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96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8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96화
제4장 신마대전 (3)
날이 어두워졌다. 오늘 밤이 지나면 대륙의 생존이 걸린 신마대전이 벌어진다. 병사들은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무진이 능선 위에 서서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중원의 하늘과 뮤켄 대륙의 하늘은 다르지 않았다. 쏟아질 것 같은 수많은 별들이 하늘을 수놓았다. 내일의 전투와는 상관없이 아름답고 한산하기까지 했다.
“무슨 일이지?”
“그대에게 할 말이 있어서 왔소.”
“해봐라.”
무진의 하대에 마르크스 왕자의 뒤에 있던 오스왈드 공작이 나서려고 했다. 소니아 왕국의 공작이라도 메카닉 왕국의 왕자에게 하대를 할 수는 없었다. 서로 공대를 하는 것이 예의였다.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스윽!
움찔!
오스왈드 공작은 주변을 압도하는 강렬한 기운에 기겁했다. 그랜드마스터를 능가하는 오스왈드 공작이 꼼짝도 하지 못하고 검을 스스로 집어넣었다. 마르크스 왕자의 놀람도 컸다. 무진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메카닉 왕국의 최강자인 오스왈드 공작을 기세만으로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다니!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선다. 대륙십강이라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역시 그대였군.”
“제법이군.”
에이프런 여왕이 뛰어난 역량을 가진 왕이라는 것은 마르크스 왕자도 인정한다. 하지만 대륙의 모든 것을 한 손에 잡고 휘두를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륙전쟁이 벌어지기 전 메카닉 왕국을 비롯한 각 왕국의 내전을 해결 한 것은 단순히 뛰어난 능력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에이프런 여왕의 뒤에 세상을 조종하는 누군가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진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마르크스 왕자는 기우라고 여겼었다. 하지만 무진을 다시 보는 순간 거짓말 같은 일이 사실처럼 느껴졌다. 여기에 나오면서도 마르크스 왕자는 확신을 가지지 못했었다.
“도대체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말해 줄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마르크스 왕자도 뛰어난 인재다. 하지만 무진에 비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대륙 전체를 따져봐도 무진에 비견되는 존재는 없다. 있다면 다른 세상의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겠소!”
“감당할 수 있다면 해라.”
무진은 정체가 드러나도 상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계획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면 무척이나 불쾌하게 여길 것이다. 무진은 불쾌함을 가만히 두고 보는 성격이 아니다.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어쭙잖은 협박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남아 있는 왕국이라도 보존하고 싶으면 말이지.”
“그…런!”
마르크스 왕자는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 말을 한다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었다. 아니 어느 누구도 무진 앞에서는 당당할 수 없으리라!
“이 전쟁이 끝나면 세상은 나를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될 거다.”
오만함을 넘어 광오했다.
마르크스 왕자와 오스왈드 공작은 공포에 젖었다.
‘이자는 인간이 아니다!’
‘어떻게 이런 자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마왕보다 무진이 더 무서웠다. 어쩌면 신마대전조차 무진의 손바닥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들은 기우에 불과하기를 기대했다. 만약 그렇다면 세상은 무진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모두의 바람과는 달리 무정한 아침은 밝아 왔다.
햇살이 비추어 내리는 맑은 아침이었다. 그러나 그 어떤 병사도 긴장과 두려움을 풀지 않았다. 숨 막힐 듯 고조된 긴장감이 전영을 감쌌다.
이른 아침부터 신성제국과 왕국연합이 마족을 상대할 진형을 갖추었다. 대륙을 대표하는 초인들이 전장의 선봉에 섰다. 신의 검 우강철을 주축으로 하여 마신을 상대할 소수의 정예들을 구성했다. 그 뒤로 상급 마족, 중급 마족, 하급 마족을 맞이할 수 있도록 여러 겹으로 진을 구축하고, 전략병기를 요소요소에 배치하여 마족의 공세에 뚫리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나갔다.
“오브레임.”
“예! 주군.”
“에이프런을 목숨으로 지켜라.”
“충!”
무진은 100명의 밀영대를 에이프런의 옆을 보좌하도록 명령했다. 에이프런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밀영대의 사명이 되었다. 힘겨운 수련을 견뎌낸 밀영 1호 오브레임은 과거의 오브레임이 아니었다. 측정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밀영대의 수장이 되었다. 오브레임은 무진의 명이라면 불구덩이에도 뛰어들 수 있었다.
