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204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8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204화
204. 뭔가를 줄 놈.
어쩔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고 포기하면 편하다고 했다. 막다른 길에 몰린 내가 피할 곳은 없었다.
‘어휴! 무림 제일인이 되어가지고 또 재롱을 부려야 하다니.......’
황제는 어떤 식이든 내 실력을 시험하고자 할 것이고 피할 명분은 없었다.
‘자꾸 하수들하고 비무하면 실력만 주는데……. 쩝!’
대륙 3강의 한 명인 잘만 공작이 죽었다면 패국에서 내 상대가 될 사람은 없었다.
‘사실 11위인 부르칸 공작을 봤을 때 대륙 3강이 나와도 질 자신이 없는데 말이야.’
귀찮아하는 표정이 얼굴에 나왔는지 대공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가 본국에서 살 생각이라면 어차피 한 번은 거쳐야 할 관문일세. 그냥 조금 당겨졌다고 생각하게.”
“그렇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당황스럽네요.”
“얼마나 다급했으면 몸소 달려오시겠나. 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폐하의 심정도 헤아려주게.”
어차피 할 일이면 서로 기분 좋게 해야 하는 법. 자꾸 불평을 늘어놓으면 당연히 받아야 할 것도 받지 못할 수 있었다.
이런 때는 포기하고 깨끗이 받아들이는 편이 서로가 좋았다.
구겼던 얼굴을 펴고 대공에게 물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뭘 해야 합니까?”
“별로 할 건 없을 거네. 그래도 비무는 한 번 해야겠지?”
“쩝! 그렇겠지요. 상대로 누가 옵니까?”
“잘만 공작께서 타계하신 지금 본국의 최강자는 대륙 10강인 3황자님이신데 행방불명이시니…….”
행방불명이 아니라 죽었다. 내가 죽였으니까 누구보다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3황자의 마장기가 강제 귀환함으로 이미 패국에서도 3황자의 죽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3황자의 죽음을 알릴 수는 없었을 거다.
‘황제급 마장기는 모습을 감춘 지 오래고 대륙 3강인 잘만 공작이 죽었는데 3황자마저 죽었다면? 나머지 3국은 절대 전쟁을 포기하지 않을 테지. 그러니까 패국에서는 발표하지 못하고 아는 사람만 알고 있을 테지. 대공도 그중의 한 명일 테고.’
3황자의 행방불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이 바로 나였다. 대공의 말에 도둑놈이 제 발 저리다고 뜨끔해 딴 척을 하며 물었다.
“그럼 다음은 11위 부르칸 공작님이잖습니까?”
“공작은 국경 영지에 있네. 아마 14위의 황실 전사 단장이 아닐까 싶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왕이면 빙족의 전사들도 함께 알현하는 것이 어떻겠나?”
“빙족도요?”
“폐하를 알현하면 자연히 공식적인 패국의 신민이 되는 것이 아닌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나야 당연히 반대였다. 동물원 원숭이는 나 하나로 족했다.
황제가 있다고는 하나 대륙인과 다른 아주마단을 보고 신기하게 생각할 것은 빤한 일.
당장은 필요해 받아들일 뿐 진심으로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그저 신기한 동물을 바라보는 호기심 어린 시선이 전부일 터였다.
‘나만 해도 그럴 텐데……. 쯧! 그 꼴을 못 보지.’
아주마단은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작았다. 내 사람들마저 우스운 꼴을 만들기는 싫었다.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대공 각하, 아직 패국어를 배우는 중이고 영지에 적응하는 중입니다. 그러니까 폐하를 알현하기에는 조금 이른 듯합니다. 저 역시 아직은 그들을 부하라고 생각하지 않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흠……! 그런가? 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말했지만 자네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알겠네. 빙족의 알현은 다음 기회로 미루지.”
걱정과는 달리 쿨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대공이었다.
지금 대공의 머리에는 나밖에 들어있지 않는 모양이었다. 내가 흔쾌히 콜한 것만으로 충분해 보였다.
