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2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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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89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239화
제7장 라이언 영지와 페이른 영지전 (1)
유실리안 제국의 최강의 검이라 칭송되는 라이언 영지는 경계선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동방 경계선과 인접해 있었고 페이른 영지는 남방 경계선과 인접해 있다고 볼 수가 있었다.
테라인 왕국군 책사를 맡은 멕케인 가문의 가주 멕케인 공작과 크리스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황성을 향해 움직이기 위해서 남방 경계선을 침공할 경우 정령검사를 양성했다고 추측되는 수백의 정령검사가 자리한 페이른 영지를 돌파해야 하며 동방 경계선을 침공할 경우 최강의 기사 집단의 가문인 라이언 영지를 돌파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의 군단을 두 개로 나누어 각기 동방 경계선과 남방 경계선을 침공했다.
정령검사 부대와 마스터를 서로 떨어트려 놓기 위해서였고 수많은 고민 끝에 네 속성의 정령과 계약한 이레스를 남방 경계선의 사령관으로 임명했으며 동방 경계선의 사령관으로 파이슨을 임명한 것이었다.
라이언 대공과 함께 전투를 벌인 적이 있던 파이슨이라면 다른 마스터와 엘프의 도움이 있으면 패배를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었고 네 속성의 정령과 계약한 이레스라면 엘프의 도움이 있다면 어렵지 않게 페이른 영지를 돌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동방 경계선이 먼저 무너지고 그 후 몇 시간 뒤에 남방 경계선을 돌파한 테라인 왕국군은 황성으로 향하며 수십 개의 영지를 돌파했고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각기 페이른 영지와 라이언 영지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흐음.”
2군단 진영 입구에 서서 물끄러미 페이른 영지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작은 신음과 함께 고개를 갸웃했다.
“어떡해야 하나…….”
달이 떠오르지 않는 이상 단 한 번의 휴식도 없이 연속으로 영지를 돌파하며 도착한 2군단이었지만 함부로 페이른 영지를 공격하지는 못하였다.
병사들의 피로는 물론 선봉에 서서 적들을 격파한 이레스도 정령력의 소모가 커진 상태에서 정령검사 수백 명이 자리했을 것이라 추측되는 페이른 영지를 공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저벅저벅.
“왜 그러십니까?”
등 뒤에서 들려오는 가벼운 발걸음과 감정이 실리지 않은 듯한 한 사내의 질문에 이레스가 페이른 영지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카인 님도 느껴지시죠?”
“…….”
이레스에게 다가온 사내, 푸른 잎사귀 부족의 전사인 카인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와 마찬가지로 페이른 영지를 빤히 바라보다 대답했다.
“정령의 기운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예.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페이른 영지 안쪽에서 수십, 수백의 정령의 기운이 느껴졌다.
각기 다른 기운을 가지고 있지만 같은 속성이 같은 기운을 선보이며 확실하게 몇 명의 아이언 나이트들이 자리하고 있는지 추측할 수는 없었지만 거대한 정령의 기운만 가지고 추측을 해본다면 대충 일백은 넘는 정령검사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레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정령의 기운이 가득 채워진 페이른 영지에서도 눈에 띄게 느껴지는 또 다른 기운이었다.
“두 명의 마스터도요.”
“거대한 마나를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그렇습니다.”
“흐으음.”
마스터 두 명과 일백이 넘는 정령검사가 페이른 영지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레스가 가장 먼저 페이른 영지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읽고 고민한 것은 어떡하면 최소의 피해를 입은 채 페이른 영지를 함락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페이른 영지에 마스터가 자리하고 있듯이 그가 맡고 있는 2군단에도 마스터 헬버튼과 헥토스 왕국의 지원군인 마스터 헨들릭스 공작이 자리하고 있었다.
페이른 영지에 정령검사인 아이언 나이트들이 자리하였지만 2군단에는 그들보다 정령술이 뛰어난 이백의 정령사인 엘프들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전쟁이라는 것이 문제가 되고 말았다.
지금까지 돌파하며 이루어진 영지전도 전쟁의 일부분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페이른 영지는 지금까지 돌파한 영지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다른 영지보다 두 배, 세 배는 더 높고 두꺼운 성벽과 수십 대의 공성병기로 무장되어 있었으며 오러를 통해 정령술을 막아낼 수 있는 두 명의 마스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가르시아라…….”
