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8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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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5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89화
제2장 대륙정벌 (8)
북해의 겨울처럼 차가운 방에 얼음 덩어리 3개가 자리했다. 자세히 보면 얼음 안에 사람이 냉동되어 있었다.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은 고작 이것을 보기 위해서 여기까지 온 황제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가 안 되겠지.”
“죄송합니다.”
“그럴 만도 하겠지. 하지만 이들의 정체를 안다면 이해가 될 거다.”
“누굽니까?”
“대륙십강의 2인과 그에 비견되는 자지.”
음!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은 설마 이들이 대륙십강의 2명과 그에 비견되는 자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과거에 한동안 황제가 자리를 비운 적이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었는데 이제야 내막을 알 수 있게 되었다. 황제는 대륙십강의 숨겨진 자들을 추적하여 제압한 것이다.
대륙십강의 2인은 30년 전 단 한 번 나왔을 뿐이었다. 그 당시에 보여준 전율적인 무력을 보고 대륙십강의 자리에 올려놓았었다. 사실 당시의 브릴란트 제국은 대륙전쟁의 본보기를 보이려고 했는데, 메카닉 왕국과 대륙십강이 연계되면서 전쟁의 향방이 어렵게 되었었다.
카이엘 황제는 그때의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기에 후환거리가 되기 전에 케이브, 사론, 멘델프를 제압하기로 했다.
은밀하게 대륙십강을 제압한 카이엘 황제는 죽이는 것보다는 후일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초월마법의 궁극지경에 이른 카이엘 황제는 케이브, 사론, 멘델프에게 초월정신마법을 걸었다. 하지만 대륙십강의 정신력은 초월마법으로도 쉽사리 제압이 되지 않았다. 무려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초월마법에 저항을 한 것이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최후의 수단을 사용해야겠다.”
“어쩔 생각이십니까!”
“정신이 붕괴되는 한이 있더라도 제압해야지.”
이대로는 10년이 지나도 정신을 제압할 수 있다 장담하기 힘들었다. 꾸준하게 정신마법을 거는 것 대신에 파격을 맞이하게 만든 후 정신을 제압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심한 충격으로 인해 이들의 정신이 붕괴되거나 백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력이 강하다고 해도 붕괴된 정신을 가지게 되면 인형일 뿐이다. 원래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전까지는 이들이 없다고 해도 대륙을 지배할 수 있다고 여겼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카이엘 황제는 초월정신마법의 궁극에 달하는 마력을 케이브, 사론, 멘델프에게 걸었다. 냉동되었기에 변화는 없지만 그들의 정신세계는 유리파편이 되어 철저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을 것이다.
“인형이라도 대륙십강은 쓸모가 있겠지.”
메카닉 왕국이 타이탄을 다시 만들기 전에 왕국연합을 쓸어버릴 작정이다.
무진은 브릴란트 제국에서 소니아 왕국으로 진입하는 요소 요소에 공간이동좌표를 계산해 넣었고, 각 지점마다 매직아이(마법의 눈)를 설치해 카이엘 황제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공간이동마법과 매직아이마법을 설치한 것은 카이엘 황제가 소니아 왕국으로 온다는 가정하에 이루어진 무진의 판단이었다.
“움직였군.”
매직아이의 수준은 대륙십강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들의 움직임이 반경 1킬로미터 내외라면 반드시 확인할 수 있었다.
“6명인가.”
무진이 생각한 숫자보다 많았다. 3명이 움직일 줄 알았건만 3명이 더 나타났다. 매직아이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그들 역시도 대륙십강이거나 그에 비견되는 실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무진은 카이엘 황제의 이동동선을 파악한 후 인적이 드문 지대로 공간이동을 했다.
슈웅!
무진이 공간이동을 한 곳은 침엽수림이 울창한 툰드림 산맥이었다. 열대성 기운과는 대조적으로 냉대기후가 형성되어 잎이 넓은 활엽수를 찾기 힘든 곳으로 초지와 침엽수림이 넓게 분포되어 있는 지형이다. 냉기로 인해 작물의 수확이 어려운 지대여서 인적이 드문 지형 중에 하나다.
넓게 펼쳐진 지대에서 무진은 조용히 기다렸다.
“능력을 과시하려 하는가.”
초월마법을 가지고 있는 카이엘 황제다. 마음만 먹으면 소니아 왕국까지 텔레포트를 통해 이동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직접 움직이고 있었다. 소니아 왕국을 본보기로 자신에게 대항한 세력을 확실하게 뭉개버리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구심점이었던 메카닉 왕국이 쇠약해진 상황이라 각 왕국은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할 수도 있었다.
무진의 기감에 카이엘 황제가 잡혔다. 강렬한 기파를 숨기지 않고 여과 없이 뿜어내고 있었다. 한 번의 후퇴로 인해 자부심이 무너져 있을 것이다. 다시는 물러서지 않는다는 집념이 느껴졌다.
