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이계사냥기 160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3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60화
유지수와 차진혁의 부탁은 당연했다.
TUK의 입장에서는 아레나보다 현실에서 그들을 해치기 더 쉬울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두 분 한국아레나연구소 소속이 아니었나요?”
소속 시험자가 공격받는 처지인데 국가기관씩이 되는 조직이 가만히 있는 건 이상했다.
유지수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작년에 계약 끝나고 나와서 프리로 뛰고 있었어. 연봉이나 마정값도 적게 쳐주고 지원도 미흡해서 계속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런 처지에 놓였군.
작년이라면 김중태 소장이 한창 설쳤던 시기이니 그럴 만도 했다.
“지금은 김중태 소장이 실각하고서 크게 개편된 상태예요. 일단은 한국아레나연구소로 다시 돌아가는 게 어때요?”
“영국의 표적이 된 우리를 다시 받아주지 않을걸.”
“정부 새끼들이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영국과 대립각을 세운다고? 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유지수와 차진혁이 불신을 담아 말했다.
그 마음 이해하지.
나도 김중태 소장이 내 신상정보를 중국에 팔아먹었고, 차지혜는 그걸 막으려다 살해당하기까지 했다.
이 자리에서 애국심이 남아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였다.
지금은 진성그룹의 아레나 사업체와 합쳐지면서 개편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빅 래트 목축을 시작하면서 내 영향력도 강해졌다.
“제가 연구소에 말을 해놓을게요. 분명히 좋은 조건에 받아줄 거예요.”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야 좋지만…….”
유지수는 아직도 반신반의한 눈치였다.
하지만 문제없었다. 지금의 한국아레나연구소는 내 영향력이 아주 강하니까.
“내일 연락을 해볼 테니 함께 연구소로 가봐요. 아마 좋은 답변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유지수와 차진혁은 내 말에 일단 동의를 했다. 시도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판단했으리라.
“그런데 이 여자는 누구?”
유지수는 가만히 과자를 오물오물 집어먹고 있던 마리를 가리켰다. 한국말을 잘 못하는 마리는 우리의 대화에 끼지 못하고 멀뚱히 보고만 있었다.
“노르딕 시험단의 마리 요한나 씨입니다. 자, 인사들 나누세요.”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아레나어로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씩 친해졌다.
술을 마시며 지난 얘기를 서로 들려주며 시간을 보내니 어느덧 자정이 훌쩍 넘어갔다.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실래요?”
“잘 데 있나?”
“예, 제 방 침대가 크니까 여자 세 분은 거기서 주무시면 될 거예요.”
내 침실은 여자 셋이, 손님방은 차진혁이, 나는 마리 때문에 서재에 들여놓은 침대에서 자기로 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는 듯했다.
***
한밤이었다.
삐이이이이익―
“뭐, 뭐야!”
갑자기 울려 퍼진 시끄러운 소음에 나는 벌떡 일어났다.
“무장, 닐슨 H2 2정!”
나는 반사적으로 쌍권총으로 무장한 채 거실로 나왔다.
같은 소음을 들었는지 차진혁, 차지혜, 유지수, 마리 등도 거실로 나와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내가 물었다.
그러자 유지수가 이를 악물며 답했다.
“내가 자기 전에 이 집에 경보 마법을 펼쳐놨었어.”
“침입자가 있는 건가요?”
“그래, 일정 크기 이상의 생명체가 아니면 경보가 울리지 않게 설정해 놨어.”
비둘기 같은 작은 짐승 때문에 경보가 울릴 리는 없다는 뜻이로군.
그렇다면 침입자가 확실했다.
“실프.”
-냐앙!
실프가 허공에 나타나 내 어깨 위에 올라앉았다.
“바깥을 확인해 봐.”
-냥!
실프는 즉시 내 어깨를 박차고 날아가 테라스 쪽으로 나갔다.
내가 사는 이 건물은 꼭대기에 옥상이 하나 있고, 펜트하우스 두 채가 쓰는 넓은 테라스가 양옆에 있어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즉, 옥상에서 우리 쪽 테라스로 뛰어내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실프가 옥상 위의 상황을 내 마음 속으로 전달해 주었다.
아무도 출입해서는 안 되는 건물 옥상에 웬 무리가 있었다.
