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이계사냥기 152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0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52화
파앙!
검은 장막이 357매그넘탄을 튕겨냈다.
이번에는 실프의 회전력을 실어서 계속 난사했다.
실프의 힘을 총탄이 타깃에 닿을 때까지 지속시키는 위력적인 사격술이었다.
타타타타타탕―!
무수히 많은 총탄이 검은 장막을 갈기갈기 해체하며 흑마법사 청년을 걸레로 만들었다.
청년의 손목에서 두 손바닥이 떨어져 나가자, 흉악한 검은 불꽃도 거짓말처럼 사그라져 버렸다.
‘내 예상이 옳았어!’
쾌재를 부르며, 나는 계속해서 흑마법사 청년을 쌍권총으로 난사했다.
아예 몸뚱이를 조각내 버리면 부활하기도 힘들겠지 싶어서였다.
퍼퍼퍽!
흑마법사 청년의 육체가 사정없이 작은 육편이 되어 조각조각 흩어졌다.
꾸물꾸물.
떨어져나간 살점과 뼛조각이 다시 청년에게 모여들어서 복원되었다.
나는 이를 악물며 계속 쌍권총을 쏴재꼈다.
그런데,
“크어어!”
“크아아!”
좀비 떼가 사방에서 모여들었다. 허우적거리며 헤엄치면서 나에게 꾸역꾸역 밀려왔다.
나는 쌍권총 사격 때문에 온몸에 두른 회오리를 해제한 상태였다. 회오리가 총탄의 궤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쳇!”
혀를 찬 나는 양손에 쥔 닐슨 H2 두 정을 화려하게 놀리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타탕! 타타타탕! 타타탕!
쌍권총이 전후좌우 사방으로 불꽃을 뿜었다.
어깨 뒤로 겨누고 쏘고, 겨드랑이 밑으로 쏘고, 양팔을 교차해서 쏘고, 다시 정면의 흑마법사 청년을 쏜다.
흑마법사 청년과 좀비 떼의 피와 육편이 튀었다.
빠르게 소모한 총알은 리로드 스킬에 의해 저절로 재장전이 되었다.
초급 1레벨밖에 되지 않는 합성스킬 사격은 정말 편리했다.
아무리 빠르게 난사해도 10미터 이내에서는 명중률이 100%!
더군다나 상급 정령술까지 합쳐져서 새로운 영역에 이르렀다.
사격 스킬의 명중률은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노린 타깃에만 적용된다.
내 시야에 닿지 않는 등 뒤나 양옆은 볼 수 없으니 사격 스킬이 적용되지 않아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나는 실프를 통해서 이 일대를 전부 보고 있었다.
실프가 내 주변 상황을 머릿속으로 전달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아무렇게나 등 뒤와 양옆을 쏴도 무조건 명중시켰다.
미친 듯이 난사하는 357매그넘탄이 모조리 좀비의 약점인 머리통만 명중시켰다.
총탄 하나가 탄약보정 스킬과 실프의 힘까지 더해져서 네댓 마리를 동시에 꿰뚫어 버린다.
나는 모여드는 좀비 떼를 미친 듯이 학살하며, 동시에 흑마법사 청년을 끊임없이 작살내고 있었다.
흑마법사 청년도 계속해서 재생했다. 좀비 떼는 아무리 죽여도 계속 모여들었다.
장기전으로 치닫는 양상 속에서, 차지혜까지 끼어들었다.
콰직!
첫째 위에서 뛰어내린 차지혜가 좀비의 머리통 하나를 짓밟아 터뜨리며 착지했다.
그리고 바다 위에 떠 있는 좀비들을 징검다리 삼아 밟고 다니며 쌍곡도를 휘둘렀다.
발로 밟아 터뜨리고, 두 자루의 곡도로 날렵하게 목을 자르고, 그녀는 신들린 무녀의 춤사위처럼 화려하게 싸웠다.
하지만 이렇게 학살을 하는데도 좀비의 숫자는 여전히 많았다.
‘이러다 끝이 없겠군.’
나는 다음 카드를 꺼내기로 했다.
“불꽃의 가호!”
나는 불꽃을 있는 힘껏 터뜨려 사방으로 뿜어냈다.
화르르르르르륵!
“끄아아!”
“으아아아아!”
“크어어!”
불꽃은 좀비들을 불태워 잿더미로 만들며 확산되었다.
그런데 이변이 발생했다.
태연자약하게 재생을 거듭하던 흑마법사 청년이 돌연 바다 속으로 잠수한 것이다.
머리도, 팔다리도, 몸뚱이의 조각들도 모조리 숨듯이 수면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불을 무서워하나?
‘그렇구나.’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흑마법의 상극은 바로 자연의 힘인 정령술.