“오는군.”
무진은 마신의 기세를 느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짙고, 사악한 어둠의 총화가 세상을 짓밟아 버리기 위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무진의 시선이 강철에게 향했다. 강철도 마신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그 압도적인 기운에 강철의 인상이 굳어졌다.
무진은 치열한 대결의 서막이 기다려졌다. 전쟁의 두근거림과는 달리 생사를 건 치열한 대결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능력을 보여라.”
강철은 마신과의 대결을 위해서는 사람들과 거리를 벌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마신이 움직여줄지는 미지수였다. 마신은 마족이 죽든 사람이 죽든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해보는 데까지 하는 수밖에.’
마신의 기세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이대로 조금만 지나면 마족이 시야에 보일 것이다. 마족을 보고 당황해서는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없다.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어야 했다.
강철은 신성력을 사방으로 퍼뜨렸다. 주신의 신성력을 그대로 이어받은 강철의 신성력은 모든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그 압도적이고 장대한 물결에 기사들과 병사들은 희망을 보았다.
“주신 아그리언께서 지켜보고 계십니다! 그러니 우리는 결코 지지 않습니다! 세상의 밝음과 희망을 위해 용기를 가지고 마족과 싸웁시다!”
와아아아아아아!
강철은 병사들의 기세를 끌어올렸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세였다. 기세를 한껏 끌어올린 후 한발 나아갔다. 그 뒤로 신의 검을 따르는 초인들과 드래곤이 합세했다. 시즈, 차린, 천득구도 진형의 마지막 줄에 섞여 있었다.
‘싸우다 질 것 같으면 주군 옆으로 튀는 것 잊지 마!’
‘물론.’
‘물론이에요!’
천득구, 시즈, 차린은 이미 작전을 세워두었다. 열심히 싸우다 정 안 될 것 같으며 무진의 뒤로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진의 마지막 줄에 있는 듯 없는 듯 섞여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앙!
맑은 날 어두운 그림자가 들이닥치고 있었다.
먼지구름이 솟구쳐 오르고, 사나운 포효 소리가 대지를 울렸다. 30만에 달하는 마족이 빠른 속도로 내달리고 있었다. 가로막는 것은 무엇이든 박살을 내버리고 일직선으로 내달렸다. 인간연합을 본 마족들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피의 축제다! 인간의 피로 목욕을 해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크하하하하하!
마족들의 소름 돋는 웃음이 인간의 공포를 자극했다.
마신의 주변에는 7마왕과 최상급 마족 100마리가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베르칸은 인간을 대표하는 신의 검을 주시했다. 그리고 가볍게 손을 횡으로 그었다. 베르칸의 가벼운 동작에 공간이 갈라지면서 날카로운 기운이 수평선을 잘라내었다. 항거할 수 없는 절대적인 어둠의 무력이 발산되었다. 신의 검이 가진 능력을 가늠해 보려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죽을 위기에 처해 있을 때 강철이 손을 휘저었다. 강철의 손에서도 빛의 기운이 쏘아져 나가 마신의 검력에 대응했다.
파아아아아앙!
후드드드드득!
빛과 어둠이 부딪치자 공간을 부숴버리는 파장이 일어나더니 반경 300미터에 달하는 구덩이가 생겨났다.
두렵고도 놀라운 광경에 병사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만약 강철이 마신의 무력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일시간에 수만에 달하는 병력이 희생되었을 것이다.
병사들은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신마대전의 승패가 신의 검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베르칸은 신의 검이 자신의 일수를 막아낸 것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않았다. 어차피 그 정도는 당연히 막아내야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무척 실망했을 것이다.
“반항을 해보아라! 그래 봤자 네놈들은 절망에 몸부림치며 사라질 것이다! 데모스!”
“예! 어둠이시여!”
“죽여라.”
“명을 받듭니다!”
베르칸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족들이 득달같이 인간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족은 전투를 위해 태어난 생명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존재하지 않았다. 죽고 죽이는 피 튀기는 전투를 통해 마족들은 희열을 느꼈다.
크아아아아아아앙!
마족들은 돌진과 함께 귀를 찢는 듯한 포효성을 내질렀다. 마족의 포효성은 대기를 진동시키며 공포를 퍼뜨렸다.