어두운 밤이라 외모는 잘 보이지 않지만, 숫자는 13명, 체격이 전부 큰 걸로 보아 모두 남자였다.
큰 키에 건장한 체격 조건으로 보아 서양인들.
정황상 유지수 팀을 방해했던 TUK의 시험자들이 틀림없었다.
“TUK 같아요. 숫자는 열셋.”
“열셋?! 아주 작정을 했군!”
차진혁이 분통을 터뜨렸다.
“개자식들! 우리랑 무슨 원수를 졌다고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시험을 방해한 걸로도 충분하잖아!”
유지수도 화를 냈다.
두 사람으로서는 억울하고 분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실프가 또 다른 영상을 전달해 주었다.
옥상에 있는 사내들 중 한 명이 두 손을 모으고 주문을 외는 것이었다.
이윽고 양손에 모인 마나가 넓게 퍼져 나가 내 집을 감싸버렸다.
“무슨 마법을 펼쳤어요.”
“나도 느꼈어! 결계 마법이야!”
유지수가 소리쳤다. 메인스킬로 마법을 익힌 그녀는 나보다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결계 마법이요?”
“주변에 결계를 펼쳐서 외부와 물리적으로 단절시키는 거야. 소리도 안 들리고 물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도 않아. 상당한 고위 마법이야!”
강한 마법사가 저들 중에 끼어 있다는 뜻이었다.
“여길 공격한다는 건 랭킹 7위인 현호 씨와도 싸울 준비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차지혜가 경고했다.
상대가 나라는 걸 알면서도 습격해 왔다.
날 죽일 준비가 충분히 됐다는 뜻!
“지혜 씨, 일단 한국아레나연구소에 연락해서 지원 요청을 하세요.”
“알겠습니다.”
“지수 씨는 상대측의 마법 공격을 차단하는 데 신경 써주세요.”
“알았어.”
유지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는 놈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저는 밖에서 놈들과 싸우면서 시간을 벌게요.”
“혼자 괜찮겠어?”
차진혁이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 장점은 기동력과 원거리 무기예요. 공간이 넓을수록 좋기 때문에 집 안에서 싸우면 안 돼요.”
수적으로 불리할 땐 공간적 제약이 있는 장소에서 싸우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나는 넓은 공간에서 날아다니며 싸워야 한다. 때문에 혼자 밖으로 나가서 놈들을 교란시키기로 판단한 것이다.
“알았다. 조심해라.”
“예, 다들 무리하지 말고 방어에만 신경 쓰세요. 지원이 올 때까지만 버티면 되니까요.”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문을 열고 테라스 밖으로 나갔다. 바로 그때였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웬 붉은 실선이 옥상 쪽에서 내 가슴으로 이어진 것이 보였다.
‘궤도감지다!’
적의 원거리 공격 궤도를 감지하는 궤도감지 스킬이 발동된 것이었다.
나는 즉시 우측으로 피했고,
쉭― 콰직!
내가 서 있던 자리에 어느새 화살이 꽂혀들었다. 콘크리트로 된 바닥에 박혀들 정도니 매우 강력한 위력이었다.
날아오는 것을 보지도 못했던 나로서는 깜짝 놀랄 노릇이었다.
‘동체시력 스킬을 마스터한 내가 화살 날아오는 걸 못 봤을 리가 없는데?’
나는 빠르게 판단했다.
이건 상대방의 스킬이다.
화살이 보이지 않게 만드는 어떤 스킬을 가진 시험자가 상대방 중에 있는 것이다.
쉬쉭―
또다시 붉은 실선 두 개가 내 머리와 가슴으로 향했다.
‘두 발?’
“실프!”
나는 실프를 시켜서 내 몸을 하늘로 띄웠다.
이번에도 화살은 보이지 않았다.
‘안 됐군.’
화살을 보이지 않게 하는 스킬이라니. 지금 같은 야전이나 암습 때에 상당히 유용한 스킬 같다.
하지만 궤도감지 스킬이 있는 나에게는 아무 짝에도 소용없었다.
자, 이번에는 내 차례지?
나는 그들이 있는 옥상을 향해 쌍권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타타탕―!
총성이 마구 울려 퍼지고 두 총구에서 불꽃이 연달아 뿜어져 나왔다.
옥상에 모여 있던 13명은 일제히 흩어졌다.
