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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이계사냥기 174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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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74화


대업을 이루기 일보 작전에 벌어진 사태에 재래 결사대는 혼란에 휩싸였다.
그동안 한 번도 외부의 접촉을 허용하지 않았던 재래 결사대의 은밀한 심장부가 농락당했다.
그간 준비했던 가짜 영혼의 구술은 상당수 잃었고, 5인의 대사제 중 2인을 잃었는데 그중 하나는 배신자였다.
“그는 데이나 리트린이라는 자로 저와 같은 시험자입니다.”
“그 시험자 놈들이 벌써 이곳까지 마수를 뻗쳤단 말이냐?!”
리창위의 말에 술탄 사록은 대단히 진노하였다.
“놈이 우리 결사에 몸을 담은 지는 10년째고, 대사제 노릇까지 5년을 넘게 하였다! 그런데도 이 중에서 알아차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3인의 대사제는 몸 둘 바를 몰라 고개를 숙였다.
“놈이 오늘 버젓이 일반 마법을 비롯해 기묘한 마법을 부렸는데, 어째서 여태껏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것이냐? 대사제 아프리트는 무엇을 했기에 자기 제자가 순수한 흑마법사가 아니라는 것을 몰랐단 말이냐?”
“송구합니다, 최고사제시여.”
“저희의 아둔함을 벌해주소서, 폐하.”
대사제들이 무릎을 꿇었다.
같은 대사제로 있으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단 하나를 의미했다.
데이나 리트린의 마법적 경지가 그들보다 뛰어났다는 뜻이었다.
그때, 리창위가 입을 열었다.
“무리도 아닙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게냐?”
술탄 사록이 리창위를 내려다 보았다.
“데이나 리트린은 모든 시험자를 통들어도 가히 최고라 할 만한 인물입니다. 그런 자가 작심하고 정체를 숨겨왔다면, 그 누구라도 눈치채기가 힘들었을 겁니다.”
“그놈이 최고의 시험자라고?”
“예, 최고사제님.”
“흐음, 확실히 오늘 보인 놈의 실력은 보통이 아니었지.”
네 명의 대사제와 리창위를 비롯한 호위들까지 있었음에도 버젓히 의식을 망쳐놓고 탈출했다.
심지어 흑마법을 가르쳐준 자신의 스승 아프리트까지 죽였다.
종속의 인으로 인해 그동안 닦아온 흑마력을 송두리째 잃었음에도 그 정도였다.
게다가 마지막에 보였던 그 이상한 마법은 무엇이란 말인가?
대사제들의 흑마법을 한순간에 무력화시켜 버렸다.
심지어는 위대한 3대 술탄 카자드 푼 아만이 안배해 놓은 안전장치까지 발동될 정도였다.
여태껏 그 안전장치가 발동된 사례는 딱 하나.
역대 술탄들 중 재래 결사대와 네크로맨시 자체를 탐탁지 않게 여긴 이가 폐기하려 들었을 때였다.
마법진도 석관도 결국 깨지 못했고, 그 술탄은 저주를 받았는지 병들어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나 버렸다.
그 뒤로는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는데, 데이나 리트린의 그 이상한 마법 한 방에 발동된 것이다.
그건 정령술보다도 더 위험한 흑마법의 천적이었다.
“그럼 넌 어떠냐?”
술탄 사록이 리창위에게 물었다.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데이나 리트린이라는 그 사특한 배신자를 너라면 감당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순간, 리창위의 눈빛이 빛났다. 마치 사냥감을 발견한 매처럼 말이다.
“글쎄요. 그건 술탄 폐하께서 얼마나 간절히 데이나 리트린의 목숨을 원하시느냐에 달렸지 않겠습니까?”
대가를 얼마나 지불할 것이냐는 우회적인 표현이었다.
“건방진 놈.”
술탄 사록은 벌레 보듯이 리창위를 내려다보았다.
오러 마스터인 리창위는 오러로 향상된 시력으로 그 경멸 어린 눈빛이 보였지만,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았다.
술탄 사록이 말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노골적인 탐욕 때문에 네놈은 믿을 만하지. 진실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눈에 확연히 보이니까.”
“알아주시니 감사할 따릅니다.”
리창위는 뻔뻔스레 대답했다.
“배신자의 목을 들고 온다면 차고도 넘칠 정도의 마정과 금은보화를 내리겠다.”
