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이계사냥기 146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8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46화
덴마크를 떠나면서도 계속 오딘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조금씩 두 세계가 하나로 겹쳐지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소?’
그 황당무계하다고도 할 수 있는 추측이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많은 것이 설명된다.
아레나와 현실세계.
두 세계는 시험자들에 의해서 서로 영향을 주고 있었다.
오딘과 같은 강한 시험자들은 아레나에서 요직을 차지하면서 알게 모르게 현대의 사고방식을 적용하고 있었다.
현실세계는 어떠한가?
아주 세계 각국에서 아레나를 이용한 사업을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 본질적인 원인은 시험.
시험을 제공한 주체는 바로 율법과 천사들.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예상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이 시험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전자기기는 물론 살아 있는 생명체까지 양 세계를 오가며 수납할 수 있는 나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일까.
급격이 성장해 지금에 이른 나라는 시험의 행보를 율법이 안배한 일이라면, 그 의미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마치 모든 것의 키가 나에게 주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의식 과잉인가?’
나는 이내 이 생각을 털어버렸다.
답도 안 나오는 문제를 갖고 끙끙 앓아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한국에 돌아온 나는 진성그룹의 제3비서과 이정식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맹수를 구해다주실 수 있나요?”
-……맹수라고 하시면…….
이정식 실장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섞였다. 뭐, 당연한 반응이었다.
“호랑이, 표범, 뭐 그런 것들이요.”
말해놓고도 나 스스로도 민망해져서 덧붙였다.
“무리하실 필요는 없어요.”
-맹수를 손에 넣으려면 러시아 밀렵 조직 같은 더러운 부류와 접촉해야 합니다.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러시아 마피아와 끈이 없는 건 아니니, 그쪽으로 한번 시도는 해보겠습니다.
“예, 부탁드려요.”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가져오겠습니다.
전에도 그랬지만, 요즘 들어 부쩍 나에게 성실해진 이정식 실장이었다.
‘박진성 회장이 따로 언질을 준 건가?’
아마 그랬으리라 싶다.
전에 청와대 관계자인 김병호 비서실장과 만났던 일이 틀어진 게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지.
앞으로도 내 생각이 달라질 일은 없겠지만, 뭐 나야 잘 챙겨줄수록 고마울 따름이지.
***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 때였다. 진성그룹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런데 연락한 사람이 다름 아닌 박진성 회장이었다.
-잘 지냈어?
“예, 그때 뵌 후로 얼마나 지났다고요.”
-그렇지? 그래, 그날 얘기는 좀 안 됐지만 너무 기분 나빠하지는 말고.
“기분 나빠하긴요. 저도 도와드리지 못해서 죄송하죠.”
-그래, 아무튼 네가 부탁했던 것 때문에 전화했어.
“맹수요?”
-이놈아, 맹수는 좀 아니지 않냐?
“역시 그렇죠?”
-우리 진성그룹도 체면이 있지, 보호동물 밀엽 같은 짓을 못하겠고, 귀한 사냥개를 암수 한 쌍 줄게.
“사냥개요?”
-그래, 보면 놀랄걸? 굉장히 귀한 품종이야.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사냥개가 품종이 좋아도 호랑이 같은 맹수만 못했다.
결국 난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아뇨, 괜찮아요. 맹수가 아니면 의미가 없거든요.”
-쯧, 그래?
“그렇게 절박하게 필요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괜찮아요.”
-알았다.
통화를 마치고서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동물을 조련하는 스킬이 나에게 얼마나 쓸모가 있을까?
‘일단 스킬을 한번 살펴보고 결정할까?’
나는 석판을 소환했다.
“동물을 조련하는 스킬을 보여줘.”
그러자 석판의 글씨가 꿈틀거리며 변화했다.
-동물과 관련된 보조스킬을 모두 보여드립니다.
1. 동물조련(보조스킬): 동물을 다루는 능력이 향상됩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복잡한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초급 1레벨: 동물을 한 마리 복종시킵니다. (-100)
2. 동물강화(보조스킬): 동물의 육체를 일시적으로 강화시킵니다. 레벨에 따라 강화 정도가 달라집니다.
