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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인 무림 212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09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212화

212. 눈만 빼고 말이지

 

 

 

 

 

그렇게 시작한 이종족의 재래시장 탐방이었다.

 

 

 

 

 

사실 이종족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기한 일이었다.

 

 

 

 

 

‘하물며 다른 차원의 마법 문명까지 볼 기회임에야…….’

 

 

 

 

 

온종일이 아니라 몇 날 며칠을 해도 질리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불과 한 시간 만에 손발을 들고 말았다.

 

 

 

 

 

‘여자와 하는 쇼핑이 아니었을 때는 말이야. 아! 역시, 여자와 함께 쇼핑하는 게 아니었어.’

 

 

 

 

 

무림의 여협이나 대륙의 초인도 여자였다. 이십 대 초반의 아가씨인 설빙이나 불혹 不惑을 넘겨 중년 아줌마인 날벼락과 은하 누님도 마찬가지였다.

 

 

 

 

 

신분이나 나이, 차원과도 상관없이 지구와 별다른 바 없는 그냥 여자였다.

 

 

 

 

 

‘마음에 들면 그냥 사면 되잖아? 지갑도 든든한데.’

 

 

 

 

 

그런데 도대체 물건을 한 번에 사는 경우가 없었다. 일단 마음속에 킵해 놓고 다른 물건과 비교해 본 뒤 역시 그 물건이라며 되돌아갔다.

 

 

 

 

 

‘대체 몇 번을 왔던 길을 돌아가는 거야?’

 

 

 

 

 

시장에 들어선 지 한 시간이 지났으나 고작 백여 미터 전진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시장을 통과하려면 석 달 열흘도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로 행동하려고 잘손을 쳐다보았다.

 

 

 

 

 

뭔가 신기한 물건이라도 봤는지 은하 누님에게 침을 튀겨가며 설명하는 중이었다.

 

 

 

 

 

‘이 새끼는 대체 뭐야?’

 

 

 

 

 

덩치는 산만한 놈이 여자들처럼 쇼핑을 만끽하는 분위기였다.

 

 

 

 

 

‘차라리 잘된 일인가?’

 

 

 

 

 

물건을 살 사람은 여자들. 내가 지갑을 가져가면 날벼락 돈을 써야 했다.

 

 

 

 

 

‘제자 돈도 내 돈이나 마찬가진데 그럴 수는 없지. 잘손을 데려가도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생각을 정하고 한창 설명을 듣느라 여념이 없는 날벼락에게 말했다.

 

 

 

 

 

“난 혼자 한 바퀴 둘러볼게. 저녁 먹기 전까지는 호텔로 돌아와.”

 

“사부, 혼자서 괜찮겠어요?”

 

 

 

 

 

제 딴에는 내 생각을 해주는 듯했으나 전혀 나를 따라나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누님과 날벼락이 아니라면 혼자가 편했다.

 

 

 

 

 

잘손을 데려가도 내 의사는 전달해도 상대의 말을 들을 수 없는데 무슨 소용이겠는가.

 

 

 

 

 

더구나 이곳은 종족수 만큼이나 많은 언어가 존재할 터.

 

 

 

 

 

제국어를 모른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터였다.

 

 

 

 

 

그래도 날벼락의 말이 괘씸해서 한마디 해봤다.

 

 

 

 

 

“왜? 니가 따라올래?”

 

“호호호! 아니에요. 정 급하면 혜광심어를 쓰세요. 그럼 호텔에서 만나요.”

 

 

 

 

 

제자라는 년이 일언지하에 거절이었다.

 

 

 

 

 

‘하긴 마누라도 그런데 제자에게 뭘 더 바라겠어.’

 

 

 

 

 

그렇게 일행과 헤어져 나홀로 시장 견학을 시작했다.

 

 

 

 

 

신기하긴 해도 갖고 싶은 생각까지 드는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나는 워낙 가진 게 많아 웬만한 물건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덕분에 확실히 진행 속도가 빨라 불과 십여 분만에 일행이 전혀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틈틈이 기감을 써서 일행의 위치를 확인했다.

 

 

 

 

 

일행은 직선거리로 약 1㎞ 정도 떨어져 있었다.

 

 

 

 

 

한참 돌아다니다 다시 기감을 사용해 일행을 확인하려 할 때였다.

 

 

 

 

 

‘응!?’

 

 

 

 

 

정면에 있는 노천카페에서 날 빤히 쳐다보는 노인이 있었다.

