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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이계사냥기 126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8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26화

 


-합성 성공. 궤도감지(합성스킬)를 습득했습니다.
-357매그넘탄 1발이 소멸됩니다.
-궤도감지(합성스킬): 적의 원거리 공격의 궤도를 미리 볼 수 있습니다.

레벨이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리로드와 마찬가지로 레벨을 올릴 수 없는 스킬인 듯했다.
‘재미있는 스킬이네.’
적의 원거리 공격 궤도를 미리 볼 수 있다니.
그럼 누군가가 나를 저격할 때, 그 탄도(彈道)가 미리 나타난다는 것이 아닌가.
‘어라? 생각해 보니 정말 끝내주는 스킬 아냐?’
적이 안 보이는 곳에 숨어서 원거리 무기로 암습한다는 건 아주 무서운 일이었다.
바로 내가 그 대표적인 예다.
지난 7회차에서 사기 같은 저격으로 타락한 시험자를 6명이나 사살하지 않았는가!
내가 어떤 무기로 언제 어떻게 공격할지 전혀 모르니까 그들은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나 역시 그런 위험에 당할 수 있다. 아레나에서도 총기류는 없더라도 활이나 마법은 물론 마리처럼 단검을 투척하기도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궤도감지 스킬은 아주 대단한 안전장치였다.
누군가가 숨어서 원거리 무기로 기습하려고 하면 궤도가 나타난다. 당연히 알아차리고 피할 수 있다.
“모든 스킬을 보여줘.”

-시험자 김현호가 습득한 모든 스킬을 보여드립니다.

-메인스킬: 정령술(상급 1레벨).
-보조스킬: 체력보정(중급 5레벨), 길잡이(초급 1레벨), 순간이동(중급 1레벨), 시력보정(초급 1레벨).
-특수스킬: 스킬합성.
-합성스킬: 바람의 가호(마스터), 불꽃의 가호(초급 1레벨), 운동신경(상급 1레벨), 생명의 불꽃(중급 4레벨), 투과(초급 1레벨), 가공간(중급 1레벨), 사격(초급 1레벨), 탄약보정(마스터), 리로드, 동체시력(초급 1레벨), 투시(초급 1레벨), 궤도감지.

