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이계사냥기 141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7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41화
카르마 총량.
그것은 내가 가진 스킬과 아이템을 전부 카르마로 환산했을 때의 수치다.
오딘의 권유대로 세계 시험자 랭킹에 등록하기로 한 나는 스킬과 아이템을 모두 카르마로 환산하여 계산해 보았다.
시험을 클리어하고 얻은 성적뿐만이 아니라, 돈으로 주고 산 카르마도 상당했다.
카르마 소모 없이 수련으로서 스킬 레벨을 올린 적도 있었다.
그것을 모두 카르마로 따져 보니,
“우와…….”
스스로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수치가 나와 버렸다.
일단 내가 가진 스킬과 아이템은 다음과 같았다.
-메인스킬: 정령술(상급 1레벨).
-보조스킬: 체력보정(중급 5레벨), 길잡이(초급 1레벨), 순간이동(중급 1레벨), 시력보정(초급 1레벨).
-특수스킬: 스킬합성.
-합성스킬: 바람의 가호(마스터), 불꽃의 가호(마스터), 운동신경(마스터), 생명의 불꽃(중급 4레벨), 투과(초급 1레벨), 가공간(중급 1레벨), 사격(초급 1레벨), 탄약보정(마스터), 리로드, 동체시력(마스터), 투시(초급 1레벨), 궤도감지.
-잔여 카르마: +16,000
-아이템: AW50F, 닐슨 H2 (2정), 아이템 백팩
이걸 모두 카르마로 환산하면 대충 어느 정도일까?
나는 노트에 적어가면서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침대에 누워서 잠자리에 들려던 차지혜가 그런 날 보더니 말했다.
“석판에 물어보면 안 됩니까?”
“…….”
순간 나는 바보가 된 기분을 맛봤다.
차지혜는 언뜻 눈웃음을 짓더니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함께 지내보니 이제 그녀의 얼굴에 드러나는 미세한 감정표현을 포착할 수 있게 된 나였다.
“내가 가진 스킬과 아이템을 전부 카르마로 환산한 수치를 보여줄래?”
석판에 대고 말하자 정말로 글씨가 꿈틀꿈틀 변했다. 정말 인공지능 끝내주는군.
-시험자 김현호의 스킬과 아이템의 가치를 카르마 총량으로 나타냅니다. 이 총량에는 잔여 카르마도 포함됩니다.
-카르마 총량: +108,600
“우와…….”
어마어마한 수치에 나는 입을 쩌억 벌렸다.
“몇이나 나오셨습니까?”
차지혜가 물었다.
자는 척 하면서도 계속 궁금했나 보구나. 은근 귀엽단 말이야.
“108,600카르마요.”
“네?”
차지혜가 자기 귀를 의심하듯이 물었다.
“108,600카르마요.”
“이제 8회차를 마쳤는데 말입니까?”
“네.”
물론 온전히 시험을 클리어해서 받은 성과만이 아니었다.
수련을 통해서 스킬 레벨을 올린 적도 있었고,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구매한 카르마량도 장난이 아니거든.
나는 이 수치를 문자 메시지로 오딘에게 보냈다.
그리고 침대로 올라와 차지혜와 함께 나란히 잠들었다.
방금 보낸 그 문자 메시지가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그땐 몰랐다.
***
[108,600]
“으음……!”
오딘은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했다.
이제 8회차 시험자였다.
시험을 여덟 번 치렀을 뿐인 시험자에게 이런 성취가 가능하단 말인가?
‘해적들과 싸우면서 타락한 시험자를 많이 죽였다고 했다. 중국 시험단과 싸우면서 급성장을 했군.’
오딘은 이 시험자가 폭풍의 핵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중국 시험단의 그 악명 높은 헤이싱을 처치하고 떠오른 강자!
그런 신진 강자가 올곧게 시험 클리어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그것을 이 아레나 업계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마정기술이 세상에 공개되고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를 할 시기만 기다리는 투자자들은 김현호의 등장을 어떻게 여길까?
