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217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6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217화
217. 1건 낙찰인가?
상황제의 시도는 내력 대결로 몰고 가려던 내가 더 바라던 상황이었다.
‘흐흐!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입니다!’
손을 빼기는커녕 오히려 빼지 못하도록 손가락 사이로 넣어 깍지를 끼었다.
나와는 신장이 무려 1m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제였다.
마주 손을 잡은 모습은 마치 다윗과 골리앗. 아니 아빠 손을 잡은 갓난아기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흡자결에 이어 깍지까지 끼었으니 내공 대결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와락!
그 상황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상황제는 마력을 끌어올려 내 손을 꺾으려 했다.
그러나 힘과 신장으로 찍어누르기에는 우리 경지가 너무 높았다.
꽈악!
깍지 낀 손에 더욱 힘을 주며 냉온탕의 내공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헙!]
본격적으로 내공을 운용하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했다.
마력을 일으켜 내공을 방어하는 한편 깍지 낀 손을 풀려 애를 쓰기 시작했다.
‘흐흐! 어딜!’
손을 아래위로 흔들고 좌우로 돌리며 깍지를 풀려고 했다.
그때마다 내 몸은 바람에 흔들리는 연처럼 사정없이 흔들렸다.
하지만 껌딱지처럼 붙은 손바닥은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물론 깍지도 풀리지 않았고.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자 상황제의 메시지가 뇌리를 울렸다.
-정말 이럴 텐가?
-우열을 정하기에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죽을 수도 있네?
이렇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는 사실은 아직은 여유가 있다는 뜻.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상급 내상 포션 한두 병이면 나을 정도로만 상대해 드릴테니.
-후회하게 될 걸세.
-그 말은 그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이 전음을 마지막으로 일시에 내공을 폭발시켰다.
화르륵! 츠츠츠!
4백 년에 달하는 내력이 전부 열탕, 냉탕이 되어 상황제의 장심을 향해 밀려 들어갔다.
화악! 번쩍번쩍!
곧 상황제의 몸에서도 금광이 터져 나왔다. 황금색 마력이 밀고 들어오는 냉온탕을 막아섰다.
깍지까지 끼어 꽉 잡은 손. 장심과 장심 사이는 1㎜의 틈도 없었다.
투둥!
밀고 들어가려는 내공과 막아선 황금 마력이 충돌을 일으키며 거대한 반탄력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흡자결을 운용한 상태.
미증유의 반탄력이 서로에게 밀려갔으나 붙어 있는 손바닥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 대신 우리 두 사람은 온몸으로 반탄력을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이미 기호지세 騎虎之勢. 누구도 내력을 거둘 수는 없었다.
따라서 온몸으로 반탄력을 감당하며 내력과 마력을 쏟아부었다.
터덩! 텅! 퍽퍽퍽퍽!
황금색의 마력과 희고 푸른 내력이 서로 얽히며 땅거죽이 일어나고 암석이 부서져 나갔다.
연이은 반탄력의 충격으로 주변이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꽉 잡은 손은 풀어지지 않았다.
아직 내력과 마력은 백중지세 伯仲之勢였다. 장심을 허락하는 순간 상대의 내력은 바로 심장까지 치달릴 터였다.
조금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다.
‘혹시 정말 기연 7연짱이라도 한 거 아냐?’
상황제의 마력이 나보다 높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조금씩 밀려올 때였다.
[으음……!]
상황제의 입에서 나직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흘러나온 신음은 승패가 결정짓는 신호였다.
지금의 상황을 상황제가 더는 감당하기 버겁다는 뜻이었으니까.
‘흐흐흐! 그리고 내게는 아직 60년의 내공이 있단 말이지!’
만일을 위해 꽁꽁 숨겨놓은 60년의 내력까지 한꺼번에 방출했다.
화륵화르륵! 츠츠츠츠!
천겁의 파란 불꽃은 단숨에 상황제의 장심을 점거했다. 그에 그치지 않고 팔뚝을 타고 어깨를 향해 진격했다.
화악!
상황제는 다급히 황금 마력을 끌어 올리며 막아보려 했다.
하지만 한번 승기를 잡은 냉온탕은 양보를 몰랐다.
장심을 통해 팔뚝을 타고 심장을 향해 거침없이 진격하고 있었다.
화르륵!
천겁의 불꽃은 어깨까지 밀고 들어가며 옷은 물론이고 무성한 금색 털까지 싹 태워버렸다.
츠츠츠!
빙백의 냉기는 어깨까지 서리가 내린 듯 살얼음을 얼려주었다.
어깨까지 반질반질한 맨살이 드러난 상황제의 오른손과 어깨까지 새하얀 서리가 내린 듯한 왼손.
털 뽑은 닭과 같이 초라한 모습은 상황제의 완벽한 패배를 알려주었다.
상황제의 심장을 향해 진격하는 냉온탕을 급히 멈췄다.
상황제가 의아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끝을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왜 멈추냐는 뜻이었다.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언제 원수라도 졌습니까?
이미 승패는 갈렸다.
그의 진신 무공이 어떤 것이든 내력에서 밀렸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의미했다.
‘다시 싸워도 나를 이기기는 어렵다는 뜻이지.’
말했듯이 무공은 내공으로 시작해서 내공으로 끝났다.