 

 

 

 

 

‘시발! 무슨 노인네 시선이 이렇게 강렬해?’

 

 

 

 

 

풍성한 금발에 관운장처럼 길게 늘어뜨린 수염이 잘 어울리는 노인이었다.

 

 

 

 

 

옷 밖으로 보이는 온몸의 털이란 털은 전부 노란색인데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강렬한 안광과 어울려 뭔가 있어 보였다.

 

 

 

 

 

‘더구나 잘 차려입은 복장에 얼굴색까지 좋으니까…….’

 

 

 

 

 

세월은 속이지 못하는지 자글자글한 주름이 아니었다면 노인으로 보이지 않았을 거다.

 

 

 

 

 

‘어라! 이젠 실실 쪼개네?’

 

 

 

 

 

강렬한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노인이 실실 쪼갰다.

 

 

 

 

 

그런데 자글자글한 주름 때문에 얼굴 전체로 웃는 듯이 보였다.

 

 

 

 

 

‘눈만 빼고 말이지!’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노인은 웃는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대체 왜 그런 눈으로 날 쳐다보는데?’

 

 

 

 

 

내가 아무리 막돼먹었어도 대한민국의 기본 교육 과정을 이수한 사람이었다.

 

 

 

 

 

내 인성의 기초에는 노인 공경의 사상이 깔려 있다는 말.

 

 

 

 

 

당장 쫓아가서 ‘눈 깔지 못해!’라고 외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시선을 피하면 괜히 진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러울 거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엄한 눈싸움이 시작되었다.

 

 

 

 

 

말했듯이 난 화경이며 무림 최고의 고수였다.

 

 

 

 

 

고수일수록 안광이 날카롭고 마음에 동요가 없는 법.

 

 

 

 

 

따라서 칼 싸움이 아니라 눈싸움이라도 나를 이길 자는 없다는 뜻이다.

 

 

 

 

 

불과 몇 분도 되지 않아 눈물을 줄줄 흘리며 슬며시 고개를 떨굴 금모 노인의 도전이 가소로울 뿐이었다.

 

 

 

 

 

그런데.

 

 

 

 

 

십여 분이 지났는데도 끔쩍 없었다. 무림에서 절정 이상이면 십여 분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눈앞의 금모 노인도 최소한 절정 이상은 된다는 뜻이었다.

 

 

 

 

 

‘시장 한복판에서 절정 고수를 만나다니. 흐흐!’

 

 

 

 

 

그런데 노인도 놀란 모양인지 눈을 동그랗게 떴으나 깜빡이지는 않았다.

 

 

 

 

 

여전히 얼굴만 웃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중이었다.

 

 

 

 

 

노인과 나 사이를 지나가는 통행인도 방해가 되지 않았다. 솔직히 이제는 의지와 의지가 맞붙은 상황이었다.

 

 

 

 

 

사정을 모르는 몇몇 사람이 이상하게 쳐다봤으나 개의치 않았다.

 

 

 

 

 

불과 십여 미터 떨어진 앞의 상대방만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난 아직 다른 생각을 할 정도로 여유로웠다.

 

 

 

 

 

‘어라? 꽤 버티는데? 노인네가 돈만 있는 게 아니라 한 가닥 하는 모양이네. 어디 한번 정보를 살펴볼까?’

 

 

 

 

 

전투 상대나 각성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의 정보를 열람한 적은 없었다.

 

 

 

 

 

아직 그 정도로 호기심을 끄는 사람은 만난 적이 없었다. 아마 눈앞의 노인네가 처음일 거다. 그 정도로 노인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헉! 이게 왜 이래? 차원을 통과하면서 고장 났나?’

 

 

 

 

 

정보란이 온통 물음표투성이였다. 그나마 문자로 보이는 것도 전부 ‘뷁’이었다.

 

 

 

 

 

숫자로 표현되는 정보마저 전혀 읽을 수 없었다. 노인은 완전한 정체불명에 신원 불명이었다.

 

 

 

 

 

‘아차!’

 

 

 

 

 

뜻밖의 사실에 너무 당황해 눈싸움 중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었다.

 

 

 

 

 

사람이 무언가 생각하면 눈을 지그시 감는 법.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빙그레.

 

 

 

 

 

노인의 얼굴에 주름이 펴지며 화색이 돌았다.

 

 

 

 

 

얼굴만이 아닌 눈으로 웃고 있었다. 소리만 내지 않을 뿐이지 정말 통쾌한 표정이었다.

 

 

 

 

 

아차 싶어 얼른 혜광심어를 보냈다.