‘쩝! 문제는 이제부턴데 날벼락을 믿는 수밖에.’
현재 신분은 날벼락이 만들어준 위장신분.
황제가 알게 되었다면 이제부터 철저한 신분 조사에 들어갈 터였다.
더구나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뭔가 관직을 내리기 쉬웠다. 패국 정보기관에 의한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질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그나마 전쟁이 벌어지면 잠시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과연……?’
날벼락은 자신했으나 야매로 만든 신분이 어디까지 통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쌀이 익어서 밥이 되고 나면 지들이 어쩔 거야?’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때 가서 해결할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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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그나마 다행이네!”
대공이 가져온 예복으로 갈아입고 거울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옷 시중을 들던 설빙이 들었는지 물었다.
“가가, 왜 그러세요?”
“쫄쫄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쫄쫄이요? 쫄쫄이가 뭔데요?”
“몸에 달라붙는 옷을 말하는 거야. 혹시 이곳 예복이 그런 식이면 어쩌나 걱정했거든.”
“호호호! 정말 그런 옷도 있어요? 이곳 사람들은 부끄럽지도 않나 봐요. 몸매가 다 드러날 텐데 그런 옷을 어떻게 입어요.”
“그나마 여자가 입으면 보기라도 좋지. 남자가 입었다고 생각해봐. 눈알이 썩어 문드러질걸.”
“호호호! 아무리요. 그래도 생각하기도 싫은 건 사실이네요.”
호전적인 국가라서 그런지 패국의 궁정 예복은 군대의 예복과 흡사했다. 아래위로 흰색 예복에 각종 장식으로 치장할 거다.
언제 내 사이즈를 재었는지 보내준 예복은 내 몸에 꼭 맞았다.
‘예복에 다는 장식의 색깔과 띠의 숫자로 신분을 나타낸다고 했지?’
이곳에도 금색이 최고였다. 공작 이상이 되어야만 금장을 달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소매에 달린 띠의 숫자는 세분된 계급을 나타냈다. 공작은 한 줄, 대공은 두 줄, 세 줄은 황족, 네 줄은 황제의 직계, 다섯 줄이 황제라고 했다.
‘내건 한 줄이네?’
공작이 준 옷이라서 한 줄이 아니었다. 공작 또는 그에 따르는 대우를 해준다는 뜻이었다.
파격적인 대우였으나 발헬름 대공과 부르칸 공작을 꺾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난 제복도 잘 어울리네. 흐흐흐. 다녀올게.”
“예,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설빙에게 인사를 하고 대공이 보낸 마차를 타고 패국의 황제가 기다리는 대공의 저택으로 향했다.
대공이 현관에서 맞아주었다. 마차에서 내리며 주변을 둘러보며 대공에게 말했다.
대공의 넓은 저택이 사람들로 붐볐다. 가뜩이나 덩치 큰 사람들이 북적거리자 더 많아 보였다.
대공 저택에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보내주신 예복은 잘 입겠습니다. 그런데 잠행이 아닌가 보네요?”
“폐하의 행차에 이정도 인원이면 잠행이라고 봐야지. 보통 때의 1/10밖에 따라오지 않았으니까.”
내심 역시 황제는 할 게 못 된다고 생각하며 실소를 흘렸다.
“흐흐!”
“왜 그런가?”
“아닙니다. 어서 가시죠.”
“그래, 안내하지.”
황제가 오면 간도 쓸개도 다 내줘야 하는 법. 대공은 자신의 집무실로 안내했다.
‘자고 가면 안방도 내줘야 하는 거 아냐?’
괜한 생각을 하며 대공을 따라 집무실로 들어갔다.
‘쩝! 이런다고 내가 딴맘 먹으면 니들이 막을 수나 있겠냐고? 대체 대륙 3강에 도전할 사람을 뭘로 보고.’
집무실까지 들어가는데 신체검사만 세 번. 물론 대공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해봐야 소용없는 일이지만 형식적인 과정이었다. 이런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관료들의 공통적인 사고였다.
어쨌든 세 번의 관문을 거쳐 집무실에 들어갔다.
