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8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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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18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86화
제2장 대륙정벌 (5)
참혹한 전장.
그 속에 죽어가는 기사와 병사의 수를 헤아리기 힘들 지경이다. 물량으로 따지면 1천만에 달하는 군사력이 집중되고 있었다. 대륙 전체의 병력이 전부 집결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
죽고 죽이는 전장 속에서도 전장을 지배하는 자들은 당연히 존재했다. 대륙십강에 속하는 윈바이크 공작과 아론 공작의 무력은 가히 신에 필적한다는 말이 부족했다. 포화 속에서 홀연히 등장하여 적 수천에 달하는 기사와 병사들은 뭉개버리는 신위는 가공함을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휘이이잉!
푸아아앙!
일수에 죽어간 병력이 수백에 달한다. 외마디 비명성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의 무력 앞에서는 기사나 병사들의 실력차이는 무용지물이었다. 강하든 약하든 일방적인 대결이 되었다.
“왔군!”
“이번에야말로 승부를 볼 때다!”
윈바이크 공작과 아론 공작의 표정에 전의가 불타올랐다.
두 공작을 막아선 것은 메카닉 왕국의 타이탄이었다. 메카닉 왕국이 자랑하는 마도공학의 총화이자 결정체로 불리는 그레이트타이탄 3기와 슈페리얼급 타이탄으로 분류되는 20기의 타이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레이트타이탄에 타고 있는 자들 역시 만만치가 않은 자들이었다. 그랜드마스터를 넘어 대륙십강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메카닉 왕국을 지휘하는 오헨 공작, 데브론 공작과 이제까지 실력을 감추고 왕국직속으로 키워진 오스왈드 자작이 그들이었다.
오헨 공작, 데브론 공작, 오스왈드 자작은 그레이트타이탄과 20기의 슈페리얼급 타이탄이 함께하는데도 불구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들은 3번의 격전을 벌이면서 깨달았다.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대륙십강과는 본질적인 격차가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간격이었다. 만약 타이탄이 없었다면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타아아앙!
휘청!
윈바이크 공작의 공격을 받은 오헨 공작의 타이탄이 휘청거렸다. 단 한 번의 격돌로 인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대지 전체가 으그러지는 것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사실 일반 기사나 병사들은 근처에 접근하지도 못한다. 그저 멀리서 대결을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었다.
오헨 공작이 밀리자 데브론 공작이 나서려고 했다. 그러자 아론 공작이 특수능력을 꺼내들었다.
“중력장!”
우우웅!
쿠웅!
“이런!”
엄청난 중력이 데브론 공작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그레이트타이탄은 9서클에 달하는 마법저항력을 가지고 있어서 중력마법을 펼쳐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론 공작의 특수능력은 중력마법과는 달랐다. 중력의 속성 자체를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렇기에 마법저항력이 통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중력의 무서운 점은 적의 행동은 무력화시키고 자신의 속도를 가속시킬 수 있다는 것에 있었다.
“가속!”
몸을 구속하는 중력 자체가 사라져 버리자 아론 공작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시야를 벗어난 상황에서 마인드블레이드를 넘어서는 극강의 무력이 발산되었다.
위기의 상황 속에서 오스왈드 자작이 나섰다. 오스왈드 자작은 오헨 공작과 데브론 공작보다 강했다. 메카닉 왕국의 숨겨진 무력에 관한 총화를 모조리 다 이어받은 천재였던 것이다. 그가 나서자 전투는 또다시 균형을 이루었다. 또한 그에 발맞추어 움직이는 슈페리얼급 타이탄에 탄 타이탄라이더들의 능력도 범상치가 않았다.
윈바이크 공작과 아론 공작은 조급함을 느꼈다. 여기서 지체하는 동안 메카닉 왕국의 노멀급 타이탄이 전장을 휘젓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끌수록 제국군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윈바이크 공작과 아론 공작은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섰다. 적당히 기습전을 하면서 왕국연합의 힘을 빼놓는 것이 목적이었다.
후우우!
오헨 공작과 데브론 공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적일 것 같았던 그레이트타이탄만으로도 버티는 것이 쉽지 않았다. 기습전이 있을 때마다 움직이고는 있지만 신출귀몰한 윈바이크 공작과 아론 공작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피해를 보고 난 후였다. 그때마다 누적된 피해가 거의 20만에 달하고 있었다.
“괴물들이군!”