-잔여 카르마: +1,400

만족스러운 능력치였다.
나는 1,300카르마를 써서 동체시력을 중급 1레벨까지 올렸다.
그러고 남은 100카르마는 일단 놔둬보기로 했다.
“마리 씨!”
“응!”
“한 번 더 붙어 봐요. 이번에는 조금 다를 거예요.”
“응, 또 놀자.”
그녀에게는 나와의 대련이 술래잡기 비슷한 놀이였던 모양이다.
마리는 또다시 거침없이 덤벼들었다.
한 번에 다가오지 않고 잠깐 멈칫하는 특유의 엇박자가 나를 교란시켰다.
‘늘 이런 식으로 내가 정확한 타이밍을 잡지 못했지.’
제대로 된 타이밍에 대응을 못하니, 자연히 상대에게 끌려 다니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부웅!
잠깐 멈칫거리나 싶더니 곧바로 턱밑까지 파고든 마리가 주먹을 뻗었다.
주먹이 무슨 총알처럼 날아든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피해냈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 그녀의 뒷덜미를 붙잡았다.
“……!”
놀란 마리는 제자리에서 뒤로 공중제비를 돌며 내 손을 뿌리쳤다. 정말 물 찬 제비처럼 날렵하다.
뒤로 거리를 벌린 마리는 뭔가 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시금 덤볐다.
파파팟!
좌, 우, 좌, 우, 지그재그로 스텝을 밟자 그녀의 신형이 두 개로 보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발차기가 오른쪽에서 온다는 것을 알았다.
중급 1레벨의 동체시력이 나에게 여유를 주었다.
찰나의 순간, 마리의 미세한 공격 준비 동작을 포착하고 대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다는 차지혜의 말대로였다.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걸 보고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피하기만 하다가 나는 슬슬 레프트로 잽을 던지며 반격에 나섰다.
잽으로 견제하면서 서서히 앞으로 전진. 거리를 좁혀 압박하며 마리의 동선을 제한시키는 데 주력했다.
대련은 결국 팽팽한 상태로 끝났다.
“이제 재미없어.”
마리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투덜거렸다.
이제 마음먹은 대로 일방적으로 몰아붙일 수가 없으니 재미없을 수밖에.
반면 나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동체시력을 습득해서 중급 1레벨까지 올린 효과를 곧바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 단조로운 하루가 이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나면 마리, 차지혜와 번갈아가며 대련을 했다.
집안일은 거의 차지혜의 몫이었다.
의외였다.
그녀는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데 능숙했다. 심지어 오븐으로 빵이나 쿠키까지 구웠다.
‘무슨 요리 스킬이라도 익힌 거 아냐?’
그런 의심이 들 정도였다. 평소 그녀의 이미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특기 아닌가.
“저, 가정부를 고용할까요?”
“필요 없습니다.”
“힘드실 텐데.”
“전혀 안 힘듭니다.”
“그래도 좀 죄송해서요.”
“요리 좋아합니다.”
“의외네요?”
“실례입니다.”
“아, 죄, 죄송합니다.”
쩔쩔매는 나에게 차지혜는 언뜻 희미한 미소를 잠시 지었다.
“원래는 그다지 안 좋아했는데, 사람이 많으니 보람이 있습니다.”
때마침 마리가 부엌에 달려와 소리쳤다.
“마카롱 만들어줘!”
“곧 식사 때입니다.”
“밥 싫어! 마카롱!”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는 마리.
“마카롱 3개를 드시겠습니까, 밥을 먹고 6개를 먹겠습니까?”
순간 마리는 조삼모사의 원숭이처럼 갈등했다.
“밥 먹고 6개…….”
“알겠습니다.”
마리는 뭔가 속았다는 얼굴로 부엌을 떠났다.
“어린아이를 잘 다루시네요?”
“고아원에서 지낼 때 어린애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아…… 고생 많이 하셨겠네요.”
“별로. 제가 무에타이를 배우고 나서는 다들 말을 잘 들었습니다.”
“…….”
무에타이와 애들을 돌보는 게 무슨 상관일까 하다가 나는 두려움에 질렸다. 그녀는 타고난 군인인지도 몰랐다.
어쨌든 그렇게 평화롭게 하루하루가 흘렀다.