그중 두 명이 훌쩍 뛰어올라 나에게로 도약해 왔다. 그들은 각각 검과 창을 꺼내 들었다.
타타탕!
쌍권총으로 휘갈기자 검을 든 사내가 오러 보호막을 펼치고, 창을 든 사내는 그 뒤에 숨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나는 실프를 시켜 뒤로 물러서면서 계속 쌍권총으로 오러 보호막을 쏘았다.
한 지점을 집중사격하자 오러 보호막이 찢어지고 그 틈새로 총알이 들어가 사내의 몸에 박혀 들었다.
“크헉!”
입고 있는 검은색 슈트가 박살 나면서 검을 든 사내의 어깨에 피가 튀었다.
‘오러 보호막은 펼칠 수 있지만 오러 마스터는 아니군.’
오러 엑스퍼트 상급 정도 되는 실력자로 보인다.
헤이싱도 죽인 나로서는 그다지 위협적인 상대가 아니었다.
“크아아!”
검은 든 사내가 어깨를 부여잡고 주춤한 사이, 창을 든 사내가 쏜살같이 달려온다.
내가 쌍권총으로 겨누자, 그는 즉각 들고 있던 창을 있는 힘껏 집어 던졌다.
촤아아악!
힘차게 공기를 가르며 날아드는 창!
‘실프, 회오리!’
나는 실프에게 마음속으로 명령을 내렸다.
휘리리릭!
회오리가 생성되어 내 몸을 둘러쌌다. 투창은 회오리를 뚫지 못하고 반대로 튕겨나갔다.
그런데 투창은 돌연 공중에서 방향을 틀어서 또다시 내게로 날아드는 게 아닌가?
콰앙! 쾅!
오러를 머금은 창은 귀신 들린 것처럼 혼자 움직이며 회오리를 계속 때렸다.
‘창을 조종하는 스킬인가?’
나는 계속 회오리로 스스로 움직이는 창을 막는 한편, 쌍권총으로 난사를 했다.
타타타타타타탕!
탄약보정과 실프의 힘이 서린 탄환은 회오리를 뚫고 나가 창을 던진 사내를 습격했다.
사내는 커다란 사각방패를 소환해 앞을 막고 웅크렸다.
사각방패에도 오러가 서리면서 내 총탄세례를 모조리 막아냈다.
‘무기가 아닌 방어구에도 오러를 전달할 수 있었나?’
오러 컨트롤의 일종인지, 아니면 저 사내만의 방패술 스킬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사이 검은 든 사내가 다시 나에게 달려들었다.
총에 맞았던 어깨는 언제 치료했는지 멀쩡해 보였다.
‘힐링포션을 먹는 걸 보지도 못했는데?’
나는 실프를 시켜 나를 둘러싼 회오리를 더욱 강화했다. 그리고 회오리를 칼날처럼 날카롭게 벼렸다.
콰지직! 콰앙! 쾅!
귀신들린 창과 사내의 검이 잇달아 회오리를 강타한다.
두 명이 날 상대하는 사이, 다른 사내들은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실프, 회오리에 흙먼지를 섞어. 놈들이 날 보지 못하게 해.’
-냐앙!
실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회오리가 주변에 있는 흙먼지를 모두 한데 모으기 시작했다.
회오리에 색깔을 입힌 것처럼 뿌옇게 변했다.
뿌연 회오리가 시야를 가로막는다.
‘뜨거운 맛을 보여주마.’
나는 마침내 닐슨에게 선물 받은 물건을 사용하기로 했다.
“무장, 닐슨 R8!”
총장 2미터!
구경 20㎜!
최강의 몬스터 라이플이 나타났다.
쌍권총을 쥐고 있는 나는 닐슨 R8을 발로 차서 실프에게 건넸다.
실프는 능숙하게 닐슨 R8을 들고 장전했다.
나는 검을 든 사내를 먼저 처치하게 했다. 창 쓰는 사내는 방패로 막고 있어서 한 방에 죽이기 힘들어 보이거든.
“카사!”
-멍!
“너도 도와!”
-멍멍!
카사도 실프와 함께 닐슨 R8 사격에 합류했다.
그리고 마침내 닐슨 R8가 검을 휘두르며 회오리를 후려치는 사내를 향해 20㎜ 고폭탄을 발사했다.
투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