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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이계사냥기 157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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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57화

 

“참 묘한 일이란 말이야.”
노르딕 시험단의 최고령 시험자, 닐슨 아슬란은 투덜거리며 시험대기실에서 나왔다.
“무슨 일 있었소?”
역시나 시험을 마치고 나온 오딘과 마리가 다가왔다.
닐슨이 말했다.
“제 이번 시험 말입니다.”
닐슨은 비록 연장자였지만 노르딕 시험단 창설을 주도한 오딘을 매우 정중하게 대하고 있었다.
“늘 그랬듯 총기를 만들라는 시험을 받은 게 아니오?”
“맞지요. 율법인지 뭔지 하는 놈들은 날 오지에 처박아놓고 혼자 몇 년이고 총기만 만들게 했으니까요.”
닐슨은 치를 떨었다.
“정신병에 걸리지 않은 게 용하지요.”
“하핫, 그도 이제 익숙해지셨잖소. 홀로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아마 아슬란 씨는 가장 박식한 시험자일 거요.”
“천만의 말씀을. 아무튼 이번 시험은 조금 묘했습니다.”
“평소처럼 총기를 만들게 했는데도 말이오?”
“그렇습니다. 직접 보여드리는 게 낫겠군요. 무장, 닐슨 R8!”
파앗!
오딘은 깜짝 놀랐다.
닐슨이 소환한 총기는 그가 지금껏 본 가장 거대한 소총이었다.
길이는 어림잡아도 2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다.
총구의 크기 또한 이게 대포인지 소총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
확실한 건 그게 대물저격소총이라는 것이었다.
닐슨은 어깨를 으쓱했다.
“시험은 이거였습니다. 만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저격소총을 제작하라더군요.”
“저격소총이라면…….”
“NTW-20을 거의 본떠서 만들었지요.”
NTW-20은 구경이 무려 20㎜나 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물저격소총이었다.
중량만 31.5㎏에 길이는 1975㎜나 되는 괴물 소총인데, 실전 배치된 대물 저격소총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유명하다.
닐슨은 그 NTW-20을 토대로 새로운 소총을 탄생시킨 것이다.
거의 베꼈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총기제작에 특화된 스킬들로 인해 닐슨의 작품은 훨씬 더 강력한 물건이 되었다.
“닐슨 R8입니다. 이게 누구에게 가장 어울리는 무기로 보입니까?”
“단 한 명밖에 생각나지 않소.”
오딘이 떠올린 사람은 당연히 김현호였다. 김현호는 저격으로 가장 많은 성과를 냈고, 6인의 대사제 중 한 명까지 처치한 시험자였다.
“지금까지는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뭘 만들라는 시험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노골적이지요.”
“그렇구려.”
“그게 묘하다는 겁니다.”
닐슨이 계속 말했다.
“벌써 세계 랭킹 10위권에 들 정도로 강해졌고, 대사제 한 명을 처치했을 정도로 급속도로 시험의 최종 목적에 접근했습니다.”
“경이로운 시험자요. 가공간이나 생명의 불꽃처럼 대단한 스킬도 가졌고 말이오.”
“마치 율법과 천사들이 김현호 그 친구를 주목하는 듯합니다. 전 율법이 김현호를 위해 저를 총기 제작자가 되게 한 건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
오딘의 얼굴 표정이 심각하게 굳었다.
현실세계와 아레나.
두 세계의 운명을 좌우할 키를 어쩌면 김현호가 쥐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마치 작가가 정해놓은 소설의 주인공 같군. 시험의 최종 목적을 전부 이룰 시험자로 처음부터 김현호를 예정해 놓은 것 같다.’
진지한 생각에 빠져 있는 오딘에게 닐슨이 말했다.
“아무튼 김현호를 부르지요. 이 닐슨 R8을 전해줘야 하니 말입니다.”
“아, 그래야겠소.”
“그럼 현호 오는 거야?”
마리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닐슨은 그런 그녀를 보고는 혀를 쯧쯧 찼다.

