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9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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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20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99화
제5장 대륙지존
부서져 내린 지대.
사람이 살아가려면 수세기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신의 검과 마신의 대결으로 인해 벌어진 결과물이다.
스멀! 스멀!
신의 검에 의해서 소멸되었던 어둠의 파편 중 일부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마치 물방울이 하나의 완성된 물로 모이려는 것 같았다. 어둠은 점점 모여들어 형태를 갖추었다.
“이…놈! 감히…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으냐!”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놀랍게도 어둠은 베르칸의 일부였던 것이다. 베르칸은 강철의 마지막 공격에 소멸될 것을 우려해 어둠에 의지를 심어 주변으로 퍼뜨렸다. 물론 힘의 대부분은 강철의 공격에 소멸되었다. 다시 어둠을 채우고, 본신의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역시 죽지 않았군.”
“뭐…냐?”
베르칸은 갑자기 나타난 존재로 인해 당황했다. 아무런 존재감도 없이 부지불식간에 나타난 무진이었다. 무진은 어둠으로 뭉쳐진 베르칸을 응시했다.
베르칸은 무진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낯설지 않았다. 너무나 패도적인 파멸력이었다. 이것은 베르칸과 동시대에 있었던 누군가와 같으면서도 달랐다.
“카…무하트!”
“아니다.”
“그렇다면 네놈에게서 느껴지는 혼돈력은 무엇이냐!”
“카무하트는 내가 흡수했다.”
“인간이 어떻게?”
“직접 보면 알겠지.”
무진의 몸 주위로 어둠이 번져 나왔다. 어둠은 베르칸이 이제껏 본 어떤 어둠보다 더 짙었다. 도대체 저게 무엇인지 베르칸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공포감이 밀려왔다. 신의 검과 다른 이질적인 공포였다.
어둠은 마신의 먹이와 같다. 베르칸은 어둠이 자신을 감싸자 주저하지 않고 흡수하려고 했다.
“이…럴 수가!”
어둠이 오히려 마신을 흡수하는 것이 아닌가! 무진의 의지와 둠의 어둠이 합일되어 만들어낸 암흑혼돈력의 위력이었다. 원래의 힘을 보유하고 있어도 마신은 막아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물며 반쪽짜리도 되지 않는 베르칸이 무진의 암흑력을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베르칸은 강철에게서 벗어난 것처럼 어둠을 퍼뜨리려고 했다. 하지만 무진의 어둠은 이 일대를 지배하고 있었다. 벗어난다고 해도 암흑력에 빨려 들어갈 뿐이다.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다니!”
“확실히 강하더군.”
무진은 강철의 강함이 마음에 들었다. 흡족해하는 무진의 미소를 본 베르칸은 섬뜩함을 느꼈다. 마치 이 모든 일이 무진의 손바닥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가마저 들었다.
“네…놈,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
“사투(死鬪).”
팟!
무진의 암흑력에 베르칸의 모든 것이 빨려들었다. 혼돈의 신과 암흑의 신을 모두 흡입한 무진은 격렬한 환희를 느꼈다. 내부로 스며들어 온 마신의 권능을 무진은 갈무리해 나갔다. 강력한 기파가 발생하며 대지가 또다시 부서져 나갔고, 하늘은 울부짖었다.
무진은 마신의 권능을 흡수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완전하게 합일을 이룬 무진은 대적해야 할 상대를 찾아 발길을 돌렸다.
“나오지 않는다면 나오게 만들어주지.”
무진은 신의 검만을 원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와아아아아아!
신의 검 만세!
사람들의 환호성이 대지를 울렸다.
마신을 무찌른 신의 검 강철에 대해 환호했으며, 주신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했다. 강철은 마신의 죽음을 알리고, 세이린의 품에 안겼다. 지친 영웅이 성녀의 품에 안기자 사람들은 또다시 환호성을 내질렀다. 영웅이라면 당연히 받을 권리라고 여겼다.
모두가 환호를 내지르고, 감격에 겨워 할 때.
소니아 왕국의 여왕 에이프런과 차린은 누군가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 주변으로 시즈, 천득구는 물론 드래곤과 초인들까지 서 있었다. 마신을 무찌른 강철이 대단한 것은 모두가 인정한다. 하지만 또 다른 존재가 있었다. 그가 마신을 제외한 마왕과 마족을 물리쳤다. 인간들이 이만큼이나 살아남아 있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저벅! 저벅!
공간을 비틀고 무진이 나타났다.
