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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이계사냥기 186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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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86화


그 말에 데이나도 내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눈을 크게 떴다. 역시 똑똑한 남자로군.
그랬다.
나는 마지막 시험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계책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가공간 스킬을 이용하는 것.
‘가공간에 시험자를 이삼십 명쯤은 족히 넣을 수 있겠지.’
가로세로높이가 10미터씩 되는 넓은 가공간이다.
그 커다란 갈큇발 독수리도 10마리나 수납할 수 있는데, 사람쯤이야 백여 명이라도 구겨 넣을 수 있겠지 싶었다.
일단 나를 비롯해 세계 상위 랭킹에 등록된 핵심적인 시험자들이 전쟁의 주요 격전지에 참전한다.
그렇다면 전쟁에서 패배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만 제국은 흑마법사 무리와 리창위 등의 타락한 시험자들을 투입해 대항하려 들 터.
그리고 그 틈에 카자드 푼 아만은 대륙 전 국가가 전쟁으로 정신없는 틈을 타 갈색산맥으로 향할 게 분명하다. 엘프들이 가진 생명의 나무를 탐내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전장에서 싸우다가 카자드가 갈색산맥으로 향했다는 첩보가 입수되었을 때, 즉각 갈색산맥으로 이동한다.
리창위 일행과 흑마법사 무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말이다.
방법은 바로 시험자들을 내 가공간에 넣는 것.
그리고 나 혼자 갈큇발 독수리를 타고 갈색산맥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설사 눈치 챘다 해도 그들은 하늘을 나는 나를 따라잡을 수 없다.
카자드를 발견했을 때 비로소 시험자들을 모두 꺼내놓으면, 혼자뿐인 카자드와 시험자들이 한판 붙는 최종 결전의 구도가 그려진다.
카자드가 아무리 괴물이라도, 설마 내로라하는 시험자들이 전부 달려들으면 그자 하나 처치하지 못할까.
‘하지만 여기서 설명하기에는 좀 그런데.’
아무리 주요 관계자들만 모였다 해도 이 자리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결정적인 작전을 공개하기에는 좀 불안했다.
내가 말했다.
“제게 좋은 작전이 하나 있는데 대략 랭킹 상위의 시험자 삼사십여 명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인 설명은 작전에 투입될 당사자 외에는 듣지 않는 편이 더 기밀 유지에 좋을 듯합니다.”
내 말에 오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시험자들은 시험자들끼리, 그 밖에 관계자들은 관계자들끼리 논의할 이야기가 따로 있을 겁니다.”
“좋습니다.”
“중요한 작전은 이런 자리에서 공개할 일이 아니니까.”
그렇게 첫날의 회합은 끝났다.
다음 날은 시험자와 관계자가 각기 따로 모여서 논의를 하기로 했다.

***

다음 날, 나는 그 자리에 참석한 내로라하는 시험자들에게 작전의 개요를 짤막하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
“찬성이오.”
“그런 스킬이 있었다니 놀랍군.”
“그거라면 확실히 당장 우리에게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좋은 책략이오.”
그렇게 뜻을 모은 뒤에 우리는 다음 시험 때 아렌드 왕국에서 모이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렇게 협의를 마치고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전용기 안에서는 임철호 소장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한국 대표로서 각국의 아레나 관련 기관의 수장들과 대책 회의를 했다.
“일단은 다음 시험을 반드시 클리어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다행이네요. 마정을 탐내서 모험을 하고 싶어 할 나라가 있을 줄 알았는데.”
“정부 입장에서 사회 질서 붕괴보다 무서운 건 없으니까요.”
“그런데 시험자 지원을 위해 무엇을 해준다던가요?”
“일단은 시험자들에 대한 보상정책부터 논의했는데, 대부분은 우리 한국 정부와 비슷한 결정을 내린 것 같습니다.”
“시험 클리어에 직접적으로 도움 될 만한 부분은 없나요?”
“한 가지 있었습니다.”
“뭔데요?”
“김현호 씨도 잘 아시는 일입니다. 바로 노르딕 시험단에 의뢰하셨던 정찰위성 말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내 입장에서는 몇 년이나 지난 일이라 까먹고 있었다.