***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빅 래트를 사육할 장소는 바로 한국아레나연구소의 지하로 정해졌다.
지하층이 굉장히 많았고 또한 엄청 넓었기 때문에 빅 래트를 사육하기에 적당하다고 여긴 것이다.
본래 한국아레나 시험단 본부가 비밀유지가 잘되어 있었고 말이다.
시험자로 인한 여러 가지 사고를 가정해 엄청난 보안과 강도로 설계된 건물을 가지기도 했다.
최하층인 지하 5층의 모든 시설이 철거되었다.
지하 5층은 본래 사격장이었는데, 이제는 빅 래트의 시범 사육장이 되었다.
이 빅 래트 사육 사업은 정부와 나와 진성그룹이 합작하여서 시작되었는데, 사업체의 지분율은 각각 3대 4대 3.
내가 지분 40%를 가진 최대주주였다. 나 없이는 성립이 되지 않는 사업이기 때문이었다.
경영과 관리는 진성그룹과 정부가 알아서 하니 나로서는 편안하게 떼돈을 벌게 생겼다.
사육장으로 개조된 지하 5층에 나는 빅 래트 암수 세 쌍을 풀어놓았다.
생닭 몇 마리를 주었는데, 정신이 든 빅 래트들이 그것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척 봐도 식성이 대단해 보이는데. 감당이 되겠나?”
내가 중얼거렸다.
“숫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먹이 공급이 문제일 겁니다.”
차지혜가 말했다.
빅 래트 말고 다른 동물을 데려올까 하고 생각을 할 때였다.
함께 이를 지켜보던 박진성 회장이 말했다.
“아무거나 다 먹잖아?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줘버리면 그만이야. 이 근처 어디를 음식물쓰레기처리장으로 만들면 돼.”
아…….
나는 박진성 회장의 아이디어에 감탄했다.
음식물 쓰레기야 매년 넘쳐나니 그걸 빅 래트들에게 먹이면 몇 마리가 번식해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빅 래트 사육장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위잉, 윙.
문득 내 스마트폰이 진동을 했다. 수신자는 오딘이었다.
“여보세요?”
-김현호 씨.
“예, 오딘 씨.”
-드릴 선물이 있으니 시간 날 때 방문하시오.
“선물이요?”
-기대해도 좋소.
선물?
뭘까?
노르딕 시험단에서 주는 선물이니 시험에 유용한 아이템일 가능성이 높았다.
“알겠습니다. 기대할게요.”
전화를 끊고 나는 차지혜에게 말했다.
“덴마크 갈 일이 또 생겼네요.”

***

멍…….
나는 그야말로 멍청히 내 앞에 놓인 엄청난 물건을 바라보았다.
감탄밖에 들지 않는다.

-닐슨 R8: 아레나 유일의 총기 제작자 아슬란이 제작한 볼트액션 방식의 대물 저격소총. 20㎜의 대구경탄을 사용하여 가장 강력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유효사거리: 1,985m
*사용탄약: 20x110㎜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카르마로 환불받을 수 없습니다.

