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210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2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210화
210. 개나 줘 버려
전에 듣기론 대륙은 남존여비 사상은 없다고 했다.
‘그건 서민들에게나 통용되는 말이고.’
지배층인 귀족 사이에선 엄연히 남존여비 사상이 존재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사상 보다도 앞서는 것이 바로 주먹이었다.
“훌쩍!”
연무장 한가운데 곤죽이 된 잘손이 퍼져 있었다. 놈의 불그스름한 볼을 타고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잘손은 힘겹게 소매로 닦아 내며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훌쩍였다.
잘손을 그렇게 만든 당사자인 날벼락이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려다 그 모습을 보았다.
퍽!
내민 손을 거두고 대신 거친 발길질을 하며 말했다.
“새끼! 사내새끼가 그 정도 얻어맞았다고 청승맞게 쳐 울고 있냐? 에라, 새꺄! 불알 떼서 지나가는 개한테나 던져 줘라. 무겁게 뭐하러 달고 다니냐?”
“윽! 그만 때려요! 항복했으면 됐잖습니까!”
“인마! 전쟁터에서 항복하면 적이 바로 손을 거두냐? 이왕 나간 손은 마저 쓰고 나서 항복도 받아주는 거야. 관성의 법칙이라고 몰라?”
“한두 대가 아니니까 그러는 것 아닙니까!”
실제로 날벼락은 잘손이 항복 의사를 밝힌 후로도 십여 대는 때리고 나서 손을 멈췄다.
“못 들었어, 인마. 나 귀 어두운 것 몰라?”
“오늘 처음 본 사람 귀가 어두운지 밝은지를 제가 어떻게 압니까?”
“인마, 내가 아는 어떤 동네에서는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어. 그런 것도 몰랐으니까 니가 쥐어 터진거고.”
그 동네는 무림이 맞을 거다. 백전백승百戰百勝이 아니고 백전불태百戰不殆였고.
하지만 외계인인 날벼락이 그 정도 아는 것도 대단한 일이니 넘어갔다.
어쨌든 날벼락이 중원의 고사를 아는 것보다 지금 상황이 벌어진 일이 중요하니까 말이다.
사건의 발단은 단순했다. 지배 계층의 기저에 깔린 남존여비 사상과 귀족가의 교육 탓이었다.
잘손이 아무리 잘 배웠어도 귀족의 한계는 어쩔 수 없었다.
잘손의 막무가내를 냉정히 거절할 수도 있었으니 또 잔머리가 돌아갔다.
잘손은 중원에선 어림없으나 대륙에선 충분히 이용가치가 있는 놈이었다.
물론 잘손 보다는 잘만 공작가라는 배경이 그렇다는 얘기였다.
‘그런 놈을 검동으로 둘 수는 없지. 암!’
놈의 신분과 배경으로 보아 틀림없이 문제가 될 소지가 충분했다.
그런 불필요한 일은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렇다고 사제의 연을 맺는 일은 당연히 안 되는 일이고.’
가르쳐 줄 수도 없으나 하나 있는 제자만으로도 충분히 골치 아팠다.
‘혹 덩어리는 하나로 충분하니까.’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식객食客이었다.
식객은 무림 특히 사파에는 흔한 일이었다.
식객은 문파나 떠돌이 무사의 이해가 맞아 생긴 제도였다.
문파나 세가에서는 과연 쓸만한 놈인가 지켜보는 기회였다. 마찬가지로 떠돌이 무사 또한 과연 몸담을 만한 곳인가 직접 경험해 보는 자리였다.
물론 난 잘손을 고용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대공이나 잘손 공작가의 체면을 고려해 냉정하게 거절하지 않았던 거다.
‘이렇게 빚을 하나 지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그래서 식객을 제안했다. 물론 빌붙어 용돈이나 받고 지내며 하찮은 일이나 돕는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바로 대공과 잘손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얼씨구나 좋아했다.
알고 봤더니 대륙에도 식객이 있었는데 현대 사회의 인턴 제도와 비슷했다.
다른 점은 큰 문제가 없는 경우 고용 확정이나 다름 없다는 점이었다.