소모전을 해봐야 왕국연합은 이득이 없다. 파손된 타이탄도 50여 기에 달했다. 그중에서 슈페리얼급 타이탄도 5기나 포함이 되었다.
특히 제국의 황제가 보여준 그 압도적인 무력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한 수에 20여 기나 되는 타이탄이 공중분해 되어버렸다. 그가 보여준 가공할 무력은 왕국연합의 사기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대로는 승산이 없겠어!”
오헨 공작과 데브론 공작은 대륙십강의 부재를 안타깝게 여겼다. 무슨 수를 쓰든지 대륙십강에 육박하는 자를 육성했어야 했다. 오스왈드 자작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조차도 대륙십강에 비하면 손색이 있었다.
두 공작의 한숨이 커져 갔다.
제국군 진영의 중심에 유난히 크고 웅장한 막사가 있다. 막사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 화려했다.
사실 전장에서 눈에 띄는 막사를 설치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집중포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이엘 황제는 집중포격이나 암습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다. 대륙십강 중에 최상위에 속하고 있는 그에게 두려움은 거리가 멀었다. 아마 포격을 한다고 해도 카이엘 황제를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우우우우웅!
막사 안에 살기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카이엘 황제가 뿜어내는 숨막히는 살기에 윈바이크 공작과 아론 공작을 제외한 상위귀족들은 하얗게 질려 있는 상태였다. 숨조차 맘대로 쉬지 못했다. 그 이상으로 살기가 강해지면 그 자리에서 절명해 버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봐.”
“그…게! 용…병에게 패배했다고 합니다!”
“뭐라고!”
우웅!
팟!
소식을 전한 포메드 백작의 몸이 한순간에 핏물로 화해 버렸다. 카이엘 황제의 살기를 정면으로 받은 결과였다.
귀족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기겁했다. 황제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또한 황제의 잔인함에 어떤 귀족도 입을 열지 못했다. 입을 여는 순간 생을 마감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아론 공작이 들어온 정보를 침착하게 다시 설명했다. 이 중에서 황제에게 뜻을 전할 수 있는 귀족은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뿐이었다.
“용병연합에 대륙십강 2명에 그에 버금가는 자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뭐야?”
“그럼 제임스 공작은?”
“아무래도 죽은 것으로 사료됩니다.”
대륙십강의 존재 유무에 따라서 상황이 달라진다는 것은 대부분이 알고 있는 진실이다. 1명도 아니고 3명이나 되었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용병연합이 왜 제국을 침범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놈들은 이제까지 전쟁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제국의 정예가 자리를 비울 때를 기다리다가 야금야금 제국을 먹어치우려고 한 것이 분명했다.
카이엘 황제는 전쟁을 더 이상 길게 끌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메카닉 왕국의 타이탄을 박살내고, 전력을 소모시키기 위해서 기습전만을 펼치다가는 전쟁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게 된다.
“총력을 기울인다!”
“최선을 다해 폐하의 뜻을 이루겠나이다!”
카이엘 황제의 전면전 선언에 의해서 제국군의 진형이 완전히 달라졌다. 수비를 하면서 전력을 펼치던 것과는 달리 공세만을 위한 전투진형을 갖춘 것이다. 물러설 수 없는 배수의 진을 쳤다.
제국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파악한 왕국연합도 신속하게 왕국연합회의를 열었다. 이번 전쟁에 왕국연합도 사활이 걸려 있었다. 만약 이기지 못하면 브릴란트 제국 황제의 폭정에 짓밟혀야 한다.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내놓을 수 없는 왕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전력을 기울여야 했다.
메카닉 왕국의 1왕자 카세이론이 상석에 앉아 주도했다. 2왕자 마르크스가 상석을 양보하고 그 옆을 보조하고 있었다. 메카닉 왕국의 주도하에 각 왕국의 왕과 왕을 보조하는 자들이 착석했다.
“제국 내에 문제가 발생해서 제국군이 전력을 기울이려고 하는 상황이오! 우리도 전력을 한 곳에 집중해서 제국군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하오!”
“굳이 병력을 이곳에 집중할 필요는 없지 않소이까! 좀더 물러서면 용병연합이 합세할 수도 있지 않소.”
용병연합이 후방에서 치고 들어와 준다면 그다음에 합세해서 공격을 펼치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메카닉 왕국의 입장에서는 안 될 말이었다. 지금 전장의 한복판이 된 장소가 메카닉 왕국이다. 이곳에서 더 밀리게 되면 왕국 자체를 제국에게 넘겨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더군다나 용병연합의 진군이 무척이나 느렸다.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다는 보장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용병연합과 연합한다는 확실한 보장도 없이 전선을 후퇴시켰다가는 제국군의 빠른 진격에 휩쓸려 버릴 수 있었다.