구경 20㎜의 대물저격소총이라니.
구경 12.7㎜인 AW50F도 충분히 강력한데, 20㎜면 대체 얼마나 괴물 같을까!
“어떠냐?”
닐슨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이걸 정말 저 주시는 건가요?”
“그래, 네 거다. 달리 쓸 사람도 없으니까.”
“감사합니다!”
나는 넙죽넙죽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닐슨 R8의 묵직한 중량이 짜릿한 희열로 다가왔다.
“이 탄을 쓰면 훨씬 강력한 한 방을 낼 수 있을 거다.”
닐슨은 그렇게 말하며 탄 하나를 나에게 던져주었다. 20㎜구경답게 엄청난 크기의 총알이었다.
“이게 뭐죠?”
“고폭탄.”
고폭탄은 폭약을 넣은 탄환이었다.
탄두 내부에 작약이 들어 있어 목표물에 명중하면 폭발한다.
“대신 저격용 탄환이 아니니 명중률이 떨어질 테지만, 네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겠지.”
닐슨의 말을 한 귀로 흘려들으며, 나는 황홀하게 고폭탄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미 정령술을 응용한 사격법으로 오러 보호막까지 찢어버리는 강력한 사격을 발휘한다.
거기에 고폭탄까지 더해진다면?
적중되는 순간, 카사로 하여금 폭발력을 극대화시킨다면 어떨까?
‘엄청난 위력일 거야!’
오딘이 씨익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한번 시험해 보시겠소?”
“예!”
“하핫, 따라오시오.”
우리는 함께 노르딕 시험단 본부 뒤편의 야외로 향했다.
산의 경사가 시작되는 기슭에서 오딘이 내게 말했다.
“한번 쏴보시오.”
“네, 무장, 닐슨 R8!”
그러자 총길이 2m의 거대한 쇳덩이가 나타나 내 왼손에 잡혔다.
30㎏이나 나가는 육중한 총기였지만 체력보정 중급 5레벨인 나는 한 손으로 너끈히 들었다.
2m짜리 대물저격소총을 들고 서서 쏴 자세를 취한다는 건 참 어색한 일이었다.
하지만 AW50F로 익숙하기 때문에 나는 어려워하지 않고 전방을 향해 조준했다.
“실프, 카사!”
-냐앙!
-왈!
고양이와 개가 나타나 내 양어깨에 올라탔다.
크기가 성견 수준인 카사는 거의 내 어깨에 매달린 모양새였다.
나는 머릿속으로 두 정령에게 새로운 사격법의 개념을 보냈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투아아앙!
콰아앙!
엄청난 총성과 폭발음이 거의 동시에 울려 퍼졌다.
실프의 힘으로 쏘아지는 탄환에 회전력을 더하였고, 탄착(彈着) 순간 카사가 탄환에 내장된 작약의 폭발을 극대화시켰다.
그러자 마치 미사일이라도 맞은 것처럼 산기슭에 직경 3미터짜리 크레이터가 생겨 버렸다.
“허어……!”
오딘이 기가 차다는 듯이 감탄했다.
“으와!”
마리의 두 눈도 휘둥그레졌다.
“어어…….”
닐슨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차지혜는 무표정이었지만 눈이 조금 커졌다.
그리고 난…….
‘이, 이게 뭐야?!’
내가 지금 소총을 쏜 거야, 대포를 쏜 거야?
카사에게 폭발력을 강화하라고는 했지만 이 정도 위력이 날 정도로 키우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위력이 나타났다.
‘아! 탄약보정!’
뒤늦게야 나는 원인을 알아냈다.
바로 탄약보정 마스터!
탄약의 위력을 강화시켜 주는 합성스킬 때문이었다.
탄약의 위력을 강화시켜 주는 스킬의 효능이 고폭탄의 폭발력까지도 적용된 것이다!
“허참, 내가 공성병기를 만들었던가?”
닐슨은 보고도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무엇보다도 이건 내 최대 위력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정령들에게 더 많은 힘을 실으라고 하면 이보다 몇 배 더 강한 파괴력도 낼 수 있었다.
카사에게 폭발력을 더 키우라고 하면 되니까!
나는 오딘을 보며 농담을 건넸다.
“무기 들고 대련 한번 하실래요?”
“하핫, 사양하겠소!”
오딘은 과장스럽게 호들갑을 떨며 거부했다.
닐슨으로부터 받은 선물은 최고였다. 이보다 더 좋은 무기가 있을 리 없었다.
“다음에는 정말 대포라도 만들어줘야 할지도 모르겠군.”
“그것도 좋죠. 제가 쏘면 대포도 백발백중일 테니까요.”
생각해 보니 정말 엄청난 일이군.
탄약보정이 대포알의 위력까지 뻥튀기시켜 줄 테니 말이다.
닐슨은 내 말이 진심인 줄 알았는지 안색이 해쓱해졌다.
“혼자 전쟁이라도 할 참이냐? 과한 것도 정도가 있지…….”
“에이, 제가 핵무기를 만들어달란 것도 아닌데요 뭐.”
“시끄러! 아무튼 그걸 만드느라 몇 년을 아레나에서 보냈으니 감사한 줄 알아라!”
“하하, 정말 고마워요.”
대사제들과 아만 제국이라는 강대한 적을 두게 된 나로서는 이 강력한 무기를 준 닐슨이 고맙기 이를 데 없었다. 정말 이런 무기라면 혼자서 웬만한 군대도 박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무기를 받고서 나는 한동안 북유럽을 여행했다.
마리도 쫓아와서 셋이서 이곳저곳 재미있게 관광을 했다.
마리가 차지혜와 나만의 시간을 방해한 셈이었지만, 워낙 귀엽고 활발해서 미운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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