 

 

 

 

 

-잠시 다른 생각 하느라 그런 거니까 한 수만 물려 주십시오.

 

 

 

 

 

느닷없이 들려온 말일 텐데도 금모 노인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젊은 놈이 쫀쫀하기는. 졌으면 깨끗이 승복할 일이지 변명은 무슨.

 

-아! 정말 졌으면 저도 깨끗이 승복합니다. 정말 잠시 딴 생각한 거라니까요?

 

-바로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게야. 넌 낙장불입 落張不入도 모르냐?

 

-아니, 고스톱도 아니고 눈싸움에 무슨 낙장불입입니까?

 

-고스톱이 뭔지 모르지만 어쨌든 승부나 인생에 만일이나 다시는 없는 게야. 그 뜻을 알기에는 너무 어리지만 말이다.

 

 

 

 

 

말로는 웬만해서지지 않는 편인데 노인네도 만만치 않았다.

 

 

 

 

 

이러다간 감정 상해 괜한 분란을 일으킬 것 같아 한발 물러섰다.

 

 

 

 

 

어쨌든 지금은 적대국인 연합국에 잠입한 패국인이었으니까.

 

 

 

 

 

-하! 갑자기 나이는 왜 따지십니까? 좋습니다. 제가 진 것으로 하죠. 저도 꼭 노인네한테 이길 생각은 없었습니다.

 

-흐흐! 그런 놈치고는 독기를 품고 쳐다보던데? 그렇게 해서 정신 승리라도 해야겠다면 말리지 않으마. 니가 졌다.

 

 

 

 

 

끝까지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 금모 노인이었다.

 

 

 

 

 

‘이 노인네가 정말! 한번 해 보자는 거야 뭐야……? 어!’

 

 

 

 

 

불현듯 노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깜짝 놀랐다.

 

 

 

 

 

‘전음이지만 분명히 대화를 나눴잖아? 나야 혜광심어를 사용했으나 노인네는 어떻게 내게 의사를 전달한 거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메시지 마법이었다면 연합국 표준어나 노인의 언어로 전달되었을 터였다.

 

 

 

 

 

두 가지 모두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분명히 확실히 알아듣고 언쟁까지 벌였다.

 

 

 

 

 

‘메시지 마법은 아니야? 그렇다면......?’

 

 

 

 

 

마법이든 무공이든 혜광심어와 비슷한 전달 방법을 사용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전혀 마력을 감지하지 못했어?’

 

 

 

 

 

혜광심어와 같은 고급 수법은 그만큼의 내공이 필요했다.

 

 

 

 

 

그 점은 마법도 마찬가지.

 

 

 

 

 

따라서 당연히 마력의 파동을 느꼈어야 했다.

 

 

 

 

 

그런데 느끼지 못했다는 뜻은 상대가 나 정도 되는 고수라는 뜻이었다.

 

 

 

 

 

최소한 대륙 100강. 아니 대륙 10강 안에는 들어갈 실력자라는 뜻이었다.

 

 

 

 

 

‘허어!’

 

 

 

 

 

시장 한복판에서 우연히 만난 노인네가 초인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

 

 

 

 

 

더구나 초인 중에서도 대륙 10강 안에 드는 강자라면?

 

 

 

 

 

새삼스러운 시선으로 노인을 다시 살폈다.

 

 

 

 

 

생글거리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던 노인네가 갑자기 뜨악한 얼굴로 변했다.

 

 

 

 

 

찌릿!

 

 

 

 

 

그러더니 아까보다 더 강렬한 시선으로 날 쳐다봤다.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메시지.

 

 

 

 

 

-넌 누구냐!

 

-그러는 노인네는 누굽니까?

 

 

 

 

 

나이 고저를 떠나 상대의 신분을 물을 때는 먼저 자신을 밝혀야 하는 법.

 

 

 

 

 

예의를 모르는 노인에게 예의를 가르쳐줬다.

 

 

 

 

 

-내가 먼저 묻지 않았느냐!

 

-누가 먼저 물었냐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자신을 먼저 밝히고 나서 상대방에 대해 질문하라는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노인은 기가막히다는 표정으로 허공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허어! 어디서 이런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이 튀어 나왔을꼬?

 

-나이 많은 게 무슨 벼슬도 아닌데 할 말 없으면 나이 타령입니까?

 

 

 

 

 

당연히 단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패배는 아까 눈싸움으로 족했다.

 

 

 

 

 

[연재]던전 in 무림 212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야우사,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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