또한 메카닉 왕국에서 이곳만 한 최적점의 지역도 찾기 힘들다. 여기가 아니면 다른 곳이라고 해서 막아낼 수 있다 장담하지 못한다.
“제이슨 국왕! 뻔한 수작이 내게 통할 것이라 생각하시오!”
“그…게 무슨!”
“여기서 자국의 병력을 지키고 싶어 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소! 하지만 지금 그런 여지를 남겨두었다가는 전부 잃어버리는 수가 있음을 인식하시오!”
카세이론 왕자는 평소와 다르게 강압적이었다. 여지를 남겨두면 뒤통수를 칠 수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 후 메카닉 왕국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왕국연합이 전력을 다하도록 유도했다.
‘동생의 말이 맞았구나!’
평화로운 시대에나 서로 간에 균등하게 대접을 받을 수 있다. 현재는 난세였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아 세상을 주도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에이프런은 소니아 왕국을 대표해서 전쟁에 참여했다. 왕국의 기사와 주요병력을 전부 끌고 왔다. 물론 숨겨진 전력은 남겨두었다.
사실 전력이라고 해봐야 다른 왕국에 비해서 현저하게 부족했다. 내전에 의한 피해가 가장 크다는 것을 다른 왕국들도 알고 있었다. 그로 인해 에이프런의 미모를 눈여겨본 각 왕국의 국왕과 왕자들이 추파를 던지거나 농을 하기도 했었다.
그때마다 에이프런은 담담하게 넘겨주었다. 같잖은 수작에 흔들릴 정도로 에이프런은 수양이 낮지 않았다. 물론 일일이 다 머릿속에 새겨두기는 했다. 나중에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에이프런은 뒤끝 있는 여인이었다. 결코 손해 보는 짓은 하지 않았다.
-에이프런의 막사.
막사 안에는 에이프런 외에 무진이 앉아 있었다. 무진은 시즈, 차린, 천득구에게 전장으로 오도록 명령을 한 후 에이프런의 막사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전쟁과는 동떨어진 분위기가 연출이 되었다.
“쥐새끼같이 생긴 놈이 추파를 던지지 뭐예요! 아! 진짜! 그런 면상 들고 다니고 싶을까요! 용기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괘씸하군.”
“그렇죠! 짜식들이! 예쁜 것은 알아 가지고, 지 주제를 모르는 놈들이 많다니까요!”
“새겨 놓았나.”
“물론이죠! 내가 그런 놈들을 가만히 둘 성격은 아니잖아요!”
무진은 불쾌감이 들었다. 주제도 모르는 것들이 나대는 것을 가만히 놔둘 정도로 무진은 착하지 않았다. 특히 에이프런에게 껄떡대는 놈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곧 있으면 깨닫게 되겠지.”
“언제요?”
“3일 후에 용병들이 올 거다.”
“차린도 오잖아요!”
“그렇겠지!”
에이프런은 차린을 볼 때마다 우울했다. 그녀의 강인함이 너무 부러웠다. 폐관수련을 하며 실력을 갈고닦았지만 아직도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에이프런은 무진의 마음을 알고 싶었다. 이제까지 말하고 싶어도 참고 있었지만 오늘은 꼭 들어야만 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차린이 좋아요! 제가 좋아요!”
“너.”
“정말이요!”
“그렇다.”
무진은 감정을 속이지 않았다.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았다. 굳이 말을 돌려가며 본마음을 속이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에 반해 에이프런은 너무 쉽게 대답하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원래 사랑고백이 이렇게 시시했었나!’
설렘 그런 거는 없다. 다만 기분은 좋다. 좋다는 감정을 한 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데 싫다고 할 여자는 드물다.
‘아! 내가 좋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지!’
에이프런은 좀더 무진의 옆에 달라붙어서 애교를 부렸다. 무진도 마다하지는 않았다. 다가오는 에이프런의 몸을 어깨로 감싸며 한 의자에 앉았다.
에이프런은 무진이 다정한 말을 해주기를 바라기는 했지만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하는 무진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언제나 딱딱하면서도 직설적인 말만을 해온 무진이다. 그런 것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보이고 있었다. 만약 귀에 발린 말을 했다면 에이프런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