‘어라! 별로 닮지 않았네?’
3황자는 그래도 무인의 체격이었는데 황제는 뚱뚱한 노인네였다.
황제가 강자일 필요는 없지만 생각한 이미지와는 너무 달랐다. 아마도 검을 놓은 지 수십 년은 되었을 거다.
‘상급 전사라고 들었는데 이래서야........’
그래도 황제를 보자마자 대공이 알려준 대로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
“마른 장작이 잘 탄다가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하하하! 실제로 보니 들은 것보다 더 젊어 보이는군.”
“황공합니다, 폐하!”
대공이 대답하기 난처하거나 할 말 없을 때 하라고 알려준 말이었다.
“허! 나도 전사의 한 사람이지만 정말 믿어지지 않는군. 전사로는 전혀 보이지 않으니 말일세.”
한마디로 볼품없는 육체라는 말이었다. 이 동네 전사들은 전부 헬창과 다름없었으니까.
근육도 별로 없고 키도 작은 나는 전사보다는 마법사로 보였다.
‘황제라고 면전에서 말 너무 막하는 거 아냐?’
대륙은 무력의 세계. 일반적으로 무력이 강할수록 신분도 높았다.
다만 황제만이 달랐다.
물론 건국 초기의 황제들은 전부 초인이었다. 힘 있는 자에게 사람이 모이고 그 사람들이 국가를 건설한 거다.
하지만 4대 제국이 완성되고 평화의 시기가 계속되자 황제들은 무를 등한시하기 시작했다.
4대 제국의 틀이 너무 강건해 영토를 늘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목적을 잃은 황제들이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선대들이 이루어 놓은 결과물을 즐기는 것뿐.
‘향락을 즐길 시간도 부족한데 무공을 익힐 시간이나 있겠어?’
4대 제국 황제 대부분이 그랬다. 어렸을 때 잠깐 익히다가 중도에 포기했다.
가장 큰 이유는 자질 부족이지만 그밖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무공은 딱 청소년기까지였다. 청장년이 되면 무공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으니까.
따라서 현재 4대 제국 황제들의 무공 수준은 상급 전사가 최고였다. 그 상급 전사가 눈앞의 패국 황제였다.
‘가소롭기는. 쯧!’
대륙 100강은 초인 즉 화경이라는 말이었다. 상급 전사는 절정 수준이었고.
‘그러니까 지금 절정이 화경 앞에서 무공을 논한다는 말이지?’
절정과 화경의 사이는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무림이라면 제대로 말도 붙이지 못할 놈이었다.
‘흐흐, 실제로 말 놓다가 험한 꼴 당한 놈도 있었고.’
중원의 황제가 바로 그랬다.
그래도 이번에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중원의 그놈은 내걸 뺏으려는 놈이었고 이놈은 뭔가 줄 놈이니까.
“황공합니다, 폐하.”
“하하하! 아닐세. 지금 같은 시국에 자네 같은 인재를 찾아낸 대공을 업어주고 싶은 심정이라네. 아! 이번 문제를 제일 먼저 지적한 사람도 자네라지? 정말 큰 공을 세웠네.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겠네.”
기억만 하는 것으론 곤란했지만 또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황공합니다, 폐하!”
“그래서 자네를 위해 준비한 것들이 많네. 하지만 그런 자격이 되는지는 확인해야 하지 않겠나? 물론 대공과 부르칸 공작에겐 이미 들었네. 그래도 자네의 실력을 직접 보고 싶어 내가 무리한 부탁을 했네만 괜찮겠나?”
“하하하! 황공합니다, 폐하.”
“하하하! 과연 시원시원하군! 믿음직스러워!”
이미 각오하고 온 자리였다. 더구나 황제가 많은 것을 준비했다고 했다.
‘설마 황제씩이나 돼서 시시한 걸 내놓지는 않겠지?’
그래서 조금도 빼지 않고 흔쾌히 대답했더니 황제도 좋아했다.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준비된 연무장으로 이동했다.
[연재]던전 in 무림 2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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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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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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