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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이계사냥기 128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1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28화

 

휴식 기간이 점점 끝나가고 있었다.
시험이 다가오자 우리는 다시 덴마크의 노르딕 시험단 본부로 갔다.
시험이 시작되면 현실에서는 수면 상태가 되는데, 그사이에 습격을 받을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노르딕 시험단 본부에서 슬슬 시험 준비를 하는데, 연구총책 빌헬름이 찾아와 물건을 건넸다.
전파송수신기 2개와 교신기 10개였다.
난 그것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오딘?”
내 말뜻을 이해했는지 빌헬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레나에 가져가서 오딘에게 건네주면 된다는 뜻이었다.
‘뭐, 문제없지.’
통신망이 넓어질수록 나에게도 이로운 일이었다.
내게 우호적인 노르딕 시험단의 시험자들과 소통이 잘될수록, 정보 습득도 빨라지니까.
필요할 시 도움도 요청할 수 있고 말이다.

***

“어서 오세요! 고대하셨던 시험 시간이에요.”
아기 천사가 정신 사납게 날아다니며 우리를 맞이했다.
“석판 소환.”
과연 칼 같은 차지혜.
아기 천사의 잡담을 들어줄 생각이 없다는 듯이 석판부터 소환해 시험을 확인한다.
나도 본받아야지.
나 역시 석판을 소환해 보았다.

-성명(Name): 김현호
-클래스(Class): 33
-카르마(Karma): +100
-시험(Mission): 해적의 침공을 막아라.
-제한 시간(Time limit): 무제한

나는 흠칫하여 차지혜를 바라보았다.
“해적이 또 침공할 모양입니다.”
차분한 차지혜의 태도에 나 역시 마음이 진정되는 기분이었다.
“지난번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모양인데요.”
해적들은 오딘에게 쫓겨났고, 그 틈에 끼어 있었던 타락한 시험자들도 나에게 저격당했다.
해적들을 움직이는 실세가 중국의 타락한 시험자들이라고 가정한다면?
지난번에 마정 벌이를 못해 생긴 손해를 이번에 만회하려는 것이리라. 더불어,
“중국 측이 우리에게 보복하려는 듯합니다.”
차지혜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적들과 함께 다시 항구를 침공해서 우리까지 죽일 생각이겠죠.”
그중에는 리창위도 끼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왜냐고?
오딘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도 오딘이 침략을 가로막는다면, 그 같은 강자를 물리칠 사람은 리창위밖에 없으니 말이다.
“너무하는군. 집정관이라는 작자는 이번에도 군대를 빼돌려서 해적의 침략을 방조할 텐데.”
군대의 방어도 없으면, 대체 해적들의 침략을 무슨 수로 막아야 한단 말인가?
“이야, 골치 아프시겠어요?”
아기 천사가 놀리듯이 물었다.
“지금 누구 놀려?”
“네.”
“크악! 이놈의 자식을!”
탕탕― 탕―
나는 쌍권총을 소환해 마구 쏴댔지만 아기 천사는 얄밉게 요리조리 피했다.
사격 스킬에 의해 10m 이내에서는 명중률 100%인데도, 아기 천사는 명중시킬 수 없었다.
천사라서 그런가 보다 싶었다.
“진정하세요, 진정. 총알 아깝잖아요.”
“이 자식아! 우린 이제 8회차라고! 근데 뭐 이딴 시험이 다 있어?”
해적 중에는 중국 시험단 소속의 타락한 시험자도 다수 포진되어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 점을 가정한다면, 우리에게 이 시험은 난이도가 너무 높다!
“무슨 말씀을. 여태껏 불가능한 시험이 나온 적이 있었나요?”
“…….”
그렇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모두 클리어했으니까.
“어째서 시험자 김현호에게 빨리 강해질 수 있는 기회가 자꾸 주어졌을까요? 당연히 무언가 시킬 게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겠지.”
“난이도는 딱 적당해요.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죠.”
말을 마친 아기 천사는 파리 쫓듯이 손짓했다.
“자자, 그만 징징대고 가보세요.”
슉!
시험의 문이 불쑥 솟아올랐다.
시험은 그렇다 치고, 저놈의 자식 말투는 분명 잘못됐다! 시험 전부터 시험자의 컨디션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차지혜가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는 아기 천사를 한 번 노려보고는 따라 들어갔다.
녀석은 실실 쪼개며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었다.