심지어 황도에 머무르고 있는 페이른 후작을 대신해 페이른 가문의 셋째인 페이른 더 가르시아라는 이름의 인물이 책사로서 자리하고 있다는 첩보도 있었다.
가문 대대로 정치가이자 책략가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페이른 가문의 인물이었고 그런 페이른 가문의 영지였다.
지금까지와 같이 정령술을 통해 성벽을 돌파하고 시가전으로 진행시키는 방법을 벌였다가는 오히려 역으로 당할 수가 있었다.
“땅굴을 판다면……?”
헥토스 왕국에서 일어난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움직일 때처럼 땅굴을 파서 움직인다면 가능성은 있었지만 그것은 가능성일 뿐 확신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정령의 능력을 이용하여 땅굴을 파고 헥토스 왕국이 자랑하는 천연의 요새를 함락한 것은 이미 대륙을 떠들썩하게 만든 전쟁 중 하나였으니 페이른 가문의 인물인 가르시아가 대비하고 있지 않을 리가 없었다.
저벅저벅.
뚜벅뚜벅.
다시 등 뒤에서 들려오는 두 사람의 발소리에 이레스가 고개를 살짝 돌려 상대를 확인하고는 다시 페이른 영지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방법이 없을까?”
“…….”
2군단의 책사를 맡고 있는 그레이즈 가문의 책략가, 바실리아스가 그의 옆에 서서 페이른 영지를 빤히 바라보더니 헤라에게 수화로 얘기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수화를 빠르게 해석하고는 대답했다.
“방법은 있지만 장시간의 전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데요?”
“……장시간이라.”
이레스가 고민하는 듯이 작게 중얼거리며 턱을 쓰다듬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전쟁이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금의 테라인 왕국의 상황에 문제가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이미 멕케인 공작이 테라인 왕국과 인접해 있는 왕국들과 거래를 하여 다른 나라의 침략을 막아낼 거대한 성벽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 페이른 가문의 가주인 페이른 후작을 생각해본다면 가능한 빠르게 전쟁을 종결시키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미래를 알고 있었기에 차단한 수 있었지만 페이른 후작은 아주 치밀하고 은밀한 방법을 이용하여 헥토스 왕국을 장악했었으니 전쟁에서도 그런 전략 전술을 구사하지 못한다고 확신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으으으음.”
이제는 작게 신음을 흘리며 고민하기 시작한 이레스가 고개를 살짝 비틀어 영지를 바라보다 바실리아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가만히 생각해봤는데…….”
“…….”
페이른 영지를 바라보던 바실리아스의 시선이 천천히 돌아갔고 그 순간 이레스의 말이 이어졌다.
“예전에 정령의 힘을 이용해서 성문을 박살 낸 적이 있었거든?”
“…….”
“가능할까?”
“…….”
바실리아스는 물끄러미 이레스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다시 페이른 영지를 바라보았고 천천히 헤라에게 시선을 돌리며 손짓을 했다.
“일단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 할 거 같다는데요?”
“해봐야 할 거 같다?”
“가르시아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봐야 하니까요. 이건 바실의 말이 아니지만 솔직히 그런 방법을 통해 성문을 부순다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니에요?”
“…….”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자 헤라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방법이 없잖아요. 정체를 알 수 없는 페이른 가문의 책사에다가 수십 대의 공성병기, 그리고 일백이 넘는 정령검사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어떠한 정보도 없는 페이른 영지를 공격하면서 최소의 피해를 입기 위해서는.”
“……그렇지?”
헤라와 바실리아스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페이른 영지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카인을 불렀다.
“카인 님.”
“예.”
“내일 아침, 모든 엘프들을 불러주세요.”
* * *
테라인 왕국군 1군단 막사.
“……받아들였습니까?”
거대한 테이블 한쪽에 자리하고 있던 파이슨은 막사 안으로 황급히 들어온 케이든 후작의 물음에 재미있다는 듯이 입가에 미소를 진하게 만든 채 편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판 붙자는구나.”
“허허.”
라이언 영지까지 밀고 들어온 1군단은 라이언 영지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성벽 위에 자리하고 있는 라이언 대공을 발견하고는 진영을 꾸리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대륙의 최강자라 불리는 라이언 대공이었다.