불사신처럼 재생해대던 녀석도 카사의 불꽃에 불타면 다시 재생을 할 자신이 없는 듯했다.
‘그렇다면!’
나는 카사를 소환했다.
“카사, 융합!”
-멍!
카사가 내 품에 뛰어 들어왔다.
화르르르―!!
내 몸의 모든 구멍에서 불꽃이 흘러나왔다.
불꽃의 가호까지 합쳐져 3배 이상 증폭된 파워였다.
나는 양손을 힘껏 휘저었다. 양방향으로 불꽃이 파도처럼 퍼져나가 수백 마리의 좀비를 불태워 버렸다.
콰르르르릉!
“크어어!”
“으어어어!”
“흐아아!”
물에 잠겨 있지 않은 좀비들의 신체부위가 모조리 불태워졌다.
“지혜 씨, 올라가세요!”
“알겠습니다.”
차지혜는 휘파람으로 첫째를 부르고는 훌쩍 올라타 하늘로 날아올랐다.
나는 안심하고 카사의 힘을 개방했다.
화르르르륵―!
불꽃의 파도를 마구 퍼뜨려 좀비 떼를 가차 없이 태웠다.
그런데 그때, 좀비들이 돌연 바다 속으로 잠수를 시도했다.
상당수는 불타 재로 화하였지만, 또한 상당수가 수면 아래로 숨어서 불길을 피했다.
불길이 지나가자 좀비들은 일제히 고개를 내밀었다.
‘그놈이 조종하는 거구나.’
짜증이 치밀었다.
흑마법사 청년은 바다 속 깊이 잠수한 채 나올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하기야 몸뚱이가 육편이 돼도 되살아나는 괴물이 물속에서 숨 못 된다고 죽지는 않겠지.
‘그럼 이대로 장기전을 하자 이거냐?’
나쁘지 않다.
물속에서 네놈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좀비들을 조종하는 것밖에 없을 테니까.
좀비 따윈 아무리 많아도 겁나지 않다.
“모두 좀비를 잡아!”
나는 갈큇발 독수리들에게 명령을 내린 후, 나 또한 직접 불꽃을 뿜어대며 공격을 시작했다.
실프 역시 바람의 칼날을 쏟아내며 좀비들을 썩둑썩둑 썰어버렸다.
갈큇발 독수리들이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단단한 두 발로 좀비들의 머리를 뽑아 죽였다. 강철 갈퀴 같은 발톱은 좀비의 썩은 몸을 잘라버리기에 충분했다.
차지혜 역시 아까처럼 좀비들을 밟고 다니는 묘기를 펼치며 쌍곡도를 휘둘렀다.
좀비들은 흑마법사 청년의 조종에 따라 수면 아래로 잠수했다가 다시 올라갔다가를 반복했다.
하지만 우리가 총공세로 학살하자 숫자는 급속도로 줄어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까마득히 많았던 좀비 떼가 마침내 전부 썩은 시체가 되어 바다에 떠다녔다.
더 이상 신음성을 터뜨리며 움직이는 좀비는 보이지 않았다.
“자, 이제 어쩔 테냐?!”
나는 바다 속을 향해 소리쳤다.
놈은 달아나지 않았다.
길잡이 스킬이 놈이 아래에 있는 걸 알려주고 있거든.
아니나 다를까.
흑마법사 청년이 움직였다.
촤아악!
수면 위로 튀어나온 흑마법사 청년의 신형.
갈큇발 독수리들이 일제히 달려들었지만, 날카로운 발톱들이 검은 장막에 가로막혔다.
공세를 뚫고 하늘 높이 날아 오른 흑마법사 청년은 이내 나를 내려다보았다.
“곤란한 놈이군. 수년간 모은 좀비를 전부 소진하게 만들다니.”
“수년씩이나 준비한 게 겨우 그거면 안타까운 헛고생이네.”
내 대꾸에 흑마법사 청년은 미소를 지었다.
“섭섭해하지 마라. 설마 그 정도뿐이겠느냐?”
청년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하얀 빛을 내는 동그란 구슬이었다.
“이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
나는 의문을 감추지 못했다.
‘저게 뭐지?’
저 조그만 구슬이 수년씩 준비한 거라고?
그때였다.
‘아!’
순간적으로 내 뇌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영혼의 파편을 뭉친 가짜 영혼을 불어넣으면 살아생전의 모습과 유사해진다.’
놈들이 엘프들을 습격하고 생명의 나무를 해하려 했던 목적!
“가짜 영혼이냐?”
“호오, 역시 알고 있군. 존 오멘토 녀석을 처치하면서 알게 됐나 보군. 그 녀석 제자들이 좀 띨띨했는데.”
그렇다면 저걸로 누군가를 부활시키겠다는 건가?
지금?
의문에 차 있는 나에게 흑마법사 청년이 말했다.
