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213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5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213화
213. 만독불침입니다
한마디도 지지 않자 금모 노인은 입을 다물었다. 계속 얘기해봐야 결국 나이 많은 자신이 손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노인은 더는 대꾸하지 않고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보나마나 내 정체를 생각하고 있겠지!’
나도 나름대로 노인의 정체를 유추하느라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솔직히 정체 모를 노인의 신분이 궁금하긴 했다.
하지만 이 또한 누가 먼저 말을 거냐는 자존심의 대결이라고 생각했다.
‘참! 나도 쓸데없는 일에 자존심을 세운단 말이야. 쩝!’
알량한 밴댕이 소갈머리의 주인공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시 눈싸움이 시작된 건 아니지만 어쨌든 묘한 침묵 속에 서로 노려보는 상황이 이어졌다.
‘혹시?’
그동안 난 노인의 정체를 유추하는 한편 주변의 이목을 조사했다.
대륙 10강 안에 드는 강자라면 대단한 신분의 소유자였다. 그런 노인이 시장 바닥에 혼자 있지는 않을 듯했다.
‘어딘가 호위나 일행이 있겠지?’
또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했다. 대륙 10강의 초인 일행이라면 그 또한 범상치는 않을 터.
최상급 전사 이상의 마력 소유자를 탐색했다.
‘이상하네?’
가까운 주변에 있는 최상급 이상의 전사는 모두 네 명. 바로 내 일행이었다.
그들 외에 다른 사람의 마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혼자 있는 거야? 혹시 독거노인?’
하지만 날벼락에 틈틈이 들은 대륙 10강 중에 독거노인은 없었다. 모두 일국의 공작 이상의 지위로 혼자 다닐 수는 없는 처지였다.
‘흐음! 그렇다면 강호의 은거 고수라는 말인가?’
-잠깐 따라오겠느냐?
이런저런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노인의 메시지가 들어왔다.
‘이번엔 내가 이겼다!’
노인 역시 내 정체가 궁금했을 터.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대화를 신청한 거다.
내심 승리의 환성을 지르면서 즉시 대답했다.
-어디로 말입니까?
-자네와는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어디든 좋으니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것이 어떨까?
-혼자십니까?
-아! 자넨 일행이 있었나?
-예, 있긴 있는데 지금 한창 쇼핑 중이라 괜찮을 듯합니다만?
-그래? 난 혼자네. 아는 장소가 있으면 안내하게.
안내하라는 것으로 보아 다짜고짜 치고받을 생각은 아닌 듯했다.
‘하지만 결국은 그렇게 되겠지. 쩝!’
무인의 호승심이란 이성으로 억누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대륙 3강 전에 전초전을 치른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전 이곳이 초행입니다. 앞장서시면 따라가겠습니다.
-그래도 되겠나?
-설마 잡아먹기야 하겠습니까? 그러실 겁니까?
-흐흐흐! 사내 고기에는 취미 없다네. 실없는 소린 그만하고 따라오게.
금모 노인은 벌떡 일어나 날 한 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다신 쳐다보지 않고 휘적휘적 앞장서 걸었다.
인파 속을 헤치고 나오길 십여 분. 드디어 시장을 벗어났다.
‘나야 한 번 호되게 당해 보법을 사용했지만........’
패국 시장에서 얼굴이 어깨에 부딪혀 고생했다.
‘천하제일의 보법을 겨우 사람 피하는 데 사용하다니. 쩝!’
복잡한 곳에선 부딪히지 않으려 칠성둔형을 사용했다. 덕분에 빠르게 인파를 헤치고 시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금모 노인은 보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쩝! 저런 방법도 있었네……. 나도 호신강기를 쓸걸.’
대신 마력으로 몸 주위에 보이지 않는 보호막을 쳤다. 따라서 다가온 사람들이 저절로 밀려났다.
노인은 마치 홍해 바다가 갈라지듯 저절로 갈라지는 인파 속을 유유자적하게 걸어갔을 뿐이었다.
파바밧! 휙휙!