우우우우웅!
카이엘 황제의 날아가는 속도에 의해서 대기가 출렁거렸다. 지형지물이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지금까지 카이엘 황제가 지나간 자리는 엉망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무진은 내부에 숨쉬고 있는 기운을 퍼뜨렸다. 끝을 알 수 없는 강대한 역량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자 대지와 대기가 흔들렸다.
후드드드득!
초지 전체가 지진이 난 것처럼 요동을 쳤다. 항거할 수 없는 절대적인 패력이었다. 자연의 힘마저 거스르고 있었다.
“오라!”
거침없는 기세의 향연이다.
멈칫!
파공성을 내며 허공을 가로지르던 카이엘 황제는 느닷없이 발산되는 무지막지한 패력에 일순간이지만 멈칫거려야 했다. 이제까지 느껴본 적 없는 기운이었다. 패도의 정점에 올라섰다고 자부하는 카이엘 황제조차 몸서리가 쳐질 지경이었다.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도 측정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기운에 위축되는 것을 느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대륙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대륙십강이다. 그들이 고작 기세에 의해 위축된다는 것 자체가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벌어졌다.
“누구냐!”
쩌렁! 쩌렁!
카이엘 황제의 분노한 외침이 대기를 흔들어놓았다. 순간적이지만 카이엘 황제도 두려움을 느꼈다. 대륙을 지배할 자신이 두려움을 느끼다니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카이엘 황제는 어느 누구도 자신의 위에 설 수 없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고작해야 기세 따위에 위축되었다는 것을 용납하기 힘들었다.
카이엘 황제가 속도를 냈다.
파아아앙!
카이엘 황제는 순식간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사라졌다. 그 뒤를 아론 공작, 윈바이크 공작, 케이브, 사론, 멘델프도 빛이 되어 쫓아갔다.
대기를 압축해 놓은 후 공간을 뛰어넘어 버린 카이엘 황제는 무진을 볼 수 있었다. 초지의 중심에 오연(傲然)하게 서 있는 무진을 보는 순간 카이엘 황제는 설명하기 힘든 섬뜩함을 느꼈다.
“너는 누구냐?”
“무진이다.”
카이엘 황제는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전혀 생소한 이름이었다. 카이엘 황제의 뒤를 따라온 윈바이크 공작과 아론 공작도 의아스러운 기색이 완연했다. 뮤켄 대륙에서 알려지지 않은 존재가 이런 엄청난 기운을 발산하고 있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네놈이 누구든 상관없다! 감히 짐에게 이빨을 드러낸 죄 죽음으로도 사죄하기 힘들다!”
카이엘 황제의 손바닥 위에 집채만 한 오러볼이 형성되었다. 더 이상의 대화도 필요 없다는 듯이 무진을 향해 집어 던졌다. 일체의 망설임이 존재하지 않았다. 손상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 황제는 전력을 오러볼에 집약했다. 먼지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황제의 의지를 볼 수 있었다.
슈아아앙!
오러볼에 의해서 발생하는 압력에 의해서 대지가 원을 그리며 무너져 내렸다. 강력한 위력을 지닐수록 뻗어 나오는 위력과 속도가 상당하다. 그 힘을 받는 주변의 지형이 부서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마치 달이 대륙에 떨어져 내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반면에 오러볼의 영향력 중심에 서 있는 무진은 태연하게 손가락을 휘저었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광대한 지역 자체가 거대한 해일의 집약체가 되어 떨어져 내리는 오러볼을 겨냥했다.
휘익!
그러자 측정할 수 없는 절대적인 기운의 총화인 카이엘 황제의 오러볼을 가볍게 퉁겨 내버리는 것이 아닌가! 퉁겨져 나간 오러볼은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 사론, 케이브, 멘델프를 노리며 날아갔다.
“이런!”
카이엘 황제가 쏘아 보낸 속도보다 더 빨랐기에 그들은 미처 피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부지불식간에 쏘아져 오는 오러볼에 잠시지만 머뭇거린 것이 화근이었다.
푸아아아아아앙!
강렬한 진동음이 울려 퍼지고 난 후 아론 공작을 비롯한 4인은 낭패한 기색보다 놀람이 가득한 눈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
특히 카이엘 황제의 놀람은 상상 이상이었다. 오러볼에 실린 힘은 대지 전체를 박살내 버리고도 남았다. 그것을 손도 쓰지 않고 기파로 퉁겨내 버리다니! 직접 보지 않았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혼자 할 텐가.”
무진은 카이엘 황제에 경고했다. 혼자서 싸우겠다면 싸워줄 수 있다. 하지만 각오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무진은 동기를 부여할 뿐이었다. 말귀를 알아듣고 행동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카이엘 황제는 깨달아야 했다.
뚜벅!
움찔!
무진은 한발 움직였을 뿐이다. 카이엘 황제는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마음은 싸우라고 하는데, 몸은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카이엘 황제는 머리가 차갑게 식는 것을 체험했다. 이질적이고, 생소한 공포를 담고 있는 무진의 전율적인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네놈의 정체가 뭐냐?”