오딘 자신만 하더라도 많은 회유와 압력을 받은 바 있었다.
그저 딸 벨라를 혼자가 되게 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생존에 집중했던 오딘.
그 덕분에 시험을 계속 클리어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렇게 목표의식이 뚜렷했던 오딘조차도 노르딕 시험단의 보호가 없었더라면 버틸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중국 시험단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거의 모든 국가기관이 아레나를 큰 비즈니스의 기회로 보고 있었다.
시험의 최종 목적을 달성하여 시험자들이 해방되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마정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을 원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시험자들의 반발을 감안하여 그런 의중을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김현호의 존재는 그런 분위기에 변화를 일으킬지도 몰랐다.
벌써 해적단과 충돌했고, 정체불명의 흑마법사 조직과의 커넥션이 있다는 것까지 파악했다.
빠른 속도로 시험의 최종 목적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랭킹에 등록되면 견제를 받기 시작하겠군. 하지만…….’
오딘은 미소를 지었다.
‘그만큼 힘을 모아 시험을 클리어하려는 시험자들도 생길 것이다.’
***
그날, 세계 아레나 협회에 랭킹의 변동이 있었다.
세계 각국의 아레나 관련 기관들이 충격에 빠졌다.
특히나 한국아레나연구소의 충격이 매우 컸다.
-시험자 김현호
-국적: 한국
-랭킹: 7위
-카르마 총량: 108,600
“이, 이게 뭐야?”
한국아레나연구소.
김중태 소장은 두 눈을 부릅뜨며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김현호 이름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이럴 리가 없었다.
이제 7,8회차쯤 되었을 것이다.
아니, 아직까지 중국 시험단의 손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점이 더 의아스러웠다.
무슨 힘이 있어서 지금까지 중국 측의 손길로부터 살아남았으며, 저런 엄청난 랭커가 되었단 말인가!
7위라니!
‘왜 저놈이 갑자기 저런 순위가 되어서 나타난 거야!’
김중태 소장은 간담이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한국 시험자들 중에는 아직 20위권 안에도 든 사람도 없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랭킹 7위의 한국인 시험자가 나타났다!
그것도 한국아레나연구소 소속이 아닌 채로 말이다!
‘위험하다!’
김중태 소장은 경각심이 들었다.
현 정부는 대통령도 아레나에 대해 아는 바가 쥐뿔도 없었다.
제대로 아는 인물이 정치권에 없었기 때문에 김중태 소장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저만한 거물급 랭커가 등장했다면 대통령의 귀에도 들어갈 수 있다.
‘큰일인데……!’
다급해진 마음에 김중태 소장은 구형 폴더폰을 꺼냈다.
김중태 소장이 전화를 건 대상은 바로 북경에 있는 리창위였다.
-무슨 일이오?
“어찌 된 거요?”
-뭐가 말이오?
“김현호! 김현호는 대체 어떻게 한 거요?”
-아아, 당신도 보셨군?
“왜 충분히 정보를 제공해 줬는데 왜 아직도 김현호를 어찌 못한 거요?”
-보면 모르겠소? 위기를 극복하고 강해진 거잖소. 멋진 인간 승리지.
“이보시오!”
-왜 그러시오, 김중태 소장?
“김현호를 이제 포기한 거요?”
-나로서는 더 이상 김현호와 적대할 이유가 없거든.
김중태 소장은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저 남자, 방금 ‘나로서는’이라고 말했다.
마치 자기 생각이 중국 시험단의 뜻인 것처럼 말이다.
김중태 소장은 리창위의 라이벌이었던 헤이싱의 죽음을 몰랐다.
당연히 중국 시험단 내부에 생긴 이변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게 무슨 뜻이오? 김현호와 적대할 이유가 없다는 건 대체…….”
-뭐, 더는 할 말 없군. 앞으로는 연락하지 마시오.
“자, 잠깐……!”
리창위는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어버렸다.
‘중국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다!’
김중태 소장은 한동안 중국 쪽 소식에 관심이 소홀했던 것을 자책했다.