강철은 쏟아져 오는 마족들을 향해 검력을 분출했다. 일단은 마족을 죽임으로서 마족도 죽는다는 것을 병사들에게 일깨워줄 필요가 있었다.
강철의 검력에는 초식과 형의 단계를 넘어서 있었다. 단순한 수평 베기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서린 검의 오의는 극을 넘어 초극에 다다랐다.
일개 마족 따위가 강철의 검력을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슈걱!
쿠다다당!
삽시간에 100에 달하는 마족의 몸통이 베어져 버렸다. 목을 잃은 몸이 앞으로 나아가다 힘없이 고꾸라졌다.
강철은 힘을 보여줌과 동시에 마신과 마왕들을 향해 나아갔다. 그 뒤를 드래곤과 초인들이 따랐다. 강철은 병사들과 거리를 벌리기 위해서 신속하게 움직였다. 무력의 여파를 병사들이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강철을 따르는 초인과 드래곤은 마신과 강철의 대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불태웠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왕과 최상급 마족들을 초인과 드래곤이 막아내야만 했다.
신마대전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인간의 운명을 건 대결의 서막이었다. 시작과 동시에 붉은 피가 대지를 적시는 치열함이 드러났다.
마족을 상대하는 인간은 수적인 우세와 병기의 최적화로 맞상대를 했다. 그에 반해 마족은 강인한 육체와 마력을 쉴 새 없이 터트렸다.
한 번의 부딪침으로 인해 수만에 달하는 인간이 죽었다. 바닥에 쓰러진 시체가 처참하게 뭉개졌다. 인간과 마족의 전투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이상과 현실은 확연히 달랐다. 잔인함이 극에 달한 마족은 인간을 죽이는 것으로도 부족한지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으아아악!
살려! 안… 돼!
대지를 울리는 안타까운 인간의 비명성이 들렸다.
치열한 전장의 한복판에 무진이 여유롭게 걸어가고 있었다. 무진은 다가오는 마족들을 착실하게 이승에서 저승으로 격리시켰다. 가벼운 손짓에 의해서 마족의 시체가 사방으로 흐트러졌다. 초록색 핏물이 무진의 주변을 적시었다. 무진이 밟는 대지는 초록색으로 변해갔다.
“죽어랏!”
상급 마족 베리놈이 무진에게 달려들었다. 중급 마족과 하급 마족을 단숨에 정리한 무진을 향해 짙은 분노를 담았다. 상급의 마족은 강력한 피어(공포)를 발산할 수 있었다. 오러마스터라도 베리놈의 피어를 맡게 되면 정신이 붕괴되어 버린다.
그러나 상대는 무진이다. 무진은 별다른 반응 없이 베리놈을 수직으로 그었다. 대기가 삽시간에 압축이 되더니 날카로운 칼이 되어 뻗어나갔다. 무진은 만물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자연검을 넘어서 있었다.
가공할 기운을 품은 대기의 검을 베리놈은 피하지 못했다. 베리놈은 팔을 교차하여 무진의 검력을 막아내려고 했다. 드래곤본을 능가하는 베리놈의 팔은 최강의 병기였다.
서걱!
“이…럴 수가!”
오러블레이드도 막아낼 수 있는 신체가 두부처럼 수직으로 양단되었다. 베리놈이 어처구니없이 죽자 공격하려던 마족들이 오히려 놀랐다. 상급 마족이 일수도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리자 마족들은 합공을 해왔다.
무진은 같잖은 벌레들의 합공을 절대적인 힘으로 압살했다.
꽈아아아아앙!
무형의 권강이 쏘아져 나가 가로막은 30마리의 마족을 치자 일시간에 소멸되었다. 무진은 앞을 방해하는 마족들을 단숨에 정리해 버렸다.
상황이 이쯤 되자 마족들도 섣불리 덤벼들지 못했다. 무진을 주변으로 수백의 마족들이 대치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마족들은 전투생물답게 두려움 없이 또다시 달려들었다. 무진도 덤벼오는 마족들을 분해해 버렸다.
마족을 해치우는 데 무진은 일권 이상이 필요하지 않았다. 단 한 방에 마족은 어김없이 죽어 나갔다. 무진이 해치운 마족의 수만 해도 3,000에 달했다. 무진의 강함을 알고 상급 마족이 모여 대항하기 시작했다. 9서클에 달하는 마력과 강력한 힘을 가진 마족이 무진의 시야를 가렸다.