아무리 플레티안 제국과의 전쟁으로 부상을 입었다고 추측해도 함부로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것도 난전이 벌어지는 상황이라면 자신과 케이든 후작이 달라붙어 공격을 하려 해도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병사들을 공격해 공성전 자체를 유리하게 풀어낼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계속해서 돌격하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전략을 구상하려 했고 그 순간 1군단 책사를 맡고 있는 멕케인 가문의 소가주 크리스가 하나의 제안을 했다.
일기토.
그들이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일단 일기토를 신청하는 것이었다.
물론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컸지만 일기토를 거절하게 되면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니 왕국군으로서는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병사들의 사기에 대한 우위를 점한 채 전쟁을 벌이게 된다.
그런데 라이언 대공은 마치 일기토 신청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파이슨의 뒤에 서 있던 2군단의 책사 크리스가 케이든 후작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기토는 내일 아침 거대한 종소리를 통해 알려준다고 합니다. 제국에서 나오는 인물이 누구인지는 확실하게 알려주지 못했지만 분명 세 명의 마스터가 참여할 것입니다.”
“그럼 우리 쪽에서도 저와 파이슨 님,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이 나와야겠군요.”
“예. 그리고 그 나머지는 푸른 잎사귀 부족의 하이엘프이신 알케리스 님이 맡아주기로 하셨습니다.”
“알케리스 님이라면…….”
케이든 후작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지금까지의 전쟁에서 엘프들의 활약은 가장 독보적이라고 볼 수 있었고 그중에 가장 커다란 활약을 보이고 있는 인물이 최상급 정령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하이엘프 알케리스로, 케이든 후작에게 일기토를 한다면 필패를 할 것이라는 생각을 만들어준 인물이었다.
크리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알케리스를 바라보았다.
“참고로 라이언 대공은 알케…….”
“라이언 대공은 내가 맡으마.”
“…….”
자신의 말을 끊으며 이야기하는 파이슨의 모습에 크리스가 입을 꾹 다물며 고개를 돌렸다.
총사령관 자리를 맡고 있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왕국이 보유한 다섯의 마스터 중 한 사람인 파이슨이었다.
크리스로서는 그가 라이언 대공과 일기토를 치르던 도중 사고가 일어나 목숨을 잃는 것은 왕국의 최고의 피해로 이어지기에 현재 1군단 내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알케리스에게 라이언 대공과의 일기토를 맡기려 했다.
“제, 제정신입니까?”
크리스가 다시 입을 열기 전에 케이든 후작이 말을 더듬으며 물어왔다.
라이언 대공은 현재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기사라고 알려져 있으며 플레티안 제국과의 전쟁 도중에 부상을 입었지만 그 부상 자체의 정도가 약하다고 알려진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 라이언 대공과 일대일로 대결한다고 하니 케이든 후작이 묻는 것은 당연했지만 파이슨은 그의 물음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알케리스를 바라보며 미소를 그렸다.
“알케리스 님.”
“예.”
“라이언 대공과의 일기토는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
알케리스가 파이슨을 빤히 바라보다 싱긋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언 대공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파이슨 님께서 바라신다면 상관없습니다.”
“들었지?”
파이슨이 입가에 그린 미소를 유지한 채 고개를 살짝 돌려 자신을 바라보자 작게 한숨을 내쉰 크리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허나, 위험해지면 바로 빠지셔야 합니다.”
“대륙의 최강자라고 하여도 나이로 보면 이빨 빠진 호랑이이고 작지만 부상을 입은 상태라면 옆구리에 구멍 뚫린 사자다. 걱정 마라.”
“만약입니다.”
“알았다.”
“그리고…….”
파이슨의 대답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이야기를 진행하는 대신 크리스가 다시 입을 열자 파이슨이 그를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 순간 그의 입이 열렸다.
“라이언 대공이 정령검을 손에 쥐었다면 어쩌시겠습니까?”
“그럼 필승(必勝)이다.”
“예?”
크리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지만 파이슨은 오히려 미소를 그리며 자신의 검을 매만졌다.
만약 크리스의 말대로 라이언 대공이 일기토를 위해 정령검을 가지고 온다면 파이슨은 라이언 대공에게 이길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미완성이기는 하나 정령 융합술을 터득한 이레스와의 대련을 통해 정령술에 대한 약점을 알아차렸고 그를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