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209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1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209화
209. 만만해 보이냐고?
대공에게 받은 처라드 영지는 원래 영지 급이 아니었다. 따라서 아직 영주성은 물론이고 저택도 없었다.
이 점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서 준비가 부족했다. 먼저 가지고 들어온 자재는 차원 통로를 봉쇄하는 빙족의 거처를 지어야 했으니까.
영주 저택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임시로 가건물을 지어 생활하는 중이었다.
자재가 없어도 터는 닦을 수 있어 일단 영주 저택 부지에 말뚝은 박아놨다.
그런데 그 주변에 수상한 그림자들이 얼쩡거리기 시작했다.
“하! 사귄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아는 것 같은데?”
창 밖으로 그들을 지켜보며 중얼거리자 설빙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가가, 누굴 말씀하시는 거예요? 저 사람들이요?”
“아니, 대공 말이야. 내가 몰래 떠날까 봐 저렇게 감시 병력을 붙였잖아.”
“아하! 그런데 대공께서 하나만 알고 둘을 몰랐네요. 가가께서는 말리면 더하고 싶어 한다는 걸요. 아직 멀었어요.”
“글쎄 말이야. 날벼락이 오는 대로 출발할 거니까 그동안 잘 부탁해.”
“그런데 정말 혼자 괜찮겠어요? 저희도 함께 가는 것이…….”
내가 만날 상대가 상대이다보니 설빙도 걱정이 되는 듯했다.
“아냐, 어떤 경우라도 나 혼자면 빠져나올 수 있어. 무슨 말인지 알지?”
“예, 그래도.......”
“걱정하지 마. 내 성격 잘 알잖아? 아니다 싶으면 바로 포기하는 거.”
“예, 꼭 그렇게 하셔야 해요.”
“알았어. 그동안 대공한테 시달릴 걱정이나 해.”
“호호! 그거야 뭐. 제국어 모르는 척 할거예요.”
“아! 그런 방법이!”
은하 누님이야 나 따라서 갔다고 하면 그만이었다. 대공도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 붙잡고 하소연 해봐야 소용 없을 테니까.
그렇게 급히 소환한 날벼락을 기다리고 있는데 뜻밖에 대공이 먼저 찾아왔다.
아무래도 감시로는 불안해 직접 찾아와 설득하려나 생각했다.
‘말로는 무슨 말인들 못하겠어.’
일단 안심이라도 시킬 생각으로 대공을 맞이했다.
‘어! 누구지?’
그런데 대공 옆에 낯선 얼굴이 서 있었다.
대공과 함께 있다면 범상치 않은 인물일 터.
신분이나 무공이나 뭔가 한 가닥 하는 놈이 틀림없었다.
‘어휴! 이건 더 크네! 대체 키가 얼마나 되는 거야?’
그동안 내가 만난 대륙인 중에서 가장 컸다. 대공도 대륙인 중에서도 큰 편인데 대공보다도 한 뼘 정도는 더 컸다. 대략 2m 50센티는 되어 보였다.
‘대륙에선 큰 놈일수록 강했지?’
대공보다 강자라면 초인일 텐데 그 정도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기껏해야 최상급 전사 정도. 무림인으로 치면 초절정 정도였다.
‘설마, 내가 느끼지 못할 정도의 고수?’
그렇다면 대륙 3강급이었다.
어디서 이런 놈을 데려왔나 싶어 얼른 상대방의 정보를 열람했다.
‘어라? 어떻게 이런 놈이 열아홉 살이야!’
잘 못 본 건 아니었다. 100레벨 초반으로 보이는 게 전부인 놈이었다.
문제는 놈의 나이였다. 덩치나 분위기나 겉으로 보기에는 대륙 3강급 초인으로 보였다.
그런데 실제 나이는 아직 약관도 되지 않는 열아홉 살.
‘열아홉에 최상급 전사라면 뛰어난 놈이기는 하지만…….’