시장을 벗어나자 노인네의 걸음이 빨라졌다.
‘저거, 저거? 나 보라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노인의 신형이 꺼지듯이 사라져 10여 미터 앞에 나타나며 갈지자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아마 경공으로 나를 시험하는 듯했다. 대륙이든 무림이든 제 눈으로 보지 않곤 믿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육지비행술로 노인네를 놀래줄까 하다 그만두었다.
생각해 보니 난 목적지를 몰랐다. 따라서 노인네를 추월해봐야 결국은 기다려야 할 일.
‘괜히 애먼 곳에 힘쓰지 말자.’
한 살이라도 젊은 내가 참자고 생각하면서 느긋하게 따라갔다. 이럴 때 쓰기 좋은 경공은 육지비행술 말고도 많았으니까.
금모 노인도 내가 느긋한 표정으로 따라오자 곧 시험을 그만뒀다.
‘그래도 목적지에 다 왔지만.’
그동안 달린 거리가 꽤 되는지 번화가를 벗어나 울창한 숲이 나왔다.
-다 왔네. 이곳이라면 괜찮을 듯싶군.
멈춰선 노인은 불친절한 설명을 끝으로 숲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숲속의 공터에서 한판 뜨자는 얘기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조용히 따라갔다.
숲에 들어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공터가 나왔다.
그런데 완전한 공터가 아니었다. 넓은 초지에 나무로 지은 건물이 하나 덜렁 놓여 있었으니까.
나무로 지었다고 초가 정도의 규모가 아니었다. 건물은 하나지만 넓고 커 마치 10층 빌딩을 눕혀 놓은 듯했다.
얼른 건물 내부의 마력을 탐색했다. 이런저런 마력이 탐지되었으나 신경 쓸 정도의 크기는 아니었다.
건물을 가리키며 물었다.
-여긴?
-내 별장이네. 사용인 외에는 없으니 안심하게.
-그렇군요.
-안으로 들어가지. 별장이라 별 건 없네.
-예,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건물 내부는 노인의 말대였다. 꼭 필요한 물건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거실 중앙의 소파로 안내하며 노인이 물었다.
-뭐 마실 거라도 줄까? 독은 타지 않을 테니 안심하게.
-하하! 독을 타셔도 상관없습니다. 전 만독불침萬毒不侵이거든요?
사실은 천독불침千毒不侵이었다. 그래도 이런 때는 약간의 허세를 떨 필요가 있었다.
-응?
과연 노인도 만독불침이라는 말에는 놀란 모양이다. 새삼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자리를 권했다.
-앉지. 마실걸 내오라고 했으니 곧 가져올 걸세.
-예, 그럼.
소파는 역시 높았으나 다행히 바닥에 발이 닿았다. 만독불침이라고 허세를 떨었는데 발이 허공에 달랑거리면 면이 서지 않으니까 말이다.
사용인인 듯한 여자가 조용히 마실 것을 놓고 돌아갔다. 그녀에게도 마력이 느껴지긴 했으나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정체 불명의 노란 액체를 한 모금 마시면서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도 내심 정말 알림이 뜨는 것이 아닌가를 신경 썼다.
‘허허실실虛虛實實이라고 이러면서 정말 독을 탈 수도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노인의 말대로 독을 타지는 않았다. 그냥 달고 시원한 청량음료였다.
탁.
다 마신 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시장에서 봤을 때와는 대접이 많이 다르십니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고운 걸세.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 아닌가?
-하하하! 그렇지요. 그런데 노인장은 대체 누구십니까?
마력만큼이나 입담도 좋은 노인네라고 생각하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노인이랑 말장난이나 하려고 이곳까지 따라온 것은 아니니까.
-그러는 자네는 누군가?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단 말이야.
-제가 먼저 물었는데 되묻깁니까?
-아! 그랬지. 이런 식으로 묻는 사람은 몇십 년 이래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그만…….
금모 노인은 그러고 나서 잠시 말을 멈췄다. 사람 호기심을 자극하는 극히 상투적인 수법이었다.