“도대체 어디 있다가 지금 온 거예요!”
“구경 좀 했지.”
“뭘요?”
“마신과 전투를 지켜봤지.”
“지켜봤다고요!”
“그래.”
에이프런을 비롯한 이들은 허탈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신의 검을 도와주러 간 줄 알았건만 관전하고 왔다는 것이 아닌가! 제정신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자는 없었다. 무진의 무서움을 알기 때문이다.
‘역시 상식이 통하지 않아!’
무진은 에이프런에게.
“지금부터 더 재밌어질 거야.”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지.”
무진은 뜻 모를 말을 남기고 강철에게 다가갔다. 강철은 현재 체력과 기력이 고갈된 상태였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무진이 지나가자 기사들과 병사들이 길을 터주었다. 마왕과 마족을 짓밟아 버린 무진의 가공할 무력을 똑똑히 보았다. 양쪽으로 갈라진 길을 따라 무진은 강철의 앞에 섰다.
“무슨 일이죠?”
의문스러운 듯이 세이린이 묻자.
“신의 검에게 할 말이 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강철도 의아한 듯 무진을 보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할 말이 뭡니까?”
“대결을 신청한다.”
뜻하지 않은 대답이었다. 마신을 이긴 신의 검에게 대결을 신청하다니 제정신이 아니다.
하지만 장난이 아님을 모두는 느꼈다. 무진의 패도가 사방으로 퍼지더니 회오리쳤다. 상상을 불허하는 패력이었다. 그 앞에 무릎을 꿇지 않을 자가 없었다.
크억!
심장이 약한 자는 목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강철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마신을 죽였더니 엉뚱한 자가 나타났다. 그렇다고 말로 얼렁뚱땅 넘어갈 상황이 아니다. 무진의 눈빛에서 진심을 읽었다.
“싫다면 어쩔 거지!”
무진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광포함이 대지를 장악했다. 강철이 거절하면 어찌 될지 눈에 뻔히 보일 것 같았다. 이 주변이 피로 얼룩져 버릴 것이다.
강철은 섬뜩함을 느꼈다. 처음부터 거슬렸던 자였다. 알고 보니 그 이상이었다.
“10일의 시간을 주겠다.”
“회복할 시간을 주겠다는 건가.”
“그렇다.”
“미쳤군.”
무진의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결판을 내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다. 그런데 무진은 강철에게 시간을 주었다.
강철은 자신을 너무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철은 마신을 죽였다. 회복한 후에는 절대로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때 가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다.
“네가 지면 세상을 짓밟아 버릴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게 좋을 거야.”
“과연 마음대로 될까!”
무진은 할 말을 하고 자리를 벗어났다. 어느 누구도 무진의 앞을 가로막지 못했다. 세이린이 뒤에서 물었다 .
“도대체 당신이 원하는 게 뭐죠?”
“최강.”
너무나 단순 명료했다. 세이린은 허탈하기까지 했다.
에이프런도 무진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도대체 왜 그런 말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진심이에요! 상대는 마신을 이긴 신의 검이라고요!”
“그래서.”
“지금 그런 말이 나와요! 만약 이긴다고 해도 대륙 전체가 적이에요! 어떻게 다 보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내가 이기는 날 너는 대륙의 여제가 되는 것이다.”
무진은 에이프런의 말을 듣지도 않았다. 시즈, 차린, 천득구만이 과연 무진답다는 생각을 했다. 신의 검이 아니더라도 무진은 최강이다. 그 힘에 대항할 수 있는 자가 과연 있을까! 더군다나 무진이 신의 검에게 진다는 것을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과연 어떤 대결이 벌어질지 흥미진진했다.
무진은 신의 검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도구일 뿐이지.’
무진이 선언한 10일의 시간이 흘렀다. 대결은 신성제국의 대신전 앞 광장에서 이루어졌다.
대결 전 무진은 신성제국에 소식을 전해 대신전 주변에 사람을 모두 치우라고 했다. 어처구니없는 요구조건이었다. 아그리언을 모시는 대신전에서 대결을 펼치다니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무진은 강요하지 않았다. 만일 대결에서 사람들이 몰살당하더라도 책임질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대륙의 모든 이들이 무진을 질타했다. 주신의 검을 꺾으려고 하는 것 자체가 신에 대한 모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무진의 실체가 대륙에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대륙을 실제적으로 지배하는 소니아 왕국의 실세이자, 브릴란트 제국의 대륙십강을 모조리 다 죽인 존재다. 더불어 마왕의 수족이라고 할 수 있는 7마왕을 죽이고, 10만이 넘는 마족을 혼자서 도륙해 버렸다. 그 말도 안 되는 전력이 고스란히 대륙에 퍼지자 아무도 무진을 지탄하지 못했다.