리창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명을 수행하는 건 구체적인 수량을 논의한 뒤가 좋겠군요.”

***

헤인스 자작가.
이제는 나의 것이 된 저택에 도착했다.
저택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영주의 성이었다.
오딘의 울펜부르크 백작가에 비하면 규모도 작고 시설도 낡아 보였지만, 아담하고 클래식한 맛이 있어 나름 마음에 들었다.
차지혜와 독수리를 타고 저택 상공을 한 바퀴 돈 나는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저게 내 것이라니, 정말로 높은 귀족이 된 것 같은 뿌듯함이 밀려온다.
생각해 봐라.
한때는 공무원 돼서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고 살겠다며 수년째 공부를 하던 내가 영주다! 한 지역과 사람들을 지배하는 군주란다! 이 얼마나 기상천외한 신분 상승이란 말인가.
“유지수랑 차진혁을 꺼내.”
내 말에 가공간에서 유지수와 차진혁이 나타났다.
허공에 나타난 두 사람은 당연하게도 땅으로 추락했다.
“어? 어어?! 꺅!”
“무슨……!”
영문도 없이 가공간에서 꺼내진 두 사람은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며 기겁을 했다.
‘뭐, 장난은 이쯤 해둘까.’
나는 가공간에서 셋째와 넷째를 꺼내 두 사람을 받게 했다.
독수리에 태워진 두 사람은 비로소 상황 파악을 했는지 나를 노려봤다.
“좀 더 매너 있게 꺼내줄 수는 없어?”
“이 새끼, 일부러 그랬지?”
으르렁거리는 두 사람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나는 먼저 저택을 향해 하강했다.
세 사람을 태운 독수리들도 나를 따라 고도를 낮춰, 저택 성벽 정문에 착지했다.
“누, 누구십니까?”
갑옷과 창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하늘에서 내려온 우리를 보며 놀라 물었다.
나는 품속에서 신분증을 꺼냈다.
“킴 백작이다. 폐하로부터 이 영지의 새로운 주인으로 임명된 사람이지.”
“새, 새 영주님?!”
병사들이 놀라 서로를 보며 웅성거렸다.
“시, 실례하겠습니다.”
고참으로 보이는 병사 하나가 내게 다가와 신분증을 건네 받았다. 유심히 확인해 본 그는 다시 내게 주며 말했다.
“진품으로 보입니다만 더 구체적인 확인이 필요합니다. 송구하지만 수석 집무관을 불러올 때까지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여기서 기다려야 하나?”
이에 고참 병사는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죄, 죄송합니다. 백작 각하나 일행분들이나 모두 범상치가 않아 보여서 신분이 확인될 때까지 안으로 들이기가 조금…….”
“아, 좋다. 기다리지.”
확실히 쌍곡도를 허리춤에 매고 있는 차지혜나 마법사의 복장을 한 유지수, 건장한 체격의 차진혁 모두 범상하지는 않지.
병사들이 일을 똑바로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마음에 들었다.
“영주가 오랫동안 부재했던 탓에 군기가 헤이해졌을 법도 한데 예상보다 절도가 있어 보입니다.”
차지혜도 만족스러웠는지 긍정적인 평을 내린다.
잠시 후, 저택의 성문이 열리고서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앞장 선 젊은 사내가 나에게 고개를 조아린다.
“백작 각하를 뵙습니다.”
“수석 집무관?”
“예, 수석 집무관 에드워드 펠입니다. 헤인스 자작가 시절부터 수석 집무관을 맡고 있었고, 영지가 왕실로 귀속된 후에도 폐하의 어명으로 계속 영지 업무 전반을 맡고 있었습니다.”
내가 회장이라면 이 사람은 고용된 CEO쯤 되는 모양이었다.
에드워드가 말을 이었다.
“왕실로부터 통보는 미리 받았습니다. 일단 이리로, 절 따라오십시오.”
“그러지.”
우리는 에드워드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이 층의 집무실로 우리를 인도한 에드워드는 커다란 인장(印章)을 내게 내밀었다.
“헤인스 영지의 영주 직인입니다. 이곳에 신분증을 대어보시겠습니까?”
나는 신분증을 영주 직인에 갖다 댔다.
위이잉―
영주 직인이 작게 진동을 했다.