이제라도 소식통을 가동해서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그런데 김중태 소장에게는 그만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따르릉!
그의 집무실에 있는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김중태 소장은 수화기를 들었다.
“뭐야?”
-소장님, 청와대입니다.
“연결해.”
이윽고 한 나이 든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 소장.
“예, 비서실장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중국 시험단에 대해서 들리는 소식은 없소?
“그렇지 않아도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있어서 지금 알아보고 있습니다.”
-중국 시험단 내부의 권력구도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소장도 아직 정확한 일을 모르오?
“예, 그쪽이 워낙 비밀주의가 강해서 알아보는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흐음, 그건 그렇고 김현호라는 시험자에 대해 아시오?
김중태 소장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저희 소속이 아니라서 아는 바가 많지는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진성그룹 쪽의 시험자입니다.”
-우리나라 시험자 중에서는 처음 등장한 세계 랭커 아니오. 연구소 소속이 아니라니 이거야 아쉽게 됐군. 더는 아는 바가 없소?
“예, 더 알아보고 가능하면 우리 소속으로 데려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군. 더는 아는 바가 없다 이 말씀이시로군.
“예…….”
-허헛, 그것참.
“……?”
-김 소장, 정말 아무것도 몰라?
서늘한 어조로 찔러오는 한마디.
김중태 소장은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박진성 회장과 이야기를 나눴어. 김 소장 당신, 무능한데다가 심지어 우릴 바보 취급하고 있었군?
진성그룹의 박진성 회장!
그는 김현호에게 목숨을 구원받은 사람이었다.
김중태 소장은 일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 비서실장님…….”
-이제 됐어. 더 이상 당신과는 말도 섞기 싫군.
일방적으로 통화가 끊어졌다.
그리고 15분 뒤, 국정원에서 온 한 무리의 사람이 한국아레나연구소에 들이닥쳤다.
***
-잘 있었어?
오랜만에 듣는 박진성 회장의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참 쾌활하게 들린다.
“예, 그럭저럭 잘 있죠. 회장님 건강은 어떠시고요?”
-건강하지. 질긴 목숨줄을 위해 술까지 끊었다고. 술 없는 인생이라니, 이게 죽은 건지 살아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하하, 다행이네요. 오래 살아서 벽에 똥칠하세요.”
-시끄러. 아무튼 네 녀석 요즘 참 잘나간다면서?
“뭐가요?”
-이놈이? 랭킹 말이야!
“아, 노르딕 시험단을 통해서 랭킹에 등록을 하긴 했죠. 저 몇 위예요?”
-……그걸 몰라서 나한테 물어?
“오딘 씨한테는 아직 못 들었으니까요.”
-참 대책 없이 사는구먼. 이런 놈이 세계 7위라니…….
“예? 7위요?”
-그래!
“저 되게 높네요.”
나는 깜짝 놀랐다.
7위?
좀 높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설마 세계의 모든 시험자 중 일곱 번째일 줄은 몰랐다!
물론 리창위처럼 랭킹에 등록되지 않은 강자도 많겠지만, 아무튼 굉장히 높은 순위임은 틀림없었다.
-너 아직 우리 그룹 소속인 건 알지?
“알죠.”
박진성 회장 치료하면서 진성그룹 소속으로 계약을 했었지. 모를 리가 있나.
덕분에 제3비서과의 이정식 실장에게 이것저것 도움을 받았는데.
-근데 넌 왜 아레나에서 마정을 안 가져오는 거야? 세계에서 일곱 번째쯤 되는 놈이 어째 우리한테 마정 하나 가져온 적이 없잖아.
“아…….”
생각해 보니 그랬다.
마정은 시험자의 가장 중요한 돈벌이 수단이었다.
그런데 나는 생명의 불꽃으로 천문학적인 단번에 벌어들인 탓에 마정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다.
-7위씩이나 되는 랭커를 소속으로 두고 있는데 우리도 덕 좀 보자, 이놈아.
“하하하, 기회 되면 마정 몇 개 가져올게요.”
-쯧쯧, 아무튼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야.
“좋은 소식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