무진은 선언한 대로 대신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을 모시는 대신전 주변에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신전을 지켜야 한다는 신관들을 제외하면 개미새끼 한 마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전 앞에 강철이 미리 나와 있었다.
“도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지?”
“곧 알게 될 거다.”
“후회할 거야!”
“그럴지도.”
무진과 강철은 서로를 응시했다. 강렬한 기파가 형성되었다. 말로 형언하기 힘든 기세의 대결이었다. 그 기세에 의해서 대신전 주변에 지어진 건물들이 모래처럼 가루로 변했다.
강철은 생각지도 못한 무진의 기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신과의 대결에서 각성을 한 후 한층 더 강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세를 점하기는커녕 밀리는 것 같았다.
‘뭐야?’
상식적으로 이건 아니었다. 강철은 자신이 이 세상의 주인공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존재가 갑자기 나타나 막아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씨익!
무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전율이 느껴졌다. 이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존재감을 표출하는 길이라고 여겼다. 치열한 대결을 통해 상대를 짓밟고 그 위에 올라서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나는 분명 말했다.”
무진은 사람들에게 대피하라고 말했다. 그 말을 따르지 않은 것은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선택을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으면 그만이다.
무진의 무차별적인 파상공세가 이루어졌다. 주변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무력을 발산함과 동시에 활화산처럼 패력이 분출되었다. 극한에 이른 패력은 대신전 주변을 쓸어버렸다.
“이런!”
강철은 대신전의 앞에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세이린이 고집을 피우며 대신전에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그녀를 비롯한 여인들이 대신전에 있었다. 물러서면 대신전과 함께 그녀들이 죽는다.
최대한 무진을 대신전에서 멀리 떨어뜨려야 했다. 강철은 마신의 대결에서 선보인 샤이닝소드의 샤이닝익스플로젼(광폭-光爆)을 펼쳤다. 일정 지역을 빛의 광역으로 만들어 폭발시키는 수법이었다.
무진도 물러서지 않고 수라탄강기의 멸살포를 뿌렸다.
꽈아아아아아앙!
빛과 강기의 폭발로 인해 버섯구름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대지로 뿜어져 나간 기파로 인해 건물들이 모조리 다 무너져 내렸다. 무진과 강철의 주변에는 대신전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대신전마저도 강철이 완전하게 보호하지 못했는지 일부분이 무너져 내렸다.
“정말 최강임을 증명하고 싶어서 이런 미친 짓을 하는 것이냐!”
“그렇다.”
강철은 이해하지 못했다. 신의 선택을 통해 강해진 자신과 이 정도로 상대할 수 있는 자라면 최강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더 강해지는 것 자체가 욕심이었다.
“욕심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사실이 그렇잖아!”
“인간은 욕망을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나는 최강임을 증명하고 싶은 욕망을 가졌다. 무엇이 그렇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는데, 잘못된 것이 아니란 말이냐!”
“나는 분명히 기회를 주었다.”
“너의 일방적인 요구였을 뿐이다!”
무진은 대화를 더 이상 이어가지 않았다. 불필요한 대화는 불타오르는 전투에 방해만 된다. 무진의 손아귀에서 수백 개의 격살탄이 번개처럼 쏘아져 나갔다. 다발로 이루어진 격살탄은 지상에 부딪치자마자 폭발을 일으켰다. 사방에 분화구가 형성되었다.
강철은 샤이닝소드의 최후 초식인 샤이닝데스트럭션을 펼쳤다. 빛의 거대한 사슬이 무진의 주변을 감쌌다. 베르칸도 이 초식에 의해서 산산이 부서져 소멸되었다. 무진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고 여겼다.
무진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암흑혼돈력을 분출했다. 극에 이른 암흑혼돈력은 살아 있는 생명체가 되어 옭아매는 빛의 쇠사슬을 파괴하여 흡수하는 것이 아닌가! 빛이 파멸력에 의해서 분해되고, 분해된 빛은 암흑력에 의해서 잠식되었다. 어둠의 완성체가 된 무진은 빛을 완전히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저럴 수가!”
“이게 다면 실망인데.”