‘흐흐! 그래도 백퍼는 아니란 말이지? 큰 문제야 만들면 되는 거니까.’
이렇게 이해가 상충해서 잘손은 우리 영지의 첫 번째 식객이 되었다.
‘그런 놈이 감히 제자에게?’
급히 돌아온 날벼락과 잘손이 만났다.
잘손은 식객이고 날벼락은 제자. 어떻게 생각해도 제가가 식객보다는 한 끗발 이상 위였다.
이에 질투에 눈이 먼 잘손이 과감히 날벼락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한마디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르는 꼴이었지.’
날벼락은 비록 말석이지만 대륙 100강의 초인이었다. 잘손은 대륙 3강의 5대손이지만 아직 최상급 전사였고.
무림에서 화경에게 초절정이 덤비는 꼴이니 결과는 빤했다.
대륙의 다른 초인이라면 잘손도 감히 도전하지 못했을 터였다.
‘풍기는 기도가 있으니까. 그런데 날벼락은.......’
무림의 기도를 감추는 법을 알고 나서는 항상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니 잘손의 눈에는 날벼락이 자신보다도 못한 만만한 상대로 보였을 거다.
더구나 날벼락은 여자에 내 제자.
여자가 감히 자신도 차지하지 못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질투했다.
날벼락을 보기 좋게 꺾어 자신을 돌아보게 할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덕분에 더 한심하게 생각하게 했으니……. 쯧쯧! 새끼, 사내새끼가 덩칫값도 못 하고 추하게 질투는…….’
어쩌면 잘손이 잘난 척하는 꼴을 보다 못한 날벼락의 계략일 수도 있었다.
‘서당개 삼년 이라더니.......’
가르쳐 주는 것도 없었는데 일취월장하는 날벼락이었다. 아마도 문일지십聞一知十의 천재란 날벼락을 뜻하는 것일지도.
어쨌든 그렇게 시작된 용서없는 비무는 예상의 결과를 벗어나지 못했다.
잘손은 아무리 용을 써도 날벼락의 옷자락도 건드리지 못했다.
그와 반대로 날벼락이 가볍게 내민 주먹은 한 번도 빗나가는 법 없이 잘손의 온몸에 시퍼런 멍을 남겼다.
‘더구나 머리도 나쁜 것 같으니까.......’
잘손이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이라면 서너 대 맞았을 때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어야 했다.
한데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고 이십여 대나 쥐어 터지고 나서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듯했다.
‘저런 놈이 어찌 벌써 최상급 전사가 됐을까? 보나 마나 약빨 이겠지?’
중원의 명문 세가에서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도핑이었다.
영약이나 영단을 사용해 절정 고수를 찍어내는 방법이었다.
문제는 영약이나 영단이 집 한 채 값도 더하기 때문에 방법을 알아도 아무나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고.
대륙이라고 다르지는 않을 터였다. 그러니까 잘손 같은 최상급 전사가 나오는 것이고.
머리가 나쁜 놈은 무공도 상승 경지에 오를 수 없는 법.
‘뛰어난 운동선수가 지식은 없어도 머리는 좋은 것과 마찬가지지.’
기본적인 자질이 없는 놈을 도핑으로 초인까지 만들 수는 없었다.
날벼락 역시 백국 황실의 도핑이 만들어낸 초인이었다.
같은 도핑으로 날벼락은 초인이 되었고 잘손은 최상급에서 머물렀고 앞으로도 초인이 될 가능성은 극히 적었다.
이처럼 차이가 나는 이유는 약빨이 아닌 두 사람의 기본적인 자질에 있었다.
‘돼지 목에 진주라고 아무리 좋은 영약도 사람을 잘못 만나면……. 쯧! 아깝게 시리.’
아무리 좋은 영약도 단숨에 초인으로 만들어주지는 못하는 법. 초인이 되기 위해서는 영약보다는 자질이 중요했다.
영약과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경지는 딱 최상급까지였다.
화경이 되기 위해서는 노력은 당연한 일이고 더불어 운과 재능이 필요했다.