“작아보여도 나름대로 대사제의 한 사람인 나 알란이 수년에 걸쳐 모은 성과란 말이지.”
이제야 놈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놈은 예상대로 6인의 대사제의 한 사람. 이름은 알란이라는 녀석이었다.
“대업에 보테야 할 이걸 이 자리에서 쓰기는 퍽 아까운데 말이지. 하지만 쓰긴 써야겠군. 시험자 김현호, 네놈은 그냥 놔두기에는 너무 위험해.”
말을 마침과 동시에 대사제 알란은 빠르게 주문을 외었다.
파아아앗!
허공에서 별안간 블랙홀과도 같은 검정색의 어떤 통로가 열렸다.
그 통로로부터 시체 두 구가 나타났다.
‘엇?!’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두 구의 시체!
한 구는 곱게 빗은 흑발이 매력적인 젊은 여성. 큰 키와 백옥 같은 피부를 가진 전형적인 동양인이었다. 가슴께에 검에 찔린 듯한 상처가 보였다.
그리고 또 한 구는 뒤로 묶은 긴 머리칼과 양쪽 귀에 피어싱을 4개씩 주렁주렁 단, 다소 불량한 인상의 사내였다.
어찌 잊을까!
바로 내 손에 죽었던 헤이싱의 시체였다!
“놀랐나?”
알란이 물었다.
그의 말대로 나는 너무나도 놀랐다.
시험자의 시체가 아레나에 남아 있을 수가 있나?
내가 알기로 시험자가 죽으면 시체는 소멸된다. 강천성, 이혜수, 이준호 등이 죽은 자리에도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길잡이 스킬로도 시신의 잔해 하나 찾을 수 없었으니 사라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고?
“너무 놀라진 마라. 신이 거두기 전에 내가 조치를 취해서 보관했으니까 말이야.”
알란이 말했다.
“우주의 절대 진리인 율법이 행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 시험자의 시체가 소멸되는 것 또한 자연의 섭리라 할 수 있지. 흑마법은 바로 그 섭리를 거스르는 이치이고 말이지.”
그제야 의문이 다소 풀린다.
내가 헤이싱을 죽이고 난 후에 저놈이 시체를 빼돌린 모양이었다.
어떤 조치를 취해서 시체가 소멸되지 않게 보관했고 말이다.
이윽고 알란은 들고 있던 가짜 영혼을 두 개로 쪼개 버렸다.
그리고 각각 헤이싱과 젊은 중국 여성 시험자의 시체에 쑤셔 넣었다.
마치 생명의 불꽃이 스며들 듯 가짜 영혼이 두 구의 시체에 빨려 들어갔다.
번쩍!
두 사람이 눈을 떴다.
“자, 건투를 빌지. 나는 안에서 지켜보고 있으마. 아무래도 네 불꽃은 무서우니 말이지.”
알란은 그대로 추락하며 바다 속으로 첨벙 들어갔다.
헤이싱과 여성 시험자 역시 아래로 추락했다.
그런데 여성 시험자가 손을 뻗자,
파앗!
어떤 에너지의 유동과 함께 두 사람의 몸이 허공에 붕 떴다.
‘마법사구나!’
나는 여성 시험자가 마법을 메인스킬로 익혔음을 한눈에 알아냈다.
그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
흑마법사의 조종을 받는 언데드가 생전처럼 카르마 보상으로 습득한 스킬을 펼친다는 사실이었다.
저것이 바로 가짜 영혼으로 부활시킨 언데드의 진정한 위력이리라.
헤이싱은 곧장 나에게 날아들었다.
마법사의 서포트를 받는 헤이싱에게 더 이상 바다 위는 불리한 지형이 아니었다.
헤이싱의 두 주먹에 오러 피스트가 어렸다. 그리고는 생전처럼 번자권의 묘리로 소나기 펀치를 퍼부었다.
나는 깜짝 놀라 하늘로 솟구쳤다.
여성 시험자가 또다시 마법을 펼쳤고, 헤이싱은 그녀와 함께 날아올라 쫓아왔다.
저렇게 콤비플레이를 펼치니 생전보다 훨씬 까다롭다!
“돕겠습니다!”
차지혜가 첫째를 타고 날아오며 소리쳤다.
“여자를 노리세요! 헤이싱은 위험해요!”
“걱정 마십시오!”
우리는 공중에서 한데 뒤얽혀 싸우기 시작했다.
갈큇발 독수리들도 주위를 배회하며 도우려 했지만,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었다.
가까이 접근했다가 헤이싱의 오러 피스트에 얻어맞았다가는 한 방에 즉사였다.
‘어떻게 이긴다?’
나는 열심히 궁리하기 시작했다.
정답은 분명 있을 터였다.
늘 그랬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