무진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당혹해하는 강철의 앞에 나타나 초극에 달한 무력을 분출했다.
퍼억!
크윽!
강철의 허리가 새우등처럼 휘어지면서 어제 먹었던 것들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일격에 실린 힘이 상상을 초월했다. 마신과의 대결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 되었다. 무진의 권각술은 마신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일정한 형식을 초월하여 신의 경지에 이른 무진의 권각술은 강철의 권각술과 완성도면에서 차이가 컸다.
강철이 막아서는 루트를 정확하게 꿰뚫어서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한 일격을 가해왔다.
퍼퍼퍼퍼퍽!
구당탕!
뒤로 물러난 강철은 기침과 함께 핏물을 토해내었다. 내부로 스며들어 온 암흑혼돈력의 수라탄강기가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숨을 고르기도 힘들었다.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일방적인 패배를 경험하고 있는 강철은 현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왜…지? 왜 이렇게 되냐고!”
정말 짜증이 솟구쳤다.
허억!
무진의 권격이 창처럼 찌르고 들어왔다. 강철은 뒤로 몸을 회전하며 간신히 피했다. 정면으로 막아서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강철은 연신 물러서며 후퇴했다.
“저… 말로 하면 안 될까!”
“…….”
무진은 대답 대신 구룡섬을 출수했다. 아홉 마리의 용이 아가리를 벌린 채 강철을 노리며 쇄도해 나갔다. 구룡섬은 수라탄강기를 이용한 수법 중에서 가장 빨랐다. 삽시간에 공간을 먹어치운 용이 강철의 몸을 잡아챘다.
퍼어어어어엉!
공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강철의 신형이 실 끊어진 듯 날아갔다. 무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력을 속사포처럼 쏟아내었다. 완전히 부숴버리려는 무진의 의지가 엿보였다.
철퍼덕!
강철의 몸이 완전히 만신창이가 되었다. 바닥에 누운 채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운 지경이었다. 연신 피거품을 게워내면서 무진을 노려보았다. 무진만 아니었다면 세상의 영웅이 되어서 멋지게 살 수 있었다. 이렇게 죽는 게 너무나 억울했다. 차라리 마신에게 죽는 게 이보다 더 억울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나오는 게 좋을 거야.”
“뭘 나오라는 거냐!”
“반응이 없다면 이렇게 해주지!”
무진의 손바닥이 대신전을 겨누었다. 거대한 압력이 거미줄처럼 뻗어나가더니 대신전을 옭아맸다. 힘을 주기만 하면 대신전은 썩은 고기처럼 뭉개질 것이다.
강철은 다급했다. 대신전 안에는 강철의 여인들이 있다. 대신전이 뭉개지면 여인들도 죽는다.
“빌…어 먹을 놈아! 무언지 모르지만 그…만 해!”
“나오지 않는다면 대신전은 물론 네놈의 모든 것을 소멸시키겠다. 세상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강철은 무진의 말뜻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알 수 없는 이끌림과 동시에 강철은 이성을 잃었다.
번쩍!
방금 전까지 패색이 짙었던 강철의 몸이 순식간에 회복이 되었다. 가공할 신성력이 강철의 몸에서 분출되었다. 세상의 모든 빛을 담고 있는 강렬한 권능이 느껴졌다.
씨익!
무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나왔군.”
“정말 알 수가 없는 이계의 존재로구나!”
“아그리언, 그대를 만나고 싶었다.”
“나를 이기고 싶은 것인가.”
“그렇다.”
무진이 기다린 것은 다름 아닌 주신 아그리언이었던 것이다. 마신은 어차피 패잔병에 불과한 존재다. 강철이 아니더라도 무진이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는 존재다. 그에 반해 주신은 다르다. 아그리언은 혼돈의 신 카무하트와 어둠의 신 베르칸을 물리친 존재다. 격이 다른 존재와의 대적을 하고 싶었던 무진은 지금까지 기다렸다.
“나를 이긴다 하여 그대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최강임을 증명하면 된다.”
“어리석은 인간이로다! 나는 세상을 주관하는 신이다! 인간의 능력으로 나를 이길 것이라 생각하는 것인가!”
“물론.”
무진은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았다. 무진의 정의에서 옳고 그름은 강자만이 내릴 수 있는 권리다.
무진과 아그리언은 공간을 열어 그 안으로 들어갔다. 대결의 여파로 인해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다. 무진과 아그리언이 정해놓은 장소에서 대결은 벌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