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2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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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55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231화
제3장 뒤통수치는 명분 (2)
테라인 국왕이 여전히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레이온 왕자의 모습에 작은 미소를 그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헥토스 국왕에게 연락해라.”
“…….”
“다른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테라인 왕국으로 오라고 말이다.”
“……대체 무슨 생각이십니까.”
아무리 플레티안 제국이 명분을 가지고 유실리안 제국을 침공했다고 하여도 다른 나라가 다른 나라의 전쟁에 아무런 말도 없이 개입하는 것은 대륙이 용납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허나 테라인 국왕은 지금 그런 행동을 하고 있었다.
마치 다른 나라의 공격을 무시하고 유실리안 제국을 대륙에서 지워버리고 왕국을 무너트릴 것 같은 행동을 말이다.
테라인 국왕이 레이온 왕자를 빤히 바라보다 작은 미소를 그리며 대답했다.
“헥토스 국왕이 도착하면 그때 알려주마.”
“…….”
레이온 왕자는 대답 대신 계속해서 테라인 국왕의 눈을 바라보았고 이내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례를 무릅쓰고 다시 묻겠습니다. 정말 다른 나라의 공격은 걱정할 필요 없습니까?”
“그렇다.”
“……알겠습니다.”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테라인 국왕의 모습에 레이온 왕자가 작게 숨을 고른 후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더니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덜컥.
“…….”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레이온 왕자가 집무실을 나가자 테라인 국왕은 문을 빤히 바라보다 작은 미소를 그리며 방금 일어났던 멕케인 공작과의 통신을 떠올렸다.
테라인 국왕이 통신 구슬을 빤히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맞소?”
-그렇습니다.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를 공격할 경우 다른 나라에 명분을 주는 것이 되어 테라인 왕국이 다른 나라에 침공당할 수가 있다는 것을 멕케인 공작이 모를 리가 없을 텐데?”
-허나 그레이즈 공작은 다른 나라가 침공할 수 없는 명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전쟁이 종결된 직후 그 나라를 공격하였을 경우 얻게 되는 세상의 비난일 뿐입니다.
테라인 국왕이 책상에 놓인 통신 구슬을 빤히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왕국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왕실에서 대륙의 비난을 감수하라는 것이오?”
-아닙니다.
“…….”
-전하께서 그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것입니다. 현재 상황으로 테라인 왕국의 군사력은 유실리안 제국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그것은 전쟁이 종결되고 10년이나 기다려야 유실리안 제국이 다시 회복을 하면 절대 불가한 이야기이지요.
“그래서 비난을 감수하고 전쟁이 종결된 나라와 전쟁해야 한다라…….”
-예.
“흐음.”
테라인 국왕이 작은 신음을 흘리는 사이 당연하다는 듯이 바로 대답한 멕케인 공작이 그만의 특유한 느긋한 목소리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10년이라는 시간은 레이온 저하가 왕위에 오르고도 남을 시간이며 10년 뒤 왕국의 힘이 아무리 강성해졌다고 해도 10년 후 일어나는 전쟁에서 입을 피해는 막심할 뿐만 아니라 패배할 가능성이 큽니다. 차라리 비난을 받더라도 왕국을 위해 전쟁을 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
생각을 하는 듯이 테라인 국왕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에 멕케인 공작의 목소리가 다시 통신 구슬 안에서 울려 퍼졌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비난 정도는 감수하는 것이 옳은 일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왕국을 위해서라면……인가?”
-아닙니다.
“아니다?”
테라인 국왕은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갸웃했고 그 순간 멕케인 공작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건네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전쟁이 기다리는 미래가 아닌 평화가 지속되는 미래 말입니다.
* * *
“빌어먹을 정도로 바쁘겠군.”
이레스의 말투에 전염된 것인지 서류에 사인을 하며 작게 욕설을 내뱉은 알레인은 아침에 일어났던 멕케인 공작과 이레스와의 대화를 떠올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충분히 가능하지만…….”
이레스가 말한 명분은 충분히 다른 나라가 침공할 수 없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그것도 아주 은밀하게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소수의 인원만 알고 있어야 했으며 그로 인해 자신이 처리해야 할 업무는 두 배, 아니 세 배는 늘어났다고 볼 수 있었다.
똑똑똑.
“들어오십시오.”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서류에 사인을 한 채로 대답한 알레인은 집무실 안으로 그레이즈 가문의 다섯 기사단이 안으로 들어서자 바로 한쪽에 정리해 놓은 서류를 내밀었다.
“유실리안 제국의 첩보병이 있을 확률은 없지만 일단 여러분의 대체 인물들을 모집했습니다.”
“……예?”
레어울프 기사단의 단장 라크가 다짜고짜 내뱉은 알레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하자 서류를 건네받은 페가수스 기사단의 단장 에이안이 자신의 손에 들린 서류를 빤히 바라보다 그에게 내밀었다.
“뭔데?”
“읽어봐라.”
라크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서류를 읽기 시작했고 모든 기사들의 시선이 서류와 서류를 쥐고 있는 라크에게 고정되는 순간 알레인이 펜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아무도 모르게 은밀하게 움직여 오크의 마을로 향하세요. 헬버튼 님께서 기다리고 계실 테니 수련하십시오.”
“…….”
“전쟁을 준비합니다.”
“…….”
여전히 서류를 읽고 있는 라크였기에 기사단의 단장들이 고개를 갸웃하자 알레인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우리의 가주께서 아주 좋은 방법을 가지고 있더군요.”
“좋은 방법이요?”
오우거 기사단 투드거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고 알레인이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주 남의 나라의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갈길 수 있는 방법을요.”