***

“오셨구려.”
오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딘 씨는 시험이 뭐죠?”
“예상대로였소. 귀국하여 흑마법사 조직에 대해 널리 알리는 시험이었소.”
‘예상은 했지만 역시…….’
나는 기분이 안 좋아졌다.
오딘까지 떠나니 해적의 침공을 막는 일이 더 힘들어진 것이다.
“두 분은 어떻소?”
“해적의 침공을 막으라네요.”
“두 분이서 말이오?”
“그러게요.”
“흐음, 곤란하게 되셨구려. 데포르트 항구의 집정관도 해적과 얽혀 있는 관계로 보이는데 말이오.”
앗셀 집정관이라고 했던가?
그 야비한 대머리 노인네는 분명히 해적의 습격에 맞춰 군대를 이끌고 딴 곳에 도망가 있을 것이다.
그럼 무방비 상태의 항구를 차지혜와 내가 무슨 수로 지킨단 말인가?
그런데 그때였다.
“현호―!”
산 위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파앗!
“컥!”
수풀에서 불쑥 튀어나온 마리가 내 품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내 목에 코알라처럼 매달렸다.
“마리, 넌 시험이 뭐냐?”
오딘이 물었다.
마리는 뾰로통한 얼굴로 말했다.
“오딘 경호.”
“경호? 날?”
마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오딘 씨가 그들의 정체를 널리 알리면, 그 조직에서 제거하려 들겠죠. 그걸 막는 임무가 마리 씨에게 주어진 것 같네요.”
내 말에 오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소. 아무튼 이번 시험도 생각처럼 쉽지는 않겠군.”
“현호는?”
마리가 물었다. 난 우리 시험 내용을 알려주었다.
마리는 나와 헤어지게 되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데포르트 항구로 돌아온 우리는 묵고 있던 여관에서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 오딘과 마리는 시험을 위해 떠나게 되었다.
“얼마 동안 머물며 도와드리고는 싶으나, 이쪽은 시험에 제한시간이 있소.”
“예, 그럼 서둘러 가셔야죠. 이쪽은 저희끼리 어떻게든 해볼게요.”
나는 보관하고 있던 인공근육슈트와 전파송수신기 2개, 교신기 10개를 오딘에게 건네주었다.
“힘내시오.”
“네, 오딘 씨도요.”
“현호, 나중에 봐!”
마리는 잔뜩 울상이 된 채 손을 흔들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그래도 공과 사는 구분하는지 안 간다고 떼를 쓰지는 않는다. 조금씩 정신이 회복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이제 우린 해적을 막을 방도를 찾아봐야겠네요.”
“예.”
우리는 식사를 하며 상의를 해보았다.
“기본적으로 둘이서 해적 무리와 싸우기란 불가능합니다. 전력 차이가 명백합니다.”
“맞아요. 무작정 둘이서 싸우라고 주어진 시험은 아니겠죠.”
갈색산맥에서 엘프들과 함께 싸웠던 때를 떠올려 보자.
실질적으로 언데드 군세와 싸운 건 엘프들이었다.
나는 엘프들의 전력이 강화되어 맞서 싸울 수 있도록 전략과 아이디어를 제공했을 뿐이었다.
이번 시험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극단적인 수를 써보는 게 어떻습니까?”
차지혜의 말에 나는 의아해졌다.
“어떤 수요?”
“집정관이 죽었는데 군대가 멋대로 떠나지는 않을 겁니다.”
“아……!”
정말로 극단적인 수였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계책이었다.
내가 앗셀 집정관을 저격해 버리면, 집정관의 명령도 없이 군대가 멋대로 움직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저격은 군대가 항구를 떠나는 당일에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어지는 차지혜의 설명은 이러했다.
앗셀 집정관이 군대를 끌고 항구를 떠난다는 건 해적의 습격이 온다는 뜻이었다.
바로 그때 앗셀 집정관을 암살하면, 군대는 항구를 떠날 명분을 잃게 된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최고 책임자가 살해당했는데 군대가 어딜 떠난단 말인가?