*초급 1레벨: 지속시간 60초 (-100)
-잔여 카르마: +10,000
‘두 개밖에 없구나.’
그나마도 2번의 동물강화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속 시간이 따로 존재한다니, 싸울 때마다 일일이 스킬을 걸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
‘가만, 나에게는 스킬합성이 있잖아?’
일단 동물조련은 동물을 다루려면 꼭 있어야 하는 보조스킬이었다.
일단 동물조련을 습득하고서 체력보정과 합성하면 어떨까?
그럼 동물의 체력을 보정시켜 주는 합성스킬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한번 해보자.’
해보고 안 되면 그냥 카르마를 더 낭비하지 않고 포기해버릴 생각이었다.
실패하더라도 그냥 100카르마만 버리고 끝날 뿐이니까. 그 정도야 내겐 껌 값이다.
“동물조련을 습득한다.”
파앗!
석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동물조련(보조스킬) 초급 1레벨을 습득했습니다. ‘스킬확인’이라고 말씀하시면 습득한 모든 스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잔여 카르마: +9,900
‘좋아.’
이제 그 다음은 스킬합성이다.
“스킬합성.”
-합성에 사용할 스킬이나 아이템을 선택하십시오.
1. 합성 가능한 스킬: 정령술(실프), 정령술(카사), 체력보정, 길잡이, 순간이동, 시력보정, 동물조련.
2. 합성 가능한 아이템: AW50F, 닐슨 H2(2정), 357매그넘탄(4발).
*합성에 사용한 아이템은 소멸됩니다.
‘이번에도 차례대로 해봐야지.’
스킬을 합성하는 데 카르마가 드는 것도 아니니까.
“정령술 실프와 동물조련을 합성하겠다.”
-정령술(실프)과 동물조련(보조스킬)을 합성합니다.
-합성 실패.
“정령술 카사와 동물조련을 합성한다.”
-정령술(카사)과 동물조련(보조스킬)을 합성합니다.
-합성 실패.
“쳇, 그럼 체력보정과 동물조련을 합성한다.”
그때였다.
파아앗!
-합성 성공. 성장촉진(합성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성장촉진(합성스킬): 키우는 동물의 성장을 촉진시켜 더 빠르게 더 크게 합니다. 레벨에 따라 성장속도가 달라집니다.
*초급 1레벨: 잠재된 한계까지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좋아!’
이로서 내가 키우는 맹수는 더 빨리, 더 크게 성장하는 것이다.
마스터까지 레벨을 올리면 어떻게 될까?
몹시 궁금해진 나는 석판에게 물어보았다.
“성장촉진을 마스터했을 때를 보여줘.”
-성장촉진(합성스킬): 키우는 동물의 성장을 촉진시켜 더 빠르게 더 크게 합니다. 레벨에 따라 성장속도가 달라집니다.
*마스터: 성장 한계치의 3배까지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성장기가 끝난 동물에게도 적용됩니다.
-마스터까지 올리는 데 5,400카르마가 소모됩니다.
-잔여 카르마: 9,900
‘3배?’
성장 한계치의 3배까지 성장시킬 수 있다면, 그야말로 맹수 하나를 괴물급으로 만드는 셈이었다.
호랑이가 3배로 커졌다고 생각해 보자. 그 정도면 정말 트롤이라도 사냥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와 동시에 회의가 들었다.
‘그게 뭔 소용이지?’
그랬다.
호랑이 같은 맹수가 3배로 커져 봐야 웬만한 베테랑 시험자에게는 그리 큰 위협이 아니었다.
차지혜 정도 되는 오러 엑스퍼트 급 무인들에게도, 마법사들에게도 한 방 감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왕 습득한 보조스킬인데, 합성이나 계속 해보자.’
“길잡이와 동물조련을 합성한다.”
파앗!
석판에서 빛이 뿜어졌다.
이번에도 성공이었다.
-합성 성공. 동물추적(합성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동물추적(합성스킬): 동물에게 추적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냄새를 인식하면 타깃이 어디에 있든 추적이 가능합니다.
*조건: 동물이 사용자를 주인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어라?’
상당히 유용한 스킬이었다.
게다가 레벨이 없었다.
