맞췄지만……. 도저히 따라갈 수 없네요.”
“앞으로라니?”
“사모님과 아주마단이요. 앞으로 대륙에 상주하게 되면 같이 지내야 할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친분이라도 쌓을 생각으로…….”
“흐흐! 그럼 그렇지. 나도 처음에는 네가 그러기에 어라? 싶었다.”
“예, 이제 와 친분은 무슨……. 그냥 생긴 대로 살려고요.”
천상 무인에 남자 같은 성격의 날벼락이었다. 그런 날벼락이 여자 같은 모습을 보여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그랬더니 결국 본 모습을 보이고 만 거였다.
“그런데 잘손은?”
“그놈 정말 이상한 놈이에요. 무슨 남자 새끼가……. 사모님보다 더한 놈이에요. 그놈은.”
“그래? 세상엔 별 놈이 다 있으니까. 그건 그렇고 별 일은 없었지?”
“예. 그런데 사부는 어딜 갔다 오시는 거예요? 빈손인 걸 보면 쇼핑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
“흐흐흐! 깜짝 놀랄 일이 있었지. 다시 말하면 입 아프니까 전부 모이면 그때 얘기해 줄게.”
“예, 알았어요. 그럼 방에 올라가서 쉬고 있을게요.”
다른 때 같으면 궁금해 매달렸을 날벼락이었다. 그런 애가 만사가 귀찮은지 고개를 끄덕이고 올라갔다.
‘꽤나 시달렸던 모양이군.’
@
저녁.
모두 모인 자리에서 상황제를 만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반응은 반반이었다.
“그랬군요. 잘 됐네요.”
“호호! 그럼 이제 원국에 가기만 하면 되는 거네요?”
설빙과 은하 누님은 당연하다는 듯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단지 여정이 줄어든 점이 반가운 듯했다.
날벼락과 잘손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너무 놀라 눈이 튀어나올 듯한 얼굴로 입만 뻥끗하고 있었다.
“정말, 정말이에요?”
“성황제 님을……. 상황제 님을…….”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설마 이길 줄은 몰랐던 거다.
대륙 100강의 1인이며 나에 관해 많이 알고 있는 날벼락마저 마찬가지였다.
아마 막연히 비슷하거나 내가 조금 아래일 것으로 생각한 듯했다.
그녀 역시 대륙의 무인으로서 대륙의 무공에 대한 자긍심이 있을 터였다.
대륙 무공의 최고봉이 이계의 무공에 꺾인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듯했다.
날벼락은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 상황제의 모습에 관해 물었다.
“어떻게 생기셨는데요?”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기를 바라며 대답을 기다렸으나 한마디 할 때마다 얼굴이 썩어갔다.
알려진 상황제의 모습 그대로였으니까 말이다.
‘인마, 비무까지 했는데 다른 사람일 리가 있겠냐?’
낙담한 날벼락까지는 괜찮았는데 잘손이 문제였다.
처음에는 날벼락처럼 실망한 눈치더니 어느새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예의 바닥에 머리찍기를 다시 시전하며 외쳤다.
“충성을 다 하겠습니다!”
어린놈이 쓸데없이 고집만 세서 앞일이 걱정되었다. 마치 평생 떨어지지 않는 혹 덩어리를 달은 기분이었다.
‘하! 이놈은 지갑 외에는 정말 쓸모없는 놈인데. 쩝!’
이제 곧 4대 제국에서 작위를 얻을 터였다.
아무리 명예직이라도 품위 유지비는 필요할 터.
‘설마 모른 척 하겠어?’
만일 모른 척하면 슬쩍 한 나라에만 흘리면 네 나라가 다 알아서 챙겨줄 거였다.
한 나라와 친밀한 관계를 원하지 않는 만큼의 두둑한 지갑으로 보상받을 터였고.
따라서 앞으로 지갑 걱정은 없을 터였다. 잘손의 가치도 희미해질 터이고.
[연재]던전 in 무림 2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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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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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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