“김현호 씨의 가공간에 수납될 만한 작은 정찰위성을 개발하는 일인데, 미국의 맥런 연구소에서 지원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요?”
“예, 아레나에 정찰위성을 띄우려는 시도도 이미 맥런 연구소에서 해본 바 있었던 탓에 아레나에서 간단히 조립할 수 있는 초소형의 정찰위성 제작 기술이 있다고 합니다.”
“얼마나 걸릴까요?”
“노르딕 시험단 연구진과 함께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으니 한두 달 안으로 완성할 수 있을 듯합니다.”
“잘됐네요. 정찰위성만 있으면 전쟁은 문제없겠어요.”
이쪽이 위성을 통해 적의 움직임을 낱낱이 볼 수 있다면 뭐가 두렵겠는가? 정찰위성을 아레나의 상공에 띄운 순간, 전쟁은 이미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문제는 어디까지나 카자드였다.
수백 년 만에 부활한 그 괴물을 처치하는 것이야말로 시험의 최종 목적이니 말이다.
아무리 강력한 흑마법사라도 고작 한 명뿐이라면 어떻게든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레나 세계의 인류를 모두 발아래에 두었던 희대의 정복자였다.
율법과 천사가 시험을 만들어 저지하려 할 정도의 괴물이었다. 직면하기 전까지는 함부로 그 힘을 예단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불가능한 시험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시련만 내렸을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남은 휴식 시간을 한가롭게 보냈다.
예식장을 예약하고 신혼여행 계획도 짜는 등 바쁘지만 한가로운 나날이었다.
결혼식은 친한 몇 사람만 불러놓고 작게 하기로 했다. 친인이 거의 없는 차지혜를 위한 배려였다.
그녀는 정말 여자임에도 결혼식에 대해 아무래도 좋다는 태도였다.
온갖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면서도 아무거나 상관없다는 무심함으로 일관했다.
나는 그녀가 웨딩드레스를 하나씩 입어볼 때마다 너무 예뻐서 박수를 치며 난리법석을 피우는데 말이지. 정말 이 여자는 로맨스 유전자가 전부 퇴화된 게 분명했다.
나와 차지혜뿐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 일이 잘 풀렸다.
현지는 진성그룹 제3비서실의 이정식 실장이 적당한 계열사에 취직시켜 주었는데, 잘 다니는 눈치였다. 3년간 말썽 안 피우고 잘 다니면 내가 람보르기니를 뽑아주겠다고 약속했거든.
누나는 차지혜가 소개시켜 준 특수부대 소속 직업군인과 잘 만났다. 우직하고 배짱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나?
누나는 자신의 얼음장 같은 눈빛에 맞고도 주눅 들지 않는 남자를 원했으니 딱 취향이었으리라.
자식 셋이 모두 잘되자 엄마도 미련 없이 닭강정 점포를 팔아버렸다. 워낙 매출이 좋은 가게라 인수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굳이 우리의 도움이 없어도 엄마의 노후는 탄탄해 보였다.
엄마는 그동안 일하느라 못 갔던 해외여행을 다녀올 계획을 세웠다.
본래는 나와 차지혜의 신혼여행을 쫓아갈 참이었는데, 내가 노발대발하는 바람에 유럽일주로 계획을 변경했다.
그렇게 모든 일이 잘 풀리면서 하루하루 마지막 휴식시간은 줄어들었다.
시험 일주일 전에 노르딕 시험단에서 연락이 왔다.
-완성됐소.
정찰위성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차지혜와 함께 코펜하겐으로 달려가 실물을 확인했다.
노르딕 시험단 본부에 도착해 사람들의 안내를 받아 정찰위성이 있는 지하 연구소로 갔다.
그곳에는 대략 5미터 정도 되는 크기의 인공위성이 있었다.
“이건가요?”
“예, 성능에 비하면 크기가 정말로 작아졌지요.”
노르딕 시험단의 연구총책 빌헬름 하인쯔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정식 명칭은 어스 3호기.
맥런 연구소로부터 전자신호가 아닌 마력 신호로 위성을 세밀하게 컨트롤하는 기술 등을 지원받은 덕에 간신히 시간 내에 완성했다고 한다.