정보를 열람하고 어이가 없어 놈을 자세히 살펴봤다.
‘허어! 정말 아직 젖살이 덜 빠졌네.’
불그스레 한 도톰한 볼은 주독酒毒이 아니고 홍조紅潮였다.
더구나 무엇이 그리 부끄러운지 사내놈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했다.
‘누구?’
눈짓으로 사내를 가리키며 대공을 쳐다보았다.
정보 열람으로 이름이나 나이는 알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대공과 함께 나를 찾아온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아! 인사하게. 잘손 백작일세. 그런데 이렇게 문 앞에 세워 둘 텐가?”
“아, 실례했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두 사람을 거실로 들여 소파에 앉혔다.
‘열아홉 살에 최상급 전사에 백작이라……. 잘 손이라고 했지? 가만 잘손? 혹시 잘만 공작하고?’
이름이 비슷해선가 왠지 잘만 공작과 관계 있는 인물일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를 뒷받침하는 대공의 말이 이어졌다.
“잘손 백작은 잘만 공작의 5대代 후예라네. 잘만 공작이 고고조부가 되는 게지.”
잘만 공작이 오래 살아 5대손도 있는 거였다.
“아! 역시!”
“응? 역시라니?”
정보 열람을 말할 수 없어 재빨리 둘러댔다.
“아니, 딱 보는 순간 범상치 않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과연 호부虎父 아래 개새끼 없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군요.”
“그렇지. 이래 보여도 아직 스물도 되지 않은 열아홉 살이라네. 잘만 공작의 뒤를 이을 것으로 모두의 기대를 받고 있다네.”
“어머! 정말 열아홉 살이에요?”
놈의 나이를 듣자 통역하던 은하 누님이 깜짝 놀라 통역도 잊고 물었다. 물어보긴 하지만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표정이었다.
대공은 그 표정을 달리 해석했는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하하! 열아홉에 최상급 전사라니 믿기지 않나? 하지만 틀림없는 사실일세.”
놀람의 포인트가 달랐다. 무공 경지가 아닌 나이와 매치 되지 않는 얼굴이 문제였으니까 말이다.
더 말이 길어질 듯해 본론을 꺼냈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를?”
빤한 스토리겠으나 혹시나 해서 물었으나 역시나였다.
“그야, 자네를 만나러 왔지 왜 왔겠나?”
“그러니까 저를 왜?”
대공에게 물었는데 소파에 잘 앉아 있던 어린놈이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털썩! 쿵!
“마른 장작님!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아니, 시종이나 검동劍童이라도 좋습니다. 곁에 있게만 해주십시오!”
“대공 각하!”
이게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냐 날카로운 시선으로 물었다.
한데 대공은 나보다 더 당황한 모양이었다. 바닥에 무릎 꿇은 잘손 백작을 일으켜 세우려 하며 꾸짖었다.
“아니, 잘손 백작!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인가!”
중원이 문파 위주라면 대륙은 세가 중심이라는 것이 다를 뿐 사제관계는 엄격했다.
사제관계는 곧 비전의 유출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비전의 유출을 꺼리는 점에서는 중원이나 대륙이나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혈연 외에는 전승하지 않는 대륙이 더욱 까다롭다고 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잘손 백작의 행동은 상식과 예의에 크게 어긋난 일이었다. 대공이 놀라며 말리는 일은 당연했다.
하지만 잘손 백작은 대공의 책망에도 고개를 숙인 채 꿈쩍하지 않았다.
‘뭐야? 이거 짜고 치는 고스톱이야?’
초인인 대공이 힘을 쓰면 최상급 전사 정도는 얼마든지 일으킬 수 있을 터.
그런데도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풋! 어머, 실례했어요.”
통역하던 은하 누님도 어이가 없는지 실소를 흘렸다.
‘무림에선 아주 흔한 일이니까. 근데 갑자기 왜? 설마 감시자를 옆에 붙여 두려고?’