“비켜라.”
9서클 마법이든 그에 버금가는 무력이든 무진에게는 똑같았다. 패도의 극에 이른 무진의 권격이 불을 뿜었다. 대기를 질타하는 강력한 힘이 분출되자 상급 마족 50마리가 삽시간에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마족들의 공세 속에서 유일하게 무진만이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마족들이 우글거리는 지점을 반으로 가르며 전진하고 있으니 황당함 그 자체였다.
무진은 마족 진영을 넘어 마신과 강철의 대결장소로 향했다. 둘의 중심으로 다가설수록 최상급에 달하는 마족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최상급 마족 카린타스는 어이없다는 듯이 무진을 보았다. 힘을 합쳐 합일된 진형을 유지하며 싸워도 인간은 마족을 이기기 힘들다. 그런데 무진은 혼자서 유유히 마족들 진형으로 쳐들어왔다. 죽고 싶어 안달이 난 미친놈일 가능성이 컸다.
“어리석은 인간! 죽어랏!”
카린타스의 손 안에 붉은 기운이 하나의 완성된 원형으로 형성되었다. 지옥 불에서 태어난 마족답게 불에 관해서는 가장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블러드파이어(혈화-血火)!”
슈우우우웅!
푸아아아앙!
무진의 수라탄강기와 블러드파이어가 부딪치자 대기의 온도가 삽시간에 올라갔다. 활화산처럼 분출되는 열기로 인해 바닥이 붉게 녹아 들어가고, 대기의 수분이 타오르면서 수증기가 발생했다.
무진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졌다.
“버러지 같은 인간이 건방을 떤 대가다!”
“뭐라고 했지.”
등 뒤로 들려오는 냉혹한 음성.
카린타스가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지상에 있어야 할 무진이 어느새 카린타스의 등 뒤를 장악한 것이다.
“어…떻……!”
퍼억!
뿌가가각!
무진의 권격이 카린타스의 얼굴에 작렬했다. 카린타스는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얼굴이 썩은 수박처럼 뭉개졌다. 재생력이 뛰어난 마족이라도 머리통이 부서지면 죽는다. 최상급 마족 카린타스는 별다른 반항은커녕 일격에 즉사해 버렸다.
무진은 멈추지 않고 주변에 포진해 있는 최상급 마족들을 도륙해 나갔다. 일격에 심장이 박살나고, 머리통이 사라졌다. 덤비는 족족 최상급 마족은 별다른 힘도 써보지 못하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무진은 극강의 패력을 발산했다. 일일이 상대하기가 귀찮았는지 마족들을 향해 수라탄강기의 멸살포를 뿌렸다.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멸살포가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 마족의 흔적은 남지 않았다.
무진의 멸살포는 과연 멸살의 공능을 지니고 있었다.
퍼어어어어어엉!
지축을 뒤흔드는 멸살포의 가공할 위력에 대지가 몸서리를 쳤다. 항거불능의 파괴력이 선보여지자 전쟁은 소강상태가 되어버렸다.
적아(敵我)를 막론하고 놀라움과 경악이 대지를 장악했다.
무진은 마족들에게 둘러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인지경으로 마족들을 유린했다. 최상급에 달하는 마족들도 무진의 멸살포에 걸리면 흔적도 없이 소멸해 버렸다.
무진은 죽음과 직결되는 존재였다.
“저… 말도 안 되는 존재는 뭐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인간의 무력을 한참이나 초월한 존재의 등장이었다. 마족을 짓밟고, 뭉개버리고 있었다. 버러지 같은 인간으로 치부할 수 있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무진의 손에 죽은 마족의 수만 해도 족히 10만에 달했다. 전체 마족의 수에 3분의 1이나 되었다.
인간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신의 검이 마신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또 다른 절대자의 압도적인 등장에 경악했다. 또한 인간을 구원하기 위한 영웅의 등장을 반겼다.
무진의 패력은 전장을 지배하고도 남았다.
“싸워라. 이긴 자만이 세상을 가질 수 있다.”
잔잔한 음성.
인간의 내면에 숨죽이고 있는 욕망을 자극했다. 희망이 아닌 욕망을 자극하는 무진이었다. 살아 숨쉬며, 세상을 손아귀에 쥐어보라는 뜻을 내비쳤다. 무진의 한마디는 대지 전체로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