“이걸 제가 띄울 수가 있나요?”
“그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만, 시험자들이 이 위성을 띄울 수 있도록 철저하게 계산을 했습니다.”
빌헬름이 설명했다.
“그동안 시험자들이 보내준 천제·지리 등에 대한 자료를 토대로 계산해 본 결과, 정확히 이 지점에서 띠운다면 문제없이 위성이 궤도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그가 가리킨 지도상의 위치는 바로 울펜부르크 백작가 영지의 외곽지역이었다.
“가까운 곳이네요. 근데 이곳이면 되요? 위성이니까 뭔가 더 복잡한 계산이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닌지…….”
“궤도의 오차 수정은 마법으로 이루어질 겁니다. 물리력과 상관없이 우주에서도 마력으로 자유로운 기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지요. 다만 제대로 된 위성 통제 센터도 없고, 마정석의 마력이 대략 2,3년쯤 뒤에 고갈될 터라 그 이상 오래 사용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요.”
“상관없죠. 그 이상 오래 쓸 일은 없으니까요.”
마지막 시험에서 써먹고 나면 더 이상 쓸 일이 없어진다. 우주에 띄워놓은 걸 다시 회수할 수도 없고.
참고로 위성의 통제는 노트북으로 이루어진다나?
나는 이 정찰위성 어스 3호기를 가공간에 넣어보았다.
하지만 너무 커서 들어가지 않았다. 내 가공간은 이미 갈큇발 독수리 10마리와 슈퍼카 MSM-2 등으로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나.”
나는 가공간에서 MSM-2를 꺼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시도해 보니, 이번에는 어스 3호기를 가공간 안에 넣을 수 있었다.
나는 드라이브를 몹시 좋아하는 차지혜를 다독거려 주었다.
“미안해요. 이건 놓고 갈 수밖에 없어요.”
“괜찮습니다.”
“섭섭하시잖아요.”
“괜찮습니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자명합니다.”
“에이, 섭섭하면서.”
난 팔꿈치로 그녀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차지혜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또 시작입니까. 그냥 섭섭한 걸로 치겠습니다.”
“섭섭하다고 하시니까 제가 위로로 쓰담쓰담 해줄게요.”
그러면서 차지혜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기 시작하자 그녀는 당했다는 표정이 되었다.
오후에는 닐슨도 만났다.
총기제작자 닐슨은 내게 총알을 잔뜩 건네주었다.
“받아라. 내가 지난번 시험 때 제작한 총알이다.”
“이거 수작업이에요?”
12개의 탄 박스 안에는 닐슨 R8에 쓸 수 있는 20㎜ 탄환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내가 물었다.
“고폭탄인가요?”
“아니, 그건 저격용 탄환이다. 탄속과 관통력을 극단적으로 높인 것이지.”
“감사합니다.”
“뭘, 이런 걸 만드는 게 내 시험인걸.”
그러면서 닐슨은 문득 내게 손을 뻗었다.
“뭐죠?”
“악수나 한 번 하자.”
요구대로 나는 그와 손을 맞잡고 악수를 했다.
“이제 앞으로 시험 때문에 만날 일은 없겠군.”
“사적으로 만나면 되죠.”
“사적으로 널 만날 만큼 한가하지는 않다.”
나는 피식 웃었다.
“저희 결혼식 참석 안 하시게요?”
“이 총알을 축의금 대신으로 치마.”
닐슨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꼭 시험을 깨다오.”
많은 염원이 들어간 목소리.
까마득한 세월을 아레나에서 보내야 했던, 이제는 지친 나이 든 사내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예, 맡겨주세요. 주신 무기로 반드시 카자드를 없앨게요.”
볼일을 마치고 우리는 한국에 돌아왔다.
하염없이 흐르는 휴식 시간 동안 세계 각국에서 최후의 시험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소문에 의하면 리창위도 바쁘게 연락처를 돌리며 자신의 뜻에 동조할 타락한 시험자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제 와서 돌이키기는 글렀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휴식 시간이 모두 끝나 버렸다.
결혼을 하루 앞두고 우리는 마지막 시험에 불려갔다.
최후의 싸움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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