* * *
테라인 왕국 동방 경계선.
데인은 자신에게 도착한 서신을 빤히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동방 경계선의 책임자 할튼 자작을 바라보았다.
“……진짭니까?”
“그레이즈 가문의 인장이 찍혀 있는 것이 안 보이느냐?”
“보입니다만……. 진짜로요?”
할튼 자작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책상에 놓여 있는 서류를 앞으로 내밀었다.
“이것도 읽어봐라.”
“…….”
물끄러미 할튼 자작이 앞으로 밀어낸 서류의 첫 장을 바라보던 벅튼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왕실이겠죠?”
“잘 알고 있구나.”
“우리 빌어먹을 도련님이라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할 일은 하는 사람이니까요. 거기다 서류에 왕실 인장이 찍혀 있는데 모를 리가 있습니까?”
“큭.”
데인의 투덜거림에 작게 실소를 터트린 할튼 자작이 의자에 등을 기대 편안하게 앉으며 입을 열었다.
“총 삼천의 병력과 일백의 기사다.”
“……하아.”
이미 움직일 병력까지 정해지자 빠져나갈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는지 데인이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움직이면 되겠습니까?”
“서류 맨 끝의 글을 읽어봐라.”
“……?”
데인이 손을 내밀어 책상에 놓여 있는 서류로 옮겼지만 할튼이 그의 손을 가로막더니 다른 손으로 그레이즈 가문의 서신을 가리켰다.
“그 서신이다.”
“하아.”
다시 고개를 돌려 그레이즈 가문의 인장을 바라보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한숨을 내뱉은 데인이 서신의 마지막 장을 바라보았고 서신의 마지막 글을 바라보는 순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미친 인간이 어떻게 일주일 만에 오라는 거야.”
서신의 끝에는 서신에 적혀 있는 다른 필체의 글이 적혀 있었다.
일주일 만에 튀어 와라.
필체를 확인하지 않아도 누가 이런 글을 썼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필체의 주인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 * *
단 한 차례의 대화를 시작으로, 테라인 왕국 전체가 은밀하게 전쟁을 준비하는 그 순간, 유실리안 제국을 침공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던 이레스는 현재 그레이즈 영지를 벗어나 테라인 왕실로 향하고 있었다.
“하아.”
말을 타고 천천히 이동하던 이레스가 뒤에서 들려오는 한숨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작작 내뱉지?”
“하아. 제가 필요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레이즈 영지의 마법공학자, 데미안이 힐끔 이레스를 째려본 뒤에 작게 투덜대자 이레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왕실의 마법사들에게 마법무구를 알려주는 게 전부야. 걱정 마.”
“위로라고 보기 힘듭니다만?”
“……그냥 아가리 싸물어 주면 참 고마울 거 같네?”
“……하아.”
다시 투덜대려다 이레스의 손이 올라가는 것을 포착한 데미안이 다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
한쪽 눈을 찡그리던 이레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데미안을 돌아보려다 짧게 입맛을 다시며 자신의 옆에서 말을 모는 바실리아스와 헤라를 바라보며 말을 돌렸다.
“어때, 가능성은 있어?”
“…….”
생각을 하는 듯이 하늘을 올려다보던 바실리아스가 이레스의 질문에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싱긋 미소를 그리더니 헤라를 향해 수화를 했다.
멍하니 바실리아스의 수화를 해석하던 헤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더니 이레스를 돌아보았다.
“기마민족이 있었다면 모를까, 지금은 상관없다고 하네요.”
“그렇지.”
“걔네들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공격할 테니.”
“그게 누구 때문인지는 알고 하시는 이야기죠?”
“……마치 나 때문이라고 하는 거 같네?”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묻는 이레스의 모습에 헤라도 똑같이 싱긋 미소를 그리며 대답했다.
“찔리시나 봐요?”
“그런가 봐.”
“…….”
입가에 그린 미소를 유지한 채 대답하는 자신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꼈는지 헤라가 눈을 가늘게 뜨며 바라보자 이레스가 입가에 그린 미소를 진하게 만들며 입을 열었다.
“감봉.”
“에엑! 말도 안 돼!”
“내가 가주다!”
“……가주로서 업무도 안 보면서.”
“늘릴까?”
“…….”
헤라는 다시 들려오는 이레스의 목소리에 입술을 삐쭉 내밀며 입을 다물었다.
이레스가 그런 헤라를 바라보며 작게 실소를 흘린 뒤에 바실리아스의 반대편에서 이동하는 푸른 잎사귀 부족의 엘프 전사, 카인을 바라보았다.
대화에 참여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인지 카인은 오로지 전방을 바라본 채 말을 몰고 있었다.
“…….”
입을 꾹 다문 채 카인의 옆모습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정면을 바라보았다.
전쟁이 종결되는 순간 유실리안 제국을 공격하는 방법.
이레스가 멕케인 공작에게 설명한 그 방법은 엘프라는 종족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명분이란 유일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종족인 인간들이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하기 위해 필요한 진실이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종족, 예를 들면 엘프들이 인간들을 공격한다면 대륙은 그 전쟁에 증명된 명분이 없어도 따로 개입할 수가 없었다.
진실만을 말하는 종족은 말을 이용하여 외치는 증명이 곧 증거이고 진실이기 때문이다.
엘프들이 유실리안 제국에 전쟁을 선포한다. 허나 동맹국인 테라인 왕국이 엘프들의 전쟁에 지원군으로 참여하여 유실리안 제국을 공격한다.
그것이 이레스가 멕케인 공작에게 설명한 방법이었으며 전쟁이 종결되는 것과 동시에 유실리안 제국을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이레스는 지금 테라인 왕실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