***

연일 질책을 받은 리창위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공산당 간부들이 하나같이 몸이 달아 있었다.
어떤 병이든 완쾌시켜 주는 능력을 가진 시험자!
박진성 회장의 완쾌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그들은 줄곧 리창위를 채근해 왔다.
“어서 그자를 손에 넣어야 한다.”
“우리 중국의 미래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다!”
리창위는 그들의 속내를 모르는 게 아니었다.
늙은 공산당 간부들은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건강에 신경 쓰고 있었다.
권력도 재산도 가진 게 워낙 많으니 가장 탐나는 건 수명인 것이다.
‘김현호가 불노장생이라도 가져다줄 거라고 생각하나 보지? 운동도 안 하는 게으른 돼지들이.’
식습관도 못 고치면서 뒤뚱거리며 태극권 흉내를 내는 꼴을 볼 때마다 때려죽이고 싶은 기분이 들곤 했다.
리창위는 스스로도 정의로운 사상관이 없었지만, 존경할 만한 구석이 조금도 없는 자들의 지배를 받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한 손에 두개골을 깨부술 수 있는 버러지들에게 이래라저래라 명령을 들을 때마다 분노가 치민다.
어째서 강자가 아닌 자들에게 지배당해야 하는가?
‘중국 시험자들의 구심점이 되기 위해 그들과 결탁하긴 했지만, 언제까지고 앞잡이 노릇을 할 생각은 없다.’
리창위는 힘을 키우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의 지배체계를 뒤엎고 권좌에 오를 그날을 잠자코 기다리는 리창위였다.
‘하지만 일단은 굽히고 있어야지.’
공산당 간부들의 명령이 아니더라도, 김현호는 손을 봐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지나치게 성장했다.
강해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붙잡아 중국에 데려가든 아니면 싹을 제거하든 해야 한다.
리창위는 베이징 수도 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티켓을 끊고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문득 전화가 와서 핸드폰을 꺼내보았다.
‘누구지?’
모르는 번호였다.
일단은 받아보았다.
“누구시오?”
-리창위?
아레나의 언어가 젊은 남자의 목소리로 들려왔다.
“누구시오?”
-오딘.
리창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노르딕 시험단의 오딘이시군.”
-그렇소.
“지난번에는 데포르트 항구에서 우리가 신세를 많이 졌다고 들었소.”
-잘 모르겠군. 해적을 때려잡았을 뿐인데 혹시 그중에 그쪽 사람이 끼어 있었소?
“모르면 됐소. 아레나에서 벌어진 일은 아레나에서 해결하면 되니까.”
-마음대로 하시오.
“날 도발하려고 전화한 건 아닐 테고, 무슨 일이오?”
-지금 공항에 계시더구려.
그 말에 흠칫한 리창위가 주위를 곁눈질했다.
‘감시가 있나?’
그러나 리창위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그런데?”
-혹시 타시려는 비행기가 한국행은 아니시겠지?
뇌리로 김현호가 스쳤다. 놈이 노르딕 시험단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들었다.
“맞으면 어쩔 거요?”
-어쩌긴. 한국 관광을 하시겠다는데 참견할 일이 뭐 있겠소? 다만…….
오딘의 말이 이어졌다.
-한국에 목숨보다 큰 빚을 진 친구가 있는데, 안부를 전해달라고 전화했소.
“안부라…….”
오딘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김현호를 건들지 마라.
‘지금 경고를 하고 있는 건가? 이 리창위에게?’
리창위의 눈빛이 사납게 빛났다.
“까놓고 얘기하지. 조금 승승장구하더니 기고만장해지셨군. 죽고 싶나? 너 같은 놈 두셋이 덤벼도 날 당해낼 성 싶으냐?”
-두셋까지도 필요 없을 것 같소만.
“호오? 진담인지 다음 시험에서 꼭 확인하고 싶군.”
-아레나에서라면 더더욱 당신이 두렵지 않소.
‘무슨 뜻이지?’
리창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비약적으로 강해질 수 있는 무언가를 얻기라도 한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감히 자신에게 이렇게 도발적으로 말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현실에서나 아레나에서나 명성을 떨치고 있는 오딘이라 해도 말이다.
‘경솔한 남자가 아닌데, 이렇게까지 나온다?’
-아무튼 난 분명히 이야기했소. 노르딕 시험단의 소중한 친구를 해하려 들지 마시오.
리창위는 거칠게 통화를 끊었다.
분노가 끓었지만, 그런 감정과 달리 머릿속은 차가워졌다.
‘노르딕 시험단이 이렇게까지 김현호를 보호한다고?’
개인적인 친분만이 아니다.
아무리 오딘이 어떤 신세를 졌다 해도, 그가 노르딕 시험단의 이름을 걸고 본격적으로 중국과 대립하려 들지는 못한다.
노르딕 시험단이 공식적으로 김현호를 보호하기로 했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왜일까?
‘우리 중국 시험단과 적대하는 것을 감수할 정도로 김현호가 가치 있다는 건가?’
무언가 이상했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어.’
더더욱 한국에 직접 가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시간이 되자 리창위는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한가한 저녁이었다.
나는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고, 마리는 내가 소환해 놓은 정령들과 놀았다.
차지혜는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유심히 보고 있는데, 뭘 보냐고 물어도 별거 아니라고 대꾸한다.
그렇게 시간을 때우고 있을 때였다.
위잉, 위잉.
내 스마트폰이 진동하자 뜬금없이 마리가 벌떡 일어났다.
“현호 폰이다!”
그러면서 내 스마트폰을 낚아채 발신자를 확인했다.
“누구?”
고개를 갸웃거리는 마리.
그녀에게서 스마트폰을 돌려받아 확인해 보니 발신자 표시 제한이었다.
보통 이런 전화는 수상한 놈들에게서 오는데.
나는 잠깐 갈등하다가 일단은 받아보기로 했다.
“여보세요?”
-김현호인가?
대뜸 묻는 젊은 남자 목소리.
나는 흠칫했다.
아레나 언어였기 때문이다.
누구지?
대뜸 반말로 내 이름을 부르는 걸 보면 적대적인 사람이다.
그리고 젊은 남자라면…….
“혹시 그쪽이 리창위?”
-잘 아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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