그렇게 되면 해적과 군대가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앗셀 집정관이 먼저 살해되면 군대가 그사이에 다른 핑계를 만들거나, 해적이 소식을 듣고 습격을 미룰 수 있습니다.”
앗셀 집정관뿐만 아니라, 군대 내부에도 해적의 끄나풀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네요. 그럼 일단은 그렇게 하죠.”
이제 해적들을 어떻게 격퇴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이곳 군대에게는 별다른 기대를 할 수가 없었다.
항구를 지키는 소임도 제대로 못하는 썩어빠진 군대가 해적을 당해낼 것 같지 않다.
하물며 해적들 틈에는 타락한 시험자들도 끼어 있다.
“지상보다 바다에서 싸우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내가 물었다.
바다에서 싸운다면 근접전의 기회가 지상보다 적다.
서로 떨어진 거리에서 싸운다면 저격소총을 쓰는 내가 월등히 유리한 것이다.
“일리 있습니다. 하지만 해전이 성립되려면 데포르트 항구의 군대가 군함을 타고 나서 해적과 맞서야 합니다.”
끄응.
역시 이놈의 썩은 군대가 문제로군.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해야 군대를 바다로 내보내 해적들과 싸우게 만들 수 있을까?
이윽고 차지혜가 입을 열었다.
“모든 군인이 썩었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그렇겠죠?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는 사람도 있을 테니…….”
“그 사람이 데포르트 항구의 최고 지휘관이 된다면 어떻습니까?”
나는 차지혜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 윗선을 전부 죽이자는 거군요.”
“예, 김현호 씨의 능력이라면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습니다만.”
나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이곳 군대 상부의 고위 장교들 중에는 의무감이 있고 해적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 하는 올바른 군인도 있을 터였다.
그런 사람을 찾아내고, 그 사람의 윗선을 전부 죽여 최고 지휘자가 되게 한다면…….
그럼 적어도 해적을 상대하기가 용이해질 것 같다.
바다에서 배를 타고 싸운다면, 리창위가 상대라도 자신 있었다.
아무리 날고 기어도 멀리서 총을 쏘는데 어쩔 텐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하죠.”
“일단은 탐문을 해보도록 하지요.”
때마침 식사를 마친 우리는 여관 주인을 불렀다.
“식사는 맛있게 하셨는지요?”
귀족 전용 여관의 주인이라 그런지 옷차림도 말투도 진중했다.
“괜찮았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볼 게 있군.”
나는 오글거리지만 귀족다운 말투로 말했다.
“예, 궁금하신 건 얼마든지요.”
“요번에 해적의 습격이 있지 않았나.”
“그랬지요.”
여관 주인의 표정이 절로 어두워졌다.
“대체 이곳 군대는 뭘 한 건가?”
“뭘 했겠습니까. 몬스터 토벌이니 뭐니 해서 미리 피신해 있었겠지요.”
여관 주인은 냉소적으로 말했다.
역시 그들 생각대로 데포르트 항구에서 집정관과 군대에 대한 평가는 냉혹했다.
“그럴 수가 있다니, 그럼 해적과 내통을 하고 있다고 봐도 되겠군.”
여관 주인은 주변 눈치를 보더니, 은밀히 내 귓가에 대고 나직이 말했다.
“그야 공공연한 사실입죠. 이 나라에 해적과 내통하는 귀족이 한둘이 아님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내가 오딘과 함께 왔던 타국의 귀족임을 알기에 거침없이 솔직히 말하는 주인이었다.
“정말 미쳤군. 그럼 이곳 군대에는 제대로 된 군인이 한 명도 없나?”
내가 물었다.
여관 주인이 말했다.
“왜 없겠습니까? 아무리 망조가 들었어도, 전부 다 썩으라는 법은 없지요.”
“제대로 된 사람이 있나?”
내가 물었다.
“모두의 존경을 받는 분이 계시지요. 지난번 습격 때 늦게나마 대피령을 내린 것도 그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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