더 카르마를 써서 레벨을 올릴 필요가 없는, 리로드나 궤도감지처럼 처음부터 완성된 스킬인 것이다.
‘좋은데?’
타깃이 어디에 있든 추적이 가능하다!
어디에 숨어 있든,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찾아낼 수가 있는 것이다.
‘이것도 사기 스킬이네.’
그 6인의 대사제라는 놈들도 옷가지나 소지품이라도 찾아내면 추적이 가능해진다.
‘계속 해보자.’
이번에는 순간이동과 동물조련을 합성해 보았다.
-합성 성공. 콜(합성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콜(합성스킬): 동물을 곁으로 소환됩니다. 동물이 어디에 있든 소환 가능합니다.
*조건: 동물이 사용자를 주인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애완동물 키우는 사람에게는 유용한 스킬이겠군.
이번에도 레벨이 없는 스킬이다.
그밖에도 나는 시력보정, 357매그넘탄 등과 합성을 시도해 보았지만 연거푸 실패했다.
이번에 새로 얻은 스킬을 쭉 보자면,
-보조스킬: 동물조련.
-합성스킬: 성장촉진, 동물추적, 콜.
고작 100카르마만 투자한 것에 비하면 성과가 컸다.
‘여러 가지로 쓸모 있는 스킬이 많은데, 한번 동물 키우는 쪽에 카르마를 투자해 볼까?’
괜한 낭비가 될지도 몰라서 나는 망설여졌다.
차지혜에게 물어보니 뜻밖에도 차지혜는 동물 문제에 찬성했다.
“동물조련이라는 스킬은 레벨이 오를수록 복종시킬 수 있는 동물의 숫자가 늘어납니다.”
음?
듣고 보니 그러네.
“여러 마리를 이끈다면 현호 씨의 합성스킬들로 강해진 동물들로 일개 대대급의 전력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도 그렇네요. 한번 시도해 볼 만하겠어요.”
“아레나에는 현실세계보다 더 크고 강한 맹수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미리 스킬을 올려놓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좋아요. 그렇게 해야겠어요.”
나는 신중하게 고려해서 카르마를 투자했다.
일단은 성장촉진에 5,400카르마를 소모해 마스터로 만들었다.
남은 4,500카르마는 보조스킬 동물조련에 투입!
-3,900카르마로 동물조련(보조스킬)을 중급 5레벨까지 올립니다.
-동물조련(보조스킬): 동물을 다루는 능력이 크게 향상됩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복잡한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중급 5레벨: 동물을 10마리 복종시킵니다. (-100)
-잔여 카르마: +600
***
시간은 유수처럼 빠르게 흘렀다.
한가롭게 보낸 휴식 시간.
100일간 가족들은 변함이 없었다.
누나는 여전히 남자가 없었고, 장사를 접을 생각인 엄마는 아직 후계자를 구하지 못한 미련 탓에 여전히 닭강정을 볶았다.
온라인 쇼핑몰을 하겠다고 설치는 현지는 누나의 권유(명령)로 온라인 쇼핑몰 창업 교육을 듣고 있다.
교육을 다 받고 창업을 하면 누나와 내가 3천만 원씩 자본금으로 대주기로 했다.
만약 해보고 잘 안 되면 꼼짝없이 시키는 대로 하기로 했다.
내 예상컨대, 현지는 쇼핑몰을 시원하게 말아먹고서 닭강정을 볶을 듯했다.
……그냥 내가 박진성 회장에게 전화해서 진성그룹에 꽂아 넣든가 해야겠다. 싫어하는 일을 시키기도 불쌍하잖나.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9회차 시험 당일이 되었다.
“어서 옵쇼!”
아기 천사가 히죽히죽 웃으며 반겼다.
“언제 봐도 재수 없군.”
“이젠 대놓고 말하시네요.”
“어차피 생각을 읽잖아.”
“육성으로 듣는 것과 느낌이 다르다고요.”
“그래, 잘됐네. 너 재수 없게 생겼다.”
“흐응, 뭔가 궁금하신 게 있지 않았던가요? 자꾸 그러시면 가르쳐 주기가 싫어지는데.”
“…….”
그랬다.
난 이놈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