‘보통은 이 다음에 한 번 더 질질 끄는 대사가 나오기 마련인데? 정말 나를 모르나? 등의.’
아니나 다를까 노인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을 텐데 자넨 정말 내가 누군지 모르겠나?
-글쎄요. 제가 견문이 짧아 그런지 몰라도 전혀 모르겠습니다. 대륙 10강에 독거노인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질 못해서요. 혹시 정체를 감추신 은거기인이라도 되십니까?
-하하하! 나를 보고 은거기인이라! 여태 들어본 농담 중에 가장 재미있는 농담이었네.
-정말 모르겠으니까 그냥 알려주십시오. 그럴 생각이 없으시다면 그만 돌아가겠습니다.
정말 일어나는 모션까지 취하면서 말하자 노인이 손을 저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알겠네. 알려주지. 알려줄 테니 자리에 앉게. 대신 듣고 나서 놀라진 말아야 하네.
-귀신도 아니고 사람 이름 듣고 놀라겠습니까?
-하하하! 그런가? 그렇다면 안심하고 말해주지.
그리곤 또 한차례 뜸을 들였다. 노인네가 아주 영악했다.
하지만 노인의 정체를 듣고나선 나 역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나를 상황제라고 부른다네.
-사, 상황제요? 대륙 3강의 상황제? 노인네가 연합국의 전대 황제이신 그 상황제라고요?
-그러게 놀라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왜? 믿기지 않나?
‘이런 제길! 놀라지 않을 수 있나?’
시장 바닥에서 만난 금모 노인이 바로 내가 만나야 할 대상 대륙 3강 중에 한 명이라니, 기가 막혔다.
‘소재 불명이라 만나기가 어렵다면서?’
그래서 패국에서 가까운 연합국의 상황제를 두 번째로 미룬 거였다. 차강 달라이를 만나는 동안 잘손이 소재를 파악하겠다고 했고.
아무리 가까워도 만나지 못하면 소용없는 일이니까 뒤로 미룬 거였다.
‘그런데 이렇게 만날 줄이야. 될놈될이라고 하늘이 돕는 거야. 어쩐지 노인네 정보가 읽히지 않더라니. 대륙 3강 정도 되면 시스템도 한 수 접어주는 모양이네.’
어쨌든 먼 길 갔다가 되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점이 가장 기뻤다. 상황제 찍고 차강 달라이를 만나면 일은 해결 될 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편안히 갈 수 있을 듯했다.
‘흐흐! 장거리 이동 포털을 타고 돌아가야지.’
아직은 상황제와 차강 달라이에게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비록 상황제의 정보는 읽지 못했어도 무인에게는 감感이 있었다. 나도 무인의 탈을 쓰고 살아간 지 벌써 오륙 년이 지났다. 감도 생길만했다.
어쨌든 놀란 심장을 진정시키며 기가 막혀 대답했다.
-하참! 나야 노인네 실력을 대충 아니까 믿기야 믿죠. 하지만 상황제 씩이나 되는 분이 왜 시장 바닥에서 눈싸움이나 걸고 있는 겁니까?
-나야 자네 말대로 은퇴 노인이니까 시장 바닥에 있어도 말이 되지. 한데 자네야말로 대체 누군데 시장 바닥에서 노인네에게 눈싸움이나 걸고 있는 건가?
-하! 이거 사실대로 말해도 안 믿으실 것 같은데.......
나도 상황제와 같은 수법을 써봤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제재가 들어왔다.
-말끌지 말고!
-하하하! 그것 보세요. 듣는 사람은 기분 더럽다니까요. 어쨌든 저로 말씀드리면 원래 원국에서 태어나…….
대륙에서의 설정을 술술 풀어놓았다. 지금은 패국에 거처를 잡았으며 대륙 전쟁을 막기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중이라고.
그래서 또 다른 대륙 3강인 차강 달라이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 잠시 들른 것이라고.
설정 외에는 있는 그대로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그래야 상황제가 진심으로 상대해 줄 테니까.
[연재]던전 in 무림 2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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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207-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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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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