하지만 그런 단순한 이유로 이런 큰 실례를 저지를 대공은 아니었다.
지금의 행동은 네 밑천을 내놓으라는 소리와 마찬가지였으니까.
만만한 상대라면 그랬을 수도 있었지만 내게는 아니었다.
지금의 나는 매우 조심스럽고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인물이었다.
대공이 바보가 아닌 이상 대륙 전쟁을 앞둔 시기에 내 기분을 상하게 할 행동을 할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어린놈의 단순한 치기라는 말인가?’
잘만 공작가라면 패국 제일의 무가일 터. 후예들이 받는 교육도 남다를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어디서 이런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이……. 쯧!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하던데.’
5대 손이니 그럴만도 했다.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역력히 나타내며 놈에게 물었다.
“잘손 백작, 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소?”
어린 놈이라도 백작이라서 이놈저놈 할 순 없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치기로 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받아주신다면 작위도 가문도 버릴 생각입니다. 받아주십시오!”
쿵!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자해하는 풍습은 대륙도 마찬가진가 보다.
“그만하시오! 집 무너지겠소!”
하지만 놈은 막무가내였다.
“마른 장작님! 제발 받아주십시오!”
쿵! 쿵!
연신 머리를 찧으며 간청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임시로 지은 건물이었다. 그런데 거인이 머리를 찧으니까 집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이 새끼가 정말!’
내공을 뿜어 놈을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묶었다.
“어! 어!”
놈은 용을 쓰며 계속 자해하려 했으나 겨우 최상급 전사의 마력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힘이었다.
용을 쓰던 놈이 감탄을 터뜨리며 고개를 들어 쳐다봤다.
“과연!”
그런데 놈의 눈이 하트를 그리고 있었다.
‘시발! 사내새끼가 재수 없게!’
불길하고 불쾌한 감정이 온몸을 달리며 소름이 돋았다.
“과연은 무슨 과연!”
“히히! 검동이라도 좋습니다. 곁에 있게 해주십시오! 그것마저도 안된다고 하신다면 차라리 죽여주십시오.”
잘만 공작이 죽었어도 공작가는 건재했다. 놈의 말대로 죽여주면 잘만 공작가가 벌떼같이 달려들 건 뻔한 일이었다.
아주 맹랑한 놈이었다. 오는 말이 그 따위니 가는 말도 곱지 않았다.
“이런 나쁜 새끼! 누구 신세 망치는 꼴 보려고 죽여달라고 해. 그냥 알아서 죽어.”
“전사가 어떻게 자살합니까? 죽더라도 남의 칼에 죽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렇게 잘 배운 놈이 이런 짓을 해? 그럼 니네 고고조할아버지 무공을 가져와. 그럼 나도 생각해 볼게. 이게 어디서 날로 먹으려 해!”
그러자 놈이 씩 웃으면서 제 머리를 툭툭 치며 대답했다.
“잘만 공작님의 무공은 모두 제 머리에 들어있습니다. 그럼 이제 된 겁니까?”
“허! 이게 어디서 약을 팔아! 인마, 오의奧義가 들어있어야지. 구결만 안다고 다 초인이 되냐? 그럼 넌 왜 대륙 3강이 아닌데?”
여태껏 막무가내에 뻣뻣한 놈이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얼굴을 붉히며 말을 흐렸다.
“그거야 제 자질이 부족해서…….”
어떻게 보면 솔직하고 순진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삐뚤어질 대로 삐뚤어진 내게는 할아버지 무공으로 안 되니까 내 걸로 초인이라도 되려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니까 내 말이 그거야. 내 무공은 만만해 보이냐고?”
“아닙니다! 절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
놈은 당황해 얼굴만 붉히며 제대로 변명하지도 못했다.
세상 살 만큼 산 어벤져스 노인들은 물론 여자인 아내들도 말로는 나를 이기지 못했다.
열아홉 살 어린놈이 내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연재]던전 in 무림 2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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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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