이런 운과 재능의 차이가 날벼락과 잘손의 차이를 만든 거였다.
‘쯧! 그런 놈을 열아홉에 최상급 전사가 되었다고 치켜세웠을 테지. 놈의 막무가내 성격이 왜 생겼는지 알만하네.’
잘만 공작도 잘손의 자질을 알아봤기 때문에 후계자로 잘손이 아닌 3황자를 택했을 거다.
‘어쨌든 날벼락 덕에 귀찮은 일은 줄어들겠군.’
잘손 같이 신분도 높고 실력도 어느 정도 있는 놈은 다루기 어려웠다.
‘꼭 매를 버는 성격이니까.’
반드시 한 번은 이렇게 살풀이를 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날벼락이 내 대신 그 일을 훌륭하게 해주었으니 나로서는 고마울 뿐이었다.
아직도 허탈한 모습으로 큰대자로 뻗어있는 잘손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우리 영지는 주먹으로 서열이 정해지네. 자네도 식객으로 있는 이상 영지의 방침을 따라야 할 걸세. 따르지 못하겠다면 돌아가면 그만일세. 우리 영지에는 필요 없으니까. 그리고 만일 상급자를 거스를 때는 그만한 자신이 있어야 할 걸세. 아니면 지금처럼 몸이 고생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마른 장작 영주님.”
“내일 먼길을 떠나야 하니 오늘은 그만 쉬게. 전부 외상에 불과하니 포션을 사용하면 바로 괜찮아질걸세.”
“예, 영주님.”
힘겹게 일어난 잘손이 축 늘어진 어깨를 하고 돌아가자 날벼락이 물었다.
“사부, 쟤도 데려가게요?”
“연합국에는 쟤 이름과 얼굴이 도움이 될 거야. 어쩌면 원국에서도. 그래도 명색이 대륙 3강의 손자잖아? 둘 다 대륙 3강의 강자야. 대공 때와는 달라. 깽판을 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잖아?”
“그럼 패국 황제에게도 알려지게 되잖아요? 가지 말라고 말렸다면서요?”
“어차피 이곳을 떠나는 순간 대공이 알게 될 텐데 무슨 상관이야.”
대공이 보낸 감시의 눈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어차피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지 보라는 듯이 대놓고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피하자면 피할 수도 있으나 나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었다.
‘더구나 고분고분한 놈이 아니라는 것도 알려줄 필요가 있고.’
황제를 만나서 선물에 눈이 멀어 너무 굽신거린 듯했다.
‘그러니까 벌써 내 행동을 제약하려 들지.’
절대 만만한 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기회였다.
물론 황제의 눈에 벗어날 수 있다는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이 잘 풀리면.......흐흐!’
그때는 황제의 눈에 벗어나도 그만이었다. 황제 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을 테니까.
‘대륙 1강! 아니 대륙 최강자를 지가 어쩌겠어?’
패국 황제가 아니라도 서로 모셔가려 할 텐데 구태여 한 곳에 목을 맬 이유가 없었다.
‘그 편이 본래 목적에도 맞는 것 같고.’
이상하게 일이 흘러가서 패국에 영지를 얻었다. 하지만 원래 패국은 적이었다.
‘대륙 전쟁 위험이 사라지면 다시 차원 통로를 침범하려 할 게 분명할 테고.’
3황자까지 잃은 패국에서 차원 통로를 포기할 리는 없었다.
‘어쩌면 나한테 의뢰할 수도 있겠는걸?’
침략군의 수장으로 임명되는 아이러니한 일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었다.
‘그건 그것대로 괜찮은걸?’
하지만 난 대륙쪽 통로로는 입장할 수 없을 테니 정중히 거절해야 할 거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고. 우선은 도장 깨기부터!’
도장 깨기 멤버는 날벼락과 설빙, 통역으로 은하 누님과 잘손이었다.
다음날 정오 여유롭게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서 우리는 첫 번째 도장인 원국으로 출발했다.
잘만 공작저를 방문한다는 명분을 달고 떳떳이 대공의 장거리 이동 포털을 타고서.
[연재]던전 in 무림 2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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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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