아무리 절세 무공이라도 내공이 받쳐주지 못하면 삼류에도 이길 수 없었다.
‘만일 상황제의 목이 필요하게 되면 그때 따면 될 일. 지금은…….’
상황제를 죽여서 얻는 이익보다는 살려서 얻는 이익이 컸다.
따라서 나는 당연한 선택을 했을 뿐이었다.
상황제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허! 이제 내 목은 호주머니 속의 물건이라는 뜻이군.
-뭐, 아니라고는 하지 못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떻게는. 패자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자네가 하라는 대로 하도록 하겠네.
세상 포기한 사람처럼 대답하는 상황제였다.
‘설마 엉뚱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대륙 3강이고 초인이라도 사람이었다. 근 백여 년을 유지한 명성을 한순간 잃어버린 상황이었고.
이런 상황에선 어떤 식으로 흑화 黑化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흑화해서 꼬장 부리면 고생하는 나니까.’
너무 실의에 빠져 잘못된 선택이라도 할까 봐 딴에는 위로라도 할 생각으로 물었다.
-허탈하십니까?
-글쎄, 허탈하기 보다는 후련한 것 같군.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물었다.
-후련하다고요?
-그래 이제야 무거운 짐을 벗은 듯한 기분이야.
-짐이요?
-대륙 3강이란 자리를 지킨 지도 근 백 년일세. 우리 수인족에도 절대 짧지 않은 세월일세.
-절대자의 고독이라는 겁니까?
아는 체 좀 해봤으나 상황제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대륙 3강은 혼자가 아니니 절대자의 고독은 아니지. 비슷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 최소한 둘은 더 있다는 뜻이니까. 서로 친분도 있었고.
확실하게 아니라고 했다. 머쓱해진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럼 대체 뭐냐고?
-그럼 뭡니까? 왜 져놓고도 후련하다는 겁니까?
-우리가 비록 명성과 명예에 집착하는 사람은 아니네만 주변의 시선까지 무시하기는 어려운 법이야. 특히 우리 대륙 3강은 혼자가 아니지 않는가?
맞다. 대륙 3강은 모두 일국을 대표하는 권력자였다.
-그래서요?
-싫든 좋든 항상 주변에 신경을 써야 했지. 나보다는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했고. 그게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이젠 졌으니까 의무고 권리고 다 팽개치시겠다?
-하하하! 그렇게 되나? 아무튼, 알게 모르게 우릴 얽어매고 있던 사슬이 풀린 기분일세. 그 점은 자네에게 고맙다고 해야겠네.
나 역시 비슷한 처지여서 조금은 공감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난 도주를 택했고 감투는 적극적으로 회피해 왔다.
‘그래도 피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대륙 3강과 내가 다른 점은 딱 하나였다. 대륙 3강은 모두가 알았고 나는 아는 사람만 안다는 점이었다.
더구나 나는 아직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대륙 3강이 느끼는 중압감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아직 이렇게 빨빨거리고 돌아다닐 수도 있다는 말씀.’
어쨌든 상황제의 말하는 폼을 보아하니 잘못된 선택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구태여 어울리지도 않는 위로의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상황제님, 꼭 차강달라이 님도 만나야 할까요?
-원래 목적이 그녀를 만나는 것이 아니었나?
-그게 쉽지 않으니까 묻는 것이 아닙니까? 상황제 님은 꼭 먹어봐야 맛을 아십니까? 어차피 결과는 정해졌는데 과정이 복잡해서 그런 것 아닙니까?
-하기는. 그녀는 나처럼 운 좋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
-예, 그러니까 상황제님이 좀 도와주십시오. 아니면 같이 가 주시던지. 아! 별로 할 일도 없는 것 같던데 함께 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상황제는 잘만의 손자인 잘손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존재였다. 대륙 3강인 상황제가 함께 가준다면 여러 가지로 편할 터였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했어도 대륙 3강인 상황제가 간단하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못 먹는 감 찔러나 본 거였다.
-이미 기정사실이 된 전쟁일세. 그런 일을 뒤집으려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세. 내 말 한마디로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는 일이 아니란 말일세.
상황제의 말이 맞았다. 상당히 진척된 상황이라 물리기도 쉽지 않았다.
-쩝! 그야 그렇겠지요. 무슨 방법이 없겠습니까?
-흠! 그렇다면 내가 소개장을 써 주도록 하지. 불필요한 과정의 상당 부분을 줄여줄 걸세.
-아!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웬만하면 싸우지 말고 그냥 협조하자고 해 주십시오.
-하하! 일단 자네 말대로 하겠네만 보장은 할 수 없다네.
뭐 사실 기대도 하지 않았다. 대륙 3강쯤 되는 사람이 말 한마디에 기권할 리는 없을 테니까.
‘더구나 차강달라이는 자존심 강하기로 소문난 여자라는데. 쯧!’
왠지 가장 치열한 비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여자라고 봐 줄 생각은 조금도 없으니까.’
자존심 강한 놈도 북어 패듯이 패면 나긋나긋하게 되는 법이다.
그렇게 상황제의 소개장 한 장을 달랑 들고 일행을 찾아 나섰다.
‘어쨌든 1건 낙착인가!’
뜻밖의 만남으로 많은 시간을 줄였으니 역시 될 놈은 되는 법이라고 다시 깨달았다.
[연재]던전 in 무림 2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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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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