싸우는 것보다 놈의 정체가 더 궁금했다. 단순히 이름을 묻는 것이 아니었다. 왜 이곳에서 자신을 막아섰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위험한 대결을 펼쳐야 했다. 목적도 없이 움직이는 위인이 아니라는 것쯤은 카이엘 황제도 알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은 아니겠지.”
무진의 말에는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었다.
섬뜩한 진실이 스쳐 지나갔다. 카이엘 황제를 비롯한 그들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것이 진실이라면 대륙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무진의 손아귀 안에서 이루어졌다는 뜻이 아닌가! 믿기 어려운 진실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진실을 강요하고 있었다. 무진의 무력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대륙십강의 초월적인 전투력을 능가하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다.
“내가 너의 체스판에서 움직였다는 말이냐!”
“똑똑하군.”
“네놈이 신이라도 된단 말이냐!”
어느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실행할 수 있단 말인가! 신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물론 난 신이 아니다.”
“당연한 소리 하지 마라!”
“신을 무너뜨릴 존재지.”
“헛소리를 잘도 지껄이는구나!”
신을 죽이다니 그게 가능한 일인가! 광오함이 지나쳤다. 신은 죽일 수 없는 불멸의 존재이며,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다. 죽이려고 해도 죽일 수 없기에, 이길 수도 없는 존재였다.
카이엘 황제는 기가 막혔다. 무진은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거짓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지존광대함이 느껴졌다.
“네놈이 강하다는 것은 인정해 주마! 하지만 헛소리를 들어주는 것도 여기까지다! 네놈의 광오함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깨닫게 해주마!”
“너는 반드시 그래야 할 거야. 아니면 나는 무척 실망할 것이다.”
무진은 언제든지 와보라는 뜻을 보였다. 강자만이 가질 수 있는 오만함과 여유였다.
카이엘 황제는 이가 갈렸다. 세상을 언제나 발아래 두었던 자신이 이제는 도리어 발아래 짓밟히고 말았다. 카이엘 황제는 무슨 수를 쓰든지 무진을 뭉개 버리고 싶었다.
“죽여주마!”
카이엘 황제가 공격을 하려고 하자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이 진형을 갖추었다. 그에 발맞추어 케이브, 사론, 멘델프가 2진형으로 짝을 이루며 무진의 정면과 후방을 차단했다. 무진이 벗어나는 공간을 미리 차단한 후 양방향에서 파상공세를 펼치려는 것이었다.
대륙십강 6명의 합공이다. 6명이 뿜어내는 기파로 인해 대기가 마찰을 일으키며 뇌전이 튀었다.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의 마찰력이 아니다. 그 힘의 파장은 뇌전을 능가하고도 남았다.
치지지직! 치지지직!
대기가 출렁거리는 것을 넘어서 공간의 굴곡마저 발생했다. 이질적인 공간의 흔들림으로 인해 대지가 사방으로 출렁거렸다. 기파 자체가 살인적이었다. 그랜드마스터에 올라선 자들조차도 숨쉬기 힘들 정도였다.
무진은 옥죄여 오는 가공할 기파를 느끼면서도 태연자약(泰然自若)했다. 오히려 입가에는 즐거운 듯한 호선이 그려져 있었다. 살을 에는 듯한 살기와 기세는 무진의 원동력이었다.
“좋구나!”
“잘난 체는 죽어서나 해라!”
카이엘 황제가 빛이 되어 쇄도해 들어갔다. 그러자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이 무진의 좌우를 맡았다. 무진의 후방에는 케이브, 사론, 멘델프가 카이엘 황제와 같은 진형을 유지하며 공격해 들어왔다. 전후좌우 사방이 가로막혀 빠져나갈 곳이 전무했다.
파파파파팟!
강력한 힘을 동반한 카이엘 황제의 공격을 무진은 가벼운 수법으로 방어해 내고,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의 공작의 권격 역시도 손쉽게 밀어내 버렸다. 폭풍 같은 연타가 쉽사리 막혀 버린 것도 문제지만 가볍게 퉁겨져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10미터나 밀려 나가버렸다.
카이엘 황제, 아론 공작, 윈바이크 공작은 허탈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첫 공방전만에 무력의 우열이 나누어졌다. 부딪칠 때마다 스며드는 무진의 숨겨진 능력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무진은 뒤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멘델프, 케이브, 사론을 느꼈다. 보지 않아도 기감만으로도 충분히 알아낼 수 있었다.
겉으로는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반 이상 망가져 있는 것을 무진은 파악했다. 정신금제를 거부하느라 발생한 역효과였다.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약간의 정신적 충격만 주어도 멘델프, 사론, 케이브는 전투력을 상실할 것이다.
하지만 무진은 그들의 정신금제를 풀어주지 않았다. 전투에서 맥이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