영주 직인을 살펴본 에드워드는 다시 한 번 나에게 허리를 굽혀 예를 갖췄다.
“확인되셨습니다. 영주님을 맞이하게 되어 기쁩니다.”
“어어, 그래.”
나는 신기해서 영주 직인을 쳐다봤다. 통신 기술도 없는 이곳에 이런 확인이 가능하다니.
마법인 건 알겠는데, 대체 어떤 메커니즘일까?
궁금증에 찬 내 표정을 봤는지 유지수가 말했다.
“저 직인은 왕실에서 직접 하사했을 거야. 이 지역 최초의 영주에게. 그 뒤로 누가 이 영지의 주인이 되었든 계속 이어져오다가 너한테로 전해진 거지. 네 신분증에도 왕실에서 작위와 영지를 수여한다는 내용의 마법이 이식되었을 테니 확인할 수 있는 거야.”
“아…….”
“일행분의 말씀대로입니다. 이제 이 직인은 영주님이 아니면 누구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에드워드의 설명에 나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마법까지 걸려 있었군.
현대에 비하면 참 사회 제반 시설이 허접해 보이는 세상인데도, 알고 보면 첨단 과학 못잖게 대단한 구석도 보인다.
그때, 에드워드가 다시 조심스럽게 내게 말문을 연다.
“그리고…….”
“뭐지?”
“왕실로부터 받은 통보에 의하면, 영지 인계가 완료되면 향후 제 처우는 영주님의 의사에 위임한다고 되어 있습니다만…….”
아하.
계속 CEO 자리에 앉혀 놓을지 해고할지 내 판단에 달렸다는 거군.
내가 물었다.
“달리 계획은 있고?”
“하하, 해고되면 새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처지입니다.”
에드워드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꾸했다.
일단 성격은 싹싹해보여서 마음에 들지만, 이 사람의 성품이나 일처리 능력은 검증되지 않았으므로 나는 처우를 당장 결정하기가 꺼려졌다.
난 고민 끝에 말했다.
“일단 그동안의 업무 내용을 내 부인에게 보고해줘. 처우는 그 뒤에 다시 결정하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부인이라고 하심은?”
나는 가만히 내 옆에 함께 서 있는 차지혜를 가리켰다.
“내 부인.”
“아! 백작 부인을 뵙습니다.”
“차지혜다.”
“차…… 뭐라고요?”
“그냥 백작 부인이라고 불러라.”
“아, 예, 예.”
거침없는 차지혜의 박력에 압도된 에드워드는 계속 고개 숙여 예를 갖췄다.
하긴, 허리춤에 쌍곡도를 찬 백작 부인이라니, 박력이 안 넘치겠나!
“어머, 부인이래. 이쪽 세상에서는 신혼 부부 놀이를 하며 지냈나 봐. 눈꼴 시려.”
덧없는 유지수의 질투는 덤이었다.
나는 차지혜로 하여금 에드워드의 업무를 인수인계 받으면서 그의 업무능력과 성향을 파악하도록 맡겼다.
괜찮은 사람이면 계속 일하게 해야지.
첫 인상은 좋아 보이는데 웬만하면 골치 아픈 잡무는 차지혜를 고생시킬 것 없이 죄다 그에게 맡겨 버렸으면 좋겠다.
에드워드는 계속 우리를 이끌며 관광 가이드처럼 저택 곳곳을 안내해 주었다.
그렇게 저택 구조도 웬만큼 파악한 뒤였다.
유지수와 차진혁이 머물 방도 마련해 주고서 셋만 남았을 때, 에드워드가 나직이 일렀다.
“그런데 실은 얼마 전에 이상한 사람이 찾아왔었습니다.”
“나를? 누가?”
“리트린이라는 남자였습니다. 이름만 말하면 아마 아실 거라고, 오실 때까지 인근에서 머물겠다고 했습니다.”
“리트린?”
나는 깜짝 놀랐다.
데이나 리트린이 벌써 이곳에 나타나다니.
그럼 약속을 벌써 지켰단 말인가?
아직 시험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대사제 둘을 없애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것을 기억하는 나나 차지혜로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을 보내서 그자를 내게 불러와라.”
“알겠습니다.”
수석 집무관 에드워드가 사라지자 나는 교신기를 꺼내 오딘에게 통신을 걸었다.
정말 데이나 리트린이 약속을 지켰는지 확인해 보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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